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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111화 (111/177)

# 111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11화

27장 성장형 무기(1)

“조사단은 언제 꾸려지는 겁니까.”

“빠르면 3주. 늦으면 한 달 정도.”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분명 심각한 상황이었다.

하루빨리 움직여도 시원찮을 판에 빠르면 3주, 늦으면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는 게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내 표정을 봤는지, 황무진이 입을 열었다.

“10개 이상의 길드가 모여 진행되는 일이니만큼 의견 차이를 좁히는 게 쉽지 않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다. 저주받은 동굴을 위해 세 길드가 모였을 때도, 회의는 쉽게 진행되지 않았다.

그나마 주최 길드가 중립이었고, 강한수가 봐주고 들어갔기 때문에 하루 만에 끝났던 것이지, 서로 이권만 챙겼다면 그날 회의는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저 때와 지금은 달랐다.

“3주라는 기간 동안 회의를 하면서, 실종자가 늘어날 겁니다.”

10개 이상의 길드가 참여했다고 하는 것을 보니, 최소 10명 이상이 실종되었다는 소리였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실종자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겠네. 하지만 당분간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지금까지 A급 던전에서 실종 사건이 발생했고, 당분간 A급 던전의 출입을 금했으니까.”

“.....”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황무진의 기대감 섞인 눈빛이 나를 향했다. 그 안에 내포된 의미를 알아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A급 던전.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선 기본적인 조건을 맞춰야 했다. B급 던전 관련 임무를 세 번 이상, 완수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나는 지금부터 그 조건을 맞춰야 했다.

그리고 저 눈빛은 분명 내가 해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눈빛이었다.

‘어려운 건 아니지.’

이진수도 해냈던 일이다. B급 던전을 공략했을 때, 그의 팀 수준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언론 플레이를 위한 것인지, 이진수를 띄워주기 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이진수의 원맨쇼에 가까운 공략이었다.

이진수가 해낸 마당에 내가 못 할 이유는 없었다. 거기다 나에게는 김세아와 이찬혁이 있었다.

“예. 그 정도는 뭐.”

“나머지 자세한 것은 하나에게 듣게나.”

황무진은 나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황무진이 보기 좋은 미소를 지었고,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음?”

복도 끝에 있는 엘리베이터에 채하나가 서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꽤 심각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대화 내용은 궁금한지,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나는 엘리베이터까지 걸어갔다. 조용한 복도에서 내 발소리만 울려 퍼졌다.

“어떻게 됐어?”

채하나가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마치 화를 내기 직전의 모습과 같았다.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인해 그 분위기는 배가 됐다.

내가 지금 어떠한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 채하나의 반응은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 반응들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띵!

때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나는 먼저 몸을 실었다. 그리고 뒤이어 채하나가 엘리베이터에 탔다.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입을 열었다.

“하기로 했습니다.”

“뭐?”

분위기는 더욱 냉랭해졌다. 화염을 쓰는 채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 안은 싸늘했다.

채하나는 엘리베이터 비상 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엘리베이터 내에 있는 스피커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입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10분 정도만 사용 중지 시켜.”

채하나는 이야기를 끝내고 나를 쳐다보았다. 겉은 화를 내고, 냉랭한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내 눈에는 보였다.

채하나의 눈동자가 떨리는 것이 확실했다. 무엇을 저렇게 걱정하는 건지는 들어봐야 할 것 같았다.

“이번 임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어?”

“알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죽음까지 각오해야 했다. 조사하던 중에 실종을 당할 수도 있었고,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하지만 원래 헌터들의 일이 이런 것이었다.

던전을 탐험하고, 임무를 수행하고, 항상 위험과 죽음을 가까이해 하는 것. 그리고 나는 지원 헌터 시절부터, 이런 것들을 갈망해왔다.

“죽을 수도 있어.”

“알고 있습니다.”

“아니. 내가 봤을 땐 넌 아직도 이 임무가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고 있어.”

채하나는 단호했다.

“실종된 사람들은 모두 B급 임무를 솔로로 클리어할 수 있는 사람들이야. 그리고 그중 몇 명은 A급 임무 솔로도 가능해.”

B급 던전에 관한 임무들인 B급 임무. 그 임무를 솔로로 수행한다는 것은 정말 상당한 실력자라는 뜻이었다.

거기다 A급 임무라면, 한국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자였다. 그러나 이 정도는 황무진이 알려주었다.

실종자 중에는 랭커가 있다고 했다. 랭커들이라면 A급 임무를 솔로로 수행하는 것은 쉬웠다.

“그런 사람들도 실종을 당했어. 네가 가서 뭘 할 수 있을 것 같니?”

“그건 해보면 알겠죠.”

내 말에 채하나의 눈빛이 약간은 슬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우수에 잠긴 눈빛은 내 기분을 착잡하게 만들었다.

‘왜 저렇게까지 반대를 하는 걸까.’

너무나도 이질적인 채하나의 모습이 쉽게 적응되지 않았다.

“실력 좀 생겼다고 오만 떨지마.”

나는 가만히 채하나의 말을 들었다.

“내가 너 같은 애를 지금까지 얼마나 봐왔을 것 같아? 천재라고 불리거나, 갑작스럽게 강한 힘들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봤을 것이다.

채하나도 현장에서 활동을 했다. 지금은 신입 길드원을 담당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헌터들의 다양한 경우를 직접 겪었을 것이다.

선천적 천재.

후천적 각성.

얼마나 많은 헌터가, 어떻게 되었는지 잘 모른다. 나는 채하나가 아니니까, 채하나가 겪은 일들을 알지 못했다.

다만, 나도 듣고 본 것이 많았다.

저런 말을 하니, 채하나가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 나의 차이점은 분명했다.

“전 다릅니다.”

“다들 그렇게 얘기해. 남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물론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틀린 말은 아니야. 하지만 내가 본 대다수는 오만을 버리지 못했고, 파멸의 길로 걸어들어갔어.”

“저도 그렇게 될 거라는 소립니까?”

채하나는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나를 쳐다볼 뿐,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후우…… 걱정해 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제가 선택한 일입니다.”

“네가 아니었어도. 너보단 강한 누군가가 했을 일이야. 너나 김세아는 이제 발걸음을 겨우 뗀 아이일 뿐이야. 좀 더 기본을 다지고 실력을 키운 다음에 이런 임무에 참가해도 늦지 않아.”

다음.

또 다음.

한번 미뤄 버리면, 그 다음에는 또 다른 이유로 밀리고, 계속해서 밀리게 될 것이다.

이번 임무를 맡은 것은 무엇보다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것이 컸다.

실종의 원인을 찾게 된다면, 진천우에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

실종에 대한 것들을 조사하며, 생존자가 있다면 구해 낼 것이다.

그리고 이 임무가 끝났을 때의 내 모습을 상상했다. 지금 보다 훨씬 강해져 있을, 아이리스 길드 내에서 확고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때가 된다면, 내 말에도 힘이 실릴 것이다.

지이이잉!

10분이 지났는지 엘리베이터는 다시 움직였다. 약간의 부유감과 함께 엘리베이터는 밑으로 내려갔다.

잠시 동안 나와 채하나 사이에는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았다. 나는 차분하게 채하나의 모습을 분석했다.

이런 과한 걱정을 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였다. 나를 좋아한다든가, 길드장에 대한 반심 같은 것은 아니었다.

띠링.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고, 문이 열렸다. 채하나가 먼저 내려 뒤를 돌았다. 감정을 정리한 듯, 평소와 같은 모습이었다.

“미안해. 널 보고 있자니 옛날 생각이 나서 너무 감정적으로 군 것 같네. 나머지 자세한 얘기는 내일 해줄 테니까. 찾아와.”

“예.”

채하나가 뒤를 돌며 손을 흔들었고,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뭔가 분위기가 애매해져서 그런지, 축하 파티를 하고 있는 곳으로 향하던 발을 돌려 숙소로 돌아갔다.

* * *

숙소에 돌아가자마자, 나는 침대 위에서 기절해 버렸다.

“으으으으!”

양팔과 다리를 쭉 피었다. 기지개를 피고 나니 내 입이 찢어질 듯이 벌어지며, 하품이 나왔다.

개운함과 함께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응?”

이찬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제 나갈 때처럼, 침구도 정리 돼 있는 것을 보아, 들어오지 않았을 확률이 높았다.

어디 갔는지 조금 걱정은 됐지만, 별 다를 일은 없을 것이다. 거기다 오늘부터 공식적인 휴가의 시작이니, 머리를 비우러 갔을 게 뻔했다.

나는 가볍게 씻고 나와, 아침을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채하나에게 올라가기 전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다.

“발칸.”

나는 스마트 폰을 꺼내 들었다. 아무런 대답이 없어서 스마트 폰의 화면을 열었다.

뭔가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밑에 있는 메시지 창에는 이찬혁이 보낸 메시기자 있었다.

간단하게 머리를 식히기 위해 제주도에 갔다 온 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나는 잘 갔다 오라고 메시지를 보낸 다음, 스마트 폰을 내려놓고 허공을 쳐다보았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정리해 보았다. 이번 한 달 동안 할 일은 많았다.

B급 던전을 돌아야 했고, 내가 가진 힘을 갈무리해야 했으며, 마나 블레이드에도 익숙해져야 했다.

무엇보다 이제 검을 바꿀 때가 되었다.

맨 처음 발칸과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나는 다양한 효과와 마법이 달린 검을 이야기했다.

내 실력에 시너지가 될 만한 마법들이 달린 것을 찾아보려 했지만, 애초에 현실에는 그런 것들이 적었다.

좋은 무구들은 이미 누군가가 선점하고 있었다. 가격 또한 하늘을 뚫을 듯이 높아서, 내가 가진 돈으로는 꿈도 꾸지 못했다.

이런 저런 이유가 있지만, 발칸이 반대를 해서 결국 알아보지도 않았다.

-성장형 검을 만들어라.

발칸의 조언이었다.

정확하게 무엇을 뜻하는지 몰라 되물었다. 발칸은 내 질문에 한숨을 쉬더니, 드워프를 찾았다.

현재 포털이 생기고 드워프나 엘프라는 종족이 아예 나타난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폐쇄적이었다.

인간과는 절대 교류를 하지 않았다.

그들 또한 강했기 때문에 인간들에게 일방적으로 약탈을 당하거나, 피해를 입는 일은 없었다.

나는 없다고 대답했고, 발칸은 고민에 빠졌다. 그 뒤로 따른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음…… 포인트 상점.”

나는 편안하게 자리에 앉아 포인트 상점을 띄웠다. 정말 오랜만에 열어보는 것 같았다.

자잘한 소모품 살 때를 빼고는 스탯을 올린다고 포인트를 아껴두었으니, 사용할 일이 없었다.

나는 무기 쪽으로 들어가서 ‘성장’이라는 단어를 검색했다. 그러자 연관된 무기들이 쫘르륵 나왔다.

[드래곤 하트로 만든 창]

타입 : 성장형

비용 : 100,000,000p

[황금 가시나무로 만든 활]

타입 : 성장형

비용 : 100,000,000p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성장형 무기들을 구매하기 위한 포인트들은 어마어마했다. 지금의 내 수준으로는 절대 구매할 수 없었다.

나는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포인트 상점을 끄려다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성장형 무기 제조서 (검)]

비용 : 50,000p

이 정도면 충분히 구매할 만했다. 사용법도 간단했다. 필요한 아이템을 모아 제조서를 찢기만 하면 되었다.

그럼 내가 모은 아이템은 어딘가의 대장간으로 이동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완제품이 되어 내게 돌아온다고 설명이 적혀 있었다.

“구매.”

고민은 길지 않았다.

1억 포인트가 필요한 성장형 무기를 5만 포인트에 만들 수 있었다.

때마침, 발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렀나?

“어. 아무래도 성장형 무기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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