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85화
21장 예선전(4)
블랙 래빗이 나를 향해 점프했을 때, 홍주영의 손은 바지 주머니에 들어가 있었다. 그런 거만한 태도를 보고 있자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초반부터 힘을 주었다.
홍주영이 처음으로 소환한 블랙 래빗은 내 일격에 끝이 났고, 지금 홍주영의 얼굴이 미세하게 떨렸다.
다음 소환수를 부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소환사에게 소환수가 없다면, 일반인과 다를 게 없었다.
나는 이때다 싶어 경기를 끝내기 위해 홍주영이 서 있는 곳으로 달렸다.
“어딜!”
홍주영이 넋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닌지, 급하게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서 손을 꺼냈다.
양손에 서린 마나와 함께 바닥에는 두 개의 마법진이 나타났다. 마법진에서 빛이 나며, 홍주영의 앞에 두 마리의 소환수가 나타났다.
사람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나, 목 부분이 없는 돌덩어리 인형이었다. 두 마리 다 양손에 복싱글러브 같은 돌을 달고 있었다.
“스톤맨 처리해!”
이를 악물고 얘기하는 홍주영의 말에 스톤맨이 몸을 움직였다. 두 마리가 동시에 움직이면서 내가 홍주영에게 다가갈 길을 막아버렸다.
펑!
가벼운 소리와 함께 스톤맨의 주먹이 분리되어 나를 향해 날아왔다. 두 마리니 총 4개의 돌주먹이 사방에서 덮치고 있었다.
나는 앞으로 치고 나가며 돌주먹을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움직이는 것이 가능한지 돌주먹이 경로를 바꿨다.
“재밌네.”
검에 마나를 담아 정면에 있는 돌주먹을 반으로 갈랐다. 두부 잘리듯 깨끗한 단면을 보이며, 돌주먹 하나가 내 검에 의해 양분되었다.
뒤이어 나를 노리는 돌주먹에도 검을 휘둘렀다.
서걱!
검을 휘두르는 틈에도 돌주먹은 쉬지 않았다. 몸을 재빨리 움직이면서 모든 돌주먹을 베었다.
“후우.”
가볍게 숨을 고르고 정면을 향해 달렸다.
그러자 스톤맨 또한 달리기 시작했다. 저놈들이 움직이자 대련장이 들썩거렸다.
쿵쿵 소리와 함께 묵직한 소리를 내며, 내 앞에 다가온 스톤맨을 보았다.
양쪽에서 나를 압살 시키려는 듯, 양팔을 벌리며 다가왔다.
웃긴 것은 하나도 무섭지 않다는 것이었다. 뒤뚱거리며 걷는 게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웃겨 보였다.
나는 피식 웃으며 스톤맨들이 내 지근거리까지 다가왔을 때, 검을 휘둘렀다.
스톤맨들의 허리가 잘리며, 상체가 뒤로 무너졌다.
동시에 블랫 래빗처럼 스톤맨들의 모습도 사라졌다. 나는 가볍게 몸에 묻은 돌가루를 털어냈다.
그러곤 고개를 들어 홍영주를 쳐다보았다.
‘웃어?’
홍영주는 웃고 있었다. 분명 소환수는 5마리가 있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벌써 나는 홍영주의 소환수 3마리를 처리했다.
이런 상황에 웃는 것을 보니 다음에 나올 소환수에 대해 자신이 있는 것 같았다.
뭔가 근심 걱정을 털어버린 듯, 홀가분해 보이는 홍영주가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꽤 하네?”
“이제 두 마리 남았는데 여유로운가 봐?”
“그럼. 이제부터가 진짜야.”
순간, 홍영주의 주위에서 섬뜩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감과 함께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에 나는 이형환위를 사용했다.
이번 경기를 끝내기 위해, 몸을 날림과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채앵!
내 검이 뭔가에 가로막혔다. 홍영주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철붙이가 하나 나타나 있었다. 극히 일부만 나타났을 뿐, 아직 모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나는 몸을 뒤로 뺐다.
‘뭐지?’
아이리스 길드에서 조사한 바로는 홍주영이 다음에 소환할 소환수는 정해져 있었다.
블랙 타이거와 소드맨이었다. 이게 홍주영이 가진 남은 두 마리의 소환수였다.
블랙 타이거는 말 그대로 검은 털을 가진 나만 한 덩치의 호랑이였다. 두 개의 긴 덧니가 나와 있고, 검은 털은 단단한 방어력을 자랑했다.
아마도 블랙 타이거가 마지막에 나올 소환수였을 것이다.
그에 비해 소드맨은 별 볼일 없는 소환수였다. 온몸이 커다란 검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아무런 능력이 없는 고철 덩어리에 가까웠다.
마법진이 사라지고, 홍영주의 곁으로 블랙 타이거와 소드맨이 나타났다.
예측하고 있던 소환수들이 나왔다. 그러나 홍영주의 표정은 자신만만 그 자체였다.
나는 홍영주의 표정을 보며 확신했다.
‘뭔가 준비한 게 있어.’
아이리스 길드도 훈련 기간 동안 연습을 하면서, 필살기라고는 할 수 없지만 다양한 기술들을 익혔다.
김세아나 최정환, 한소희 같은 경우에는 워낙 알려진 정보가 많아 다양한 기술들이 필요했다.
맞춤으로 노릴 경우에는 꼼짝 없이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우리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길드도 했을 것이다.
메린 길드도 분명 준비했을 것이다.
특히나 소환수가 한정되어 있는 홍영주라면 더욱더 숨기는 것이 많을 터, 나는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이걸 여기서 꺼낼 생각은 없었는데…….”
홍영주의 양손에 다시 마나가 모였다. 양손에 모인 마나를 블랙 타이거와 소드맨을 향해 보냈다.
거대한 마법진이 블랙 타이거와 소드맨 위에 나타났다. 그러곤 마법진이 빠르게 밑으로 내려가면서, 블랙타이거와 소드맨이 빛으로 변했다.
“우와아아아!”
“합체냐 저거?”
“대박이다!”
관중들의 함성처럼, 블랙 타이거와 소드맨은 정말로 합체라는 것을 했다.
두 개의 빛이 하나로 모이면서 하나의 거대한 빛으로 변했다. 그 빛은 점점 퍼지면서, 하나의 형태를 만들었다.
밑으로 내려간 마법진이 다시 위로 올라갔다. 그러면서 빛의 형태가 점점 선명해졌다.
바닥에 네 발을 짚고 있던 호랑이의 앞발이 점점 위로 올라갔다. 단단한 하체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앞발은 손가락 형태로 변했고, 한 손에는 커다란 대검 하나를 들고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검은 털이 바람에 휘날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블랙 소드맨!”
전체적인 평을 내리자면, 외면은 훌륭했다. 블랙 소드맨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강했다.
하지만 홍주영이 외친 저 작명 센스가 너무 최악이었다.
‘블랙 소드맨이라니…….’
홍주영이 만들어낸 블랙 소드맨은 시선을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진짜로 할 줄이야.’
합체는 소환 계열에서 있는 능력이지만, 설마 홍주영이 할 줄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나마 이 정도도 전략 회의 때 얘기가 나와서 다행이었다.
홍주영이 가지고 있는 소환수들을 분류하고, 합체를 했을 때 어떤 소환수가 나올지도 미리 파악해놓았다.
‘대단하긴 하네.’
아이리스의 정보 분석은 대단했다.
나는 검을 고쳐 쥐고, 앞에 있는 블랙 소드맨을 쳐다보았다. 저놈만 쓰러뜨리면, 이 경기는 끝이 나게 되었다.
마나 탐지로 감지한 결과, 블랙 소드맨은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었다. 물론, 일반적인 헌터 기준에서 봤을 때 그런 거고, 나한테는 해당 사항이 아니었다.
“없애버려!”
홍주영의 말에 블랙 소드맨이 지면을 박차며 달려왔다. 내가 달리는 것만큼 빠른 속도였다.
나는 같이 앞으로 나가는 것보다는 검을 들어 방어에 집중했다. 블랙 소드맨이 다가와 거대한 대검을 휘둘렀다.
내 검을 들어, 거대한 대검을 막았다.
챙!
검 자루가 징징 울렸다. 동시에 내 손과 팔이 떨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대검에 실린 힘이 내 검을 타고 몸으로 넘어왔다.
나는 마나를 끌어올리며, 몸 안을 진탕내고 있는 블랙 소드맨의 기운을 없앴다.
블랙 소드맨이 대검을 뒤로 뺏다가 다시 휘둘렀다. 마나를 끌어올린 나는 다시 한번 검을 마주 댔다.
“크륵!”
이번엔 내가 검에 실은 마나가 블랙 소드맨의 몸에 침투했다. 감전된 것처럼 블랙 소드맨의 몸이 경직되었다.
바닥에 떨어진 대검을 밟으며,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몸을 한바퀴 회전하면서, 블랙 소드맨의 뒤에 착지했다.
그와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챙!
어느새, 정상으로 돌아온 블랙 소드맨의 대검이 내 검을 막아냈다.
저 멀리서 홍주영의 손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소환사들이 사용하는 소환수 강화였다.
블랙 소드맨의 몸에서 푸른 기운이 흘러나왔다. 나는 그것을 보며 뒤로 몸을 피했다.
콰아앙!
대검이 내가 있던 바닥을 내리찍었고, 바닥이 부서지며 돌가루가 비산했다.
무지막지한 파괴력이었다.
이전과 달라진 속도와 힘으로 블랙 소드맨이 나를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나는 대검에 맞춰 검으로 맞서며, 피해를 최소화시켰다. 그 때문에 내 몸은 점점 뒤로 밀려났다.
콰아아앙!
다시 한번 대검이 바닥을 내리찍었고, 비산하는 파편들로 인해 몸에 생채기가 생겼다.
나는 왼팔을 들어 얼굴만 가렸다.
‘이제 얼추 분위기가 맞춰졌나?’
관객석에서는 끝나가는 분위기에 감정이 고조되어 있었다. 블랙 소드맨에게 응원하는 사람들과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함성이 들렸다.
퍼억!
블랙 소드맨의 발차기에 내 몸이 허공을 갈랐다. 내 등이 바닥에 쓸리며 뒤로 쭈욱 밀려나갔다.
마나로 보호하지 않았다면,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이제 준비는 모두 끝났다.
나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투기장에서 고블린과 오크와 싸우면서 하나 느낀 것이 있었다.
극적인 연출은 항상 관객을 흥분시킨다.
일격에 압살하거나.
극적인 역전을 하거나.
나는 그중에서도 전자였다.
일격에 압살하는 모습을 보이며, 관객들을 호응을 얻어 포인트를 좀 더 수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들이 반복되면, 관객의 흥분은 가라앉고 더 이상 흥미를 이끌지 못했다.
극적인 연적을 연출하는 것도 한두 번일 뿐, 빠른 클리어를 위해 나는 일격에 처리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단 일격에 블랙 소드맨을 처리하는 것보다, 이렇게 극적인 역전을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역전이 짜릿한 법.’
아이리스 길드는 처음 두 번을 내리지고, 다시 두 번을 내리 이겼다. 이제 내가 이기면 역전되는 상황에 마지막 경기까지 역전을 한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
그리고 마침, 홍주영의 마나가 거의 다되어가는지 블랙 소드맨의 몸에서 흐르던 푸른 기운도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합체도 고급 기술인 만큼, 많은 마나를 소모했다.
이제 얼마 있지 않아, 블랙 소드맨이 자연스레 역소환 될 수도 있었다.
딱 지금이 내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줄 타이밍이었다.
‘쇼타임.’
“이번엔 진짜 끝내 버려!”
홍주영의 외침과 함께 블랙 소드맨이 양팔을 벌리며 함성을 내질렀다.
“크롸롸롸!”
나는 몸에 마나를 퍼뜨리며 블랙 소드맨을 향해 달렸다. 그러자 반대쪽에서도 블랙 소드맨이 달려왔다.
거대한 대검이 내 머리 위를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검을 오른쪽으로 쳐내며 대검이 바닥에 꽂혔다.
나는 빠르게 달라붙어 블랙 소드맨의 다리를 베었다. 휘청거리는 블랙 소드맨의 베인 다리를 걷어찼다.
“크륵!”
왼쪽 다리가 바닥에 닿았다.
나는 꺾인 무릎을 밟고 점프했다. 양손으로 잡은 검을 블랙 소드맨의 목에 찔러 넣었다.
반쯤 들어간 검.
“와아아아아!”
나는 관객들의 함성과 함께 나머지 반까지 모두 찔러 넣었다.
콰직!
블랙 소드맨의 목이 꺾이며 이전의 소환수와 같이 사라졌다. 나는 바닥에 착지하며 숨을 거칠게 몰아셨다.
“하아, 하아…….”
그러고는 앞으로 걸어가 홍주영의 앞에 섰다. 더 이상 소환수를 불러 낼 수 없는 홍주영의 패배였다.
검을 들어 팬던트의 중심에 찔러 넣었다.
쩌저적!
보호막이 깨지면서 진행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번 경기의 승자는 아이리스 길드 입니다!”
“패, 패, 승, 승, 승을 하며 아이리스 길드가 승리를 가져갑니다!”
나는 선수 대기석을 돌아갔다.
아이리스 길드는 전체적으로 승리를 만끽하고 있었다.
한소희가 최정환의 목에 팔을 두르며 웃고 있었고, 이지상과 김찬익도 기뻐하고 있었다.
김진수는 박수치고 있었고, 김세아도 가볍게 피식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한 명.
이찬혁의 표정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다가가자, 정신을 차린 이찬혁이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겼냐?”
생각보다 이찬혁의 상태는 심각했다.
‘그 사람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