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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106화 (106/177)

# 106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06화

25장 결승전(7)

“후우…….”

한쪽에서는 해설진들이 힘찬 멘트를 치고 있었다. 마지막 경기이니만큼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것이다.

아직 해설진이나 관객들은 누가 나올지 몰랐다. 그린나래 길드 쪽은 이진수가 나올 것을 확신하고 있을 테지만, 아이리스 길드는 추측만 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많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역시나 김세아였다. 나는 두 번째 경기에서 이진수와 김세아의 싸움을 보지 못했다.

다시 보려고 했으나,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어쨌든 김세아는 이진수와 호각으로 싸우며, 대장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다음은 최정환이었다.

비록 이진수에게 졌지만, 아이리스 길드에서는 강한 축에 속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해설진은 이것저것을 이야기하면서 비교를 하던 중, 내 이름이 흘러나왔다.

“오유성 선수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확실히…… 토네이도를 갈랐던 실력이나, 강을 건널 때 보여줬던 모습을 보면 그럴 법도 합니다.”

“그러네요. 지금까지 오유성 선수는 단체전에서 단 한 번의 패배도 하지 않고 올라왔네요. 전체적인 면에서 본다면 아이리스 길드 대표단도 훌륭하네요.”

“자, 경기 준비가 끝났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길드 대항전 아이리스 길드 대 그린나래 길드, 그린나래 길드 대 아이리스 길드! 세 번째 대장전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해설진의 외침과 함께 심판이 양쪽 길드에 신호를 보냈다. 동시에 대련장과 길드의 대기석 주위로 검은 막이 나타났다.

정말 결투를 시작하기 전까지 어떤 선수들이 감추고,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였다.

겉은 검은 막이지만, 안은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빛이 보였다. 목에 펜던트를 걸고, 한쪽에 두었던 검을 챙겨 들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코치진과 대표단을 향해 말하며, 대련장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어 나갈 때마다 복잡한 감정이 솟구쳤다.

아이리스 길드에 들어오기 전의 나였다면, 지금 이 자리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의 나는 너무나도 약했고, 아무리 노력해도 강해질 수 없는 지원 헌터였으니까.

지금은 달랐다.

꿈속에서 투기장을 가게 되면서, 내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투기장에서 이긴다면, 나는 강해질 수 있었다.

나는 수없이 싸웠고, 승리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적어도 나와 같이 졸업한 사람 중에서는 가장 강할 것이다.

‘저 녀석보다도.’

반대편에서 걸어 나오고 있는 이진수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나는 그 웃음을 바라보며 대련장의 중심으로 걸어갔다.

최고의 유망주.

천재.

이진수를 부르는 별명은 많았다. 그만큼 이진수의 특성과 재능은 뛰어났고, 많은 사람에게 이름을 알렸다.

헌터 학교를 다닐 때, 이진수의 얼굴을 딱 한 번 본적이 있었다.

1학년 때 진행된 대련 수업에 이진수가 왔었다. 나는 그때 이진수가 지었던 표정을 아직도 잊지 못했다.

경멸.

이진수는 그 안에 있는 동급생들을 벌레 보듯 쳐다보았다. 자기와는 등급이 다르다고, 한심한 놈들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의 표정이 딱 그랬다.

웃고 있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에 훤했다. 밑에 사람을 쳐다보듯 깔보는 눈에 입꼬리가 한껏 올라가 있었다.

‘너 따위가?’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양쪽에 서주시기 바랍니다.”

심판의 말과 함께 나와 이진수가 서로를 쳐다보며 거리를 벌렸다. 그러곤 세 번째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대기했다.

“포기한 거냐?”

이진수가 나를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김세아가 나오지 않고, 내가 나온 것에 대해 묻는 게 확실했다.

“그럴 리가. 이기려고 나온 거다.”

피식 웃은 이진수가 너스레를 떨었다.

“좀 웃겼다. 내가 학교에 있을 때 이렇게 웃긴 놈인 줄 알았으면 학교생활이 더 즐거웠을 텐데.”

“너 편할 대로 생각해라.”

나는 이진수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든 심리적으로 흔들어 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무시했다.

얼른 검은 막이 사라지고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천천히 검은 막이 사라지기 시작할 때, 내 신경을 거슬리는 이진수의 말이 들렸다.

“김세아는 질까 봐 겁먹고 안 나온 거지?”

내 목이 다시 이진수가 있는 쪽을 향해 돌아갔다. 그곳엔 먹잇감을 찾는 하이에나 한 마리가 있었다.

“너. 원래 이렇게 말이 많았냐? 실력 안 되는 놈들이나 하는 짓을 하고 있네. 최고의 유망주라는 이름이 혹시 말 많아서 받은 건 아니지?”

“재밌잖아. 조금만 툭툭 건드리면 알아서 무너져 내리는 게. 고상한 척, 점잖은 척하던 놈들도 다 똑같더라고.”

“그게 재미있는 거냐.”

“그래.”

이진수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애초에 그딴 훈련을 받았으니…… 됐다.”

지금의 이진수는 몸에 비해 정신연령이 어린 것 같았다. 어릴 적부터 강해지는 법을 배웠고, 강해지기 위해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단편적인 것만 해도 김세아가 그린 나래에서 받았던 훈련들이다. 그런 것을 계속해서 받은 상태에서 정신적인 성숙까지는 이루기 힘들었다.

특성을 개화하면서부터 천재라고 불렸고, 많은 사람의 관심 속에서 살아온 녀석이었다.

“김세아가 뭔가 얘기를 했나 보다? 여전히 나약해 빠져서는…… 쯧. 이겨낼 생각은 안 하고, 핑계만 대고 있나 보네.”

이번엔 내가 피식 웃었다.

“네가 틀린 거다. 김세아가 맞는 거고.”

마침내, 검은 막이 모두 사라지고 관객들 앞에서 나와 이진수가 소개되었다.

관객석에서 흘러나오는 엄청난 환호 속에서 이진수가 나지막하게 이야기했다.

가까이 있는 나에게만 들릴 정도의 소리였다.

“김세아에게 가서 전해. 결국 틀린 건 너라고.”

심판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나와 이진수는 각각 검을 들고, 검 끝을 바닥으로 내렸다. 심판의 신호에 따라 서로에게 인사를 하고 악수를 했다.

이진수와 나의 거리는 주먹 하나 정도로 가까워졌고, 나는 이진수에게만 들리게 이야기했다.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심판이 다시 신호를 보냄으로 인해, 나와 이진수는 거리를 벌렸다. 사방에서는 관객들이 응원을 하고 있었다.

그린나래와 이진수를 응원하는 사람들.

아이리스 길드와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

그들의 힘찬 응원 사이에서 심판의 휘슬이 울렸다. 그리고는 세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다.

챙!

동시에 움직인 검과 검이 부딪쳤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나와 이진수가 서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힘 싸움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진수가 검에 마나를 불어 넣으며, 힘으로 압박하려고 하면 나도 똑같이 마나를 불어 넣었다.

‘강해.’

확실히 이진수는 강했다. 왜 팀원들이 그런 암울한 표정을 지었는지 이해가 갔다.

검을 한 번 마주 댔을 뿐인데도 그 안에서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며, 나를 압도하려고 했던 것 같았다.

그러나 이진수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마나를 다루는 것에도 익숙해져 있었다.

검의 싸움은 마나의 싸움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진수의 표정이 조금 변했다.

검을 처음 마주쳤을 때만 해도, 이찬혁을 상대했을 때처럼 나에게 했다.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검을 쥐고 있었다.

‘놀랄 만도 하지.’

이진수가 약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이 정도까지 해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멈추지 않고, 마나를 끌어서 검으로 보냈다. 그러자 점점 이진수 쪽으로 내 검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때, 이진수가 검을 빼며 뒤로 이동했다. 나는 빠르게 달려가며 두 번째 공격을 시도했다.

챙! 챙! 챙!

연속으로 휘두른 검은 이진수의 검에 막혔다.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공격했다.

“와아아아아아!”

“오유성 잘한다!”

나에게 보내는 함성이 들려왔다. 그 함성에 힘입어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고, 이진수에게 틈을 주지 않았다.

이찬혁과는 다르게 내 검에 실린 공격은 한 방 한 방이 강력했기에 이진수가 여유 있게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여유가 없을 뿐, 이진수가 밀리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이진수 또한 강한 공격을 했기 때문이다.

서로 호각을 이루며 싸우고 있었기에 관객들의 환호는 절정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까 그 기센 어디 간 거지?”

내 말에 이진수가 이를 악물며, 검에 마나를 집중시켰다. 그러자 검에서 선명하게 빛나는 푸른 마나가 흘러나왔다.

무언가 강력한 한 방을 준비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준비할 시간을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형환위를 사용해 이진수에게 다가갔고, 펜던트를 향해 검을 찔렀다. 내 검 끝은 펜던트에 적중했고, 방어막에 균열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한 방으로 펜던트가 부서지지는 않았다. 대장전이니만큼 좀 더 방어막이 강했다.

내 공격을 그대로 받아들인 이진수가 반격을 해왔다. 이진수는 마나가 흐르는 검을 휘둘렀다.

내가 뒤로 피했지만, 검에서 흘러나온 마나가 거대한 검격을 만들어내며 나를 향해 날아왔다.

나도 빠르게 검에 마나를 집중시키며 검을 휘둘렀다. 마나로 이루어진 거대한 검격들이 만나 거대한 폭발을 만들어냈다.

콰아아앙!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바람은 강렬했다. 나는 하체 쪽에 힘을 주며 자세를 잡고, 실눈을 뜬 채 이진수를 감시했다.

삭!

나는 바람을 가르며, 이진수를 향해 달려갔다. 몸에 마나를 흘려 육체적인 능력을 상승시켰기 때문에 속도는 이전보다 빨라져 있었다.

내 빠른 공격에 이진수가 반응했다. 지금부터는 속도전이었다. 내가 사방으로 움직이며 이진수를 몰아쳤고, 이진수는 그 자리에서 내 공격을 받아냈다.

챙!

검이 부딪치며, 다시 거대한 바람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이진수가 더 강한 힘으로 몰아붙였고, 내가 잠시 뒤로 물러섰다.

그때, 하늘에서 강력한 마나가 탐지되었다. 잠깐 고개를 위로 올리기 거대한 검의 형상이 나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흡!”

나는 검을 들어 거대한 검을 막았다. 하지만 거대한 검은 무거웠다. 그 무게를 견뎌내기 위해 몸에 마나를 계속해서 보냈다.

그것을 본 이진수가 빈틈을 노리기 위해 달려오고 있었다.

‘이제 끝내자.’

나는 마나를 더욱 강하게 끌어올렸고, 거대한 검은 이제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른손에 들린 검을 크게 휘두르자, 거대한 검이 반으로 잘렸다. 자유로워진 나는 다가오는 이진수를 향해 달렸다.

검에 흐르는 마나에 정신을 집중했다. 흘러서 공중으로 사라지던 마나가 검에 모이기 시작하면서 압축되었다.

광선 검처럼 검 위에서 은은하게 빛을 내는 마나를 검에 집중시키는 기술이 바로 마나 블레이드였다.

마나 블레이드.

병장기를 다루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익히고 싶어 하는 기술이었다. 무기에 마나를 흘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강했다.

마나 블레이드는 숙련도에 따라 위력이 달라진다.

지금의 내 숙련도는 높지 않았다. 이것을 연습할 시간이라고는 이틀밖에 없었으니까.

“그…… 그건!”

천재라고 하는 이진수도 아직 익히지 못한 기술이 내 손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삭!

마나 블레이드는 이진수의 검을 베어냈다. 검신 부분이 허공으로 날아갔고, 나는 이진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쩌저적!

이전의 공격으로는 여러 번 베어야 했던 방어막이 한순간에 갈라지면서 산산이 조각났다.

아직 미완성 기술임에도 위력은 대단했다.

압도적인 차이.

이진수가 이찬혁에게 보여줬던 것을, 내가 다시 이진수에게 보여주었다.

이렇게 질 줄 몰랐던 이진수는 완전히 넋이 나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이진수는 나한테 질 줄은 상상도 못 했을뿐더러, 최근에 누군가에게 져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크윽!”

나는 갑작스러운 고통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심장을 부여잡았다. 마나 운용의 극대화 때처럼, 마나블레이드를 사용하려면 모든 마나를 끌어다 써야 했다.

그 반발력으로 인해 온몸에 무리가 갔다. 내 몸은 서서히 뒤로 쓰러져 대련장 바닥에 누웠다.

관객들의 환호 소리와 해설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유성 최고다!”

“세 번째 경기의 승자는 모두의 예측을 깬 오유성입니다. 이로써 길드 대항전의 최종 우승 길드는 아이리스 길드 입니다!!”

나는 온몸에서 일어나는 전율을 느끼며, 이진수를 쳐다보았다. 완전히 일그러진 이진수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더욱 자세하게 보기 위해 상체를 들어 올리려 했지만, 엄청난 고통이 뒤따라 왔다.

‘으…… 흐흐흐.’

그러나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 따위는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지금 기분은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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