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역대급 수련-82화 (82/177)

# 82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82화

21장 예선전(1)

-드디어 내일이면 대국민과 함께 하는 또 하나의 축제! 길드 대항전이 시작됩니다!

-와 저는 벌써부터 소름이 돋네요. 여기 보세요. 닭살 올라온 거 보이죠?

-저도 무척이나 떨려요.

TV에서는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헌터를 메인으로 다루는 채널인 HTV에서 특별 프로그램이었다.

입담 좋기로 유명한 강진석이 메인 MC를 맡았다. 그와 티키타카를 주고받는 김동준 또한 리액션이 좋았다.

이 둘의 케미가 워낙 좋아,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같이 출연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 오늘 저희와 함께할 게스트를 소개해야죠?

-예. 오늘 함께할 게스트는 세븐 돌즈의 박영주 씨입니다!

박영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카메라를 향해 인사했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이찬혁의 눈이 뒤집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정신 차려 임마.”

“여신을 보고 어떻게 정신을 차리냐.”

“지랄도 병이다.”

나는 시선을 돌려 다시 TV에 집중했다.

박영주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김동준이 옆에서 박영주의 근황을 물어 보았다.

-최근에 연기를 너무 잘해서 어머니들의 원망을 사고 있다는데 어때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죠. 아직 부족한 게 많아서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옆에선 이찬혁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연기를 잘하는 것은 죄가 아니라며, 자신의 눈에는 여신이라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오! 여기 보니까 영주 씨가 이 자리에 함께하시게 된 이유가 적혀 있네. 영주 씨 헌터였군요!

-특성을 얻었지만, 아직 헌터 학교를 나오진 않아서 헌터라는 칭호는 과분한 것 같아요. 그냥 지망생이랄까요?

박영주가 김동준의 질문에 웃으며 답했다. 강진석이 뒤이어 박영주에게 질문했다.

-헌터를 하시려고요?

-예.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습니다!

-호오. 그렇다면 이번 길드 대항전에 여러 가지 팀들이 있잖아요? 그중에 들어가고 싶은 길드가 있나요?

-음…… 있어요.

박영주의 말에 김동준과 강진석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궁금해하는 표정으로 박영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 앉아 있는 이찬혁 또한 뚫어져라 TV를 쳐다보고 있었다. 박영주가 멋쩍은 듯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딘지는 말씀드리기 힘들어요.

강진석이 노련하게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농담하듯 박영주에게 말했다.

-조금 이따 있을 길드 소개 때, 신호를 주세요. 저만 알고 있을 게요.

-에이. 저도 같이, 콜?

박영주가 웃으며 멘트를 받았다.

-그럼 지금부터 어떤 길드들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화면이 넘어가고, 프로그램 측에서 준비한 영상이 흘러나왔다. 이번에 참가하는 길드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는 영상이었다.

띠동!

벨소리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걸어갔다.

“누구세요.”

“나야.”

문을 열자 편한 츄리닝 차림을 한 김세아가 양손에 무언가를 들고 서 있었다. 왼손에는 치킨을, 오른손에는 피자를 들고 있었다.

내가 뒤로 비켜주자 김세아가 안쪽으로 들어갔다. 나는 문을 닫으며 김세아가 들고 있는 치킨과 피자를 건네받았다.

안에서는 이찬혁이 테이블을 세팅하며 김세아를 반겨주었다.

“팀장, 여기 앉아.”

내가 테이블 위에 음식을 세팅하고, 이찬혁이 냉장고에 있는 술을 꺼내왔다. 잔을 세팅하고 술을 따랐다.

“내일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나는 차가운 탄산을 목 안으로 넘기면서 치킨 하나를 들었다. 부드러운 다리 살을 한입 베어 물었다.

바삭한 튀김과 촉촉한 살집의 조화는 훌륭했다. 그 황홀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 때 이찬혁이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찬혁의 말에 김세아가 대답했다.

“진수 선배는 가족들과 보낸다고 했고. 정환 선배랑 소희 선배는 따로 일이 있다고 했어.”

“요새 정환 선배랑 소희 선배 사이에서 미묘한 냉기가 풍기던데 그거 때문인가?”

이찬혁의 날카로운 질문에 내가 절로 뜨끔했다.

이번 방수찬 사건은 모든 것이 잘 정리되어가고 있었다. 채하나가 고생하는 것 같지만, 상당히 능숙하게 길드를 휘어잡아가고 있었다.

미리 알고 대비한 것도 있겠지만, 채하나가 가지고 있는 능력도 뛰어났다.

최정환의 동생인 최이수 또한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한동안 누워서 보냈기 때문에 요즘은 재활 치료에 전념하고 있었다.

재활 치료만 끝나면 퇴원하고 일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딱 하나 쉽게 정리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남녀관계.

최정환과 한소희의 사이가 약간 틀어졌다. 내가 마지막까지 비밀을 숨기라고 했던 것 때문인 것 같았다.

내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고 최고의 결과를 만들었다. 그러나 최정환을 위해 방수찬을 따라가려고 했던 한소희에게는 큰 배신감을 느끼게 했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김세아가 피자 한 조각을 집어 들며 말했다. 나와 이찬혁은 그게 뭔 소리가 싶어 김세아를 쳐다보았다.

“아마 지금 둘이 화해하고 오붓한 시간 보내고 있을 거야.”

“그걸 어떻게 알아?”

“소희 선배가 얘기해 줬으니까. 여튼 그 둘은 이제 걱정 안 해도 되.”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앞에 있는 술을 마셨다. 이런 상황이 일어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

다시 이런 상황이 일어난다고 해도 똑같은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래도 상황이 잘 풀려서 다행이었다.

-이야, 이번 길드 대항전에는 정말 쟁쟁한 유망주들이 많네요.

-우리나라 최강 유망주라 불리는 이진수와 그에 버금가는 실력을 가진 김세아. 거기다 해외파 출신인 레이나를 시작으로 눈여겨 볼 사람이 많네요. 다들 잘생기고 아름다워서 그런지 눈 호강 제대로 하겠네요.

-동준 씨는 응원하는 길드 있어요?

강진석의 질문이었다.

-저는 당연히 저번 길드 대항전의 우승 길드인 그린나래를 응원합니다. 이번에 멤버를 보면 정말 응원할 맛 날 것 같습니다.

-영주 씨는요?

-저는, 음……. 김세아 씨가 있는 아이리스 길드를 응원해 보려고요. 아이리스 길드도 멤버만 보면 그린나래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진석 선배님은 어느 길드를 응원 하나요?

-전…… 모든 길드를 응원합니다.

강진석의 대답에 김동준과 박영주의 붕뜬 표정이 잡혔다. 그리고 스텝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우리도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이번에 길드 대항전에 큰 변화가 생겼다죠?

강진석의 시선을 받으며 김동준이 대답했다.

-더욱 흥미진진한 경기를 볼 수 있게 됐죠. 다 같이 영상으로 보실까요?

다시 화면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헌터 협회에서 준비한 영상이 흘러나왔다.

이미 나는 본 내용이었다.

이번 길드 대항전에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기존에는 각각의 경기마다 순위를 매겨 총합으로 길드 대항전의 최고 길드를 가렸다.

이번에 그런 방식이 모두 사라졌다. 기존에 있던 개인전과 단체전, 레이드가 모두 사라지고 다른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예선전 단체결투로 진행 되었다.

각각의 길드마다 5명의 멤버가 상대 길드 5명과 일 대 일로 결투를 하는 것이었다.

먼저 3승을 챙기는 길드가 이기는 방식이다. 기존의 개인전과 비슷하지만, 다양한 전략을 사용할 수 있었다.

강자에게 약자를 내보내고 다른 결투에서 승리를 따내거나, 상대방의 특성을 보고 상성에서 유리한 전투를 이끌어 나갈 수도 있었다.

진행 방식은 동전을 뒤집어 윗면이 나온 길드에서 먼저 결투할 인원을 내보낸다.

그러면 아랫면이 나온 길드에서 상대를 보고 자신의 선수를 내보내면 되었다.

다음 턴에는 아랫면이 먼저 내보내고, 윗면이 상대에 맞춰 보내는 식이었다.

“깃발 뺏기. 저거 할 수 있겠지?”

이찬혁이 TV를 보며 말했다.

깃발 뺏기는 본선에 올라가야 할 수 있었다.

본선에 올라가면 세 가지 경기를 하게 되었다. 예선전을 올라왔을 때 했던 단체 결투가 첫 번째 경기였다.

두 번째가 바로 깃발 뺏기.

단체전과 비슷하지만 좀 더 다양한 규칙들과 전략을 필요로 했다. 상대 길드의 깃발을 뺏으면 이기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경기였다.

깃발을 뺏기면 그 순간 경기가 끝나기 때문에 가드와 어택을 잘 나누어 전략을 짜야 했다.

여기서 일 대 일의 승부가 났을 때, 세 번째 경기가 진행된다. 위로 올라가기 위한 결판을 짓는 세 번째 경지는 대장전이었다.

에이스 결투라고도 할 수 있으며, 이번 길드 대항전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일 대 일 결투였다.

영상이 끝나고, 다시 진행자들의 모습이 잡혔다.

-이야. 정말 빨리 내일이 됐으면 좋겠네요. 기다리다 현기증 날 것 같아요.

-내일 개회식에는 어떤 길드의 경기들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강진석이 박영주를 보며 말했다. 박영주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카드에 적힌 내용을 힐끔 쳐다보며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일단 내일은 화랑 길드 대 바크 길드부터 시작해서…… 아이리스 길드 대 메린 길드의 경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박영주의 말처럼, 아이리스 길드는 내일 개회식과 함께 경기 일정이 잡혀 있었다.

상대는 메린 길드.

부산에 터를 잡고 있는 길드로, 그 지역 내에서는 그래도 이름이 있는 길드였다.

현재 길드 순위로 본다면 아이리스 길드보다는 한참 밑에 있다. 우승 후보는 아니지만 본선에는 올라갈 정도의 전력을 가졌을 거라는 아이리스 길드 측의 분석이 있었다.

그들과 만나 첫 번째 경기를 치루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드디어 내일이다!”

이찬혁이 술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나와 김세아도 잔을 들었다.

“내일 잘해보자!”

“화이팅!”

* * *

진행자의 외침과 함께 폭죽이 터지고, 노래가 울려 퍼졌다. 길드 대항전의 개회식은 길드 대표 시험을 치렀던 돔에서 이뤄졌다.

저번에는 닫혔던 돔이 이번에는 활짝 열려 있었다. 대기실로 있던 곳들은 오픈 된 관객석으로 바뀌었고, 중앙에는 거대한 대련장을 만들어 놓았다.

관객석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의 환호성과 함께 축하 공연을 하러 온 가수들의 시간을 가졌다.

“지금부터어어어어 길드 대항전을 시작하겠습니다아아아!”

공연의 시간이 끝나고, 본격적인 길드 대항전 첫 경기가 시작되었다.

“오늘 첫 번째 경기는 화랑 길드 대 바크 길드입니다!”

진행자의 말이 끝나고, 화랑 길드 대표단이 먼저 대련장 위로 올라왔다.

그다음 바크 길드 대표단이 올라와 서로를 향해 인사를 한 뒤 악수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페어플레이를 하겠다는 서약과 함께 양쪽 끝에 준비된 대표단 좌석에 가서 앉았다.

양 팀 감독으로 보이는 두 명이 앞에 나와 동전을 굴렸다. 화랑 길드에서 윗면이 나왔다.

화랑 길드 감독은 대표단 석으로 돌아가 선수 한 명을 대련장으로 보냈다.

“화랑 길드에서 먼저 나온 선수는 박태식 선수입니다! 주먹과 발을 사용하는 격투가 유형의 헌터로 화려한 발차기가 돋보이죠.”

그를 상대하기 위해 바크 길드 쪽에서 나온 선수는 너클을 끼고 있는 남자였다.

“바크 길드에서도 격투가 유형의 헌터를 내보냈군요. 이름은 강한. 빠른 주먹이 돋보이는 선숩니다.”

“아! 그럼 발차기 대 주먹의 싸움이 되겠군요.”

“자 그럼 경기 시작합니다!”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박태식과 강한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박태식의 현란한 발차기에 맞춰, 강한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간간이 터지는 파공음과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결투는 처음부터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했다.

관객들은 더욱 열광했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아!”

“박태식 이겨라!!”

“강한 발라 버려!!”

대기실에서 TV로 관람하고 있는 대표단에게도 들릴 정도로 관객의 환호성은 대단했다.

박태식의 돌려차기 한 방에 강한이 중심을 잃으며, 첫 번째 경기는 화랑 길드가 승리를 가져갔다.

첫 번째 길드 경기는 정말 쫄깃했다.

서로 1승씩 주고받으며, 다섯 번째 선수들의 경기까지 가게 되었다. 거기서 화랑 길드의 대표가 밀리다가 마지막에 역공을 퍼부으며 승리를 챙겼다.

“개회 후 첫 번째 경기에서 화랑 길드가 이겼습니다!”

하나 둘 경기가 진행되고, 드디어 마지막 경기만 남게 되었다. 진행자들도 기다리고 있었는지,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자 다음 경기는 아이리스 길드 대 메린 길드입니다!”

진행자의 말에 나를 비롯한 아이리스 길드 대표단은 앉아 있던 의자에서 일어났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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