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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74화 (74/177)

# 74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74화

20장 넘어오시죠(2)

강한수가 말한 함께하라는 것의 규정은 빡빡하지 않았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훈련 기간만 같이 행동하라는 뜻이었다.

아침 훈련부터, 저녁 훈련이 끝날 때까지 나는 최정환과 함께 행동해야 했다.

“하나, 둘, 셋, 넷!”

이지상의 구호와 함께 대표단의 아침 구보가 시작되었다. 나를 포함한 6명의 멤버들은 운동복 차림으로 달렸다.

그냥 달리는 것이 아니었다.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팔찌를 손목에 차고 달렸다. 마나를 사용하게 된다면, 이런 구보 따위는 훈련이 되지 않았다.

거기다 나를 비롯해 모두가 입고 있는 운동복은 특수 재질로 만들어진 옷이었다.

옷의 무게를 조절할 수 있어 훈련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지상의 명령으로 우리는 100㎏으로 설정하고 달렸다.

“후우, 후우.”

그래서일까, 달리고 있는 대표단의 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유일하게 뽀송뽀송한 옷을 입은 채 달리고 있는 것은 이지상뿐이었다.

그가 우리들의 옆을 달리며 소리쳤다.

“속도 올리자. 달려!”

이지상이 다그쳤고, 대표단은 체력을 끌어올리며 달렸다.

그러다 평범한 평지에서 산으로 코스가 바뀌었다.

등산로처럼 길이 잘 만들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떨어진 나뭇잎들과 가지, 약간은 푹푹 빠지는 흙으로 인해 달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간혹 나오는 돌덩어리들을 피하며 달려야 했다.

“제일 늦는 팀은 오늘 새벽 훈련을 진행할 거야.”

새벽 훈련이라는 말에 다들 진절머리를 내며 속도를 올렸다. 이지상이 말한 팀은 첫날 강한수가 시킨 특별 임무로 모인 사람을 말했다.

나와 최정환.

김세아와 한소희.

이찬혁과 박찬영, 김진수.

이렇게 총 3팀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중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은 최정환과 나였다.

고개를 돌리니, 바로 뒤에는 김세아와 한소희가 뒤쫓아 오고 있었다. 그 뒤에 마지막 멤버들이 바짝 달라붙고 있었다.

다들 한 가락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이찬혁이 조금은 힘들어 보여 걱정했지만, 잘 따라오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나나 이찬혁은 월반이라고 봐도 됐다. C라는 무리에서 수업을 받다가 성적이 좋아 A라는 무리로 이동하게 되었으니, 바로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는 이미 적응이 끝났지만 이찬혁은 아직 적응 중이었다. 저놈도 재능은 있는 놈이니, 며칠 내로 완전히 따라붙을 것이다.

“다 와 가네!”

이지상이 끝을 알리며, 앞으로 치고 나갔다. 마나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이지상의 몸은 가벼웠다.

여기저기 돌을 밟으며, 빠르게 위로 올라갔다. 그의 신형이 완전히 사라졌고, 대표단은 마지막 스퍼트를 위해 달렸다.

최정환이 가장 먼저 치고 나갔고, 그에 못지않은 속도로 내가 달렸다.

“후아!”

산의 정상에 도착한 나는 상체를 숙이고 숨을 고르게 쉬었다. 어느 정도 호흡이 돌아오고, 다시 상체를 들었다.

위에서 우리가 달려오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이지상이 입을 열었다.

“고생했고.”

이지상의 시선이 박찬영과 김진수, 이찬혁에게 갔다. 그러고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꼴찌는 약속대로 새벽 훈련이야. 근데 말이야 대표단은 하나잖아?”

나를 비롯해 먼저 도착한 4명의 시선이 이지상에게 쏠렸다. 다른 게 아니라 마지막 한마디 때문이었다.

이지상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대표단은 하나니까 새벽 훈련도 같이한다. 내일은 4시 기상으로 알고 이제 밥 먹으러 가자.”

나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훈련을 하는 게 더 좋았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투기장에서 내 목숨을 살려줄 자산이 될 테니까.

가장 늦게 올라왔던 이찬혁은 아무런 죄도 없지만, 괜히 멋쩍은지 머리를 긁으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이 분위기 어떡하나.”

나는 그런 이찬혁에게 말했다.

“하루 이틀도 아닌데 뭘. 내려가자.”

앞서 내려가는 이지상을 따라 대표단도 함께 산을 내려갔다. 내려갈 때는 그래도 여유롭게 내려갔다.

길드에 도착해, 간단하게 씻은 뒤에 아침 식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식판을 받아 최정환의 앞에 앉았다.

고개를 슬쩍 들어 나를 쳐다보는 최정환에게 말했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별말 없이 다시 밥을 먹는 최정환과 함께 나도 숟가락을 들었다. 아침부터 고된 훈련을 해서 그런지 아주 술술 넘어갔다.

먼저 밥을 다 먹은 최정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남은 밥을 마저 먹고 최정환을 따라 일어났다.

최정환은 대련장으로 향했고, 나도 같이 이동했다.

‘시간이 좀 남았는데.’

오전 훈련 시작 전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정환은 대련장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일단은 같이 있어야 하기에 나 또한 의자에 앉았다. 그러고선 눈을 감고 있는 최정환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으로는 채하나의 집무실에서 보았던 자료에 대해서 떠올려 보았다.

나보다 1년 선배이며 헌터 학교를 나왔다.

성격은 과묵한 편이고, 친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한소희밖에 없었다.

같은 학교 동기에 같은 길드 팀이었다.

나와 김세아, 이찬혁과 똑같은 케이스였다.

헌터 학교를 졸업하는 동시에 사미영에게 제안을 받아 아이리스 길드에 들어오게 되었다.

현재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고 남동생 한 명만 있었다. 최정환의 남동생인 최이수는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병명은 적혀 있지 않았다.

물음표 3개가 나란히 적혀 있었다. 의사들도 정확한 병명을

모른다는 뜻이었다.

‘불치병.’

증상이라면 몸이 점점 쇠약해지는 것이었다. 뒷장에는 최정환이 길드에서 영약을 받아간 내역도 적혀 있었다.

아마 동생을 주려고 했던 것 같지만, 아직도 병원에 있는 것을 보면 큰 효용은 없는 것 같았다.

거기다 생명 유지를 위한 고가의 장비들이 많이 사용되었다.

그 때문에 병원비가 만만치 않았기에 최정환은 가리지 않고 임무를 수행하며 병원비를 감당했다.

‘흐음…….’

엘릭서.

포인트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치료 아이템 중 가장 비싼 아이템이었다.

모든 질병과 저주를 없애주고, 신체적인 능력을 영구적으로 향상시켜 주는 아이템으로 1회만 구입할 수 있었다.

최이수에게 사용하기 아까운 걸 떠나서, 구매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1,000,000,000p]

저것 한 병을 구매하는데 십억 포인트라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필요했다.

지금의 나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포인트였다.

당장은 최정환의 동생 최이수를 만나는 게 최우선이었다. 정확한 병명을 모르니 뭐가 필요한지 알 수가 없었다.

동생을 만나 포인트 상점에서 구매한 아이템을 사용한다면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의사가 아니기에 포인트 상점에 있는 아이템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화타의 진단서]

대상자가 현재 앓고 있는 병과 치료법에 대해 상세히 알 수 있습니다. (1/1)

이걸로 병명만 알아낸다면, 치료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사는 건 나중에.’

밤에 몰래 병원에 잠입해서, 최이수에게 아이템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당장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아직 최정환의 의중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움직이는 것은 섣부르다고 판단했다.

설레발 치는 것보다는 차분히 기회를 노리는 게 좋았다. 최정환이 사미영과 어떤 관계인지부터 알아야 했다.

가장 처음으로 최정환을 선택한 것은 회유를 제안할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동생을 아끼니 내가 도움을 준다면 넘어올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그걸 상회할 정도로 사미영과의 관계가 깊을 수도 있었다. 예를 들면 정말 사미영이 치료제를 가지고 있을 경우, 괜히 나라는 존재만 드러내는 상황이 나오게 될 것이다.

‘천천히 하자.’

길드 대항전까지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

* * *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매일 같이 함께 훈련을 받았다. 처음과는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눈빛만 봐도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대충 어떠한 행동을 할 것 같은지 유추할 수 있었다.

“자리로!”

오늘은 1군 전투 헌터와 대결을 펼치는 날이었다. 2군 전투 헌터는 패배한 다음 날 바로 복수를 했다.

양쪽으로 가서 자리를 잡은 대표단과 1군 전투 헌터.

한소희가 정면에 있는 헌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활활 타오르네.”

그녀의 말처럼 1군 전투 헌터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딱 봐도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는 것이 보였다.

몸을 풀던 박찬영이 입을 열었다.

“이번에 우리를 이기면 대표단에 들어온다고 했던가?”

“맞아요.”

김세아가 대답했다.

박찬영의 말처럼, 우리가 지게 된다면 1군 전투 헌터 중 한 명은 대표단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중 한 명은 대표단에서 떨어져야 했다.

1군 전투 헌터들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준비!”

김찬익이 중앙으로 가서 오른손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대표단은 일렬로 나란히 섰다.

“시작!”

김찬익의 손이 내려가며 시작을 알렸다.

시작과 동시에 나는 앞으로 달렸다. 오른손에 들린 검을 들어 올리며 앞에 있는 1군 헌터를 향해 점프했다.

챙!

내 검을 막은 1군 헌터의 자세가 낮아졌다. 힘에 있어서는 내가 우위에 서 있기에 가능했다.

‘안 통해.’

나는 옆에서 날아오는 마법을 피하며 몸을 뒤로 뺐다. 그 틈을 타서 주위에 있던 3명의 1군 전투 헌터가 나에게 붙었다.

자신들이 상대하던 대표단에게서 몸을 빼고, 나를 향해 무기와 마법을 날렸다.

나는 검을 휘둘렀다.

파이어 볼을 잘라내고, 1군 전투 헌터의 검을 쳐내며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퍼어엉!

내가 있던 자리에 한소희와 김세아의 마법이 적중했다. 엄청난 위력과 함께 세 명의 1군 전투 헌터를 아웃시켰다.

남은 두 명의 1군 전투 헌터는 최정환과 박찬영에 의해 정리되면서 단체전은 가볍게 끝이 났다.

김찬익은 경기의 종료를 알리며 외쳤다.

“승자 대표단!”

대표단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비록 훈련이 끝난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사소한 승리에도 즐거워 할 수 있게 되었다.

훈련 코치들이 다음 훈련을 진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 때, 어디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띠리리링~

전화의 주인은 최정환이었다.

그는 전화를 받더니, 평소의 차갑고 과묵한 표정으로 통화를 했다.

입을 열지는 않은 채, 듣기만 하고 있었다.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최정환의 표정이 더욱 차가워졌다.

최정환은 전화를 빠르게 끊으며, 강한수에게 다가갔다.

“잠시 갔다 올 데가 있습니다.”

강한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짝꿍이랑 갔다 와.”

“필요 없습니다.”

“싫으면 훈련하든가.”

강한수의 말에 최정환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곤 뒤를 돌아보며 나를 향해 말했다.

“가자.”

* * *

길드 차량을 빌려 내가 운전을 했다.

도착지는 혜성 대학 병원.

저번에 박영주가 입원했던 그 병원이었다. 입구에 차를 세우자, 최정환이 뛰쳐나갔다.

나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병원 입구로 들어갔다. 최정환은 먼저 올라갔기에 어디로 갔는지 알아보기 위해 안내 데스크로 향했다.

“이곳에 입원한 최이수라는 환자를 찾아왔습니다.”

여직원이 나를 보며 말했다.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죠?”

나는 자료에서 봤던 생년월일을 말했다. 여직원이 잠시 컴퓨터를 바라보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1405호입니다.”

“감사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4층에서 내렸다. 왼쪽 복도를 따라 1405호 병실을 찾았다.

그 앞에 서니, 안에서 한 아이의 숨이 헐떡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미세하게 열린 틈으로 내부의 모습이 보였다.

최정환의 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발작을 일으키고 있었다.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아이는 자신의 팔다리를 잡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잠시 후, 발작은 멈췄고 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최정환을 바라보며 말했다.

“앞으로 발작이 한 번 더 일어난다면, 그때는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겁니다.”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 최정환에게 의사가 고개를 숙이고는 병실을 빠져나갔다.

뒤이어 남자 간호사들도 밖으로 나왔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며 문을 닫았다. 이제 안에는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고 있는 최정환의 동생과 그 동생을 바라보는 최정환만 남아 있었다.

문을 닫는 소리에 최정환의 고개가 움직였다.

최정환의 얼굴에는 금이 가 있었다. 차갑고 과묵했던 그의 얼굴에 난 금은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았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동생. 살리고 싶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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