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98화
24장 준비(3)
내 앞에 서 있는 도플갱어는 미친놈처럼 킥킥 웃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나를 쳐다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이 힘. 내가 가져야겠다.”
도플갱어는 자신이 원하는 대상의 모습으로 행동할 수 있었다. 또한 대상을 죽인 뒤에 대상의 기억을 흡수하여, 그 대상의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렇게 안 될 거다.”
앞에 보이는 또 다른 내 모습이 쉽게 적응되지는 않지만, 도플갱어의 바람은 이뤄지기 힘들었다.
마석에 의해 가상으로 만들어진 녀석이었고, 마법사의 손짓 한 방이면 그대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물론, 나한테 처리되어도 똑같은 결말을 맞이할 것이다. 나는 손에 들린 검을 꽉 쥐며, 앞에 있는 내 모습을 한 도플갱어를 쳐다보았다.
‘찝찝하긴 하네.’
발칸은 내 모습이 아닌 중년 남성의 모습으로 나와 싸웠다.
내가 가진 힘만큼만 사용했기 때문에, 해볼 만하다는 생각으로 싸웠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
저 도플갱어도 나와 똑같은 힘만 사용할 수 있었다. 아마 실력적으로도 뒤처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내 얼굴과 몸을 한 상대를 공격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내 경험과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일이니 하긴 하지만, 썩 내키지는 않았다.
“저 얼굴만 어떻게 못 바꿉니까.”
내 말에 강한수가 마법사를 쳐다보았지만, 마법사는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안 된다는 뜻이었고, 나는 정명에 있는 도플갱어를 바라보았다.
들고 있는 검까지 똑같았고, 상대방을 파악하는 행동조차도 같았다.
가만히 탐색을 하고 있던 도플갱어와 두 눈이 마주쳤다.
순간 나와 도플갱어의 몸이 움직였다. 지면을 박차고 달려나가면서 검을 휘둘렀다.
챙!
서로의 검이 마주쳤고, 나는 거울 속에서만 보던 내 얼굴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도플갱어가 내 얼굴을 가지고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상대방에게 저런 미소를 지을 줄만 알았지, 막상 저런 얼굴을 내 눈으로 보게 되니 없던 짜증이 확 올라왔다.
“합!”
도플갱어가 힘을 주며 나를 밀어붙이려고 했다. 나는 도플갱어의 검을 쳐내고 뒤로 빠지며 자세를 잡았다.
도플갱어가 기세를 풍기며 검을 휘둘렀다. 아주 익숙한 공격 경로이기 때문에 막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게 문제였다.
역공을 취하는 내 공격들을 도플갱어가 그리 어렵지 않게 막아내고 있었다.
변칙적인 공격을 섞기 위해 발이나 주먹을 사용해 보았지만, 이미 도플갱어의 예상 범위 안이었다.
‘너무 쉽게 생각했나.’
발칸도 내 수준에 맞는 힘을 사용했지만, 그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이 움직이는 도플갱어를 상대하는 것은 발칸과의 싸움과 비교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도플갱어는 정말 진심으로 나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 내가 가진 힘을 자신이 가지고, 나로 살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이 힘이라면…….”
도플갱어가 잠시 몸을 부르르 떨더니, 모습이 빠르게 사라졌다. 내 몸은 눈으로 의식하는 것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몸이 돌아가며, 검을 휘둘렀다.
뒤를 노리고 들어온 도플갱어의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격이 막혔음에도 도플갱어는 웃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웃겨!”
나 또한 이형환위를 사용하며, 도플갱어를 공격했다.
감각을 한층 더 끌어올려, 눈으로 확인하고 싸우는 것이 아닌 몸으로 느껴지는 감각에 의존하며 싸웠다.
몸에 마나를 퍼뜨리며, 육체적인 능력도 끌어올렸다. 승기를 잡고 확실하게 끝내기 위해서 도플갱어를 몰아쳤다.
챙! 챙!
갑작스럽게 빨라진 공격에 도플갱어 또한 육체적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것까지 따라 하네.’
나와 도플갱어의 검이 부딪칠 때마다 충격파가 발생했다. 그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 마치 동시에 터지듯 대련장을 가득 메웠다.
쾅! 쾅! 쾅!
결투가 지속되면서 몸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충격을 그대로 받아들인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그건 도플갱어도 마찬가지였다.
“쳇!”
혀를 차며, 더욱 거세게 나를 몰아치려 하고 있었다. 나는 도플갱어의 공격을 막아내며, 마지막 일격을 준비했다.
남은 마나도 얼마 없었고, 더 이상 시간을 끌어도 결판이 나기는 어려워 보였다.
‘이겨야지.’
강한수에게 자신감 넘치게 이야기한 것도 있지만, 나 스스로도 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나는 마나를 오른쪽 어깨부터 시작해서 팔까지 집중적으로 보냈다. 그리곤 도플갱어에게 다가가 엄청난 속도로 검을 휘둘렀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검은 도플갱어의 전신을 노렸다.
“으아아악!”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린 도플갱어가 내 공격을 따라 했다. 서로의 접전 끝에 거대한 충격파가 일어났다.
‘지금!’
나는 검에 마나를 불어 넣으며, 충격파를 갈랐다. 동시에 이형환위를 사용해 도플갱어에게 달라붙어 심장에 검을 찔러 넣었다.
“크헉!”
“큭!”
그러나 도플갱어도 쉽게 당해주진 않았다. 도플갱어가 들고 있던 검은 내 왼쪽 허리에 박혀 있었다.
조금만 더 높았으면, 심장에 박힐 뻔한 공격이었다. 도플갱어는 몸이 흐릿해지면서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마석 하나가 바닥에 굴렀다.
내 허리에 박힌 검 또한 같이 사라졌다. 그러나 상처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검이 찔린 곳에서는 피가 흘렀고, 내 옷이 피에 젖어 붉어졌다.
“퉤!”
나는 입안 가득히 차 있는 죽은 피를 뱉어냈다. 출혈 때문에 머리가 핑하고 돌기 시작했다.
마나까지 과하게 사용했기에 어지러움은 더욱 극에 달했다. 나는 비틀거리는 몸으로 서 있기가 힘들어, 그대로 바닥에 앉았다.
그리곤 몸을 뒤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숨을 고르게 쉬었다. 그런 내게 강한수가 다가왔다.
“마셔라.”
강한수가 내게 붉은 액채가 담긴 병을 건넸다. 농도가 진한 것을 보니 꽤나 비싼 값을 하는 체력 포션이 분명했다.
“마셔도 되는 겁니까?”
“그래.”
나는 거절하지 않고 체력 포션을 입안으로 들이부었다. 끈적끈적한 액체가 목을 타고 몸 안으로 들어갔다.
비싼 값을 해서 그런지 효과가 바로 일어났다. 검에 찔린 상처가 빠르게 아물었고, 고통도 금세 사라졌다.
몸에 다시 활력이 넘쳐 흘렀다.
나는 바닥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나 강한수를 쳐다보았다. 강한수가 이번에는 마나 포션을 건넸다.
이번에도 사양하지 않고, 마나 포션을 마셨다. 완전히 비워져 있던 마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이번에 아이리스 길드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기로 결정이 났다.”
강한수의 말을 들으며, 나는 마나가 회복되는 것을 기다렸다. 저 옆에서는 마법사가 새로운 마석을 꺼내고 있었다.
“길드 측에서도 이번 길드 대항전에서 승리를 예상하고 있는 겁니까?”
“단순히 승리를 예상하는 차원에서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고. 한마디로 너희에게 투자를 한다고 생각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강한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리스 길드도 어떻게 보면 사업을 하는 것과 같았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곳에 투자할 리가 없었다.
현재 길드 대표단은 앞으로 아이리스 길드 내에서 핵심 멤버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길드 대항전에서 우승을 한다면, 아이리스 길드에서는 투자 이상의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 준우승에 그친다고 해도, 한층 성장한 길드 대표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원 범위는 어디까지입니까?”
“말 그대로. 전폭적인 지원이다.”
“그럼 이런 포션류는 물론 방금 전 같은 도플갱어와 싸우는 것도 제한 없이 가능한 겁니까?”
내 질문에 강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사실 훈련이라는 과정이 오래 걸리는 것은 회복 때문이다.
소모된 체력과 마나가 돌아와야 다시 훈련을 할 수 있는데, 회복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당연히 하루에 할 수 있는 훈련 시간은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던전을 공략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성능 좋은 체력 포션과 마나 포션만 있다면 그 시간을 더욱 단축할 수 있었다.
“당장 시작하죠.”
강한수가 대련장 밑으로 내려가고 마법사가 대련장 안으로 마석을 던져 넣었다.
마석에서 빛이 흘러나오며,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한 도플갱어로 변했다.
나는 검을 들고 도플갱어를 향해 달렸다.
‘뽕 좀 뽑아 볼까.’
* * *
“후우후우…….”
나는 상체를 숙인 채 숨을 빠르게 쉬었다. 이미 옷은 땀과 피에 젖어 얼룩이 진 지 오래였다.
옆에 준비되어 있는 체력 포션 하나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렇게 마셨는데도 아직 많은 체력 포션이 남았다.
지금까지 싸운 도플갱어의 숫자만 해도 10마리는 넘어갈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계속 이겼지만, 완벽한 승리를 하지는 못했다.
어디 한 군데를 베이거나 찔리거나, 도플갱어의 최후의 발악에 항상 당했다.
그것을 당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체력 포션과 마나 포션을 마신 다음에 도플갱어와 싸웠다.
오늘 안에 성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은 아니지만, 생각 쉬울 것 같으면서도 어려웠다.
“이제 더 이상 못 마시겠네.”
나는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한수는 볼일을 본다며 자리를 뜬 지 오래였다.
도플갱어를 만들어주는 마법사는 자동 반사적으로 마석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마법사에게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내 말에 마법사는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마석을 수거했다. 그러고는 빠르게 대련장을 벗어났다.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오후 6시였다. 기본적으로 길드의 퇴근 시간이 5시인 것을 생각해 보면, 저 마법사는 나를 위해 1시간이나 이곳에 더 있었던 것이다.
미안한 감정이 들었지만, 그만큼 돈도 더 받을 테니까.
“어휴…….”
나는 대련장에 앉아 잠깐 휴식을 취했다. 체력적인 문제는 체력 포션을 마시면서 회복되었지만, 정신적인 부분은 이미 말라비틀어지기 직전이었다.
이런 몰아치기식 훈련 방법이 효과는 좋지만, 그렇게 추천하지도 않고 잘 하지도 않는 이유가 이런 것 때문이었다.
정신력.
체력이나 마나 같은 것은 포션을 섭취하면서 회복할 수 있었지만, 소모된 정신력은 휴식 이외에는 회복시킬 방법이 없었다.
지금도 상당히 무리를 했기 때문에 빨리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내일도 훈련을 하려면, 푹 쉬는 것이 가장 좋았다. 강한수의 추천대로 이 훈련법은 꽤 많은 것을 내게 가져다주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내가 가진 힘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도플갱어는 내 힘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이용해 나를 죽이려 했고, 그 과정에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기술들을 배울 수 있었다.
‘빨리 가서 쉬자.’
지금 당장은 몸이 힘든 느낌이 강하지만, 내일 훈련을 할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이 훈련 방식은 아무리 생각해도 나한테 딱 맞는 것 같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기 위해 옆에 있는 대련장으로 걸어갔다. 그곳을 통해서 밖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곳에서는 채하나와 김세아가 아직까지 훈련을 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 둘의 대련을 지켜보았다.
콰아아앙!
채하나의 마법과 김세아의 마법이 충돌했다.
김세아의 얼음 마법은 채하나의 화염 마법을 버티지 못하고 녹아내렸다.
주위에 모든 얼음을 녹여 버린 채하나의 화염 주먹은 김세아를 향해 날아갔다.
쿵!
콰아아앙!
김세아는 그 충격에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런 김세아에게 다가간 채하나가 포션을 먹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진짜 살살한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