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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104화 (104/177)

# 104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04화

25장 결승전(5)

가만히 있던 이진수가 움직였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생각보다 컸다.

레이나를 비롯해 총 3명의 선수가 아웃된 상황에서도 이진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이진수가 지금 움직였다는 것은 그린나래의 전략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일단 마나 탐지를 사용했다. 이찬혁이 있는 곳을 확인하고 그쪽으로 몸을 날리며 생각했다.

‘뭘까.’

그린 나래의 전략을 얼마나 빨리 알아채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이대로 역전을 당할 수도 있었다.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 같다.

최정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를 악물고 있는 듯한 말투를 보니 이진수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 목소리를 들은 한소희가 무전을 했다.

-우리가 갈까?

그러나 바로 김세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요. 저흰 뒤로 빠져야 해요. 우린 얼음 대지로 이동하겠습니다.

지금은 김세아의 선택이 옳았다. 지금 저 둘은 두 개의 깃발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 상태에서 이진수에게 가는 것은 위험했다.

혹시라도 지금 아웃된 그린나래 측 선수들이 이진수에게 붙는다면 그대로 깃발 3개를 헌납하게 되는 것이다.

“오케이. 찬혁이를 도와준 다음 바로 이동할게.”

마나 탐지를 사용했을 때, 이찬혁과 박준호 이외에는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빠르게 박준호를 정리하고, 이찬혁과 함께 얼음 대지로 이동해야 했다. 무슨 전략인지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변수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었다.

내가 아니더라도 김세아와 한소희가 열심히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챙! 챙!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그곳에는 이찬혁과 박준호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마나를 모두 사용했는지, 오로지 육체적인 능력만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이런 지독한…… 놈.”

박준호는 더 거친 언어를 사용하려 했으나, 카메라를 의식해서 말을 바꿨다.

이찬혁은 묵묵히 박준호를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말할 힘조차 아끼면서 싸우는 중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빠르게 상황 정리를 하기 위해 검을 꺼내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찬혁이 끝까지 싸우게 하고 싶었다. 그런 데서 얻는 자신감이나 경험은 중요하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이리스 길드가 길드 대항전에 승리를 할 수 있냐 없냐가 걸린 상황이었다.

그런 사소한 배려 하나로 인해, 팀이 질 수도 있었다. 대장전에서 이진수에게 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일부러 유리한 상황을 망칠 필요는 없었다.

“으아아아!”

내가 나서기 직전에 상황은 종료되었다. 이를 악물고 달려든 이찬혁의 기합과 함께 박준호가 먼저 바닥에 쓰러졌다.

마지막은 거의 정신력 싸움이었는데 이찬혁이 그 부분에서 더 뛰어난 모양이었다.

이찬혁이 검을 들어 박준호를 마무리 지었다. 하얀빛과 함께 박준호가 밖으로 아웃되었다.

선뜻 가자 하기에는 이찬혁이 너무나 지친 상태였다. 조금의 휴식이 필요해 보였다.

“일단 업혀.”

뭔가 꼴이 우습긴 하지만, 나는 이찬혁을 등에 업고 달렸다. 이미 육체적인 능력이 뛰어났기에 이찬혁의 무게로 인해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없었다.

이곳에서 얼음 대지를 가려면 섬 중앙을 가로질러 가거나, 화염이나 평야를 지나서 이동해야 했다.

‘아!’

나는 평야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시간을 끌고 있는 최정환을 도와 이진수를 아웃시키기 위해서였다.

이진수를 쓰러뜨린다면 전략이 뭐든 간에 차질이 생길 게 뻔했다.

그린나래의 핵심은 이진수이니까, 이진수가 없다면 전략은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

“김세아. 내가 정환 선배 쪽으로 붙어서 이진수를 저지할게.”

-그래, 알겠어.

김세아가 오케이 신호를 보냈고, 나는 이찬혁을 근처에 있는 돌에 내려놓았다.

“넌 좀 쉬고 바로 얼음 대지로 합류해.”

“그래.”

나는 평야 쪽으로 달리며 다시 무전을 했다.

“정환 선배 지금 상황 어때요?”

그러나 최정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앞에 있는 강에 때마침 길이 생겼다. 속도를 올림 강을 건너 평야 대지에 도착했다.

드넓은 평야에는 어느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정환 선배?”

다시 물어보았지만, 역시나 대답은 없었다. 중요한 건 이진수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때, 김세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없어?

“어. 아무래도 이진수가 아웃시킨 것 같다.”

혹시나 정신없는 상황이라 대답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빠르게 온 것이었다.

근데 현장을 보니 이미 상황은 종료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머릿속에 무언가 하나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젠장…….”

나를 찍고 있는 드론 위에 달린 화면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이 적혀 있었다.

[09:00]

‘이걸 노린 거였어.’

경기는 이제 9분도 채 남지 않았다. 현재 아이리스 길드는 최정환이 아웃되었고, 10분이 지난다고 해도 경기에 돌아오는 게 불가능했다.

10분 후면 경기는 끝나있을 테니까.

그에 반해 그린나래 길드는 5명 모두 살아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현재 경기장에는 이진수만 남아 있지만, 레이나와 배찬기, 한수종은 10분이 지나 언제든지 경기장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날 무렵에 박준호까지 가세한다면 그린 나래 길드는 5명 모두 경기장에서 활동할 수 있었다.

“찬혁아!”

나는 먼저 이찬혁의 생사를 확인했다. 그러나 이찬혁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당한 것이 분명했다. 상황이 한순간에 불리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이찬혁을 찾는 것에서 뭔가를 감지했는지 김세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야?

“정환 선배와 찬혁이까지 모두 당했어. 이건 내 실수야.”

첫 번째 경기를 이기면서, 마음 한구석으로 방심을 해버렸다. 거기다 이진수를 이길 자신까지 있으니, 그 사이로 엄청난 틈이 생긴 것이었다.

-그럼 두 번째 플랜으로 넘어갈 테니까. 너도 빨리 그쪽으로 합류해.

첫 번째 플랜은 다수의 깃발을 구한 다음에 방어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얼음 대지와 김세아의 마법을 이용한다면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수적 우위에서 불리하게 된 상황에서 방어는 좋지 않았다.

현재 다 모이게 된다면 그린나래 길드 5명을 나와 김세아, 한소희가 막아야 했다.

그저 그런 길드였다면 가능할지 몰라도, 상대방은 그린나래 길드였다.

혹시나 이럴 상황을 대비한 계획이 있었다. 여러 가지 계획이 있었지만, 김세아는 두 번째 플랜을 선택했다.

방어보다는 더욱 공격적으로 하는 플레이였다. 두 번째 플랜에서 중요한 것은 김세아와 한소희였다.

무대는 화염 지대.

화염 지대는 내가 있는 곳에서 대각선에 위치한 곳에 있었다. 나는 최단 거리로 이동하기 위해 섬 중앙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때, 내 마나 탐지에 마나가 감지되었다. 하얀빛과 함께 한수종이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은 시작부터 마나를 끌어올리며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한 놈이라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 나는 검을 쥐며 마나를 끌어올렸다.

팡!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흐릿한 구체 하나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검을 들어 흐릿한 구체를 베었다. 구체가 베이면서 강한 바람을 일으켰다. 바람에 의해 내 머리카락이 휘날렸고, 바닥에 있던 모래가 휘몰아쳤다.

‘바람이라…….’

한수종이 다시 흐릿한 구체 여러 개를 날렸다. 나는 그것들을 베어내며 앞으로 달렸다.

아무래도 시간을 끌려고 하는 것 같은데 장단을 맞출 때가 아니었다.

펑! 펑! 펑!

흐릿한 구체들이 터져나가고, 한수종의 주위로 강력한 바람이 일어났다. 점점 강해지는 바람은 회전을 하며 거대한 토네이도를 만들어냈다.

“흡.”

나는 다리에 힘을 주며 바닥에 검을 박고 자세를 잡았다. 강력한 바람에 의해 자세가 무너질 뻔했다.

평야에 가득한 모래까지 합세하며 더욱 큰 모래 폭풍을 만들어냈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한수종이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토네이도는 한수종과 나 사이에서 좌우로 움직였다.

‘머릴 썼네.’

토네이도가 제자리를 맴도는 것은 한수종의 꼼수였다.

내가 뒤로 빠지면 나에게 다가올 것이고, 한수종에게 붙으면 바로 방어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래.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돼.”

“쯧.”

나는 자세를 완전히 잡은 상태에서 검을 뽑았다. 그러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토네이도 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내가 무언가를 하려고 한 것을 본 한수종이 더욱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토네이도가 더욱 빠르게 회전했다.

“흡.”

호흡을 멈춘 뒤에 검에 마나를 불어 넣었다. 양손으로 잡은 검에서는 마나가 흘러나와 거대한 검의 형태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토네이도가 움직여 한수종의 앞을 가렸다. 그러나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검을 위에서 아래로 빠르게 휘둘렀다.

검에서 나온 마나가 거대한 참격을 만들어내며 토네이도를 절반으로 갈랐다.

일순간 토네이도가 절반으로 갈라졌고, 그 중심에는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한수종의 모습이 보였다.

곧 한수종의 모습이 하얀빛과 함께 사라졌다. 방어막이 일정 충격을 받아 경기장에서 아웃된 것이다.

퍼어어어엉!

콰아아아앙!

바닥이 갈라지고, 토네이도에 실렸던 마나가 한순간에 사라지면서 풍압이 일어나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모래바람이 자욱했다. 나는 그저 검을 바닥에 꽂아 바람에게서 몸을 지켰다.

후폭풍이 꽤나 강렬해, 온몸에 힘을 바짝 주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주위가 잠잠해졌을 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세아. 현재 상황은 어때?”

나는 머리와 옷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며 말했다. 그러나 김세아의 답변은 들리지 않았다.

“한소희 선배님?”

한소희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른 녀석과 만났다면 분명 무전을 했을 텐데,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

나는 손가락을 들어 칩을 붙였던 귀에 가져가 보았다.

‘없다.’

무전을 하기 위해 필요한 칩이 사라져 있었다. 아무래도 방금 전의 여파로 인해 귀에서 떨어져 나간 것 같았다.

[06:05]

남은 시간은 6분.

그린 나래 길드는 4명이 남았고, 아이리스 길드는 3명이 남은 상황에서 나는 저쪽의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좀만 버티고 있어라.’

나는 김세아와 한소희가 있는 화염 지대를 향해 달렸다.

* * *

“오유성?”

김세아는 계속해서 무전을 날렸지만, 대답이 없었다. 옆으로 한소희가 다가와 물었다.

“네 목소리 잘 들려. 우리 무전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그러게요. 아무래도 오유성이 가지고 있는 무전기가 고장 난 것 같아요.”

오유성이 쉽게 당했을 리는 없었다. 첫 번째 경기에서 보여줬던 것을 생각하면, 무전기가 고장 났다고 생각하는 게 옳았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별거 없었다. 앞에 있는 그린나래 길드 3명이 이쪽을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레이나, 배찬기, 박준호.

이진수는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오유성과 만나지는 않았다. 평야에서 갈라졌으니, 오유성은 한수종과 만났을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선배. 준비되셨죠?”

“그래.”

김세아는 앞에 있는 3명을 쳐다보며 마나를 끌어올렸다. 아마 오유성보다는 이진수가 이곳에 먼저 도착할 것이다.

그전에 저 3명을 쓰러뜨려야 했다.

“그냥 얼음 대지에 있었으면 시간을 더 벌었을 텐데. 일부러 져주려고 그런 건가?”

박준호의 입이 나불거리고 있었다. 아마 약이 올라도 잔뜩 올랐을 것이다.

오유성에게도, 이찬혁에게도 졌으니까.

얼음 대지에 있었다면 분명 자신과 속성이 맞아 더욱 강한 방어를 할 수 있었겠지만, 그것도 소수일 때지 다수가 두드린다면 장담할 수 없었다.

옆에서 한소희가 피식 웃으며 박준호를 향해 말했다.

“우리가 정말 아무런 준비 없이 이곳에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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