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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76화 (76/177)

# 76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76화

20장 넘어오시죠(4)

“크으으음…….”

최정환이 의자에 앉아 눈을 감은 채 신음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카리나의 독과 약병을 마신 뒤,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를 확인했다.

그다음 해독제를 먹었으나, 효과가 없었다.

최정환은 그 과정을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자신의 동생이 겪고 있는 일을 똑같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잠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최정환의 두 눈이 떠졌다. 숨을 고르게 쉰 뒤에 나를 보며 말했다.

“이 약 때문인가?”

“맞습니다. 그 약으로 인해 선배님의 동생은 해독제가 통하지 않았던 겁니다.”

최정환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방수찬을 만나기 전부터 이미 해독제는 소용이 없었다.”

“아마 그전에 손을 썼을 겁니다.”

그걸 최정환이 몰랐을 뿐이다. 방수찬은 계획적으로 움직인 것이었다. 최정환 앞에 그냥 나타났을 리가 없었다.

조금만 생각해 보더라도 수상하다고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사기에 가까운 행동이었지만, 그 당시 제정신이 아니었으니 알아차릴 수 없었던 것도 이해는 갔다.

“이거 드시면 됩니다.”

나는 변형된 독에 대한 해독제를 최정환에게 넘겼다.

그가 잠시 눈을 감고 있을 때, 포인트 상점을 이용해서 빠르게 만들었다.

진단서에 적힌 내용을 토대로 재료들을 구매하고, 조합서를 사용해 해독제를 만들었다.

시스템을 이용하니 아주 간단하게 만들 수 있었다.

최정환은 자신이 받아 든 해독제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몸을 옮기며 동생에게 가려고 했다.

나는 그런 최정환을 보며 말했다.

“소용없습니다.”

“해독제라고 하지 않았나?”

“선배님 전용입니다. 이미 진행될 대로 진행된 동생분의 해독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립니다.”

최정환은 겨우 한 번 약을 먹었을 뿐이었다. 아주 간단하게 변형되었기에 해독제에 조금만 변형을 주면 됐다.

그러나 진단서에 적혀 있는 동생에 대한 치료법은 꽤나 길었다. 들어가는 재료가 그만큼 많았고, 중요한 재료들은 포인트 상점에서 구매하기에는 비쌌다.

“후우…….”

최정환은 다시 자리로 돌아가 의자에 앉았다. 그러곤 자신의 손에 들린 해독제를 마셨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함께 최정환의 몸에서 땀이 흘러나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밖에서 들어온 바람이 병실 내부에 깨끗한 공기를 공급해 주었다.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차분하게 머릿속을 정리했다.

일단 최정환을 설득시키는 것은 성공했다. 내가 행동으로 보여주니, 최정환도 생각보다 쉽게 따라왔다.

이제 남은 것 중 하나가 최이수를 치료하는 것이다. 진단서 치료법 부분에 적힌 대로만 한다면 크게 어려울 것은 없었다.

여러 가지 약을 차례대로 복용해야 하기에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다.

“그럼 이제 뭘 해야 하지?”

해독을 마친 최정환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모든 생각을 정리했는지 한결 가벼워진 표정이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나는 병실 밖으로 나와 중앙에 있는 간호사들에게 가서 펜과 종이 하나를 받았다.

종이에 최정환이 구해야 할 재료들을 빼곡히 적었다. 다시 펜을 간호사들에게 넘기고, 병실 안으로 들어와 최정환에게 종이를 주었다.

“그것들 모두 구해오셔야 합니다.”

“알겠다.”

최정환은 내가 한 말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꽤나 많은 재료가 필요하기에 왜 이렇게 많은 재료가 필요한지 물어볼 만도 했다.

몸소 겪었기 때문일까, 최정환은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특별한 상황만 생기지 않는다면 동생은 멀쩡하게 돌아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길드 대표단에 관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도청을 하면서 이미 내용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최정환은 내가 알고 있는지 몰랐다.

나는 자연스럽게 상황을 만들기 위해, 최정환에게 모르는 척 물어보았다.

“혹시 방수찬과 대표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은 없습니까?”

잠시 고민을 하던 최정환이 입을 열었다.

“일주일 뒤에 대표단에서 나오라더군.”

이것을 얘기했다면, 이제 확실하게 최정환과 방수찬의 사이는 끝이 났다고 봐야 했다. 나는 먼저 최정환이 어떻게 할지를 물어보았다.

“나가실 겁니까?”

“네 말대로 동생이 치료만 된다면 그럴 필요는 없겠지.”

최정환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제 얘기해봐.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나는 최정환의 시선을 받아들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빙빙 돌려 얘기하지 않아도 되니, 이야기를 쉽게 풀어 나갈 수 있었다.

등가교환.

최정환은 항상 방수찬에게서 치료제를 얻기 위해, 그만한 무언가를 해주었을 것이다.

방수찬과 대화에서도 동생을 일주일 더 살릴 약을 받으면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이런 식의 거래에 익숙하다는 뜻이었다.

방수찬은 대표단에서 나가는 것을 요구했지만, 이제는 쓸모없는 이야기였다.

‘흐음.’

내가 원한다기보다, 이 임무를 내린 사람이 원하는 것은 최정환의 포섭이었다.

길드 대표단을 지켜 좋은 성적을 얻길 원했다. 그러므로 인해 사미영의 입지를 좁히는 것이 이번 목표였다.

나는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거창한 건 없습니다.”

말 그대로였다. 최정환이 해줄 것은 거창한 게 아니었다. 그냥 평소에 하던 대로만 있어주면 되었다.

“그냥 길드 대표단으로써 최선을 다해주시면 됩니다.”

“뭐……?”

최정환의 반응은 꽤나 웃겼다.

얼굴에 당황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렇게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는지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아주 잠깐이나마 시간이 멈춘 듯 최정환은 얼음이 되어 있었다.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 내 요구의 차이가 너무나도 컸던 모양이다.

이제야 조금 사람다워 보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최정환을 바라보았다. 이제 조금 있으면 동생이 깨어날 것도 같고, 해야 할 일도 있었다.

“제 요구는 그게 끝입니다.”

처음에는 내 밑으로 들어오라는 말을 할까도 고민했다. 내 밑에 들어와도 길드 대표단에는 남아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빠르게 생각을 바꿨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대가로 인해 만들어진 관계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김세아와 이찬혁처럼.

최정환도 시간이 지나다 보면 자연스레 내가 만들어 놓은 울타리 안으로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이 일에 대해서는 비밀입니다.”

이 일이 퍼져서 나쁠 것은 없지만 좋을 것도 없었다.

오늘 일이 알려지게 되면, 방수찬 쪽에서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런 번거로운 일은 피하는 것이 좋았다.

“한소희 선배한테도 비밀입니다.”

그나마 길드 내에서는 최정환과 가장 많이 붙어 다니는 한소희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 말에 최정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으음…….”

침대에 누워 있던 최이수의 입에서 흘러나온 소리였다. 최정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동생에게 달려갔다.

나는 조용히 병실 문을 열고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내가 주차해 놓았던 기둥의 번호를 떠올리며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삐빅!

차 문을 열고 안에 타서 시동을 걸었다.

최정환은 넘어왔으니, 이제 두 사람 남았다.

한소희와 박찬영.

그중 최정환과 조금이나마 관계가 있는 한소희에게 먼저 접근해 볼 생각이었다.

나는 액셀을 밟으며 병원을 빠져나갔다.

* * *

해가 떨어지고 달이 뜬 밤.

산을 오르는 남자가 한 명 있었다.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고, 발에는 구두를 신고 있었다.

등산할 때 매우 불편한 구두이지만, 남자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그렇게 산을 오르다가, 거대한 돌덩이 앞에서 멈춰 섰다.

남자는 돌덩이 앞에 서서 오른손을 올렸다.

그의 손에서 일렁이는 푸른 마나에 돌덩이가 반응했다. 손에 일렁이던 마나가 돌덩이를 뒤엎었다.

그리고 이내 돌덩이가 움직였다.

그르르륵!

돌덩이가 옆으로 이동하며 하나의 통로를 만들어냈다. 남자는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남자가 안으로 들어간 뒤, 돌덩어리가 다시 움직여 원상태로 돌아갔다.

“라이트.”

남자의 입에서 주문이 흘러나왔다.

그와 동시에 남자의 앞에 조그마한 구체가 나타났다. 구체는 하얀빛을 내며 주위를 환하게 비춰주었다.

빛과 함께 남자의 얼굴도 드러났다. 최정환과 대화를 나누었던 방수찬이었다.

방수찬은 라이트로 길을 밝힌 뒤에 안으로 걸어갔다.

길을 따라 쭉 들어가니 정면에 나무로 된 문 하나가 나타났다.

끼이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책상 하나와 보랏빛이 나는 구슬이 하나 놓여 있었다.

방수찬은 책상으로 다가가 의자에 앉았다.

구슬에 손을 올리고, 돌덩어리에 했듯이 마나를 흘려보냈다. 그러자 보랏빛 구슬에서 빛이 흘러나오며, 사람의 형태로 변했다.

그 얼굴은 방수찬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사미영이었다. 그녀의 입이 열리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잘 처리했나?

“예.”

방수찬은 구슬을 바라보며, 오늘 한 일들을 보고하였다. 최정환을 만나 약을 건넨 것과 길드 대표단에서 나오라고 말한 것까지 모두 말했다.

-위에서 오늘 연락이 왔다.

“무슨?”

-현재까지 진행 중이었던 계획은 폐기한다.

방수찬의 눈가가 찡그려지며 올라갔다.

지금의 계획을 진행하기 위해 고생했던 것이 떠올랐다. 심지어 이번 계획도 이전의 계획이 폐기되어 새로 내려온 것이었다.

그러나 방수찬은 감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유가 뭡니까.”

저번이야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지만, 지금의 계획은 훌륭하게 진행 중이었다.

최정환은 무조건 일주일 뒤 대표단을 나올 것이고, 다른 두 명도 다를 것은 없었다.

-VIP가 돌아온다.

사미영의 말에 방수찬은 가만히 침묵을 지켰다.

VIP.

아이리스 길드에서 최고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길드장 황무진을 뜻하는 단어였다.

“언젭니까.”

-길드 대항전이 끝날 때쯤으로 파악하고 있다.

생각보다 일정이 당겨졌다.

지금의 계획을 진행하려면 황무진은 자신이 얘기한 2년이라는 기간을 모두 채우고 나와야 했다.

“바뀐 계획은 뭡니까.”

황무진이 나온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는 계획이었다. 방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짜증을 털어버리고 사미영의 말에 집중했다.

-정리한다.

방수찬은 그녀의 말에 한 가지를 더 물어보았다.

“범위는 어디까지입니까.”

-전부.

그녀가 말하는 전부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컸다. 이 계획에 조금이라도 연루되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정리하라는 소리였다.

황무진이 나타나더라도, 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서.

“기한은 언제까지 하면 되겠습니까.”

-일주일 안에 모든 걸 정리하고 내가 있는 곳으로 오거라.

현재 사미영은 해외 출장을 빌미로 길드 밖에 나가 있었다. 하지만 길드에 보고된 지역에는 사미영이 없었다.

사미영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고, 이미 한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방수찬은 그곳이 어딘지 알고 있었다.

“빠듯하군요.”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아이리스 길드 안에서 사미영과 자신은 물론, 이 계획을 알고 있는 모든 것의 흔적을 지워야 했다.

혼자 하는 일은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자신을 따라 움직일 몇 명을 떠올리며, 방수찬은 사미영에게 말했다.

“델타는 데려가겠습니다.”

-그래. 다른 두 명은 결국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건가?

“알파와 감마는 아직 입니다.”

-시간이 없다. 그 둘은 처리해라.

“예.”

방수찬은 바로 실행에 옮기기 위해 구슬에서 손을 떼려고 할 때 사미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만.

방수찬은 다시 구슬에 손을 올리고 사미영의 말을 기다렸다.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고민이 끝난 사미영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래도 길드에 서프라이즈 선물 하나 정도는 남겨야지. 알파와 감마에게 다시 말해라. 길드 대표 등록을 하라고.

그다음 입맛을 다시듯, 혀가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사미영의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그런 다음 처리해라.

그렇게 된다면 아이리스 길드에 커다란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등록 이후 두 명은 죽고, 한 명은 실종될 테니까.

그러면 방수찬도 쉽게 정리를 하고 빠질 수 있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방수찬은 대답을 마치고, 구슬에서 마나를 거둬들였다. 그러고는 다시 밖으로 나와 산 밑으로 걸어갔다.

그때, 방수찬의 뒤에서 자그마한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도청 장치.

자신의 임무를 다한 도청 장치는 가루가 되어 허공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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