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역대급 수련-102화 (102/177)

# 102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02화

25장 결승전(3)

포털 안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언덕이 보였다. 내 뒤로 다른 대표단이 모두 넘어왔다.

어지러움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공략한 던전이 한두 개가 아니라, 내 몸도 이제 적응을 했다.

나는 앞에 보이는 언덕 위로 올라갔다.

“이야…….”

옆에서 이찬혁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찬혁뿐만 아니라, 다른 김세아와 최정환, 한소희 모두 놀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 때문이었다.

이미 전력 회의 때, 사진으로 본 광경이었지만 이렇게 실제로 보니 체감이 달랐다.

우리가 서 있는 언덕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밑에 있는 깃발 뺏기의 무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글거리는 화염으로 가득 찬 곳.

혹한의 냉기가 모든 것을 얼려 버린 곳.

아무것도 없는 모래만 바람에 휘날리는 곳.

빽빽이 자라난 나무들이 밀집해 있는 곳.

그 가운데에 강이 보였고, 중앙에는 조그마한 섬이 보였다.

저 무대가 바로 깃발 뺏기가 진행될 곳이었다.

“이렇게 보니까 또 다르네.”

“그러게.”

우리가 한창 무대를 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뒤에서 진행자가 다가왔다.

“준비는 다 되셨습니까?”

이미 전략적으로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는 다 정해졌다. 따로 준비할 것은 없었고, 경기만 시작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예, 저흰 준비됐습니다.”

김세아의 말에 진행자는 ‘던전 캠’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목걸이 형식으로 되어 있어 목에 걸면 되는 것이었다. 곧바로 목에 걸어보자 던전 캠에서 빛이 나며 흔들리지 않도록 가슴 쪽에 붙었다.

“던전 캠으로 찍히는 것도 모두 방송으로 나갈 겁니다. 라이브 방송이기 때문에 저희가 일일이 검열할 수 없습니다. 부적절한 언행이나 행동이 그대로 방송에 나가도 헌터 협회 측에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대표단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언행이 거친 편은 아니니 문제 될 만한 것은 없었다.

“그럼 간단하게 규칙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한 사람당 두 번의 목숨이 있습니다.”

진행자는 우리들의 목에 걸려 있는 펜던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보호막이 없어지게 되면, 자동으로 경기장 밖으로 나가질 겁니다. 그리고 10분이 지나면 다시 경기장 안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하는 내용은 미리 들어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혹시 모르는 부분이 있을까 싶어 집중해서 진행자의 말을 들었다.

“총 경기 시간은 40분입니다. 제한 시간 내에 깃발을 가장 많이 들고 있는 길드가 이깁니다. 단, 구역별 이동에 제한이 있습니다.”

처음 듣는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얼음 지대에서 화염 지대로 바로 이동할 수 없습니다. 5분에 한 번씩 지대를 나누는 강물이 사라질 때만 이동이 가능합니다.”

나는 진행자의 말에 손을 들었다. 그러자 진행자가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았다.

“강을 건너서 이동하는 건 가능합니까?”

“아, 예……. 뭐 불가능한 건 아닌데…… 그렇게 추천하는 방법도 아닙니다.”

진행자는 수수께끼를 내는 사람처럼 미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나는 무슨 의미인지 고민해 보았다.

가능한데 추천하지 않는다는 것은 뭔가 함정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

“아, 이제 5분 남았습니다. 다들 자리에 서주시고. 여기서부터가 얼음, 화염, 평야, 숲으로 가능 텔레포트 마법진입니다.”

진행자가 오른쪽에 만들어진 마법진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우리는 그 앞에 가서 준비를 했다.

이찬혁과 나는 숲.

한소희는 화염, 김세아는 특성에 맞는 얼음 마법진 앞으로 가서 섰다. 마지막 최정환은 하나 남은 평야 앞으로 가서 준비했다.

나 또한 이찬혁과 숲으로 가긴 하지만, 바로 중앙에 있는 섬으로 달릴 예정이었다.

각자 한 구역씩 맡고, 빠르게 정리되는 대로 다른 구역에 합류하는 것이 기본 계획이었다.

“자, 그럼 들어가시죠. 각 구역에 자리를 잡은 뒤, 1분 후에 경기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울릴 겁니다.”

한소희가 먼저 마법진에 발을 올리며 말했다.

“화이팅!”

그리고 빛과 함께 사라졌다. 뒤이어 최정환이 움직였다. 따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눈빛으로도 충분했다.

“먼저 가.”

나는 김세아를 보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김세아가 피식 웃으며 마법진에 발을 올렸다.

“잘해보자.”

김세아가 사라지고, 나와 이찬혁 또한 마법진에 발을 올렸다.

파아앗!

환한 빛과 함께 약간의 부유감이 들었다. 그리고 발이 바닥에 닿는 느낌과 함께 빛이 사라졌다.

“으음, 나무 냄새.”

“향긋하네.”

주변에는 우리보다 키가 두 배는 큰 나무들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지이이이잉!

날개 달린 드론 하나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카메라가 달려 있었고 그 위에는 디스플레이 화면 장치가 보였다.

그 화면 장치에서는 1분이라는 시간이 카운트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는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는 길이 어딘지 확인해 보려 했지만, 나무들이 워낙 많아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카운트가 끝나는 대로 나무 위로 올라가야겠네.’

나무 위로 올라가면 빠르게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그때 귓속으로 김세아의 말이 들렸다.

-다들 들리죠?

“그래.”

“어.”

-잘 들린다.

-잘 들려.

무전기도 이상 없고, 이제 정말 경기가 시작되는 것만 남았다. 카운트가 점점 줄어들면서, 긴장감이 점점 고조되었다.

이번만 이기면, 아이리스 길드가 그린나래를 꺾고 길드 대항전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린나래 길드는 이번 깃발 뺏기에서 이를 악물고 달려들 것이다. 이번에 지면 정말 끝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이진수가 서 있을 거고, 내 목표는 이진수를 제압하고 아이리스 길드를 우승시키는 것이었다.

“후우…….”

옆에서 이찬혁이 숨을 고르고 있었다. 긴장은 조금 한 것 같지만,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오히려 적당한 긴장을 하는 것이 더욱 좋았다.

“잘해보자.”

“그래.”

디스플레이 화면에 남은 시간은 5초.

4초.

3초.

2초.

1초.

그리고 마침내 0으로 변하면서, 경기장 내에 거대한 나팔 소리가 울러 펴졌다.

부우우우웅!

시작 신호와 함께 나는 몸을 날렸다. 지면을 박차고 근처에 있는 나무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팟!

근처에 있는 나뭇가지를 잡았다. 뒤를 돌아보니, 이찬혁은 이미 움직였는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나뭇가지를 잡아당기며, 그 반동으로 빠르게 위로 향했다. 단 한 번이면 충분했다.

“저기군.”

나무 위로 올라오니 어디가 어딘지 눈에 들어왔다. 그중 강가의 중앙에 있는 섬이 보이는 곳으로 방향을 잡고 몸을 날렸다.

* * *

아이리스 길드 내부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 앞에 꽤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오른쪽에는 뷔페식으로 다양한 음식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왼쪽에는 다양한 술과 음료가 준비되어 있었다.

길드원들은 각자 자신이 원하는 음식과 마실 것을 챙겨 자리에 앉아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채하나 또한 근처에 있는 구석 자리에 앉았다. 젓가락을 들어 그릇에 가득 담긴 음식 중 하나를 집었다.

“음, 맛있네.”

그러곤 옆에 있는 맥주 캔을 따서 마셨다. 원래라면 오늘 또한 많은 서류에 파묻혀 보내야 했겠지만, 이태수의 특별 지령이 있었다.

모든 길드원에게 오늘 하루만 특별 휴가가 주어졌다. 아이리스 길드가 결승전을 치르고 있으니, 다 같이 모여서 응원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덕분에 여유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비록 내일이면 다시 업무의 늪에 빠지겠지만, 오늘 하루를 이렇게 보낼 수 있는 것으로도 행복했다.

“크으!”

맥주 하나를 뚝딱 하고, 두 번째 캔을 땄다.

“우우우우우!”

“이진수 저거 완전 치졸한 새끼네.”

“저건 좀 비매너 아니냐.”

갑작스러운 웅성거림에 채하나가 고개를 들어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이진수와 이찬혁의 대결 장면이었다.

“기 제대로 죽이려고 작정했네.”

채하나는 고개를 절레 흔들며, 음식을 집어 먹었다. 그리고 세 번째 캔을 땄을 때, 이번에는 큰 침묵이 찾아왔다.

너무나도 고요했기에 다시 고개를 들어 스크린을 보았다. 거기선 너무나도 빠르게 끝나 버린 오유성의 경기를 다시 보여주고 있었다.

“역시 내가 제대로 봤어.”

빠르게 한 접시를 비우고, 채하나는 다시 뷔페를 돌며 음식을 담아 자리로 돌아왔다.

최정환이 승리를 챙겼고, 뒤이어 김세아가 나왔다. 그리고 김세아가 마법을 사용할 때, 함성이 터져 나왔다.

머리 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 채하나는 뿌듯함을 느꼈다.

“열심 굴려댄 보람이 있네.”

그리고 김세아의 마법이 먹혀들어가면서, 아이리스 길드가 첫 번째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갔다.

“술맛 좋다. 오늘따라 더 맛있네. 낮술이라 그런 건가.”

채하나의 곁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채하나 님, 연락 왔습니다.”

채하나는 능숙하게 전화를 받아 귀로 가져갔다.

“네엡.”

전화기 너머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의 주인은 이태수였다.

-잠깐 위로 올라와라.

목소리를 보아하니, 뭔가 중요한 이야기인 것 같았다. 채하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몸 안에 있는 취기를 마나로 태워 버렸다.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전화기를 다시 건네고, 밖으로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띵!

엘리베이터는 빠르게 위로 올라갔고, 이태수의 집무실이 있는 층에서 내렸다.

똑똑!

“들어가겠습니다.”

채하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이태수가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디 가십니까?”

“너도 따라와라. 가면서 이야기하마.”

채하나와 이태수는 1층으로 내려와 준비된 차량에 탑승했다. 채하나는 여전히 궁금한 표정으로 이태수를 쳐다보았고, 가만히 있던 이태수의 입이 열렸다.

“길드장님이 나오셨다. 지금 길드장님을 모시러 가는 길이다.”

* * *

나는 앞에 보이는 뗏목을 쳐다보았다.

섬 중앙으로 가기 위해선 정해진 시간을 기다리거나, 뗏목을 타고 이동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왜 진행자가 강을 건너는 것에 대해서 웃었는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강에는 몬스터들이 있었다.

쉽게 잡을 수 없는 강력한 수중형 몬스터들이었다. 아마 마석으로 만들어 놓은 몬스터들이 분명했다.

하지만 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목에 걸린 펜던트로 인해 방어막이 모두 소모되면 자동으로 바깥으로 이동될 테니까.

그러나 그렇게 되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깃발도 얻지 못하고, 목숨 하나를 잃는 것과 똑같았다. 나는 일단 5분을 기다리는 것으로 결정했다.

아직 상황은 초반이고, 팀원들에게서 지원 요청이 들어온 것도 없었다.

5분이 지나고, 강물이 갈라지면서 사람이 한 명 지나갈 수 있는 길이 나타났다.

마치 성경에 나오는 모세의 기적과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그 길을 따라 쭉 달렸다. 섬에 도착하는 것까지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바로 섬 중앙으로 들어가지 않고, 잠깐 멈춰서 갈라진 강물이 다시 합쳐지기를 기다렸다.

‘1분.’

길이 열리는 시간은 1분이었다. 그것까지 확인하고 섬 중앙으로 이동했다.

“구르르.”

듬성듬성 있는 나무들과 바위가 있었고, 그 중앙에는 거대한 개구리 한 마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바위에 보라색 깃발 하나가 꽂혀있었다.

‘저거군.’

나는 모든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 바로 움직이지 않고,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저 개구리를 한창 공략하고 있을 때, 그린나래 길드 쪽 선수가 나타난다면, 꽤나 귀찮아질 수 있었다.

다른 녀석이라면 상관없지만, 이진수나 레이나가 나타난다면 내가 역으로 당할 우려도 있었다.

마나 탐지를 사용해 중앙 섬 일대를 탐색했다.

그리고 마나 탐지에 걸린 것이 있었다. 누군가가 내 반대편에서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다행히도 이진수나 레이나는 아니었다.

나는 몸을 날려, 개구리를 피해 반대쪽으로 이동했다. 저 멀리서 달려오고 있는 그린나래의 선수가 보였다.

채찍을 무기로 사용하는 배찬기였다.

그도 나를 보았는지, 속도를 줄이면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도 검을 빼 들어 전투 준비를 했다. 저 녀석을 쓰러뜨리면 10분간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배찬기도 채찍을 꺼냈다. 채찍을 휘두르자 길이가 늘어나며 내 검을 옭아맸다.

“박준호 이겼다고 기세등등한 것 같은데. 날 만난 것을 후회하게 해주지.”

나는 왼손으로 채찍을 잡으며, 내 쪽으로 확 당겼다. 그러자 배찬기도 내 힘을 이기지 못하고 같이 딸려왔다.

당황한 배찬기에게 씨익 웃어주며, 나는 입을 열었다.

“일단 10분 쉬고 다시 와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