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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73화 (73/177)

# 73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73화

20장 넘어오시죠(1)

생각보다 채하나와의 대화 시간이 길어졌다. 지각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빨리 걸을 필요가 있었다.

정면에 보이는 대련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이미 도착한 다른 대표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최정환과 한소희.

김세아와 이찬혁.

박찬영.

김진수.

이렇게 떨어져 앉아 있었다. 나는 그중 김세아와 이찬혁이 있는 쪽으로 가서 앉았다.

“딱 맞춰 왔네.”

이찬혁의 말에 나는 숨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들어오고 얼마 있지 않아 다른 사람들이 더 안으로 들어왔다.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강한수.

그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맨 뒤에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하품을 하며 약간은 귀찮아 보이는 표정은 여전했다.

강한수가 대표단 앞에 와서 섰다.

“반갑다. 이번 대표단 감독을 맡은 강한수다.”

아주 짧고 간단한 소개였다.

나와 김세아, 이찬혁은 박수를 치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우리를 따라서 나머지 대표들도 박수를 치며 한마디씩 남겼다. 강한수를 시작으로 같이 올라온 사람들도 자신을 소개했다.

“훈련 코치 김찬익이다.”

“훈련 코치 이지상이라고 해.”

“의료팀 이지영이에요.”

훈련코치 2명과 의료팀 1명. 거기다 감독인 강한수까지 있으니 대표팀의 완전체가 모두 모이게 되었다.

대표팀을 바라보며 강한수가 입을 열었다.

“다들 개개인의 실력은 뛰어나다고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개인전은 빼고, 레이드와 단체전 연습을 진행할 거다.”

강한수와 의료팀 한 명은 대련장 구석에 마련되어 있는 진행석 같은 곳으로 가서 앉았다.

나머지 설명은 훈련코치 김찬익이 마저 해주었다.

“일단 메인 5명. 김세아, 최정환, 한소희, 박찬영, 오유성 나와라.”

나를 포함해서, 호명된 5명은 대련장 중심으로 가서 김찬익의 앞에 섰다.

김찬익은 우리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은 데이터 수집이 목적이다.”

이 다섯 명이 한 팀이 되어 싸워 본 적이 없었다. 감독과 코치 입장에서는 데이터가 있어야 훈련 방향이나, 보완, 정 아니면 멤버 교체를 할 수 있었다.

길드 대항전에 나가 최고의 성적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감독단이 해야 할 일이니까.

“레이드부터 시작하겠다. 일단 이걸 착용해라.”

김찬익이 건넨 것은 보호막 펜던트였다. 나는 그것을 받아 목에 걸었다.

“첫날부터 빡빡하게 갈 생각은 없으니, 보호막 사라지면 빠져라.”

대련장 밖으로 김찬익이 나간 뒤에, 거대한 푸른 막이 생성되었다. 대련장을 뒤덮는 푸른 막은 내부에서 외부로 나가는 공격을 막아주었다.

김세아나 한소희의 마법이 빗나간다고 해도, 푸른 막에 막힐 것이다.

“지상아, 시작하자.”

김찬익이 이지상에게 말했다.

그러자 이지상이 진행석에서 마석 두 개를 꺼내 대련장 안으로 던져 넣었다.

허공을 가르는 마석 두 개에 이지상에 마나가 닿아 커다란 빛을 만들어냈다.

빛이 사방으로 확산되어 퍼졌다. 동시에 육중한 덩치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쿠우우웅!

빛이 사라지고,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빌라만 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악어였다.

엄청난 크기의 악어는 자신의 몸집을 자랑하며, 대련장의 절반을 차지했다.

몸이 온통 강철로 뒤덮여 있는 이 녀석의 이름은 강철 악어다.

미국에서 처음 발견된 이 몬스터는 원래 스틸 크로커다일이라고 불렸다. 그게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강철 악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녀석의 특징은 이름처럼, 온몸이 강철로 뒤덮여 있어 방어력이 매우 높았다.

거기에 마법 저항력도 높아서 웬만한 마법도 통하지 않았다. 아마 이곳에 있는 사람 중 강철 악어의 방어력을 뚫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S급 특성의 김세아라도 지금은 힘들 것이다.

‘초반부터 너무 빡빡한 거 아니야?’

빡빡하게 할 생각 없다고 해놓고 상대하라고 내놓은 몬스터가 강철 악어라니 웃음만 나왔다.

“어떻게 할래?”

김세아가 내 쪽으로 다가와 말했다. 나는 별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일단 해봐야지.”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강철 악어를 잡으려면 강철 갑옷을 뚫어버리는 방법도 있지만, 약간의 편법도 있었다.

배 부분.

강철 악어의 배 부분은 강철이 아닌 그냥 살과 똑같았다. 그냥 검으로만 찔러도, 찔릴 정도로 약했다.

그러나 강철 악어를 뒤집는 것이 힘들었다. 예전에 배웠을 때는 1군 헌터 20명 정도가 한 곳을 집중 공격해야 한다고 배웠다.

‘이놈은 진짜가 아니니까.’

눈앞에 있는 강철 악어는 똑같이 생겼지만, 어디까지나 마석으로 인해 만들어진 몬스터였다.

잘하면 해볼 만할 것 같기도 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는 최정환, 한소희, 박찬영을 보며 말했다. 내 질문에 대답한 것은 웃고 있는 한소희였다.

“잡아야지. 우리 실력에 강철 악어를 잡으면 뒤집어야 하는데 방법이라도 있어?”

조용히 있던 박찬영이 입을 열었다.

“한곳을 집중 공략해야지.”

내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해볼 만한 방법은 저것밖에 없었다.

“그럼 해보죠. 마법을 맞힌 뒤에 근접 계열이 붙는 것으로 하면 될 것 같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대표팀은 각자 자리를 잡았다.

김세아, 한소희, 박찬영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각자 강력한 마법을 준비했고, 나와 최정환은 전방으로 달릴 준비를 했다.

나는 고개만 돌려 뒤쪽을 보다가, 강력한 마나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러곤 최정환에게 말했다.

“가시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최정환이 앞으로 치고 나갔다. 나도 그의 뒤를 따라 지면을 박차고 달렸다.

워낙 몸집이 크기에 강철 악어에게는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나와 최정환은 서로 거리를 벌렸고, 그 사이로 3명의 마법이 들이닥쳤다.

김세아와 박찬형이 각각 만들어낸 거대한 얼음 창이 강철 악어를 향해 쇄도했다. 그 주위를 한소희의 전격 마법이 휘감고 있었다.

파지직!

엄청난 스파크와 함께 두 개의 얼음 창이 강철 악어의 허리 부분을 가격했다.

콰아아아앙!

강력한 위력과 함께 강철 악어의 왼쪽 앞다리와 뒷다리가 들어 올려졌다. 아주 약간이라 배를 공격할 부분은 나오지 않았다.

여기서 조금 더 들어 올리기 위해 나와 최정환이 달려들었다. 약간은 서리가 끼어 있는 마법이 적중당한 곳을 노리며, 검과 창을 들이밀었다.

콰아아아앙!

검과 창이 강철 악어를 공격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얻어내지 못했다. 3명의 마법보다 위력이 낮았고, 강철 악어의 무게로 인해 금방 앞다리와 뒷다리가 지면에 닿았다.

공격을 당해 화가 난 듯한 강철 악어가 몸을 돌려 우리를 노려보았다. 몸을 부르르 떨더니 강철로 뒤덮인 부분이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펑! 펑! 펑!

불게 달아오른 강철들이 강철 악어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사방으로 터지는 뜨거운 강철들이 대련장 전체를 뒤덮었다.

이리저리 피해도 보고, 마법으로 막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대표팀 5명의 보호막이 모두 깨지면서 레이드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지상이 마나를 거두자, 강철 악어는 빛을 내며 사라졌고, 두 개의 마석만이 대련장에 동그라니 남았다.

짝짝짝!

김찬익이 박수를 치며 다가왔다.

“생각보다 훌륭했다. 다리를 들어 올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말이야.”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얼굴을 보았다.

김세아는 아쉬워하는 표정이었고, 한소희는 평소처럼 웃고 있었다.

최정환은 여전히 조용했고, 박찬영의 눈가가 조금 떨리는 것이 보였다.

‘숨 막히네.’

보통은 못 잡으면 같이 아쉬워한다든가, 분노를 한다든가, 다음에는 잘해보자고 할 텐데, 그러한 말들은 일절 없었다.

“다음은 단체전이다.”

김찬익이 새로운 펜던트를 나눠주었다. 그와 함께 팔찌 하나씩을 나누어 주었다.

“팔찌는 능력의 제한을 두기 위해 착용하는 거다. 팔찌에 걸린 제약보다 강한 힘을 사용할 경우 빨간불이 들어온다. 보호막이 끝나거나 빨간불이 들어오면 죽은 거라 생각해라.”

단체전이라면 5명이 상대할 상대가 있어야 하는데, 주위에 우리가 상대할 만한 사람은 없었다.

“들어와.”

김찬익의 말과 함께 문을 열고 다섯 명의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 또한 펜던트와 팔찌를 차고 있었다.

그들이 대련장으로 올라오고, 김찬익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들은 현재 2군 전투 헌터로서 내년에 1군 헌터를 목표로 두고 있는 4년 차 이상의 헌터들이다.”

최고의 유망주들로 이루어진 길드 대표 대 1군 헌터로 승급하려고 하는 4년 차 2군 전투 헌터.

나 또한 겉으로는 2군 전투 헌터였다. 저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이 본다면 무조건 길드 대표 쪽에 손을 들 것이다.

‘병 주고 약 주는 건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레이드 몬스터를 내놓더니, 지금은 상대하기 쉬운 2군 헌터들을 데려다 놓았다.

4년 차 이상이라고 하지만, 일 대 일로만 붙어도 저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김찬익이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자리로 이동.”

오른쪽 끝으로 이동한 대표팀은 지금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한소희였다.

“아까는 그러려니 해도. 이런 상황까지 오니 기분이 살짝 상하네.”

박찬영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이 상황에 정말 열이 받았는지 다 씹어 먹겠다는 포부를 내뱉었다.

“내가 다 처리한다.”

최정환은 말이 없었고, 김세아는 그저 현실을 받아들인 채 저들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김세아는 무슨 상황이 오더라도 최선을 다했다. 예전에 붉은 늑대를 처리할 때도 불만은 있었지만, 최선을 다했다.

걱정스러운 것은 김세아를 제외한 3명이었다. 누가 봐도 뻔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들을 내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혹시나 몰라 얘기했다.

“방심은 조심하도록 하죠. 한 달 전부터 연습했다면 합이 잘 맞을 겁니다.”

그러자 박찬영이 이야기했다.

“한 달은 무슨. 일 년을 연습해도 이 멤버는 못 이길걸?”

김찬익이 우리를 보더니 말했다.

“준비 다 됐나?”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김찬익이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시작!”

시작과 동시에 박찬영이 먼저 앞으로 치고 나가며 양손을 벌려 마법을 사용했다.

말 그대로 혼자 다 처리하겠다는 듯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쳤다. 아이스 에로우 수십 개가 생기며 2군 헌터 쪽으로 날아갔다.

뒤에 있던 2군 헌터 한 명이 보호막을 걸어주었고, 3명의 근접 무기를 들고 있던 헌터들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들은 마치 한 몸인 듯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치밀하게 파고들어 박찬영에게 도망칠 틈을 주지 않았다.

눈 깜짝할 새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들은 박찬영을 무너뜨렸고, 박찬형의 보호막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걸 보고 있던 김찬익이 입을 열었다.

“무시 안 하는 게 좋을 거다. 너희에 대한 분석을 모두 맞춰서 그에 맞는 준비를 했으니까.”

2군 전투 헌터들이 몸을 움직였고, 아직 남은 3명의 길드 헌터들도 몸을 날렸다.

나는 뒤에서 한 박자 늦게 움직였다.

정면을 바라보니 한소희, 최정환, 김세아가 5명의 2군 전투 헌터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나는 잠시 뒤에 멈춰 서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내가 개입하지 않아도 이길 것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다. 2군 헌터의 협동에 길드 대표 3명의 움직임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2군 헌터들이 자신들에게 날아오는 공격을 묘하게 피해내며, 길드 대표들에게 향하게 만들었다.

결국 길드 대표끼리 싸우고 있는 모양새가 나왔다. 이왕이면 이기는 것이 좋으니까, 나는 승기를 잡기 위해 몸을 날렸다.

그때 강한수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웃고 있었다.

나를 보고 웃었다기보다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웃다가 나를 본 것 같았다.

‘뭐지?’

다시 정면을 바라보니 상황은 정리되어 있었다.

김세아와 최정환, 한소희의 보호막은 모두 사라져 있었다. 5명의 2군 전투 헌터들이 동시에 나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나를 잡아먹을 듯이 달려드는 모습을 보며, 나는 두 손을 들고 말했다.

“항복!”

* * *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 대표단을 보며 강한수가 대련장 위로 올라왔다.

“뭐. 너희 개인 실력이야 뛰어난 건 잘 알고 있는데. 겉으로 협동하는 척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협동할 수가 없었다.

지금의 대표단은 커다랗게 바라보면 두 개의 파로 나누어져 있으니까. 그래서 내가 회유라는 개인 임무를 받은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부터 협동심을 키우기 위해 특별한 임무를 주겠다.”

우리를 둘러보다, 유독 나를 유심히 보던 강한수가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두 명씩 짝을 지어 같이 행동한다.”

나는 강한수의 말을 듣는 순간, 왜 나를 보고 웃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회유를 하기 위해서는 목표와 함께 있어야 했다. 내가 갑자기 목표에게 붙는다면, 당연히 사미영 측에서도 의심을 할 것이다.

생뚱맞은 행동이니까.

그러나 이렇게 판을 깔아버리면, 나는 자연스럽게 목표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채하나의 자료를 바라보며, 처음부터 생각했던 사람이 있었다.

꽤나 지독한 병에 걸린 최정환의 동생.

나에게는 포인트 상점이 있었고, 최정환의 동생을 치료할 방법이 있었다.

나는 강한수의 눈빛을 받아치며, 최정환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받은 강한수가 입을 열었다.

“최정환과 오유성이 같이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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