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65화
18장 수상한 움직임(4)
김동수가 처리된 이후로 단체전 테스트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구심점이 사라지니, 김동수의 팀원들은 김세아의 압도적인 능력에 처리되었다.
중간중간 이찬혁과 내가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김동수를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김세아, 이찬혁, 이기준, 그리고 내가 위로 올라가게 되었다.
상대방 팀에서는 다들 활약한 게 없기 때문에, 가장 강한 김동수가 한 번의 기회를 더 얻게 되었다.
정신을 차린 김동수는 나를 연신 째려보고 있었다. 다른 팀의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뚫어질 것 같은 시선을 무시하며, 앞에 진행 중인 경기를 쳐다보았다.
최정환이 자신의 창으로 상대 팀을 휩쓸고 있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창으로 인해, 상대 팀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이미 기세는 넘어갔고, 최정환의 팀원들도 자신을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테스트는 끝이 났다.
최정환 팀의 승.
진행자가 앞으로 나왔다.
“오늘 단체전 테스트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개인전 테스트가 남았습니다.”
개인전.
이제 개인전만 끝나게 되면, 아이리스 길드의 최종 멤버가 정해질 것이다.
“개인전 테스트는 내일 진행됩니다.”
내일이면 길고 길었던 대표 선발전이 끝이 나게 되었다.
“난 먼저 들어가 볼게.”
컨디션 조절을 위해 김세아가 먼저 들어갔고, 이찬혁은 뭔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늘 단체전도 이겼는데 가볍게 한잔했어야 됐는데…….”
“내일 개인전 끝나고 하자. 넌 이제 뭐 할 거냐?”
내 질문에 이찬혁은 잠시 고민하더니 빠르게 대답했다.
“가볍게 몸 좀 풀고 자야겠다. 너도 같이 갈래?”
“미안. 나도 할 일이 있어서.”
아쉬워하는 이찬혁과 헤어진 뒤, 스마트폰을 꺼내 메시지에 적혀 있는 번호를 입력했다.
저번에 받아두었던 채하나의 번호였다.
연결음이 울리고, 얼마 안 가 채하나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약간은 지친 것처럼 느껴지는 다운된 목소리였다.
“오유성입니다.”
-단체전 테스트에서 붙었다는 이야기는 방금 들었어. 수고했어.
“감사합니다. 잠깐 뵙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게 있습니다.”
-지금 바쁜데, 많이 중요한 일인가?
“아무래도 그 바쁜 일을 조금 덜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어디서 만날까?
“바람나무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 바람나무 카페에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얼마 있지 않아, 선글라스에 캡 모자를 쓴 여성 한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붉은 머릿결을 보니 채하나였다.
그녀가 내가 있는 테이블 앞에 앉았다.
“뭐 마실래?”
“전 마셨습니다.”
“그래? 여기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자연스럽게 주문을 마친 채하나가 내 쪽을 쳐다보았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눈이 보이진 않았지만, 빤히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어디, 이 바쁜 몸을 여기까지 불러낸 이유를 들어볼까?”
나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USB를 테이블 위에 꺼냈다. 그러곤 채하나 쪽으로 USB를 밀며 말했다.
“도움이 되실 겁니다.”
“이게 뭐지?”
“사미영 간부님 라인에서 이번 대표 선발전에서 손을 썼다는 증거입니다.”
내 말에 조금이나마 입꼬리가 올라가 있던 채하나의 표정이 빠르게 식었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분위기에서 채하나가 입을 열었다.
“누구한테 들었지?”
“그게 중요합니까?”
그때, 채하나가 시킨 커피가 나왔다. 채하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다시 차분해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 겨우 신입 길드원이 길드 간부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어떻게 알았을까?”
“여기저기서 소문이 돌아서 한번 조사해 봤습니다.”
“소문?”
“찌라시.”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만 듣고 조사를 했다고?”
“제안을 받았습니다. 저쪽 라인에서 자신들과 함께하자고.”
내 말에 채하나는 USB를 슬쩍 쳐다보더니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알고 있지?”
“많이는 모릅니다. 그냥 간부님들이 두 갈래로 나뉘어서 부길드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 정도?”
채하나는 한숨을 푹 쉬더니 입을 열었다.
“다 알고 있다는 소리네. 하지만 우리도 나름대로 조사해서 이건 필요 없어.”
그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이태수 쪽에서도 사미영의 라인에서 수작을 부리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건넨 USB에는 그보다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제3의 눈으로 보았던 충격적인 내용의 이야기.
사미영보다 위에 있는 사람이 있었다. 정확한 내용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것만 넘긴다면 알아서 할 것이다.
“그것보다 중요한 게 담겨 있습니다.”
단호한 내 말에 채하나는 앞에 있는 USB를 챙겨 자신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자연스럽게 커피를 마시며 다리를 꼰 채하나가 나를 쳐다보았다.
“보답. 이런 건가?”
대표 선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는 것 같았다. 원래라면 1군만 참가했을 테지만, 2군도 시험을 보게 해준 것은 역시나 채하나의 입김이 작용한 모양이었다.
“그런 것도 있고, 옛날 자료에 대해서 하나 얻고 싶습니다.”
“옛날 자료? 길드 자료실에 들어가면 볼 수 있을 텐데.”
“권한이 없답니다.”
내 과거에 관한 사건.
어릴 적 일어났던 용산구 던전 브레이크 사건. 너무 어렸을 때의 일이라 자세한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물론 찾아볼 수도 없었다.
“16년 전 일어났던 용산구 던전 브레이크 사건. 그것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채하나가 나를 향해 되물었다.
“그 사건은 왜 궁금하지?”
“그때 저를 구해주었던 헌터를 찾고 싶습니다.”
“흠…….”
채하나는 나에 대해 파고드는 것보다,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잠깐, 만지작거리더니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이거 나도 열어볼 수 없는데? 최소 권한이 부길드장 이상이야.”
큰 피해를 입은 사건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큰 사건들에 관한 자료는 공개되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미연의 방지를 하기 위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빠른 대처를 하기 위해서였다.
곰곰이 생각하던 채하나가 나를 보며 말했다.
“길드장님이 그 사건 때 참여했다는 걸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길드장님 말씀입니까?”
“그래.”
“언제 나오십니까?”
“나도 모르지.”
* * *
“우와아아!”
엄청난 함성이 대련장을 가득 메웠다.
밑에서 대기 중이던, 나를 포함한 15명의 헌터들은 마지막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개인용 펜던트를 착용하고, 자신들의 무기를 쥐고 있었다.
우리에게 다가온 진행자가 대진표를 보여주었다.
가장 점수가 높은 김세아는 부전승으로 올라가게 되었고, 남은 14명이 한 명씩 붙게 되었다.
내 첫 번째 상대는 이기준이었다.
고개를 슬쩍 돌려 이기준을 쳐다보다가, 서로 눈이 마주쳤다. 단체전에서 김세아를 잡지 못해서 한 소리 들은 모양이었다.
나를 노려보는 눈빛이 김동수와 비슷했다.
아주 살벌한 눈빛으로 나를 잡아먹으려는 듯 노려보고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개인전 테스트를 진행하겠습니다!”
진행자가 대련장 위로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했다. 그의 말에 구경 온 길드원들이 다시 한번 환호성을 내질렀다.
“우와아아아!”
“첫 번째 경기는 오유성 대 이기준, 이기준 대 오유성입니다!”
이기준이 먼저 나가고, 그 뒤를 따라 내가 걸어갔다. 천천히 걸어 나가며 주위를 둘러보니, 처음 투기장에 갔을 때가 떠올랐다.
관객의 집중과 환호.
그 감정들이 그대로 내게 흘러들어왔다.
끝과 끝으로 가서 자리에 서자 진행자가 말했다.
“이제부터 대결을 시작하겠습니다!”
진행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기준이 두 주먹을 쥐고 달려왔다. 주먹에 서린 푸른 마나는 이기준의 특성, 무력화였다.
저 주먹에 스치기라도 한다면, 나는 마나를 쓸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다.
“네놈 때문에!”
이기준의 주먹이 내 얼굴을 노리며 들어왔다.
고개를 돌리며 주먹을 피하고, 녀석의 얼굴에 내 주먹을 꽂았다.
퍼억!
이기준의 얼굴이 뒤로 밀려나면서, 대련장 위에 나자빠졌다. 얼굴을 감싸 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기준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명색이 2년 차 헌터가, 1년 차 2군 전투 헌터에게 얻어맞고 있는 상황이니 쪽팔릴 수밖에 없었다.
야유의 소리까지 들리니 이기준의 얼굴이 붉어졌다. 화가 얼굴까지 차올라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이익!”
이를 악물며 나에게 달려와서는 주먹과 발을 이용하여 현란한 공격을 했다.
그래도 2년 차 헌터인 만큼, 공격에 날이 서 있었지만 내 눈에는 너무나도 느렸다.
하나하나 보고 공격을 피하다가, 다리를 슬쩍 걸어버리자 이기준의 중심이 무너졌다.
내 쪽으로 얼굴을 내밀며 무너지는 이기준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이번에는 마나를 가득 실어, 푸른 마나가 서린 강력한 주먹이었다.
콰아앙!
이기준의 몸이 힘없이 날아가며 대련장 구석으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순간 보호막이 깨지면서, 진행자가 내 앞을 가로막고 섰다. 더 이상의 공격은 금지하라는 뜻이었다.
“이번 대결의 승자는 오유성입니다!”
너무나도 싱거운 경기였다.
애초에 이기준은 무력화라는 특성을 제외하면 별 볼 일 없는 놈이었다. 그 무력화라는 특성에만 의존하니 저렇게 전투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와아아아!”
관객석에서의 환호성을 들으며, 나는 대기실로 돌아갔다. 대련장 끝에 누워 있는 이기준은 의료팀에 의해 치료실로 이동했다.
펜던트 보호막으로 인해 큰 피해를 받지 않았겠지만, 일어나기 쪽팔린 것 같았다.
그것을 알아챈 진행자가 의료팀을 보내 이기준을 대련장 밖으로 이동시킨 것이었다.
“고생했다.”
대기실로 들어가자 이찬혁이 와서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나는 웃어주며 이찬혁에게 말했다.
“너도 잘해라.”
진행자는 차례대로 이름을 부르며, 개인전 테스트가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하나둘 떨어진 자와 살아남은 자가 갈리고, 첫 번째 개인전 테스트가 모두 끝나게 되었다.
7명이 떨어졌고, 김세아가 부전승으로 올라와 총 8명의 헌터들이 남았다.
이들 중 5명이 올라가게 될 것이고, 2명이 예비로 뽑혀 총 7명의 아이리스 길드 대표단이 정해지게 되었다.
결국 이 8명 중 한 명만 떨어진다고 보면 됐다.
결투를 통해 그 한 명을 가려내는 것인데, 결투에서 진 사람들끼리 계속 붙어 마지막 패자를 탈락시키는 방법이었다.
새로운 대진표에 뽑힌 내 상대는 김동수.
4번째 경기로, 마지막 경기이기에 나는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첫 번째 경기는 김세아와 한소희였다.
그녀들의 경기는 화끈했다.
얼음과 전기.
그녀들은 서로에게 마법을 난사하며, 기교나 잔기술이 아닌 힘 대 힘의 싸움을 보여주었다.
아이스 스피어가 난사하고, 라이트닝 볼트가 번쩍이며 스파크가 튀었다.
대련장의 반이 얼어붙었고, 반이 새카맣게 그을었다. 서로를 향한 난타에서 승리한 자는 김세아였다.
“승리자는 김세아!”
“와아아아!”
그녀들의 명경기에 관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김세아는 대표가 확정되어 대표석으로 가서 앉았다. 한소희는 치료실로 이동해 치료를 받고, 탈락자들 사이에서 다시 한번 결투를 하게 될 것이다.
“다음 경기는 최정환 대 김성근!”
그 뒤로 차근차근 경기가 진행되었다.
최정환이 가볍게 김성근을 제압하면서 경기는 빠르게 끝이 났다. 그 뒤 이찬혁의 차례가 되었다.
긴장을 하는 듯 보였지만, 실제 결투에서 좋은 실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정말 한 끗 차이.
상대방의 공격을 흘리고, 재빠르게 반격하지 못한 이찬혁은 치명적인 한 방을 허용하고 말았다.
바닥에 누워 있는 이찬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씩씩하게 대기실로 돌아왔다.
아직 기회는 남았다.
이찬혁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재능 하나만큼은 내가 인정한 녀석이니까.
“네 번째 경기는 오유성 대 김동수입니다!”
나와 김동수는 나란히 걸어가 대련장 위에 섰다. 서로를 마주 보고 서니 김동수의 강렬한 눈빛이 더욱 눈에 잘 들어왔다.
“감히 내 뒤통수를 쳐?”
“선배님이 그러라 가르치시지 않았습니까.”
“뚫린 입이라고 막 지껄이는구나.”
나는 김동수가 뭐라 하던 가볍게 넘겼다. 그런 태도가 더욱 꼴사나웠는지, 김동수의 눈빛이 더 불타오르고 있었다.
진행자가 우리 둘을 바라보며 외쳤다.
“경기 시작!”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동수가 자신의 마나를 끌어올려 마법을 사용했다.
거대한 얼음 망치가 나타나 내 머리 위로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나는 검을 꺼내 들고 몸에 있는 마나를 끌어올렸다. 모든 것을 알게 된 이상, 김동수를 봐줄 이유는 없었다.
단체전에서 있었던 일은 무력화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똑똑히 보여주지.’
가볍게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갔다.
초반부터 실력을 보이면, 김세아처럼 견제를 당할 수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이목을 끌되, 경쟁자들의 경각심을 낮추기 위해 중간에 맞췄다.
하지만 이제 마지막 테스트라 견제를 받을 일이 없다.
모든 힘을 드러내진 않겠지만, 김동수 정도는 가볍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우리 팀을 건드리려고 했던 것을 후회하게 해드리죠.”
마나가 서린 검을 휘둘러, 머리 위로 떨어지는 망치를 잘라냈다. 두 동강 난 망치가 양옆으로 떨어지며, 마나로 변해 사라졌다.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김동수를 향해 몸을 날렸다.
거대한 얼음벽을 만드는 김동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얼음벽이 갈라지고, 그 중심에 서 있는 김동수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나는 씨익 웃어주며, 검에 마나를 실어 있는 힘껏 후려쳤다.
콰아앙!
김동수의 보호막이 깨지며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2군 전투 헌터가 3년 차 1군 전투 헌터를 꺾는 순간이었다.
충격적인 상황을 목격한 뒤, 대련장은 순간 정적이 흘렀다.
구경을 하고 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심사위원들조차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 정도는 보여줘야 딴소리가 나오지 않지.’
내가 대표팀에 들어갈 정도의 실력이라는 걸 납득시켜 놓는 게 좋았다.
그래야 뒤에서도 말이 나오지 않을 테니까.
진행자가 더듬더듬 말했다.
“오…… 오유성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