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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105화 (105/177)

# 105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05화

25장 결승전(6)

주위는 이글거리는 열기로 가득했다. 곳곳에 있는 나무들이 활활 타고 있었고, 바닥에도 불길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는 것은 김세아의 얼음 마법으로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린나래 측은 레이나의 방어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시간 끌 생각은 하지 마.”

배찬기가 채찍을 휘두르며 말했다.

김세아는 그것을 보고 빠르게 얼음벽을 만들었다. 채찍은 얼음벽을 통과하지 못한 채, 주인의 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얼음벽은 주위의 열기로 인해 빠르게 녹아내렸다.

녹아내리는 얼음벽 너머로 그린나래의 선수 3명이 동시에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잠깐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김세아는 마나를 움직여 거대한 얼음벽을 허공에 만들어냈다. 얼음벽은 달려오고 있는 그린나래 선수들 위를 쫓아다니며 움직였다.

뚝뚝.

얼음벽이 움직이면서 더욱 빠르게 녹아내렸다. 얼음벽에서 떨어진 물이 그린나래 선수들의 옷을 적셨다.

“장난하나!”

“하하하. 포기를 직감하고 쇼를 하나 보네.”

그들이 김세아의 앞에 있는 얼음벽에 도착했을 때, 김세아는 뒤를 돌아보았다.

온몸에 강력한 스파크가 튀고 있는 한소희의 모습이 보였다. 한소희가 김세아를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김세아가 손을 가볍게 움직였다.

김세아와 한소희를 막아주던 얼음벽이 무너져 내렸다. 그와 함께 그린 나래 선수 3명의 모습이 보였다.

“잘 가.”

한소희가 손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동시에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강력한 번개가 지면을 향해 내리쳤다.

한 번이 아니었다. 번개는 계속해서 내리쳤고, 그린나래 길드가 서 있던 곳은 초토화되었다.

콰아아앙!

쿠구구구궁!

번개에 의한 번쩍임이 사라졌을 때, 그린나래 길드 3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시름 놓았네요.”

김세아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한소희에게 다가갔다. 원래라면 레이나의 방어 마법에 막힐 수도 있는 한소희의 마법이었다.

하지만 한소희의 마법이 통한 것은 김세아의 얼음벽과 열기가 만들어낸 물 때문이었다.

“전략이 제대로 먹혀서 다행이야.”

얼음 대지에서 방어했다면 이들의 이진수도 빠르게 왔을 것이고, 이들까지 합세해서 공격했다면 금방 뚫렸을 것이다.

그래서 한번 꼬아서 생각한 전략이었다.

전력 마법은 수 속성 마법과 상성이 좋았다. 그리고 전략은 제대로 먹혀들어갔다.

이젠 다시 아이리스 길드가 유리한 위치에 오게 되었다. 오유성이 오길 기다리며, 이진수와 만나지 않거나 시간만 끌면 되었다.

5분가량의 시간이 남았고,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게 뭐야. 나만 남은 건가?”

그때 이진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진수는 김세아와 한소희를 보며 웃고 있었다.

* * *

“후우…….”

나는 빠르게 달렸다.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졌는지 중앙 섬으로 가는 강에 길이 생겼다.

중앙 섬에 도착해 반대편까지 뛰어가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이미 반대편에 도착했을 때는 강에 있는 길이 사라진 상태였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이제 5분 정도의 시간이 남았고, 강 길이 다시 열리는 순간 이번 경기는 끝이 난다.

무조건 이 강을 건너서 화염 대지로 들어가야 했다. 문제는 강 안에 있는 몬스터들이었다.

수면 위로 머리를 드러낸 몬스터들의 입이 벌어졌다. 날카로운 이빨이 사정없이 딱딱거리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줄어드는 시간을 보면서 나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가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가 끝날 바에야, 시도라도 해보고 끝나는 게 나았다.

한 번에 절반 정도는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다음은 내 센스에 달렸다.

“해보자 어디.”

나는 잠깐 뒤로 물러난 다음, 몸에 마나를 퍼뜨렸다. 그리고는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가며, 지면을 박찼다.

부유감과 함께 내 몸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 상태에서 나는 밑을 내려다보았다.

정확히는 입을 벌리고 있는 몬스터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푸슛!

몬스터의 입에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워터볼과 같은 위력이었다.

단순 하나였으면 쉬웠겠지만, 사방에서 날린 물줄기로 인해 피할 곳이 극히 적었다.

나는 발 쪽으로 마나를 보냈다.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양의 마나를 발밑으로 퍼뜨렸다.

순간, 바닥에 서 있는 것처럼 공중에 내 몸이 섰다. 그 상태에서 빈틈을 노리며 움직였다.

퍼엉!

내 몸은 아래로 떨어졌고, 그 앞에는 다시 물줄기를 준비하는 몬스터의 입이 있었다.

검을 들어 물줄기를 베어냈다. 그리곤 다시 몸에 마나를 퍼뜨리며 몸을 가볍게 만들었다.

몸에 무게가 나가지 않아, 몬스터의 머리를 밟으며 다시 점프할 수 있었다.

몸이 무거웠다면 그 무게로 인해, 몬스터의 머리를 밟는 순간 강으로 빠졌을 것이다.

나는 그런 식으로 허공에 있을 때는 마나를 아낌없이 써가며 물줄기를 피했고, 강 쪽으로 떨어졌을 때는 몬스터의 머리를 밟으며 강을 건넜다.

그때, 강 위로 거대한 파장이 일어났다. 파장은 더욱 크게 퍼져 나갔고,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강에 잔파동이 사정없이 일어났다.

“쿠와아아아악!”

엄청난 덩치를 가진 지렁이 같은 몬스터가 강 속에서 몸을 드러냈다. 사방으로 강물이 튀었고, 지렁이 같은 몬스터는 자신의 입을 벌리며 나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그레이트 웜?’

머리 위에서는 그레이트 웜이 떨어지고 있었고, 밑에서는 다른 몬스터가 물줄기를 쏘아대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면에 화염 대지가 보인다는 점이었다. 마지막 한 번의 도약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은 그레이트 웜의 입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피하기 힘들어 보였다.

마나를 이용해 몸을 가볍게 만들고, 몬스터의 머리를 밟았다. 그 순간, 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역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강이 출렁거리며, 주위가 완전히 어두워졌다. 한마디로 나는 그레트 웜에 먹히는 중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 중에, 밑에서는 강이 사정없이 출렁거리며 몬스터가 입을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발에 마나를 보내며 몬스터의 입을 벌렸다. 그렇게 자세를 고정한 다음, 검에 마나를 흘려보냈다.

조금 있으면 나를 녹이려고 하는 산성 액이 나올 것이다. 그 안에 빠져나가야 했다.

삭!

아래서 위로 올리며 검을 휘둘렀다. 마나로 인해 한층 강해진 공격으로 그레이트 웜을 반으로 갈라내었다.

그 사이의 틈으로 점프하며, 화염 대지 위에 안착했다. 고개를 돌리자 강에서 장관이 일어났다.

그레이트 웜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강에서 강한 파도가 일어났다. 사방으로 솟구치는 강물과 함께 물속에 숨어 있던 몬스터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찌지지지직!

내 쪽으로 날아오는 강물들은 화염 대지의 열기에 모두 증발해 버렸다. 그것을 보고 나는 생각보다 멀쩡한 내 몸에 대해 놀랐다.

그러나 놀랄 시간도 아까웠다.

나는 마나 탐지를 사용하며 앞으로 달렸다.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서 강력한 마나 두 개가 충돌하고 있었다.

한소희는 아웃당한 모양이었다.

강력한 마나의 충돌 속에서 한쪽이 약간 밀리고 있었다. 그것이 김세아가 아니길 바라며, 나는 앞으로 빠르게 달렸다.

달리는 동안 주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화염 대지는 모든 것이 불타고 있었다. 나무부터 시작해서 지금 달리고 있는 바닥에서도 불타고 있었다.

심지어는 불에 타지 않는 바위에도 불이 붙어 있었다. 사방에서 끓어오르는 열기가 후끈거렸다.

콰아아아앙!

폭발음과 함께 엄청난 풍압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차가운 한기가 섞인 바람이었다.

동시에 공기의 온도가 달라졌다. 후끈거렸던 열기는 사라지고, 서늘한 공기가 주위를 가득 매웠다.

‘어……?’

나는 정면을 쳐다보며 잠깐 멈칫거렸다.

공기만 달라진 것이 아니었다. 김세아의 마법으로 인해 주변 환경까지 달라졌다.

얼마 멀지 않은 곳에 김세아와 이진수의 모습이 보였고, 그 일대가 얼어붙어 있었다.

화염 대지가 아닌, 흡사 얼음 대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열기는 사라지고 서늘함 남아 있었다.

중심에 있던 김세아와 이진수가 동시에 주춤거렸다. 나는 그것을 보며 다시 앞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나보다 먼저 움직인 사람이 있었다.

이진수가 자신의 오른손에 들린 검을 들고 김세아에게 향했다. 김세아는 마나와 체력을 모두 소모했는지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피해!”

나는 소리를 치며 이진수의 시선을 끌었다. 그러자 이진수의 고개가 살짝 움직였고, 나를 쳐다보며 웃었다.

입으로는 뭐라고 말하는 지 들리지 않았지만,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이미 늦었어.’

이진수는 그렇게 말했다. 다시 고개를 돌린 이진수의 검에서 마나가 흘러나왔고, 김세아를 향해 휘둘렀다.

몸에 남아 있는 마나를 사용하며 빠르게 달려보았지만, 김세아를 살리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나는 자세를 바꿔 이진수를 공격하기 위해 검을 쥐었다. 정면에서 하얀빛이 일어나며, 김세아가 아웃되었다.

그리고 김세아가 가지고 있던 깃발을 이진수가 챙겨 들었다.

“끝이다!”

마나가 담긴 내 검이 움직였고, 이진수의 목에 걸린 펜던트를 향해 쇄도했다.

그러나 내 검은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다. 무형의 힘에 의해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었다.

이진수는 그런 나를 보며 말했다.

“끝났네?”

시작과 함께 들렸던 나팔 소리가 다시 한번 크게 울렸다. 경기의 끝을 알리는 소리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드론을 쳐다보았다. 화면에 있는 카운터는 0이 되어 있었다.

“이번 승리는 그린나래다.”

이진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하얀빛이 일어났다. 내 몸은 포털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고, 그곳에서는 팀원들이 고개를 숙이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왜 그러고 있는 거죠?”

나를 제외한 나머지 팀원들은 이미 게임에서 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나마 김세아는 졌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주먹을 꽉 쥐며 자기 자신에게 분노하고 있었다.

이들의 기분도 충분이 이해했다.

최정환도, 한소희도, 이찬혁도 이진수와 직접적으로 겨뤄보았다. 그리고 분명한 실력 차이도 느꼈을 것이다.

아마 그래서 세 번째 경기에서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김세아.”

나는 김세아를 불렀고, 턱으로 포털쪽을 가리켰다. 내 신호를 받은 김세아가 입을 열었다.

“일단 돌아가죠.”

김세아가 먼저 포털로 이동했고, 뒤를 이어 팀원들이 이동했다. 나는 그들이 모두 이동하는 것을 보고 맨 마지막에 포털로 들어갔다.

* * *

아이리스 길드 대기석의 분위기는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대표단은 자리에 앉아 있을 뿐,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한쪽에서는 김찬익과 이지상이 지금까지 모인 이진수의 자료를 모아 정리하고 있었다.

강한수는 의미 모를 미소를 지으며,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린나래 길드 측의 대기석을 보았다.

분위기가 좋았다.

다들 웃고 있으며, 이미 세 번째 승리에서 이긴 것 같아 보였다. 이진수는 현재 신입 중 최고이니, 승리를 확신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관객들의 표정도 다를 건 없었다. 이곳까지 왔다는 것은 헌터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고, 이진수에 대해서도 충분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자리를 뜨지 않는 것은 아직 한 경기가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중앙의 거대한 스크린에서는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세 번째 경기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을 끌고 있는 중이었다.

“오유성. 이리로 잠깐 와봐.”

이지상의 부름에 나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이지상과 함께 대기석 밖으로 나갔다.

지금은 휴식 시간이기 때문에 화장실 정도는 다녀올 수 있었다. 구석진 곳에 도착한 이지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세 번째 경기에는 아마도 네가 나가게 될 거야.”

“김세아는요?”

아마 코치진들 입장에서는 김세아가 1순위였을 것이다.

“후우…… 길드 대항전 이후를 위해서 빼기로 했다. 이긴다면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지게 된다면…….”

이지상이 말끝을 흐렸다.

나는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김세아가 진다면, 아마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아이리스 길드 입장에서는 그런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다.

“다른 애들보다는 그나마 네가 멘탈을 잘 챙긴 것 같으니까. 한번 나가서 잘해봐. 이런 얘기하기 뭐하지만, 이미 질 각오도 하고 있어.”

“이겨야죠.”

“그래. 그런 파이팅 좋지. 후회 남기지 말고 네가 가진 것을 모두 보여주고 와라.”

방송에서 이제 곧 세 번째 경기가 시작된다는 내용이 흘러나왔고, 나와 이지상은 다시 대기석으로 복귀했다.

“양쪽 선수들은 모두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김세아에게는 김찬익이 설명했는지, 나를 쳐다보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는 그런 김세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팀장.”

“왜.”

“내 선에서 정리하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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