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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70화 (70/177)

# 70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70화

19장 시선의 차이(5)

체스만과 4명의 기사들을 데리고 간 곳은 지하 감옥이었다. 성 밑에 있는 지하 감옥의 열쇠는 집사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방음까지 완벽한 가장 구석에 가뒀다. 철문을 닫고 열쇠로 문을 잠갔다.

집사와 테인은 먼저 밖으로 나갔다.

나는 잠시 남아 철장 안을 바라보았다.

처음에 체스만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고민을 했다. 발칸의 시련으로만 바라보라고 했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단순히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시련을 위해서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마수를 잡는 것에만 집중했다. 이곳은 또 다른 세상이니 내가 크게 관여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체스만은 최악의 선택을 했다. 내가 막지 않는다면 그대로 시련은 끝이 나버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 아차 싶었다.

발칸이 말한 시련을 시련으로 보라는 것에 대한 것도 이해가 되었다.

시련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를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시련을 완수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용하라는 것이었다.

그때, 체스만의 정신이 돌아왔다. 그가 철문으로 다가와 주먹으로 쳤다.

쾅쾅쾅!

“이게 뭣 하는 짓이야!”

목소리에는 날이 서 있었다. 이를 악물며,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체스만이 당장 이곳에서 나올 방법은 없었다.

이 열쇠는 다섯 번째 침공을 막는 순간에서야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갈 테니까.

“그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

내 말에 체스만이 소리 질렀다.

“이거 열어!!”

지하 감옥에 체스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징징거리는 진동음이 느껴졌다.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와 함께 체스만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철창을 잡은 채 주르륵 쓰러졌다.

체스만은 이 상황을 무척이나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온몸으로 드러나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하나둘 누워 있던 기사들도 눈을 떴다. 그들 또한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파악했다.

“여긴…….”

“이 새끼!”

“당장 열지 못해!”

“우리 없이 침공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그들을 보며 말했다.

“필요 없어.”

어차피 이곳에서 빠져나가려고 했던 놈들이었다. 이렇게 가두어 놓았지만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들이 빠져나가면 다음 침공 때 성안에 있는 사람들의 포기가 급속도로 빨라질 것이고, 다음 침공이 가속화될 것이다.

그걸 막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이 전쟁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살고 싶으면 그 안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어.”

나는 그 말을 마친 뒤에 지하 감옥을 나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가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있어 고개만 살짝 돌렸다.

정확히 체스만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네 물건 중에 쓸 만한 것들이 많던데. 내가 좀 빌릴게.”

다시 몸을 돌려 지하 감옥을 빠져나갔고, 그 뒤로 체스만의 진심 어린 절규가 다시 한번 들렸다.

“안 돼!”

* * *

다시 성주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안에는 먼저 올라간 테인과 집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 저들을 끌어들일까에 대해 고민을 했었다. 성주가 이곳을 떠나는 것을 막을 수는 있으나, 그것을 숨기는 것은 혼자 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저들에게 이 사실에 대해 말해주었고, 선택을 강요했다. 살기 위해서는 나를 도와야 한다는 선택지가 적힌 답안지를 보여주었다.

그들은 나를 도우기로 마음을 먹었고,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내 말에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크게 해야 할 일을 설명해 주었다.

“집사님은 성주에 대한 소식을 차단시켜야 합니다. 그 어떤 시종이나 하녀에게도 성주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게 해서는 안 됩니다.”

집사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집사는 성주 다음으로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안에 있는 사람관리 또한 집사의 몫이니 잘할 것이다.

“예.”

집사가 성주의 소식을 막는다면, 당분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앞선 세 번의 침공 때 성주가 나오지 않았으니, 그 뒤에 일어날 침공 때 나오지 않는다고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은 없었다.

“테인 님은 사라진 네 명의 기사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면 됩니다. 그들은 성주의 명을 받고 보급품을 찾으러 갔다고 이야기하면 됩니다.”

테인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로써 사라진 사람들의 대한 알리바이는 만들어졌다. 이제 기본적인 것은 정리가 됐으니, 세부적인 상황에 대해서 생각해야 했다.

“집사님, 성 안에 남은 식량은 얼마나 됩니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먹인다고 한다면.”

“일주일은 배부르게 먹을 수 있습니다.”

순간, 체스만의 처우에 대해 고민했다. 그렇게 많은 식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신은 배터지게 먹고 사람들은 죽 같은 거나 먹이다니, 쓰레기가 따로 없었다.

“당장 풀어 그들의 배를 채우세요.”

무슨 일이든 든든해야 할 수 있는 법이다. 배고픔에 허덕이며, 마수와 싸우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리고 부상 입은 병사가 많은 만큼, 사람 중에서도 가용 인원은 최대한 데려가야 했다.

“테인 님 현재 전투 가능 인원은 몇 명입니까?”

“기사 20명에 병사 250명입니다.”

조금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것은 충분히 해결할 방법이 있었다.

“어차피 포탄이 없는 상황이니 성벽 위에 있던 기사와 병사들을 모두 보병으로 합류시키세요.”

“예.”

“그리고 그들의 지휘는 당연히 테인 님이 해주셔야 합니다.”

“예.”

나는 그 둘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바로 제가 말씀 드린 것을 실행해 주세요.”

테인과 집사가 나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집무실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밖으로 나감과 동시에 집사가 시종과 하녀를 불러 모으는 소리가 들렸다.

마음속에서 갈등하고 있던 것을 확실히 끝낸 모양이었다. 나를 믿어준 그들에게 보답할 시간이었다.

나는 집무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곳에는 체스만이 가져가려고 했던 짐들이 있었다.

그 짐 끝에 삐죽 튀어나와 있는 빨간색의 구슬. 영롱한 빛을 내는 빨간색 구슬은 한눈에 봐도 빨려 들어갈 것처럼 아름다웠다.

원형 구슬 안에 붉은 비늘이 보였다. 그 붉은 비늘에서 나온 빛이 구슬을 빨갛게 만들었다.

체스만이 챙기려고 했던 것만큼 비싼 물건으로 보였다.

나는 그것을 꺼내 확인해 보았다.

‘호오.’

[화염의 보주]

화염 드래곤의 비늘이 담긴 보주이다. 마나를 주입할 경우 화기가 흘러나온다. 적당한 양의 마나를 주입하면, 난로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한 양의 마나를 주입할 경우, 엄청난 폭발을 일으킨다.

화염 드래곤이라니, 정말 어마어마한 물건이었다. 화기가 흘러나온다는 말에 마나를 주입해 보았다.

아주 작은 양의 마나를 주입하니, 따뜻한 기운이 방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나는 마나를 거두고, 화염의 보주를 챙겼다. 마지막에 적힌 한 줄 때문이었다. 얼마나 강한 폭발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이름값 정도는 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걸 보니 아까 체스만의 절규 소리가 머릿속으로 재생되었다. 왜 그런 절규를 내질렀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아이템이었다.

이것 말고도 짐 가방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비싸 보이는 조각상부터 시작해서, 금은보화들이 가득했다.

그런 것들을 빠르게 거르며, 사용할 만한 아이템이 있나 확인해 보았다.

화려한 검과 갑옷들이 있었지만, 장식용이라 실전에서 사용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거추장스럽기도 했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검과 갑옷들이었다.

그 이외에 쓸 만한 아이템을 챙기고는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 * *

다음 날 아침, 성안의 분위기는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 밝아 보였다. 집사는 내 말대로 식량을 보급했다.

평소 먹던 죽이 아닌, 맛있고 꽤 풍족한 양으로 든든하게 식사를 하니 사람들의 얼굴에도 생기가 돌았다.

거기다 상처를 입은 병사들에게 성안에 있는 치료제들을 아낌없이 사용해 다친 사람들을 치료했다.

심한 상처가 아닌 병사들은 바로 전투에 가담할 수 있을 정도로 효능이 좋았다.

나는 그들을 확인하고 성안으로 들어갔다.

성주의 집무실에서는 테인과 집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테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원군에 대해 연락 온 것은 없습니까?”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내 생각대로만 흘러간다면 어느 정도 시간을 버티거나 침공을 막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내가 미래를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대로 흘러간다고 볼 수 없었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확인해서 최선의 상황을 만들어내야 했다.

테인은 내 말에 고개를 절레 흔들며 대답했다.

“아직 선발대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지원군이 오늘 도착한다는 것만 들었지 자세한 시간에 대해서 들은 것은 없었다.

테인 또한 자세한 소식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집사가 입을 열었다.

“지원군이라면 오늘 점심쯤에 도착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점심이라면 시간이 얼추 맞아떨어졌다.

지금까지 마수 침공은 해가 한창 떠 있을 점심때쯤 일어났다. 이번에도 그렇게 된다면, 마수 침공이 일어나고 얼마 있지 않아 지원군이 도착할 가능성이 높았다.

지원군이 먼저 도착하면 더욱 좋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이었다.

“일단은 지원군을 기대하지 않고, 우리끼리 최대한 막아내야 합니다.”

“예.”

나는 테인과 함께 마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가기 전 집사에게 일러두었다.

“저희가 나가는 대로 전투가 불가능한 병사들과 사람들을 이곳으로 보낼 겁니다.”

“예, 잘 데리고 있겠습니다.”

성주의 성에는 보호 마법이 설치되어 있어 최후의 보루로 사용할 수 있었다. 집사의 말로는 꽤나 강력한 마법까지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성벽이 밀리게 된다면, 성주의 성에서 농성하며 시간을 더욱 끌 수도 있었다.

성에서 나와 성벽 위로 올라가 정면을 바라보았다. 항상 마수들이 나타나던 곳은 아직까지 조용했다.

휘이이잉!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은 시원한 것도 아니었고, 따듯해서 나를 보듬어주는 살가운 느낌도 아니었다.

매우 끈적끈적했다.

습기가 가득한 것처럼 짜증 지수를 올리는 기분 나쁜 바람이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닌지, 다른 사람들도 찝찝함을 토로하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땅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지진이 일어났다.

쿵! 쿵!

소리가 날 때마다 땅이 들썩였다. 성벽 틈틈이 쌓여 있던 돌가루가 떨어지고, 병사들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크라라락!”

“크에엑!”

아직 정면에서는 마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으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저 멀리 있는 숲에서부터 들려오는 마수의 소리는 작지 않았다.

다수의 마수가 내는 소리.

결코 적은 숫자가 낼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나는 성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테인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단순 테인에게 하는 소리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게 간단명료하게 소리쳤다.

“준비!”

내가 소리를 외치고 조금 시간이 지난 뒤, 정면에는 엄청난 마수와 마인들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끝도 없이 나오는 마인과 마수.

가장 많은 마수들가 몰아쳤던 첫 번째 침공 때보다 많은 수였다.

[네 번째 침공이 시작됩니다.]

그 엄청난 물량에 기사들과 병사들은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너무나 압도적인 차이에 덤벼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첫 번째 침공 때와 비슷한 분위기.

나는 최대한 이 분위기를 돌려 보기 위해, 품에 있던 화염의 보주를 꺼내 들었다.

드래곤의 비늘이 들어 있는 아이템이니만큼, 그만한 효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삼분의 일정도만 줄여준다면, 성으로 들어가서 방어하면서 지원군을 기다려 볼 만했다.

“후우.”

나는 숨을 고르게 쉰 다음에 성벽에서 뛰어내렸다. 그러고는 앞으로 빠르게 달려가면서, 화염의 보주에 마나를 불어 넣었다.

정면에서는 마수와 마인들이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을 향해 자세를 잡으며, 마나를 잔뜩 집어넣은 화염의 보주를 던졌다.

내 손에서 떨어지는 순간, 화염의 보주에서 엄청난 불길이 치솟았다. 그와 함께 강렬한 기운이 풍겨 나왔다.

‘엄청나다’

나는 이형환위를 사용해 단숨에 성으로 이동했다. 내 발이 성벽 위에 닿는 순간, 엄청난 굉음과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아아앙!

폭발과 함께 사방으로 퍼지는 여파로 인해 두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강렬한 빛이 눈을 감았음에도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고 무언가 탄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나는 눈을 뜨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정면에 보이는 모든 것이 타버렸다.

숲이 모두 타버렸고, 바닥에는 시체들과 함께 검은 그을음만 남아 있었다. 모든 것이 검게 물들어버렸다.

그곳에서 살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20,000p를 획득하셨습니다.]

[네 번째 침공을 막아내셨습니다.]

[마이런의 힘을 나눠 받은 단쥬를 죽임으로 인해, 마이런의 힘이 추가로 감소합니다.]

그 뒤로 추가 메시지가 떠올랐다.

[……시련이 기형적인 방식으로 클리어되었습니다. 침공을 가속화합니다.]

동시에 타버리지 않은, 저 멀리 있는 숲에서 엄청난 수의 마수들이 다시 기어 나오고 있었다.

[다섯 번째 침공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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