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90화
23장 어디 한번 해보자고(1)
-벌써 다음 주면 길드 대항전의 4강전 경기가 열립니다!
-네. 4강전 경기만 끝나면, 이제 저희가 볼 수 있는 경기는 두 경기밖에 남지 않습니다. 바로 결승전과 3, 4위전!
-길드 대항전이 시작되고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너무 짧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나는 TV를 보며 여유롭게 아침을 먹을 준비를 했다.
길드 식당에서 먹는 것도 좋지만, 오늘은 따뜻한 국밥이 먹고 싶어 시내로 나왔다.
24시간 영업하는 가게지만 그 맛이 좋아 점심이나 저녁 시간대에 사람이 많았다.
국밥 중에서도 순대 국밥을 시켰다.
“순댓국 나왔습니다.”
식당 아주머니가 반찬들과 함께 뚝배기에 담긴 순댓국을 내려놓았다.
먹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나는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양념장을 넣은 다음 들깨를 팍팍 넣는다.
“후르릅.”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입안으로 인도했다.
적당한 간과 함께 들깨의 고소함이 입안으로 향긋하게 퍼져 나갔다.
순댓국에 담긴 순대 하나를 꺼내고, 반찬으로 나온 버무린 부추를 올렸다. 마지막으로 새우젓에 있는 새우 하나를 올린 다음 입으로 가져갔다.
“맛있네.”
이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도 오늘이 일요일이라 가능했다. 오늘은 대표단 일정도 없어 휴가와 마찬가지였다.
동시에 4강전이 시작되기 하루 전날이기도 했다.
-4강전에 오른 길드는 아이리스 길드, 해미 길드, 그린나래 길드, 파이로스 길드입니다.
-바로 내일 있을 첫 번째 4강 경기는 아이리스 길드와 해미 길드, 해미 길드와 아이리스 길드입니다.
-이야.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운명의 장난인지, 내일 우리가 맞붙게 될 상대는 해미 길드였다.
해미 길드의 엔트리에는 당연하게도 이호연의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합동 임무를 진행했을 때 보았던 이차웅도 있었다.
강채리는 버퍼 계열이라 아무래도 이번 대표단에서는 빠진 모양이었다.
-내일 어느 길드가 이길 것이라고 봅니까.
-이번에도 쏙 빠져나가시려고 그런 거죠? 형님부터 먼저 말씀해 보세요.
-음…… 광고 보고 오시죠!
나는 피식 웃으며, 밥이 담긴 철 그릇을 흔들었다. 밥끼리 뭉쳐 한 번에 떨어질 수 있도록 힘을 주었다.
뚜껑을 열고, 남은 국물에 공깃밥을 투하시켰다. 숟가락으로 열심히 누르며, 밥을 말았다.
“넌 누가 이길 것 같냐?”
“솔직히 아이리스 길드가 이기겠지. 첫판을 제외하고는 3 대 0으로 이기면서 올라왔는데.”
내가 있는 곳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왼쪽 구석 자리에 앉은 남성 두 명의 대화였다. 보이는 얼굴로 봐서는 20대 초반의 대학생 같았다.
“그래서 아이리스한테 걸었냐?”
“당연하지. 배당률이 좀 낮긴 하지만 내가 봤을 땐 아이리스 길드가 무조건 이겨.”
이번 길드 대항전에서 사람들은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배팅 시스템.
자신이 원하는 길드에 돈을 걸고, 길드가 이기면 해당하는 배당률에 따라 돈을 정산받는 것이다.
이미 스포츠 분야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합법 사업이었다. 물론 길드 대항전에서도 한 사람당 한도 금액이 있었다.
30만 원.
그 이상의 금액을 걸 수 없으며, 만약에 30만 원 이상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은 모두 사설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짭짤하지.’
나 또한 배팅 시스템을 많이 이용했다. 특히나 초반에 아이리스 길드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배당률이 높을 때 조금 많이 챙길 수 있었다.
물론 이번에도 아이리스 길드 쪽에 걸었다. 당연히 우리가 이길 테니까.
“난 그래서 역배 걸었다. 해미 길드 쪽의 배당률이 높으니까.”
“쯧쯧. 얼마나 걸었는데.”
“당연히 30만 원 올인이지.”
나는 다시 밥에 집중했다. 저 학생에게 미안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역배는 없을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국물은 뚝배기를 들어 처리했다. 바닥이 보일 정도로 깔끔하게 먹었다.
오른손으로 가볍게 배를 어루만지며, 잠시 포만감이 주는 행복을 느꼈다.
-저는 두 길드 모두 잘했으면 좋겠네요.
-내가 역시 이럴 줄 알았어.
광고가 끝나고 두 MC가 다시 입을 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동시에 작가들의 웃음소리가 같이 흘러나왔다.
-여기서 제작진이 준비한 영상이 있다고 합니다.
-뭔데요?
-바로 각 길드 대표 선수들의 하이라이트 영상입니다!
-이야. 기대되네요. 이번에 명경기가 한두 개가 아니니. 그럼 바로 보러 가실까요!
화면이 전환되고, 화려한 오프닝과 함께 해미 길드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먼저 나왔다.
첫 번째 선수는 이한솔.
양손에서 흘러나온 마나들이 사람보다 두 배는 커 보이는 불새를 만들었다.
불새는 입을 벌리며 소리를 지르더니, 상대방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대련장을 가득 메우는 폭발이 일어났다.
두 번째 선수는 이차웅.
몸을 단단하게 만드는 탱커였다. 능력은 내 눈으로 직접 봤기에 익숙했다.
하지만 내가 알던 이차웅은 아니었다.
합동 임무 이후, 이차웅의 실력은 한층 더 물이 올라 있었다. 그의 몸은 빛이 반사되는 은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흡사 강철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더 밝은색이었다.
상대방의 마법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우직하게 걸어나가는 이차웅의 주먹 연타에 상대방이 쓰러졌다.
세 번째 선수와 네 번째 선수의 하이라이트가 나오고 대망의 마지막 선수인 이호연의 모습이 흘러나왔다.
‘여전하네.’
그렇게 된통 당했는데도 얼굴에 건방짐이라는 게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진 것 같았다.
이차웅처럼 이호연도 이전보다는 강해졌을 것이다. 아마 그래서 저놈의 병이 더 깊게 도진 것일지도 몰랐다.
이호연은 자신의 특성을 사용해, 라이칸 슬로프로 변했다. 확실히 좀 더 크기가 크고, 색이 진한 검은색의 털로 뒤덮여 있었다.
눈 깜짝할 새에 이동한 이호연은 상대방을 몰아쳤다. 라이칸 슬로프의 능력인 강한 체력과 민첩한 몸놀림을 보여주었다.
거기다 격투기 기술을 섞어 상대방을 제압했다.
관절기를 사용해 상대방의 팔을 부수고, 턱을 후려치면서 하이라이트가 마무리되었다.
“잘 먹었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계산대 앞으로 걸어갔다. 아직 아이리스 길드의 하이라이트는 보지 않아도 충분했다.
매 경기가 하이라이트였고, 내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예. 8,000원입니다……. 어? 오유성 헌터?”
가게 주인 아저씨가 나를 알아보셨다. 마치 연예인을 본 것처럼 웃음을 지으며 내 손을 잡으셨다.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는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생겼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에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빨리 나가자.’
주인아저씨의 말에 주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럼 수고하세요!”
* * *
“첫 번째 깃발 뺏기에서 아이리스 길드가 승리 포인트를 챙겼습니다. 이번 단체 결투에서도 아이리스 길드가 이긴다면 아이리스 길드는 결승전으로 가게 됩니다!”
“네. 해미 길드에게도 아직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이번 단체 결투를 이기고 세 번째 대장전까지만 가면 됩니다!”
해설진들의 말처럼, 첫 번째 깃발 뺏기에서 아이리스 길드가 이겼다.
우리가 이긴 이유는 상대방의 전략을 알기 때문이었다. 해미길드 쪽에서는 우리를 잡기 위해, 난투라는 패를 가지고 나왔다.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전투로 자신들이 이득을 볼 요량이었겠지만, 우리는 뭉쳐서 떨어지지 않았다.
다섯 명이 뭉쳐 사방을 경계하고, 빠른 피드백으로 뚫리지 않는 철옹성을 만들었다.
해미 길드의 선수 둘이 다운되고 나서야, 우리는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이호연이 가지고 있던 깃발을 챙기게 되면서 승리했다.
“우리가 먼저 나간다.”
동전을 던지고 온 강한수의 얘기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리스 길드에서 먼저 나가게 될 경우, 내가 먼저 나가기로 되어 있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검과 펜던트를 챙겼다.
대련장을 걸어 나가며, 주위에 가득한 관객들을 바라보았다. 이전에도 많았지만 지금은 빈자리 하나 없을 정도로 가득 차 있었다.
“오유성!”
“이겨라!”
사람들이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그 함성의 소리는 커졌고, 지금 사람들의 함성은 거의 절정에 달했다.
귀를 울리는 듯한 소리에 감정이 끓어올랐다.
그때, 해미 길드를 응원하는 관객들이 있는 쪽에서도 큰 함성 소리가 들렸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해미 길드의 대기석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은 내게는 아주 익숙한 이호연이었다. 역시나 지금 이 순에도 이죽거리는 얼굴은 그대로였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걸음으로 대련장의 중심까지 도착한 이호연이 나를 쳐다보았다.
“오랜만이다.”
녀석의 말에 내가 대꾸했다.
“맞은 데는 좀 괜찮고?”
자신의 오른뺨을 어루만지던 이호연은 피식 웃을 뿐, 평소처럼 도발에 걸려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그런 허접스러운 도발은 이제 안 통해.”
“도발이라니. 난 사실을 얘기했을 뿐이야.”
심판이 우리들에게 다가왔고, 간단한 주의사항을 얘기한 다음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이제 곧 경기가 시작된다.
나는 검을 쥐고, 거리를 벌릴 준비를 했다. 심판의 팔이 내려감과 동시에 시작을 외쳤다.
“경기 시작!”
나는 준비했던 대로, 몸을 뒤로 뺐다. 그 타이밍에 이호연은 특성을 이용했다.
입고 있던 옷은 찢어지고, 그 자리에는 나보다 훨씬 키가 크며 몸집이 큰 라이칸 슬로프가 나타나 있었다.
먼저 선공을 취한 것은 이호연이었다. 자신의 큰 육체와 함께 강력한 힘이 실린 주먹이 나를 향했다.
나는 정면에서 날아오는 주먹을 바라보며 고개를 오른쪽으로 꺾었다. 예상한 경로로 들어온 이호연의 주먹을 피했다.
파앙!
이호연의 주먹에 공기가 터졌다.
날카로운 손톱이 빠르게 튀어나오며, 내 얼굴을 할퀴려고 했다. 나는 검을 빠르게 휘둘러 발톱을 막았다.
확실히 이호연도 강해졌다.
이전의 이호연이라면 보여주지 못했을 전투 센스와 활용이었다. 라이칸 슬로프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완전히 몸에 익힌 것 같았다.
챙!챙!
이호연의 또 다른 기술인 격투기 동장들이 들어왔다. 주먹을 내지르다가, 자세를 바꾸어 발차기를 날리고, 높이 점프해서 내 뒤를 잡기도 했다.
주고받기식 싸움으로는 끝이 나지 않았다. 적당히 관객들의 환호도 올렸겠다, 이제 마무리를 지을 차례였다.
그리고 이호연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것 같았다.
이호연의 몸 주위에서 붉은 기운이 일렁거리고,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나 또한 몸에 마나를 퍼뜨려 육체적 능력을 끌어올렸다. 이호연을 끝내기 위해 지면을 박찼다.
순간, 이호연의 모습이 흐릿해지면서 사라졌다.
빠른 속도로 이동해 내 앞에 나타난 이호연이 발톱을 교차시켰다.
속도라면 나도 자신 있었다.
나는 이형환위를 사용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이호연과 크게 다를 바가 없겠지만, 내가 더 빨랐다.
이호연의 발톱은 허공을 갈랐고, 내 검은 이호연의 등을 크게 베어냈다.
촤아악!
당황한 이호연의 몸이 멈칫거렸다. 이호연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는 놀라움이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 시선을 받아치며 웃어주었다.
“끝이야.”
그러고는 다시 검을 휘둘렀다.
검에서 마나가 뿜어져 나오며 이호연을 베었다. 허공으로 치솟는 마나와 함께 이호연의 보호막이 갈라지며 깨졌다.
허망한 표정의 이호연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이번 경기의 승리는 오유성입니다!”
나는 대기석으로 돌아왔다.
대표단의 환호를 받으며 나는 자리에 앉았다. 그 뒤로 경기의 흐름은 많은 사람이 예측한 것처럼 아이리스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세 번째 경기에서 최정환이 승리하며 아이리스 길드는 결승을 확정 지었다.
“아이리스 길드가 결승전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와아아아아!”
이제 그린나래까지 한 계단만 남았다.
* * *
[투기장으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