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66화
19장 시선의 차이(1)
최종 7인이 발표되었다.
나를 비롯하여 김세아, 최정환, 한서희, 박찬영까지 메인 멤버였고, 김진수와 이찬혁이 예비 선수로서 대표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나에게 진 김동수는 한서희와 만나게 되면서 멘탈이 무너지게 되었다. 한 번 무너진 멘탈은 수습하기 힘들었고, 마지막으로 만난 이찬혁에게 지고 말았다.
김동수가 거세게 이찬혁을 몰아붙였지만, 끝끝내 버텨내어 기회를 찾은 이찬혁의 한 방에 무너졌다.
“심장 떨린다.”
옆에서 이찬혁이 자신의 심장을 부여잡으며 말하고 있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좀 떨린다.”
경기 내에서는 그런 것이 없었지만, 막상 대표로 뽑혔다고 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원래라면 꿈에도 꾸지 못했을 자리에 서 있게 된 것이었다. 투기장에 가지 못했더라면, 나는 저 관람석에 앉아 박수나 치고 있었을 것이다.
대표팀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대기실로 돌아갔다.
그곳에 도착하니 채하나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고생했다. 오늘은 푹 쉬고, 다음에 만났을 때 자세한 일정을 얘기해 주겠다.”
대표팀은 채하나에게 인사를 하고는 자신의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하나둘 사라지고, 나 또한 짐을 챙겨서 나가려고 할 때 채하나가 다가왔다.
“할 얘기가 있으니 집무실로 와라.”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로비에 나오니, 이찬혁이 다가와 말했다.
“오늘 같은 역사적인 날에 한잔해야지?”
“당연하지. 김세아 너도 갈 거지?”
내 말에 잠깐 고민을 하던 김세아가 입을 열었다.
“콜!”
“나는 잠깐 들를 때가 있으니까 먼저 가 있어.”
채하나가 만나자고 했으니, 집무실부터 들러야 했다. 내 말을 들은 김세아가 자신의 옷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럼 나도 집 좀 들렀다 올게.”
“그럼 1시간 뒤에 보자. 장소는 내가 알아볼 테니까.”
이찬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김세아는 1층 로비에서 집으로 향했고, 이찬혁은 나를 보며 말했다.
“나 먼저 가서 씻고 있는다?”
“그래, 바로 갈게.”
이찬혁이 숙소로 올라가고, 나는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12층을 누르자 엘리베이터가 빠르게 위로 올라갔다.
띵!
문이 열리고, 나는 긴 복도를 따라 걸었다.
양옆으로 문이 있었고, 문 위에는 그 방 주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는 채하나의 이름이 적힌 방을 찾기 위해 쭉 훑으며 걸었다. 그리고 복도의 끝에 다다랐을 때, 정면에 보이는 방에 채하나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똑똑!
노크를 하자 안에서 들어오라는 채하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채하나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었고, 책상 위에는 서류들이 쌓이고 쌓여 산이 되어 있었다.
“여기 앉아.”
옆에 조그맣게 마련되어 있는 손님맞이용 의자에 가서 앉았다. 채하나는 차를 타서 양손에 한 잔씩 들고 왔다.
나는 차를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 무슨 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서 많이 맡아본 냄새였다.
차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자, 채하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준 자료는 잘 봤어.”
채하나가 손짓하자 책상에 있던, 노트북이 날아와 내 앞에 가볍게 내리 앉았다. 그 옆에는 내가 건넨 USB가 보였다.
채하나의 손이 스페이스 바로 이동했다.
스페이스 바를 누르자 화면에 떠 있던 영상이 재생되었다. 제3의 눈으로 본 것을 녹화한 장면이었다.
영상은 ‘의문의 남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앞에는 사미영이 보였고, 옆에는 심사위원들이 보였다.
사미영이 사람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부길드장의 자리에 올라야 해. 무슨 말인지 알겠나?”
심사위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으면 나가봐.”
의문의 남자를 제외한 모든 심사위원이 밖으로 나갔다. 사미영은 의문의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위에서 연락이 왔다.”
사미영의 말을 끝으로 영상은 끝이 났다.
채하나는 영상에서 나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뒷내용은?”
채하나의 표정을 보니, 일부러 주지 않은 거 아니냐는 듯 미심쩍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저도 모릅니다.”
딱 저 뒤로 제3의 눈의 효과가 종료되었다. 나도 저 뒤에 무슨 내용이 오고 갔는지는 몰랐다.
오히려 채하나 쪽에서는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 자료를 넘긴 것이었다.
“저것에 대해서 아시는 거 없습니까?”
“윗선이라니. 나도 네가 준 영상에서 처음 본 거야.”
채하나가 자신의 차를 마시면서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아마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정리를 마쳤는지,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누구일 것 같아?”
“저도 잘.”
나도 저 영상을 보고 한참을 생각해 보았지만,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애초에 권력 싸움 자체도 한민찬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것이다. 그때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면, 사미영에 다른 윗선이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일단은 알겠어. 혹시나 뒷내용이 더 있나 해서 물어보려고 부른 거니까.”
나는 앞에 놓인 차를 모두 마셨다. 남기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차를 다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지금부터 우리 쪽에서도 조사가 들어갈 거야.”
“저도 뭔가 더 알아내게 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문을 열고 나와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갔다.
제3의 눈을 한 번 더 사용하기에는 포인트가 부담스러웠다. 투기장을 다니거나 던전을 다니면서, 좀 더 모은다면 사용해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사용 기간 내에 윗선을 만나지 않는다면 괜히 포인트만 날리는 꼴이 되어버렸다.
당장은 기다리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김세아가 대표팀에 들어간 이상, 그리고 사미영이 부길드장의 자리에 꼭 올라가야 되는 상황이라면 뭔가 수를 쓸 것이다.
그때를 노리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처럼 보였다.
띠리링!
전화벨 소리가 울려, 스마트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왜?”
-‘사키사키’ 어때?
“좋아.”
-언제쯤 올 거야?
“지금 씻으러 간다.”
-오케이.
* * *
[첫 번째 침공이 시작됩니다.]
코를 찌르는 화약 냄새와 함께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숨을 쉬기 위해 입을 벌리자 엄청난 먼지들이 들어왔다.
텁텁하고 콱 막히는 느낌에 헛기침을 연신 내뱉으며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대포를 쏘고 있는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보였다. 그들은 대포의 끝에 달린 화선에 불을 붙이며 대포를 쏘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화약 냄새였다.
대포를 쏘고 있는 곳은 벽돌로 지어진 곳이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나서 바닥을 짚고 일어났다.
앞에 있는 돌벽으로 다가가 밑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서 있는 곳은 엄청난 높이의 성벽이었다.
그 밑에는 괴상망측하게 생긴 몬스터들이 성벽을 부수기 위해 달려들고 있었다.
몬스터를 막기 위해, 성벽에 있는 병사들은 대포를 날리고 화살을 쏟아부었다.
“뒤에 있는 투석기부터 무너뜨려야 한다!”
“정신 차리고 똑바로 쏴!”
조금은 다른 복장을 입고 있는 사내가, 병사들을 향해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나는 잠시 뒤로 물러나, 눈앞에 떠 있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시련 : 성을 지켜라]
크란디스 동부에 있는 마수의 숲에서 돌연 마수들이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그곳에 근접한 곳에 있는 하리스 성.
마수들은 첫 번째 타깃으로 하리스 성을 정했습니다. 지치지 않고 덤벼드는 마수들로 인해 하리스 성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많이 지친 상태입니다.
성에 살고 있는 시민들 또한 계속된 전쟁으로 인해 삶의 의욕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당신은 방랑기사로서 이 성에 몸을 담고 있습니다.
다섯 번의 마수 침공을 막고, 그들의 우두머리인 ‘마이런’을 처리하십시오.
도움말 : 마이런을 죽이기 위해선, 힘을 감소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클리어 조건 : 마이런을 죽여라.
보상 : 7층. 80,000p
실패 :
1. 침공을 막지 못할 경우 - 1회에 한하여 재도전, 보상 감소
2. 성에 있는 사람들이 전쟁을 포기하는 경우 - 비례해서 침공이 가속화됩니다.
3. 결투에서 패배했을 경우 - 사망
대기실에서 발칸에게 대략적인 내용을 들어서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매일 일어나는 침공을 막아내며, 마지막에 마이런을 잡으면 되는, 저번보다는 이해하기 쉽고 간단한 시련이었다.
그러나 발칸은 이번 시련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이 지속되어온 상황이어서 무슨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고 했다.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지금 이 풍경을 보고 나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기사님, 이제 정신이 드십니까?”
병사 한 명이 내 쪽으로 다가와 말했다. 얼굴이 화약으로 인해 새까맣다. 갑옷은 다 해져서 끊어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나이가 너무나 어려 보였다.
“괜찮다.”
그때, 거대한 돌덩어리가 아이를 덮치려 했다. 나는 허리춤에 달려 있는 검을 뽑으며 마나를 불어 넣었다.
서걱!
공중에 있는 돌덩어리가 아이를 덮치기 직전에 잘라냈다. 반쪽으로 잘린 돌덩어리는 성벽을 따라 바닥으로 떨어졌다.
돌덩어리에 마수들이 짓이겨 나갔다.
나는 아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괜찮니?”
아이의 표정과 얼굴이 매치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죽을 뻔했음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너무 담담했다.
마치 죽음을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조금은 아쉬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예…….”
힘없는 대답과 함께 아이는 내가 서 있는 곳 반대쪽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다시 자신의 일을 했다.
어른으로 보이는 사내가 대포에 포탄을 넣으면, 아이는 화선에 불을 붙였다.
마치 기계처럼 움직이는 아이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차라리 죽음이 편하다는 건가…….’
나는 좀 더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성벽을 따라 걸었다. 나를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오른쪽 성벽 너머에서는 마수들이 굳건한 성문을 뚫기 위해 들이닥치고 있었다.
성벽을 부수기 위한 거대한 병기.
병사들이 쏘는 대포로 인해 투석기와 비슷하게 생긴 것들이 부서졌고, 마수들이 그 돌들에 휩싸여 죽어 나갔다.
“크아악!”
중간중간 마수를 이끄는 것들로 보이는 마인들이 괴성을 지르며 성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에 반해 왼쪽 성벽은 너무나도 초라했다.
안전한 성안 쪽이지만,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
힘이 없는 노인과 정말 어린 아이들은 엄마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들의 주위에는 최소한의 병사들이 남아 지키고 있었다.
거대한 성문 쪽에는 기마대를 비롯한 꽤 많은 수의 병사가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병사들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밖에 있는 마수들과 비교하면 한없이 부족한 숫자였다.
병사들의 몸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몸이 떨리는 것도 모른 채, 자신들의 무기를 꽉 쥐고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일단 이 침공을 막는 게 우선이다.’
시련이 시작되고 첫 침공부터 뚫려 버릴 수는 없었다. 발칸이 왜 마나 컨트롤이 중요하다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최소한의 마나를 사용하면서 최대한 많은 마수를 죽여야 했다.
쿵!
어느새 성문까지 도달한 마수들이 자신들의 몸을 들이박았다. 생각을 하지 않는 마수들은 자신의 몸이 부서지는 것도 모른 채, 성문에 몸을 날렸다.
“전원 성문을 사수해라!”
성벽에 있는 기사가 병사들에게 지시했다.
거대 병기를 모두 부쉈기 때문에 성벽이 부서지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성벽에 있는 모든 화력이 성문에 집중될 수 있었다.
펑!
콰아앙!
대포들이 작열하고, 화살 비가 내리면서 마수들의 수를 줄여 나갔다. 하지만 그 수가 워낙 많기에 마수들이 파도처럼 몰려들었다.
성문도 더 이상 오래 버티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지켜야 돼.’
성문이 부서지는 순간, 성을 지키는 것이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저렇게 거대한 성문을 하루 만에 복구하는 것도 힘들뿐더러, 굳건함의 상징이 부서지는 것과 같았다.
상징이 부서진다는 것은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는 대포에 화선을 붙이던 아이에게 다가갔다.
“꼬마야.”
아이가 나를 보며 대답했다.
“예.”
“부탁 하나만 하자. 지금 당장 성문 쪽으로 내려가서 내 말을 전해.”
나는 아이에게 말을 전했고, 아이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빠르게 달리며 내려갔다.
전달하라고 한 내용은 간단했다.
내가 성문 앞에 있는 마수를 정리할 테니, 그 틈에 성문을 열고 나와 마수를 정리하자는 내용이었다.
방랑기사라고 하는 직위가 이곳에서 얼마나 영향력이 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시도해서 손해 볼 것은 없었다.
많이 무리한다면, 꽤 많은 마수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내가 시키지 않더라도 움직일 가능성이 높았다.
‘한번 해보자고.’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앞으로 달리며 성벽을 밟고 점프했다.
내 몸은 바람을 가르며 빠르게 성벽 밑으로 떨어졌다. 발 쪽에 마나를 실으며 바닥을 밟았다.
콰아앙!
충격파가 일어나며, 마수들을 날려 버렸다.
내 주위로 10m 정도의 마수들이 사방으로 날아가며, 텅 빈 공간을 만들어냈다.
“크르르릉!”
“그르르르.”
“카아아아!”
수십, 수백은 넘어 보이는 마수들의 눈동자가 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나는 마수들을 바라보며, 검에 마나를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