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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68화 (68/177)

# 68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68화

19장 시선의 차이(3)

기사의 뒤를 쫓아 걸어갔다.

큰길을 따라 걸으니, 바로 정면에 높게 올라간 성이 보였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 정면에 보이는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화려했다.

샹들리에부터 시작해서, 비싸 보이는 물건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벽에는 동물의 뼈들도 장식품으로 달려 있었다. 장식품들에 눈이 돌아가 있던지라, 앞서가던 기사가 나를 일깨워주었다.

“이리로 오시면 됩니다.”

반원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복도가 보였다. 복도에는 양옆으로 사람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메이드복을 입은 하녀들과 시종들이 고개를 숙이며, 나와 기사를 맞이해 주었다.

복도의 끝에 있는 문.

그 앞에는 양옆에 있는 하녀와 시종들과는 조금 다른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서 있었다.

수염을 기르고 안경을 쓰고 있었다.

기사가 그를 보며 말했다.

“게일 집사. 이분이 성주님이 찾는 기사님이시네.”

집사.

성주를 대신하여 성을 관리하는 사람이었다. 한마디로 하녀들과 시종들을 관리하고, 성주가 자신의 일에 몰두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매니저와 같았다.

“어서 오십시오.”

게일 집사가 나를 향해 목 인사를 하고는 문을 열었다. 열린 문틈 사이로 긴 테이블이 보였다.

족히 30명은 앉을 수 있는 테이블 위에 하얀 테이플 보가 깔려 있었다. 그 위에는 장식용 초와 접시, 나이프와 칼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음식들이 올라와 있었다.

낯선 음식들임에도 불구하고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갈 정도로 맛있어 보였다. 거기에 향긋하고 맛있는 냄새까지 풍겼다.

체력을 많이 소모해서 배도 고팠는지 입에 침이 절로 고였다.

그때, 왼쪽 끝자리에 앉아 있던 젊은 남성이 입을 열었다.

“왔나?”

약간은 가벼운 말투.

그와 어울리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빨간 머리칼을 가졌으며, 뱁새 같은 눈에 입꼬리가 길었다.

입고 있는 옷은 비싼 재질로 만든 것 같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봐도 옷에서 광이 흘렀다.

“가시죠.”

기사가 조그맣게 중얼거리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나는 기사를 따라 움직였다.

남자의 앞에 서자 기사가 자신의 한쪽 무릎을 꿇으며, 자세를 낮춘 뒤에 입을 열었다.

“체스만 성주님. 오늘 큰 공을 세운 방랑기사님을 데려왔습니다.”

“고생했다.”

체스만이 기사를 향해 말했다. 기사가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체스만의 시선은 내 쪽을 향했다.

“저쪽으로 가서 앉으시죠.”

체스만은 아주 친절한 목소리와 함께 끝에 있는 자리를 가리켰다. 나는 일단 자리에 가서 앉았다.

내 옆으로 다가온 시종이 음식을 가져왔다. 앞에 있는 접시에 음식을 덜고는 다시 조금 떨어졌다.

“일단 드셔보십시오. 맛이 아주 훌륭합니다.”

배도 고팠겠다, 옆에 있는 포크를 이용해 접시에 담긴 고기를 찍어서 입에 넣었다.

‘맛있네.’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리는 고기와 함께 육즙이 터져 나왔다. 정말 비싼 레스토랑은 가 보지 않았지만, 만약 가게 된다면 이런 음식을 먹지 않을까 싶었다.

체스만은 다 먹었는지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러곤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에 큰 공을 세웠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접시에 있는 것을 다 먹자 시종이 다른 음식을 계속해서 담아주었다. 나는 그 음식들을 먹으며 체스만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필 제가 이곳에 발령받고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이 위기만 벗어난다면 저는 다시 위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체스만은 양손을 움켜쥐며, 탐욕 가득한 눈빛을 내뿜었다.

“왕국에서 보낸 병력이 오고 있습니다. 혹 그때까지 저를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차피 내가 해야 하는 일이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마음껏 드십시오. 어차피 내일이면 추가 보급품도 들어 올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게 말을 해도, 테이블에 있는 음식은 너무나도 많았다. 차분히 하나씩 맛을 보던 와중 시선이 자연스레 움직였다.

오른쪽 창문 너머로 성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높은 곳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한눈에 쏙 들어왔다.

자신들이 주워온 화살들을 모아놓고, 병사들이 배식해 주는 음식을 받아먹고 있었다.

병사들이 떠주는 것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손바닥만 한 그릇에 죽과 비슷해 보이는 것을 덜어주었다.

화살을 가져오지 못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음식도 주지 않았다. 다리를 절뚝거리는 노인이 다가가자, 병사들이 노인을 밀며 격리시켰다.

“요새 저것들 때문에 걱정이 큽니다. 식량을 축내는 것밖에 하는 게 없으니.”

체스만의 말에 입맛이 뚝 떨어졌다. 나는 손에 잡고 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왜 그러십니까?”

“저들은 항상 저런 음식만 먹는 겁니까?”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살아 있어야 써먹기라도 하니 살려는 둬야 하는데 저놈들 먹이는 돈만 해도 어마어마합니다.”

체스만은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으이그. 빨리 마수를 몰아내야 저놈들한테 들어가는 돈도 안 들어갈 텐데. 병력이 오려면 삼 일은 더 있어야 하니.”

나는 가만히 앉아 체스만을 바라보았다.

이런 전시 상황에서 성에 있는 사람을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방금 전 말과 행동은 꽤나 거슬리지만, 내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시련이 진행되는 데 있어 체스만의 언행이 방해된다면, 그때는 적절한 행동을 취할 것이다.

“이 남은 음식, 어차피 버릴 거면 저들에게 나눠주어도 되겠습니까?”

“예…… 뭐…….”

떨떠름한 표정을 짓던 체스만은 밖에 있는 다른 시종을 불러 음식을 나눠주라는 지시를 내렸다.

나는 체스만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고맙습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체스만이 말했다.

“방을 안내해 드리거라.”

하녀 한 명이 내 쪽으로 다가왔고, 나는 그녀가 안내해 주는 방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나 혼자 쓰기에는 방이 너무나 컸다. 문 앞에 서 있는 하녀에게 말했다.

“내가 필요하면 부르겠다.”

그러자 하녀가 문밖으로 나갔다. 그것을 확인하고 나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발칸.”

-왜 부르지?

나는 푹신한 침대에 몸을 맡기며, 발칸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었다.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 성주의 마인드에 대한 생각들도 같이 말했다.

그것을 모두 들은 발칸이 오히려 내게 되물었다.

-그래서? 네가 말한 것처럼 이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다. 그것을 너의 가치관에 비추어 생각하지 마라.

발칸이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련은 시련 자체 말고도 다양한 함정을 만들어 놓고 있다. 저번엔 운이 좋았을 뿐이고, 이번에도 운이 좋으리라는 법은 없다. 네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싶다면, 함정에 빠지지 않게 정신 똑바로 차려야 된다.

* * *

다음 날 아침, 나는 일어나자마자 밖으로 나왔다. 아침에는 조금 쌀쌀한 기운이 맴돌아 손을 비비며 성벽 위로 올라갔다.

마수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호오…….”

대포 옆에는 짚 같은 것으로 덮어놓은 포탄이 쌓여 있었고, 화살도 중간중간 왕창 모여 있었다.

성벽에서 밤을 지낸 병사들이 짚으로 자신의 몸을 감싼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성벽을 따라 걸었다.

성벽 안에서는 병사들이 배식을 하고 있었다. 한 명씩 병사들에게 음식을 받았다.

“조, 조그만 더”

“너 한 번 더 주면 다른 사람도 더 달라고 하는 거 몰라?”

아이를 향해 병사가 다그치고 있었다. 나는 나서기보다는 일단 한 걸음 물러서서 쳐다보기만 했다.

발칸의 말처럼 깊게 몰입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나는 시련을 성공하면 이곳에서는 사라질 사람이었다.

지금 당장은 도와줄 수 있더라도 그 이후에는 도와줄 수 없었다.

다시 성주의 성으로 돌아가 하녀가 준비해 온 아침 식사를 간단하게 했다. 그리고 발칸을 불러내 수련을 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엄청난 종소리가 울렸다.

댕댕댕!

그와 함께 메시지가 떠올랐다.

[두 번째 침공이 시작됩니다.]

나는 성에서 나와 성벽으로 향했다.

‘뭐지?’

어제 보았던 마수에 비하면, 오늘은 그 수가 절반 정도로 줄어 있었다. 이 정도면 오늘도 큰 피해 없이 처리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안도감보다는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해답을 찾기에는 지금 상황이 긴박했다.

“쏴라!”

기사가 명령을 했고, 병사들은 이전과 같이 익숙하게 대포를 쏘고, 화살을 날렸다.

펑!

콰아앙!

포탄을 쏘아 올리며, 멀리서 다가오는 마수들의 숫자를 줄여 나갔다. 쌓여 있던 포탄이 줄어들고, 병사들은 창고에 비축되어 있던 여유 포탄을 날랐다.

나는 성벽 밑으로 내려와 성문 앞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마수들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는 기사와 병사가 보였다.

그들의 표정은 비장했지만, 어제와는 분위기가 아주 조금 달랐다. 어제는 정말 답도 없는 상황이었다면, 오늘은 충분히 해볼 만한 상황이었으니까.

성문 제일 가까운데 서 있던 테인이 검을 들고 외쳤다.

“가자!”

끼이이익!

성문이 열리고, 기사들과 병사들이 우르르 달려나갔다. 나도 그들의 뒤를 따라 나갔다.

이미 포탄과 화살로 인해 마수들의 숫자가 꽤나 줄어 있었다. 기사들은 마인들을 상대했고, 병사들은 정신 지배를 벗어난 마수들을 사냥했다.

나는 그들 사이에서 눈에 보이는 것들을 죽여 나가며, 마이런의 수하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병사들을 죽이고 있는 마인 한 명을 찾았다.

거대한 낫을 사용하고 있는 검은 피부의 마인.

그의 낫이 병사의 목을 베려고 할 때, 내 검이 막았다.

챙!

“겁도 없이!”

검은 마인이 나를 보며 말했다. 나는 낫을 튕겨 내고, 바로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검을 빠르게 움직이며, 검은 마인을 몰아쳤다.

그러나 이번 마인 역시도 내 검을 맞받아치고 있었다. 낫이라는 특수한 무기는 처음 상대해 보는지라 상대하기가 힘들었다.

창이랑 비슷한 리치이지만, 창날과 낫은 엄연히 달랐다. 저번 놈과 다르게 여유가 있었다.

“큭큭큭.”

나를 보며 비웃고 있는 검은 마인을 향해 다시 검을 휘둘렀다. 동시에 몸에 마나를 퍼뜨렸다.

한껏 빨라진 속도와 힘으로, 방심하고 있는 검은 마인의 오른팔을 잘라냈다.

서걱!

“크윽.”

나는 거리를 벌리며, 뒤로 빠지는 검은 마인에게 달라붙었다.

“어딜 도망가려고.”

그때, 검은 마인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더니 잘라 버렸던 팔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끝났군. 돌아가기 전에 네놈 모가지는 가져가야 속이 시원할 것 같군.”

“뭐가 끝났다는 거지?”

“알고 싶으면 나부터 쓰러뜨려라!”

검은 마인의 몸이 총알처럼 튀어와 낫을 크게 휘둘렀다. 나는 자세를 숙이며 낫을 피했다.

그러곤 나도 지면을 박차며, 검은 마인의 몸에 가까이 붙어 검으로 녀석의 가슴을 베었다.

삭!

검은 마인이 반항한다고 용을 써보지만, 마나를 사용해 신체적인 성능을 올린 나에게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크아악!”

검은 마인의 양팔을 잘라버렸다. 어제의 마인과 똑같이 꼬리를 자르고, 다리를 잘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뭐가 끝났다는 거지?”

“조만간 알게 될 거다.”

순간, 검은 마인의 잘린 팔다리가 재생되었다. 엄청난 속도로 다시 생겨난 손으로 낫을 잡고 나를 공격했다.

그러나 이미 알고 있는 능력이었다. 이런 수법을 쓸 거라고는 미리 예측하고 있었다.

낫을 피하고, 이형환위로 이동해 검으로 녀석의 목을 베어냈다.

[20,000p를 획득하셨습니다.]

[두 번째 침공을 막아내셨습니다.]

[마이런의 힘을 나눠 받은 칸쥬를 죽임으로 인해, 마이런의 힘이 추가로 감소합니다.]

칸쥬라는 마인을 죽였지만, 녀석의 말에 뭔가 찝찝함이 남아 있었다. 대체 뭐가 끝났다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했다.

나는 성으로 들어갔고, 사람들은 어제와 같이 화살을 회수하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안으로 들어서니 병사가 테인에게 다가가 말하는 것이 들렸다.

“이제 포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병사의 말에 테인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어차피 오늘 보급품이 도착할 거다. 거기에 포탄도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순간,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검은 마인이 끝났다라고 한 소리가 어떤 것일지 대충 짐작이 갔다.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아니길 빌었다.

저 멀리서 병사 한 명이 다급하게 다가와 테인에게 말했다.

“보급 부대가…… 전멸했다는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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