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81화
20장 넘어오시죠(9)
박찬영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섰다. 그러곤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손님이 있었네?”
나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바라보았다. 기존에 알고 있던 박찬영과는 다른 모습에 조금의 괴리감이 들었다.
일 초 일 초가 지날 때마다 괴리감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훈련 기간 동안 박찬영이 보여주었던 모습에서 지금의 박찬영의 모습이 보일 때가 있었다.
그런 기억들이 혼합되어 빠르게 정리가 되었다.
정리를 마친 나는 입을 열었다.
“꽤나 흥미로운 것을 봐서 그냥 지나갈 수가 없더라고.”
“지금 상황에 꽤나 자신 있나 보네?”
박찬영이 자신의 머리를 쓸어 올리더니, 오른손에 얼음 창을 만들어냈다.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네 존재는 있는 줄도 몰랐어. 근데 그걸 네 입으로 얘기하다니. 죽여 달라는 거지?”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박찬영의 얼음 창이 내 머리를 향해 쇄도했다. 빠르게 날아오는 얼음 창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정확한 경로를 파악하고, 한걸음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팍!
내 얼굴 왼쪽으로 차가운 한기와 함께 얼음 창이 날아갔다. 나를 맞추지 못한 얼음 창은 뒤에 있는 나무에 박혔다. 얼음 창이 박힌 곳 주위가 빠르게 얼어붙었다.
많이 익숙한 장면이었다.
김세아가 자주 사용하는 것이 얼음 창이었으니까.
“아, 맞다. 네놈 속도에 있어서는 한 가닥 하는 놈이었지?”
박찬영이 몰랐다는 듯이 내게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그러곤 표정을 바꾸며, 얼음 창 두 개를 만들어 나를 향해 날렸다.
두 개가 날아오는 속도는 달랐다.
시간차 공격.
먼저 날아오는 것은 내 심장을 노리고 있었다. 두 번째로 날아오는 것은 오른쪽 가슴을 노렸다.
나는 지면을 밟고 점프하면서 두 개의 얼음 창을 피했다. 허공에서 한 바퀴 돈 다음 바닥에 착지했다.
손목을 돌리는 박찬영의 눈이 다시 번뜩였다. 양쪽으로 고개를 꺾어 대며 나를 향해 말했다.
“재밌네…… 아까 놈들이랑은 확실하게 달라.”
그리고 조금씩 공기 섞인 말투와 함께 흥분했는지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아…… 간신히 참고 있었는데…….”
변태처럼 보이는 박찬영의 모습 때문인지 내 팔에 닭살이 돋았다. 온몸에 퍼지는 소름을 떨쳐 내며, 나는 박찬영에게 말했다.
“뭐라는 거야.”
그 순간, 박찬영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희번덕거리는 눈빛은 그대로였지만, 말 그대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전이 장난식이고 가벼웠다면 지금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박찬영의 몸에서 강렬한 마나가 피어올랐다.
박찬영은 나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죽일 만하겠어.”
파앗!
순간 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박찬영을 확인하고, 나는 아공간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동시에 마나를 끌어올려 사방으로 퍼뜨렸다. 마나 탐지를 통해 박찬영의 위치를 찾았다.
정면.
나는 검을 들어 정면을 향해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었다. 검이 만난 것은 박찬영의 손에 들려 있는 얼음 검이었다.
까득!
나는 힘을 주어 박찬영의 얼음 검을 박살 냈다. 그리고 검을 멈추지 않고 밀어 넣었다.
박찬영이 뒤로 물러서며, 내 공격을 피했다.
나는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앞으로 달려들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박찬영이 마법을 사용했다.
내 주위에 수십 개의 얼음 화살들이 나타났다. 박찬영의 손이 움직이자 수십 개의 얼음 화살이 움직였다.
예전 같았으면, 일일이 피하면서 쳐냈겠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나는 마나를 끌어올려 강하게 퍼뜨렸다. 마나 탐지와는 조금 다른 방법이었다.
몸 주위로 퍼져 나간 마나에 의해 얼음 화살들이 부서지며, 얼음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얼음 결정들의 차가움을 느끼며 나는 박찬영의 심장을 향해 빠르게 검을 찔러 넣었다.
쿠구궁!
박찬영의 두 손이 바닥에 닿았다.
그곳에서 땅이 갈라지더니 사람 하나 가릴 정도의 얼음벽이 올라왔다.
내 검은 얼음벽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그 감각의 끝에 박찬영이 찔린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검을 빼고는 마나를 담아 다시 휘둘렀다.
얼음벽이 깨지고, 나는 그 틈으로 박찬영의 바라보았다. 얼음벽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박찬영이 있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뒤로 이동하며 나와의 거리를 충분히 벌렸다. 박찬영은 꽤나 놀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박찬영을 보며 말했다.
“죽일 만하다며.”
“내가 알던 오유성이 맞나?”
“너도 내가 알던 박찬영은 아니었어.”
“이거…… 대표단으로 돌아가긴 그른 것 같네.”
박찬영이 본 실력을 내보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검으로 상대했을 때, 약간은 힘을 빼고 싸우는 것이 느껴졌다.
그 정도로 대표단에 돌아갈 생각을 하다니, 지금 박찬영이 나에 대해서 잘못 알아도 단단히 잘못 알고 있었다.
“대표단에 네 자린 없다니까.”
“너만 죽으면 돼.”
나는 그의 말에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방금 전에 들었던 말 같은데…….”
“지금부터 전력을 다해주지.”
“말로 싸우러 왔나. 왜 이리 말이 길어.”
내 말을 끝으로 박찬영의 입이 다물어졌다. 눈을 감고 뭔가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저런 상황은 대부분 거대한 마법을 준비하고 있을 때 하는 행동이다.
나는 검을 들고 이형환위를 사용해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박찬영의 앞에 도착함과 동시에 검을 종으로 휘둘렀다.
챙!
마치 돌을 친 것과 같은 소리가 울리며, 내 검이 반발력에 의해 뒤로 튕겨 나왔다.
눈에 보이는 박찬영의 모습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박찬영의 몸이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나는 검에 마나를 두르고 다시 휘둘렀다.
챙!
이번에도 역시 공격이 먹히지 않았다.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두르려고 할 때, 얼음 안에서 강력한 마나의 파동이 일어났다.
나는 그것을 확인하고, 뒤로 몸을 뺐다.
얼음이 갈라지고, 그 안에 있는 박찬영의 모습이 보였다.
눈을 뜬 박찬영이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시작이다. 아이스 필드”
영창이 끝남과 동시에 박찬영의 몸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났다. 박찬영이 서 있는 두 발에서부터 냉기가 흘러나오며 바닥을 얼렸다.
얼음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나는 그것을 피하려고 했지만, 박찬영의 마법이 더 빨랐다.
지면과 함께 내 발이 얼어붙었다. 그러나 떼기 힘든 것은 아니었다. 발에 마나를 보내 지면에 고정된 발을 들어 올렸다.
주변이 쩌저적 갈리며, 내 발이 빠져나왔다.
그동안 내 주변은 모두 얼어 있었다. 얼음으로 만든 동산이라도 된 것처럼 주변은 얼음으로 가득했다.
바닥은 기본이었고 나무나 풀들, 나와 박찬영을 제외한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후우…….”
내 입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온도가 내려간다…….’
박찬영의 마법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주변의 온도를 급격하게 떨어뜨리고 있었다.
급격한 온도 변화로 인해, 드라이아이스를 사용한 것처럼 발밑에 하얀 냉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추위를 버텨내며 박찬영을 쳐다보았다. 내 시선을 느낀 박찬영이 움직였다.
천천히 걸어서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어때? 이젠 그 입을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을 거야.”
다 잡은 물고기를 보는 것처럼, 박찬영은 여유로워 보였다. 나는 최대한 몸을 움츠리며 마나를 끌어올려 몸을 보호했다.
이제부터 시간 싸움이다.
최대한 시간을 끌며 박찬영의 입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뽑아내야 했다.
“방수찬은 왜 죽였지?”
“발견했나 보네.”
역시나 박찬영의 짓이었다.
“알고 있는 게 많은 놈은 죽여야지. 그리고 우리는 세 번의 기회를 주지 않아. 처음이야 그럴 수도 있지만, 두 번째부터는 실수가 아니거든.”
박찬영의 손이 움직이자 온도가 더 떨어졌다. 마나로 보호하지 않았다면 호흡기부터 얼어붙었을 것이다.
“네가 말한 우리라는 건 뭐지?”
“내가 몸담고 있는 곳. 어차피 죽을 녀석이니 알려줘도 상관없긴 하다만…… 제약이 걸려 있어서 그걸 입에 담으면 머리가 펑 터져 버릴 거야.”
박찬영이 자신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입으로 펑 소리를 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박찬영의 손에는 두꺼운 얼음 창이 만들어져 있었다. 내 팔뚝만 한 크기였다. 그것으로 바닥을 긁으며 말했다.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더 궁금 한 건?”
“길드를 차지하려고 했던 이유가 뭐냐?”
내가 입을 열 때마다 하얀 연기가 퍼졌다.
“우리의 거사를 빠르게 실행하기 위해서지.”
거사를 빠르게 실행하기 위해서 아이리스 길드를 차지하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실패라고 판단하고, 너무나도 쉽게 물러났다.
“어디지? 우리 말고도 노리고 있는 곳이.”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보면 간단하게 움직이는 놈들이 아니었다. 치밀하게 계획을 짜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놈들이 아이리스 길드 하나만 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말에 박찬영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손에 들린 얼음 창으로 애꿎은 바닥을 툭툭 치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쯧. 오랜만에 들떴네. 대화는 끝이니까 이제 얌전히 죽어라.”
박찬영이 얼음 창을 오른쪽 어깨 위로 당겼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마나를 끌어올렸다.
안 그래도 몸에서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마나를 방출하여 주위에 서린 냉기를 없앴다.
몸을 움직여 보려고 하지만, 냉기에 오래 노출되어 있어 굳어 있었다.
포인트 상점에서 아이템을 구매하여 몸 안에 화기가 돌게 만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상황을 이겨내는 것은 충분했다.
박찬영에게 들킬까 봐 미리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발악해 봐야 소용없다.”
박찬영은 팔뚝만 한 얼음 창으로 내 심장을 노렸다.
나는 양손으로 검을 잡고, 마나를 흘려보냈다. 박찬영의 얼음 창을 반으로 잘라내었다.
박찬영은 잘린 창을 양손으로 잡아 바닥에 내리찍었다.
바닥에 생기는 마법진이 생겼고 얼음 기둥이 빠르게 솟구쳤다. 나를 압살하기 위해 양쪽에서 나를 향해 얼음 기둥이 날아왔다.
서걱!
마나가 담긴 내 검에 얼음 기둥이 모두 잘려 나갔다. 아이템으로 인해 이제 몸은 모두 녹았다.
“너도 나에 대해 배려를 해주었으니. 그 보답으로 고통 없이 끝내주마.”
“어떻게 버틴 거지……?”
“너랑 다를 거 없어.”
나는 마나를 끌어올려 몸으로 퍼뜨렸다. 그와 함께 검에도 마나를 보내며 마지막 일격을 준비했다.
처음과 다르게 침착함을 잃어버린 박찬영을 보며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툭 던졌다.
“나도 실력을 숨겼을 뿐이야.”
잔상을 남기듯 내 몸이 사라졌다. 이형환위를 이용해 박찬영의 앞으로 이동해 검을 휘둘렀다.
검에서 뿜어져 나간 마나가 대기를 갈랐다.
아주 잠깐 동안 정적이 흘렀다. 박찬영의 두 눈이 깜빡했다가 뜨려고 할 때, 그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콰아아앙!
그와 함께 박찬영의 뒤로 검격이 일어났고, 사방으로 풍압이 퍼져나갔다.
“쿨럭!”
마지막에 발악을 하여 방어 마법을 사용했는지, 박찬영이 피를 다시 뱉어내며 숨을 쉬고 있었다.
나는 마무리를 짓기 위해, 박찬영을 향해 다시 검을 휘둘렀다.
챙!
두 자루의 단검이 내 검을 막아섰다.
단검의 주인은 검은 정장을 입은 여성이었다. 여성을 본 내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박영주를 납치하려고 했을 때 도망가 버린, 은신술을 사용하던 그 여성이었다.
“또 보네?”
여성은 나를 보며 웃었다. 그러고는 단검을 이용하여 나를 몰아붙였다.
박찬영을 상대하며 거의 모든 마나를 소진한 나는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남은 마나를 모두 끌어올리며 가까스로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다음에 죽여준다는 거 잊고 있진 않았지?”
여성의 단검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심상치 않은 기운에 나는 몸을 뒤로 뺐다.
마나를 모두 소진했지만, 나에게는 포인트 상점과 아공간 주머니가 있었다.
마나 포션을 사용해, 마나를 회복했다.
그러고는 정면에서 다가오는 여성을 향해 마나가 담긴 검을 휘둘렀다.
챙!
내 힘이 조금 더 강한지 여성이 뒤로 밀려났다. 처음 단검을 마주했을 때, 여성이 이전보다 강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성이 강해진 것보다 내가 훨씬 더 강해졌다. 이전과 똑같이 상황이 불리해지자 여성은 텔레포트 스크롤을 사용했다. 그것을 찢음과 동시에 박찬영과 함께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여성의 등장으로 인해 예상외의 정보를 얻었다.
‘케슬란…….’
여성은 분명 케슬란 조직과 관련이 있었다. 아마도 케슬란을 파다 보면, 무언가가 나올 것 같았다.
나는 문자로 채하나에게 이곳 상황에 대해 보냈다.
박찬영이 박찬영을 노리던 자들을 죽인 것, 박찬영과 여성이 나타나 사라진 것을 요약했다.
그리고 채하나의 답장이 빠르게 날아왔다.
[집무실로.]
* * *
길드는 이태수를 중심으로, 채하나가 움직이며 정리했다. 일단 박찬영은 심각한 부상으로 인해, 대표단에서 빠졌다는 것으로 알렸다.
이미 대표단 등록이 끝났기 때문에 박찬영 대신 다른 사람을 추가로 뽑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등록된 사람 중 예비였던 김진수와 이찬혁이 대련을 했다. 대련의 승자는 이찬혁이었고, 대표단 메인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게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김진수와 이찬혁의 대련이 끝나고, 나는 채하나의 집무실에 왔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볼일이 남았다.
앞에 앉아 있는 채하나가 나를 보며 말했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뭐야?”
보상의 시간이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미 채하나를 만날 때부터 생각해 놨던 것이 있었다.
“헌터 패스를 받고 싶습니다.”
길드 내의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다른 것들을 할 수 있었다. 다른 길드의 헌터 패스를 가진 사람과 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가능했다.
무엇보다 용병 연합에서의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했다.
헌터 패스는 강한 헌터들을 길드에 데리고 있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장치 중 하나였다.
길드에 이름을 두되,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다.
지금의 나에게 딱 필요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단 길드 대항전이 끝난 뒤에 줄게. 지금 당장은 길드 대항전에 집중해.”
어차피 길드 대항전이 시작되면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은 없을 것이다. 길드 대항전도 두 달이면 끝이 나니 그때 받아도 상관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을 나가기 위해 문고리를 잡았다.
그때, 채하나가 나를 보며 말했다.
“이번 길드 대항전 기대해도 되는 거지?”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올 것이다. 아이리스 길드가 1등하는 것이 내 목표니까.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