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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89화 (89/177)

# 89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89화

22장 이찬혁(4)

“후우…….”

이찬혁이 호흡을 고르게 쉬었다.

그러고는 눈빛이 달라졌다. 아무래도 이게 훈련이라는 것을 다시 인지한 모양이었다.

노려보는 것을 보니, 내가 이규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같다.

이전에 활용되었던, 마석에 의해 만들어진 몬스터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검을 든 손으로 큰 원을 그렸다. 검 끝은 바닥을 향하게 두고 이찬혁을 쳐다보았다.

준비가 끝났는지, 검을 들고 자세를 잡고 있었다. 옆에 있던 심판이 손을 들어 올리며 시작을 알렸다.

“시작!”

이찬혁이 나를 향해 달려왔다.

검과 검이 부딪치며, 챙 소리와 함께 힘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관객석에서 환호 소리가 흘러나왔다.

검을 통해 이찬혁의 떨림이 전해져왔다. 관객의 환호 소리가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바로 힘을 주어 이찬혁을 뒤로 밀어냈다. 그러면서 생긴 공간 사이로 있는 힘껏 발을 내질렀다.

퍼억!

이찬혁의 배에 발을 꽂아 넣었다.

헛기침과 함께 쿨럭거리며 이찬혁은 뒷걸음질 치며 물러났다. 공격을 당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다.

‘더 분노해라.’

방금 전에도 이찬혁은 관객의 환호 소리와 함께 몸이 경직되었고, 그로 인해 힘 싸움에서 밀렸다.

이런 잔 실수를 하지 않게 적응하는 것이 이 훈련의 목표였다.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이찬혁을 향해 내가 몸을 움직였다.

이규찬은 이찬혁에게 여유를 주지 않을 테니까.

이찬혁의 하체를 노리며 내 검이 나아갔다. 공격을 피하기 위해 이찬혁이 뒤로 물러섰다.

나는 다시 다가갔다.

이찬혁의 꼬리를 물듯이, 끈질기게 달라붙으며 검을 휘둘렀다. 이찬혁이 내 공격을 받아치긴 했지만, 자세가 많이 불안정했다.

심적 영향도 크겠지만, 이미 싸움의 흐름은 내가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훈련 간 이찬혁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 무엇보다 이찬혁은 지금보다 훨씬 강한 녀석이었다.

최소한 그 폼이 올라오기 전까지, 나는 더욱 몰아칠 생각이다.

무자비한 내 공격에 이찬혁이 버티지 못했다.

챙!

이찬혁의 검이 허공을 갈랐고, 내 검은 이찬혁의 목젖을 겨누고 있었다.

“경기 종료!”

심판의 외침과 함께 다시 한번 관객의 환호 소리가 들렸다. 이찬혁의 얼굴이 빠르게 굳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새하얀 빛이 일어난 뒤, 처음에 대련장을 올라왔을 때로 바뀌어 있었다.

다시 관객들의 환호성이 들렸고, 심판이 다가와 경기 준비를 시켰다. 이찬혁은 뒤에 떨어진 곳으로 다가갔다.

바닥에 있는 자신의 검을 주워 들고, 다시 중앙으로 걸어왔다. 두 번째라 그런지 초반의 긴장감은 그리 심해 보이지 않았다.

“준비. 시작!”

이찬혁이 검을 들고 달려왔다.

아까와 똑같은 시작이지만, 미세하게 달랐다. 이찬혁의 공격은 내 검에 의해 막혔고, 관객석에서는 함성이 들렸다.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이찬혁은 다시 움찔거리며 몸이 경직되었고, 맞댄 검에서 그것들이 모두 느껴졌다.

이전과 같이 나는 맞댄 검에 힘을 실었다. 이찬혁의 안에 있는 두려움을 부수기 위해, 몸과 함께 검을 밀어냈다.

이찬혁의 검이 뒤로 밀려나며 틈이 생겼다.

챙!

이를 악문 이찬혁이 그 틈을 좁히기 위해 자신의 검으로 내려쳤다.

나는 재빠르게 검을 들어, 이찬혁의 공격을 막았다. 떨림은 그대로지만, 조그마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찬혁이 늦게나마 반격을 했다는 것은 호재였다.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니까.

그리고 두 번 만에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역시나 이찬혁 몸속에도 이용학의 피가 흐르는 모양이었다.

단순한 재능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속도라면 이번 훈련은 빨리 끝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압!”

이찬혁이 기합과 함께 좀 더 적극적인 공격 자세를 잡았다. 나는 여유롭게 이찬혁의 공격을 막으며 장단을 맞춰주었다.

챙!챙!챙!

이제는 다시 이찬혁을 짓눌러 줄 때가 되었다.

“겨우 이건가?”

“뭐?”

이찬혁의 반문에 나는 몸으로 보여주었다. 좀 더 강한 힘을 실어 검을 휘두르며 이찬혁을 몰아붙였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이찬혁은 반응하지 못했다. 이찬혁의 허벅지를 베었고, 뒤이은 공격으로 왼쪽 팔을 베었다.

서걱!

보호막으로 인해 피가 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충격은 그대로 전달 되었다.

이찬혁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몸을 들이박아 자세를 무너뜨렸다. 그러곤 검을 들어 넘어진 이찬혁의 목젖에 가져다 대었다.

“경기 종료!”

이찬혁의 두 눈이 떨리는 것을 보았다.

분명 이번에 이찬혁은 조금이나마 관객의 호응에서 몸이 굳는 것을 떨쳐냈다.

그러나 완전히 떨쳐낸 것이 아니기에, 마치 완전히 떨쳐낸 것과 같은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적당한 밀당이 필요했다.

* * *

“와아아아아아!”

VIP용 관중석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환호성 내지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이 손에는 먹을거리가 들려 있었다.

이용학은 그들이 바라보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련장 위에는 그린 나래 길드 대표단 중 한 명이 올라가 있었다.

현재 스코어는 2 대 0.

그린 나래 길드가 2승으로 앞서고 있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별 감흥은 없었다.

쪼르르륵.

옆에 있던 소믈리에가 와인 잔에 와인을 따르고 있었다. 적당한 위치에서 디캔팅을 하며 와인의 맛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었다.

소믈리에는 깔끔한 스냅으로 와인을 따른 뒤, 잔을 이용학에게 건넸다.

잔을 받아든 이용학은 붉으면서도 영롱한 빛이 나는 와인을 바라보았다.

본디 와인은 세 가지 방법으로 즐긴다고 했다.

눈으로 색을 즐기고.

코로 향을 즐기고.

입으로 맛을 즐기고.

향기가 오래 지속되는 것을 보니 좋은 와인이 분명했다. 잔을 입에 가져다 한 모금 마셨다.

“좋군.”

“감사합니다.”

이용학의 말에 소믈리에가 고개를 숙였다.

밑에선 다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린나래가 3 대 0으로 승리하면서, 가볍게 본선에 오르게 되었다.

“시시하군.”

곁에 있던 경호원이 인이어에 손을 올리더니, 이용학에게 다가가 말했다.

“돌아갈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용학은 손을 들어 그의 행동을 막았다. 경호원은 다시 제자리로 이동해 섰다.

그러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침묵을 지키며, 경호에 집중했다.

이용학은 남아 있는 와인을 마시며, 진행자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다음 경기는 아이리스 길드 대 소드 마스터 길드, 소드 마스터 길드 대 아이리스 길드의 경기입니다!”

* * *

‘무슨 생각이지…….’

나는 대련장에 올라가서 상대 길드와 인사를 나눈 뒤, 대기석으로 돌아가던 중 VIP석에 앉아 있는 이용학의 얼굴을 보았다.

그린나래 길드의 경기는 이미 앞에서 끝이 났다.

3 대 0으로 벌써 두 번의 승리를 얻었다. 사람들은 그린 나래 길드의 이름을 외쳤고, 환호했다.

이용학의 시선은 아이리스 길드 쪽으로 향했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무심한 눈이었다.

“후우.”

가볍게 숨을 고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이찬혁의 눈동자가 떨리는 것이 보였다.

‘마주쳤군.’

아무래도 이용학의 얼굴을 본 모양이었다. 이찬혁은 고개를 돌리고, 대기석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다시 시선을 돌려 이용학을 쳐다보았다.

그의 입가가 약간 올라가 있는 것이 보였다. 군성 그룹의 회장이 고작 이찬혁을 흔들기 위해, 자리에 남아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관심.

자신에게 그렇게 자신 있게 얘기했던 아이리스 길드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아주 조금이나마 지켜볼 요량으로 남아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찬혁 준비해라.”

김찬익이 말했다.

대련장에서는 아직 감독들이 동전을 뒤집고 있었지만, 우리나 소드 마스터 길드 측의 선수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찬혁이 목에 펜던트를 걸고, 한 손에 검을 쥐었다.

“잘하고 와라.”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던 최정환의 격려에 이찬혁이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뒤이어 길드 대표단들이 이찬혁에게 한마디씩 건넸다. 내 차례는 맨 마지막이었다.

“연습한 대로만 하자.”

“그래.”

감독들이 돌아오고, 강한수가 입을 열었다.

“상대 길드에서 선수가 먼저 나올 거다.”

잠시 후, 소드 마스터 길드 측에서 이규찬이 검을 들고 걸어 나왔다.

“소드 마스터 길드에서는 이규찬 선수가 나왔습니다. 그를 상대할 아이리스 길드의 선수는 누굴까요?”

진행자의 말과 함께 이찬혁이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아이리스 길드에서 나온 선수는 이찬혁 헌터입니다! 저번 경기에서 안타깝게 패배를 했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맞습니다. 대표단도 저 선수를 믿기 때문에 보내는 것 아니겠습니까.”

대련장 중심에서 이찬혁과 이규찬이 두 눈을 마주쳤다. 그들 옆에 있는 심판이 준비를 외쳤다.

그러자 둘 다 검을 쥐고 자세를 잡았다.

이죽거리고 있는 이규찬이 툭 하고 이찬혁을 향해 말을 건넸다.

“고맙다. 공짜 승리 하나 챙기겠네.”

이찬혁은 이규찬의 말에도 크게 흔들리는 것이 없었다. 기선 제압을 하려고 하는 것 같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미안하지만. 꿈이 크다.”

이규찬의 얼굴이라면 질릴 정도로 본 이찬혁이었다. 훈련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공격을 허용했다.

훈련이 끝날 때까지 이겨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후반부로 들어갈수록 유효타가 생겼고, 무엇보다 떨리지 않았다.

“시작!”

심판의 소리와 함께 이찬혁이 앞으로 몸을 튕기며 치고 나갔다.

챙!

이규찬의 검과 이찬혁의 검이 마주쳤다.

그와 함께 함성이 들렸다. 순간, 이찬혁의 몸이 멈칫거렸지만 빠르게 돌아왔다.

“합!”

이찬혁은 검을 뒤로 뺐다가 다시 강력하게 휘두르는 이규찬의 공격을 막았다.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손에 감기는 이규찬의 위력은 생각보다 널널했다. 오히려 훈련 때 만났던 이규찬이 훨씬 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찬혁은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생각에 입꼬리를 올리며, 이규찬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미친 듯이 몰아쳤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전투의 흐름이 이찬혁이 유리한 쪽으로 흘러갔다.

시간이 지나고, 이찬혁의 마지막 일격과 함께 이규찬의 검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콰아앙!

그리고 이찬혁의 마지막 일격과 함께 이규찬의 보호막이 깨지면서 경기가 끝났다.

“첫 번째 경기는 아이리스 길드의 승리입니다!”

“저번과는 또 다른 발전한 모습의 이찬혁 헌터였습니다!”

감동한 건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는 이찬혁을 끌어내린 것은 한소희였다.

두 번째 경기에 나갈 선수였기에 대련장에 나가면서, 이찬혁을 대기석으로 보냈다.

“역시 해낼 줄 알았다.”

“고생했다.”

대표단의 축하를 받으며, 이찬혁의 입가에도 조금은 미소가 피었다.

이찬혁이 내 쪽으로 다가와 말했다.

“고맙다.”

“뭐가.”

“훈련 도와준 거.”

모를 줄 알았는데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능구렁이 같은 새끼.”

“나중에 도움이 필요한 게 있으면 얘기해라. 무슨 일이 있어도 도와줄 테니까.”

막상 이찬혁의 입에서 이런 소리를 들으니 몸에 닭살이 돋아 올랐다. 저렇게 진지한 표정의 이찬혁을 처음 봐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기분은 좋았다.

다만, 주위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나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그건 당연한 거고. 그 얼굴에 기름 좀 빼라. 토할 거 같으니까.”

“하하하하.”

이찬혁이 웃으며, 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나는 한 손으로 이찬혁의 얼굴을 밀치고 있을 때, 진행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 번째 승리도 아이리스 길드의 승리입니다!”

시선을 돌려 대련장 중심을 바라보았다.

지면에는 전격에 의한 그을음이 가득했고, 상대 선수의 몸에서는 아직도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한소희가 웃으며, 대기석으로 돌아왔다.

첫 번째 경기에서 패배했던, 두 명이 승리를 했다. 대표단의 분위기는 자연스레 밝아졌다.

이제 한 경기만 승리하면 본선 진출은 확정이 되었다.

상대 길드에서 선수가 나왔다.

아이리스 길드의 세 번째 출전 선수는 나였다. 펜던트와 검을 챙겨 대련장으로 걸어갔다.

뒤에선 김세아가 무척이나 경기를 나가고 싶어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미안.’

아마도 김세아 차례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경기 시작!”

심판의 빠른 진행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동시에 나는 몸에 마나를 퍼뜨리며 상대를 향해 달렸다. 빠른 속도로 접근해 검을 휘둘렀다.

챙!

상대의 검이 내 검을 이기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나는 다시 지면을 박치고, 빠른 속도를 이용해 전투의 흐름을 가져왔다.

두 번, 세 번의 공격.

상대의 자세가 완전히 무너지며 공격 포인트들이 훤하게 드러났다.

나는 그중 하나를 선택하고 검을 찔러 넣었다.

쩌저적!

보호막이 깨짐과 동시에 관객의 함성과 진행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이리스 길드가 3 대 0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습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나는 VIP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까지 자리에 남아 있는 이용학을 보며 씽긋 웃어주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우리를 무시했던 이용학의 얼굴에 한 방 먹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린나래를 꺾고 우리가 우승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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