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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97화 (97/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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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 097화

24장 준비(2)

“자, 지금부터 결승전 준비를 시작하려고 한다.”

지금 대표단이 모인 곳은 회의실이었다. 앞에는 빔 프로젝터가 틀어져 있었고, 김찬익이 서 있었다.

뒤에는 강한수가 다리를 꼰 채, 이 상황을 쳐다보고 있었다. 다른 대표단은 자리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며 김찬익이 하는 말을 들었다.

“우리의 상대는 그린나래다.”

4강 경기에서 그린나래는 상대방을 압도적으로 박살 내며, 명실상부 한국의 최고 길드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그들이 가진 힘은 확실히 대단했다.

나도 현장에서 직접 보았기 때문에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상대 길드도 4강까지 올라왔기에 약한 팀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린나래에게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탈락의 쓴 맛을 보고야 말았다.

“뭐 다들 예상은 했겠지.”

김찬익의 말대로 예상 가능한 범위기는 했다. 그만큼 그린나래라는 이름이 가벼운 것은 아니니까.

문제는 그린나래가 보여준 행보였다.

“자, 하나하나 분석해 보자.”

김찬익이 손에 들린 버튼을 누르자, 빔에 송출되는 화면이 넘어갔다.

그곳에는 그린나래 길드 대표 5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지금까지 단체전에 출전한 횟수다.”

다시 버튼을 누르자, 5명 중 3명의 이름이 적힌 곳에 막대기가 솟아올랐다.

뒤에 있는 2명의 이름에는 0이라는 숫자와 함께 아무런 막대가 생기지 않았다.

그 이름의 주인은 이진수와 레이나였다.

“그린나래길드 단체전에서 이진수와 레이나는 단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다.”

저게 그린나래의 무서운 점이었다.

현재 그린나래 길드 대표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진수와 레이나가 전면에 드러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그러네.”

“진짜. 이진수랑 레이나가 단체전에서 싸우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래도 깃발 뺏기에서는 얼굴 좀 나오지 않았나?”

김찬익이 다시 화면을 넘겼다.

그곳에는 짤막한 영상이 흘러나왔다. 영상은 우리가 입에 담고 있는 화제의 주인공 이진수가 주인공이었다.

깃발 뺏기에서 모습을 보인 이진수를 편집해 놓은 영상이었다.

“흐음…….”

“후우…….”

“이게 끝?”

영상에서 이진수가 나온 것은 30초도 채 되지 않았다. 그나마 나온 영상에서도 이진수가 실제로 몸을 움직이는 것은 3초도 나오지 않았다.

“너희도 보았다시피 이진수에 대한 자료가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가만히 있었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음 영상이 나왔다.

이번 길드 대항전 영상은 아니었다. 이진수가 가벼운 몸놀림으로 몬스터를 처치하고 있었다.

유독 덩치가 큰 보스 몬스터를 이진수가 한 번의 검격으로 처리하면서 영상은 끝이 났다.

“자. 우리는 이진수를 나나 지상이보다는 강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소 한수 선배 정도는 나서야 제압이 가능하다고 본다.”

내 시선이 강한수에게 돌아갔다.

‘그 정도라고?’

라이칸 슬로프를 사냥했을 때, 강한수의 임팩트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었다.

한 번의 공격으로 일대를 초토화 시켰던 강한수의 강함은 가볍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나도 충분히 라이칸 슬로프를 사냥할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한수와 비벼볼 만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강한수는 지금도 솔로로 임무를 수행하고 다녔다.

솔로로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실력에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있고, 아는 것이 많아야 했다.

솔로 임무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강한수는 현재 아이리스 길드에서 그런 위치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표단 감독직도 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김찬익이 강한수와 이진수를 비교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진수도 강한수에게는 안 된다는 소리지만, 그만큼 강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이 영상 말고도 최근 이진수가 수행한 임무와 공략한 던전을 종합한 결과다.”

벽에 기대 있던 이지상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길드 대항전에 우승하기 위한 공략을 짰어. 기대해도 좋아.”

“그게 뭡니까.”

이찬혁의 질문에 이지상이 웃으며 대답했다.

“지옥 훈련.”

“예?”

우리들의 반응은 이찬혁과 같았다. 지옥 훈련이라는 말은 알아들었지만, 그게 왜 이 타이밍에 나오는지가 궁금했다.

“솔직히 너희의 지금 실력은 우리가 봐도 뛰어나. 엔트리를 잘만 짠다면 단체전에서 승리도 가능하겠지.”

이지상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러나 그 뒤에 혹시라도 깃발 뺏기에서 지게 된다면 대장전에서 이진수를 만나게 돼. 그래서 지옥 훈련을 진행하기로 한 거야.”

“…….”

“이번 지옥 훈련 목표는 너희 개개인이 이진수를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키우는 거다.”

나는 가장 먼저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3, 4위 전에 이벤트 매치까지 남아 있으니, 결승전까지는 적어도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그 시간 동안 이진수를 잡을 수 있는 실력을 만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이긴 했다.

그러나 이런 사실들은 감독과 훈련 코치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은 두 가지 중 하나였다.

확신이 있거나.

도박을 해보는 것이거나.

둘 중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자신감 넘치는 표정만 본다면 전자에 가까웠다.

“지옥 훈련은 일 대 일 멘토?멘티 방식으로 진행될 거다. 각자 너희에게 맞는 멘토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너희의 실력을 한층 끌어줄 거다.”

화면에는 대표단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최정환부터 시작해서 이찬혁, 그리고 예비 선수인 김진수까지 나란히 있었고, 그 밑으로 멘토들의 이름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맨 처음 적힌 김세아의 이름 밑에는 채하나의 이름이 나타나 있었다.

“와…….”

“우와…….”

다들 탄성에 가까운 소리를 내뱉었다. 채하나는 명실상부 아이리스 길드의 강자 중 한 명이었다.

홍염의 마녀 채하나.

채하나가 걷고 난 길 뒤에는 화염만이 남아 있다는 소리를 할 정도로 화염 마법에서는 매우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 다음 한소희의 밑에는 김솔이라는 이름이 나타났다. 김솔은 한소희와 같은 전격 마법사로서 채하나 정도는 아니지만 아이리스 길드에서 이름이 있는 마법사 중 한 명이었다.

최정환에게는 창술로 뛰어난 배주영.

이찬혁에게도 김진수에게도 아이리스 길드에서 유명한 멘토들이 붙었다.

‘누굴까.’

이제 내 멘토만 남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아이리스 길드에서도 검으로 뛰어난 사람들은 많았으니까.

그중에는 물론 강한수도 있었다.

슬쩍 눈을 굴리며 강한수를 쳐다보았지만,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이었다.

‘아닌가.’

나는 다시 정면을 쳐다보며, 내 이름 밑에 나타나는 멘토의 이름을 쳐다보았다.

“어?”

내 시선은 다시 강한수에게로 향했다. 내 멘토가 바로 강한수이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멘토와 멘티가 정해졌고, 앞으로 5일간 지옥 훈련을 거치고 하루 정도 단체 합을 맞춰 볼 거다. 마지막 하루는 당연히 휴식을 취할 거고.”

김찬익은 이지상을 자신의 옆으로 데려오며 말했다.

“지옥 훈련을 시키겠지만 우리도 놀고 있지는 않을 거다. 아이리스 길드가 우승할 수 있게 그린나래 길드에 대해서 철저하게 분석할 거다. 그러니 다 같이 힘내서 이번에 꼭 우승을 해보자.”

김찬익의 말에 대표단은 다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옙!”

* * *

지옥 훈련은 오늘부터 시작이었다.

김찬익과 이지상이 멘토들의 현재 위치를 알려주며, 멘티들을 보냈다.

나는 눈앞에 있기 때문에 그냥 제자리에 앉아 있으면 됐다. 김찬익과 이지상이 강한수에게 인사를 하고는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강한수는 팔짱을 끼더니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고 싶냐.”

나는 강한수의 눈빛을 보고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마치 나를 꿰뚫어 보는 눈빛으로 강한수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저 질문조차도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강한수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솔직히 내 도움 필요 없잖아?”

강한수다운 말이기는 했다. 귀찮은 것을 맡기 싫어하는 강한수가 흔히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본격적인 훈련 전에 하는 가벼운 농담 정도라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의 분위기와 눈빛이 합쳐지니 가벼운 농담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럴 리가요.”

나는 두루뭉술하게 넘기고, 강한수가 왜 저런 생각을 하는지 들어보려고 했다.

“그렇게 견제 안 해도 돼. 나는 네가 무슨 특성을 가졌는지 그런 거에는 관심 없으니까.”

나도 모르게 얼굴에 긴장한 것이 티가 났던 모양이었다. 침착한 표정을 짓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감정 컨트롤이 미숙한 것 같았다.

강한수의 말로 인해 극한까지 올라갔던 긴장감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왜 저런 얘기를 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길드 대항전이 시작되면서 나는 내 힘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숨기지 않았다.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는 일은 아직까지 없었지만, 1인분의 실력과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을 각인시켰다.

강한수의 질문은 그것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고, 또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게 될 것인데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냐는 질문이었다.

“도움, 필요합니다.”

나는 긴장을 풀어버리고 웃으며 대답했다.

강한수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많았다. 간단하게 대결만 하게 되더라도, 지금의 나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각 길드에서 1군 헌터라고 하더라도 선배와 후배로 나뉘는 것은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 가지고 1군 헌터에 들어간 김세아라고 해도 지금 당장의 강한수나 채하나를 이길 수 없었다.

그 이유는 경험이었다.

강한수나 채하나는 김세아보다 많은 임무를 겪었고,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상대를 만나 싸웠다.

그런 경험들이 하나하나 쌓이며 성장을 했고, 지금의 강한수와 채하나가 된 것이었다.

이번 지옥 훈련이라는 명목하에 멘토와 멘티의 관계가 된 것도 이러한 이유가 크다고 생각했다.

선배의 노하우.

그것을 잘만 녹여 받아들인다면, 확실히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음…… 그럼 네가 필요한 걸 얘기해 봐.”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경험이었다. 내 실력을 한 층 더 끌어올리고, 이진수와 같은 강한 사람과 싸워볼 수 있는 대련 중심의 훈련이 필요했다.

“실력과 경험, 둘 다 잡을 수 있는 훈련 방법이 있습니까?”

내 질문에 강한수가 고민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있지. 그럼 가 볼까.”

강한수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도 뒤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강한수와 같이 회의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할 수 있겠냐?”

“어떤 걸 말입니까.”

“당연히 이진수 잡는 거지. 내가 보았을 때 지금 가장 가능 성 높은 건 너 아니면 김세아 둘 중 하나야.”

“정환 선배나 소희 선배도 있습니다만.”

내 말에 강한수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진심이냐? 2군 지원 헌터였다가 지금은 1군 전투 헌터들과 비비고 있는 실력을 가진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

“난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네 특성에 관심 없다. 이번에 길드 대항전에 우승해서 내가 가질 휴가만 챙기면 돼.”

“휴가…….”

역시 강한수였다.

우리는 대련장에 도착했고, 강한수는 내게 지금부터 할 훈련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실력과 경험을 둘 다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훈련이 있지. 바로 자기 자신을 뛰어 넘는 거다.”

언제 연락을 했는지, 대련장에서 대기 중이던 마법사가 마석을 사용했다.

대련장에는 나와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가 한 마리 나타나 있었다.

“그 훈련에는 도플갱어가 딱이다. 원래라면 70%의 힘밖에 사용하지 못할 테지만 조작을 통해 100%까지 끌어올렸다.”

나 자신을 뛰어넘는다는 것.

발칸을 통해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얼마나 뛰어난 효과를 가졌는지 잘 알고 있었다.

“생각보다 쉬울 것 같습니다.”

난 이미 한 번 내 자신을 뛰어넘었다. 두 번은 생각보다 쉬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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