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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92화 (92/177)

# 92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92화

23장 어디 한번 해보자고(3)

마지막 양피지의 내용을 보면, 어디서 작성됐는지에 대해서는 나오지만 누가 작성했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아직 체펜과 세레나의 관계를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알고 있었다면 체펜에게 이런 내용을 보낼 리가 없었을 것이다.

지금 가장 1순위로 해야 할 것은 정보 조직에 대한 조사였다.

‘블랙 하이드.’

몇 명이 있는지, 어떤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모든 것이 비밀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들의 모든 정보를 아는 것은 체펜의 아버지이자 길로스 왕국의 왕인 슈펜 뿐이었다.

왕이 아닌 체펜이 블랙 하이드의 존재를 알고, 정보를 받아 볼 수 있는 것은 친우 덕분이었다.

어릴 때부터 피를 나눈 형제만큼이나 가깝게 지냈던 친구가 블랙 하이드에 있었다.

소설로 치면, 체펜은 주인공이었다. 아름다운 히로인과 능력 있는 동료들까지.

‘하지만 이건 시련이지.’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전의 두 개의 시련과 발칸에게 얻은 정보에 의하면, 이곳은 또 하나의 세계였다.

평행 세계, 다른 차원.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시련은 그저 다음 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이용할 건 이용해야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블랙 하이드에 몸을 담고 있는 체펜의 동료를 만나볼 생각이었다. 그를 만나게 된다면, 뭔가 추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화르륵!

내가 찢어 놓은 양피지가 불타올랐다.

블랙 하이드의 양피지에서 타오른 불이, 다른 양피지까지 집어 삼켰다. 블랙 하이드에 몸을 담고 있어 보안에 치밀했다.

“어디 가십니까?”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시종이 다가와 물었다.

알렉스의 눈동자는 초롱초롱했다. 전체적으로 선한 인상에 순진무구한 소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체펜이 직접 자신의 시종으로 뽑은 아이였다. 이유는 생각보다 싱거웠다.

착해 보여서.

체펜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드러나는 기억이었다.

“친구 좀 만나고 오려고.”

“그럼 나가시기 전에 옷부터 갈아 입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알렉스의 말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확실히, 내가 흘린 토사물과 흙들이 곳곳에 묻어 있었다. 다 털어낸 줄 알았는데 아닌 모양이었다.

나는 알렉스를 따라 드레스 룸으로 걸어갔다. 그곳에서 알렉스가 골라주는 옷을 건네받았다.

처음 보는 옷들이었다.

당연히 어떻게 입는지 모르는 옷들이었지만, 체펜의 몸이 알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먼저,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알렉스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왕자가 입는 것 치고는 꽤나 소박한 옷들이었다. 휘황찬란한 것을 좋아하지 않고, 비싼 것을 싫어하는 체펜이었다.

그래서 몇 개의 옷을 제외하면, 이런식의 튀지 않는 옷들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그 점이 나에겐 편했다.

밖을 돌아다니기에는 이런 복장이 좋았다. 휘황찬란한 옷들은 누가봐도 왕자라는 것을 드러내는 옷이니까.

“그럼 갔다 올게.”

“네.”

나는 알렉스를 뒤로 하고 집무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블랙 하이드에 몸을 담고 있는 친우는 현재 성 밖에서 지내고 있었다.

내가 들어왔던 곳으로 다시 걸어 나갔다. 경비병은 교대를 했는지 다른 경비병이 서 있었다.

“어디 가십니까?”

“잠깐 볼일 좀 보고 올게.”

경비병이 경례를 하고, 나는 살짝 웃어준 다음 밖으로 완전히 나왔다.

체펜이 이렇게 밖으로 나돌아 다닐 수 있는 것도 형이었던 로펜의 배려 때문이었다.

왕위 계승자로서 전면에 나서며, 나머지 왕자나 공주들의 얼굴이 팔리지 않게 자신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덕분에 왕실 밖에서 체펜의 얼굴을 아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에 달했다.

왕실에 불만을 품은 암살자들의 암살 시도나, 납치 등의 문제가 있겠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둘.’

마나 탐지에 잡힌 사람의 수였다.

나와는 거리가 조금 떨어진 곳에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따라오고 있었다.

체펜을 지키기 위한 자들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로펜까지는 아니지만, 체펜은 무력에도 소질이 있었다.

지금 몸에서 넘쳐나는 마나와 육체적인 능력을 본다면, 수련을 열심히 했을 것이다.

기존의 내 몸보다는 못하지만, 이 정도도 나쁘지 않았다. 부족한 부분은 검과 내 실력이 받쳐줄 테니까.

체펜이 왕실에서 수도로 들어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나는 가장 빠른 길을 선택했다.

왕실 후문으로 나와 숲을 통해 돌아가는 것이었다. 아무리 얼굴이 팔리지 않았다고 해도, 정문으로 나서는 것은 조금 위험할 수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지나가게 되면 수도가 보였다.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잠시 자리에 멈춘 뒤에 체펜의 주머니에서 목걸이를 꺼냈다. 그것을 목에 걸었다.

크게 뭔가 변한 느낌은 없지만,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 내 얼굴을 보았을 때 다른 모습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안전을 위한 이중 장치.

아마 이것이 없었다면 체펜은 밖으로 돌아다니지 못했을 것이다.

숲을 완전히 빠져나가자, 수도가 보였다.

“이야.”

기억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보니 신기했다. 나는 산길을 따라 걸었다.

다져진 길은 성도와 이어졌고, 경계 지점에는 경비병들이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뒤에서 들리는 말발굽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마차 2대와 수십 마리의 말, 그리고 그 뒤에는 무기를 든 병사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붉은 백합이 그려진 문양.

검술로 유명한 프로아 가문이었다. 저 많은 병사와 함께 온 것을 보면, 엘프와의 전쟁을 위한 것이 분명했다.

이미 슈펜이 동원령을 선포했으니, 프로아 가문이외에도 많은 가문들이 수도로 모여들 것이다.

물론, 이미 도착한 가문들도 있었다.

“워워워!”

“신분증을 보여주시겠습니까.”

“문양을 보르면 모르겠나. 우린 프로아 가문에서 온 지원군이다.”

“규정 사항입니다. 프로아 가문이라고 하더라도 신분증 확인은 필수입니다.”

원래라면 저렇게 빡빡하게 검사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1왕자가 암살당했고, 수도에도 큰 혼란이 일어난 상황이었다.

보통 혼란이 큰 만큼, 범죄율도 올라갔다. 그렇기 때문에 경계나 치안이 강화되는 것이다.

또한 왕실의 권위를 위해서도 해야 하는 게 맞았다. 이런 틈을 타서 왕실을 넘보려는 귀족들이 있기 때문이다.

“됐다.”

프로아 가문의 마차 문이 열리고, 흰 생머리를 가진 중년 남성이 내렸다.

프로아 백작.

현 프로아 가문을 이끌고 있으며, 뛰어난 검술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얼굴 가득히 보이는 욕망 덩어리가 거슬렸다.

“여기 있다.”

프로아 백작이 자신의 품에서 조그만 나무패를 꺼내 들었다. 그곳에 병사가 투명한 봉을 가져다 대자, 나무패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확인했습니다. 다른 분들도 신분패를 꺼내주시기 바랍니다.”

“저들의 신원은 내가 보증한다. 길을 터라.”

잠시 고민을 하던 병사가 길에서 비켜섰다. 그것을 확인 한 프로아 백작이 다시 마차에 타고, 무리는 수도로 들어갔다.

“신분증.”

병사의 말투는 극히 짧아져 있었다. 아무래도 프로아 백작에게 쌓인 분노를 나한테 풀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

나는 왕자의 신분이 아닌 위장용 신분패를 꺼내 들어 보여주었다. 신분패를 확인한 병사의 고개가 푹 숙여졌다.

“들어가십시오.”

왕자의 위장 신분패라고 해도 병사들보다는 급이 높았다. 나는 어깨를 한번 두드리고는 수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겉과 다르게 수도의 안은 조용했다.

기억 속에 있는 수도는 활발하고, 밝은 모습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른 문명을 경험한다는 것은 내 입장에서 조금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런 분위기라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시선을 돌려 친우가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외곽 라인을 따라 쭉 걸어갔다.

그러자 골목길이 나왔다.

안으로 걸어 들어가, 세 번째 있는 가게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천을 재단하고 있는 안경 쓴 사내가 있었다.

가게 안에는 여러 가지 옷들로 가득했다.

“여긴 뭐가 제일 잘 나갑니까?”

내 말에 안경 쓴 사내가 씨익 웃더니 입을 열었다.

“다 잘 나갑니다.”

카일.

체펜의 가장 친한 친우이자, 블랙 하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녀석이었다.

평소에는 옷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것으로 위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위장인 것치고 옷을 만드는 솜씨가 매우 뛰어났다.

거기다 변장한 체펜의 모습을 알기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이었다.

“제가 시간이 없어서 빨리 고르고 나가야 하는데 추천 좀 해주시겠습니까?”

나를 따라온 두 명의 감시자가 있기에 평범한 대화에 암호를 섞어 넣었다.

체펜이 이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 카일도 알아챘을 것이다. 이쪽으로 다가온 카일이 입을 열었다.

“이것도 잘 나갑니다만 따로 찾으시는 게 있습니까?”

“최근에 가장 잘 나가는 걸로 보여주시죠.”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카일이 근처에 있는 내가 봐도 세련 되어 보이는 옷을 꺼내 들더니 말했다.

“이게 가장 잘 나갑니다.”

“누가 만든 겁니까?”

이번 사건에 대한 정보 제공자가 누군지에 대해 묻는 질문이었다. 카일은 여전히 웃으며 대답 하고 있었다.

“이건 수입해서 들어온 건데 정확한 제작자는 저희도 모릅니다. 너무나 잘 만든 것 같아 제가 가지고 왔을 뿐입니다.”

블랙 하이드 자체 정보가 아닌, 외부에서 얻은 정보라는 뜻이었다.

“옷은 다음에 사죠. 다음에 한 번 더 들리겠습니다.”

“아, 다만 어디서 사 왔는지는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동남쪽에 있는 사마린 지역에서 샀습니다.”

나는 눈을 깜박이고, 가게 밖으로 나왔다.

사마린 지역.

그곳에서 나오는 특산물이 하나 있었다.

백합.

체펜이 가진 기억에 의하면 백합과 관련된 곳은 딱 한곳 밖에 없었다.

프로아 백작가.

아무래도 내막에 프로아 백작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허탕 친줄 알았는데 대어를 잡을 수 있었다.

소기 목적은 달성했고, 나는 좀 더 수도를 돌아보기 위해 골목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얼마 나가지 않아, 많은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갑옷을 입었을 때 나는 철컹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대기!”

왕실 문양이 그려진 갑옷을 입은 기사 한 명이 내 앞에 섰다. 그리고 우리 주위로 병사들이 빙 둘러 섰다.

기합이 들어가고, 오와 열이 잘 맞는 훈련된 병사들이었다. 내 눈에는 무섭다기 보다는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심각하네.’

자꾸 내가 체펜이 된 것처럼 말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분명 잔념은 다 떨쳐낸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기억의 영향이 큰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공포에 오줌을 지릴 상황인데 든든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은 아니었다.

“왕자님, 돌아가시죠.”

이런 상황은 체펜의 기억에 없었다.

이렇게 다수의 병력을 데리고 직접적으로 찾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소리였다.

‘빠르네.’

예상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현재 1왕자는 죽었고, 당연히 왕위 계승자는 2왕자인 체펜이 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이러한 제제가 들어갈 줄 알고, 재빠르게 움직인 것이었는데 한 발짝 느렸더라면,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할 뻔했다.

“발뺌하지 마십시오. 다 알고 있습니다.”

목표는 이루었다. 나는 저항하지 않고 양손을 들며 말했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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