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역대급 수련-64화 (64/177)

# 64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64화

18장 수상한 움직임(3)

김세아, 이찬혁과 헤어진 나는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을 시켰다.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한 잔 나왔습니다.”

커피를 받아 구석진 자리에 가서 앉았다.

김동수가 나에게 제안했을 때 나는 한민찬에게 연락해 아이리스 길드에 관한 소문들을 모두 부탁했다.

그리고 지금이 돼서야 부탁했던 것들을 받게 되었다.

나는 스마트폰을 열었다.

발칸이 열심히 게임 중이었다.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기에 발칸에게 말했다.

“잠깐 좀 끈다.”

-무슨 일이지?

“확인할 게 있어서.”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한민찬이 보내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안에는 제목 미정이라고 적힌 메일 한 통이 있었다. 그것을 열어 안에 적힌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제목 미정]

1. 아이리스 길드의 부길드장 실종?

6개월 전, A급 던전을 공략하던 도중 부길드장이 실종되었다고 보여진다. 길드의 간부들이 그 공석을 노리고 있다.

2. 아이리스 길드장.

S급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폐관 수련에 들어가 있다. 2년이 지난 지금, 곧 폐관을 깨고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

2. 이태수 vs 사미영

현재 아이리스 길드의 간부 중 부길드장 자리에 가장 유력한 두 명이다. 부길드장 자리에 오르기 위해 서로가 견제하는 중으로 보인다. 아마 길드 대항전에서 결판이 날 것처럼 보인다.

3. 길드 대항전.

이태수 쪽에는 채하나가 영입한 김세아가 유력해 보인다.

사미영 쪽에는 최정환, 한소희가 유력해 보인다.

누가 나가서 이름을 알리냐에 따라 권력의 축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아이리스 길드장에 대한 내용은 이미 알고 있었다.

황무진.

한국 서열 30위 안에 드는 강자로, 주 무기는 검을 사용했다. S급에 가까운 A급 던전을 공략한 다음,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정확한 이유는 말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은 황무진이 벽에 부딪혀 수련을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길드장의 부재와 부길드장의 실종.

그로 인해 일어난 권력 싸움.

내게 중요한 것은 그 뒤에 나온 내용이었다.

이태수와 사미영.

그 둘이 대립 관계가 맞다면, 사미영이 노리는 것은 김세아일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사실상 김세아를 노리기 위해 남은 것은 단체전밖에 없었다. 개인전으로 넘어가게 되면, 김세아를 꺾을 사람은 끽해야 최정환 정도밖에 없었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1위와 2위를 모두 떨어뜨릴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단체전에서 결판이 날 거라는 소리였다.

이런 구도를 몰랐을 때는, 최정환과 한소희가 함께 한다면 최강의 전력이 되지 않을까 싶었었다.

“흠.”

권력 싸움.

길드 대항전으로 인해 권력의 축이 움직인다는 것은 조금 비약적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안 될 것도 없었다.

길드 대항전에서 충분히 좋은 실력을 보여주고 아이리스 길드의 이름을 알리게 된다면, 사람들이 길드 대항전에 나온 헌터를 볼 때 자연스럽게 아이리스 길드를 연상시킬 것이다.

그런 헌터를 자신의 품에 데리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큰 힘이 될 것 같았다.

-어떻게 할 거냐?

내용을 모두 읽었는지 발칸이 나에게 물었다.

발칸의 질문에 나는 조금 더 고민을 해보았다. 아까 팀을 뽑을 때, 김동수와 이종필은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것 같았다.

이종필은 김세아의 팔다리를 자르는 쪽이었고, 김동수는 내부에서 배신하는 쪽이었다.

사미영 밑에서도 다양한 경쟁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김세아를 떨어뜨리고, 사미영의 눈에 들기 위해서 기를 쓰는 것 같았다.

“일단 증거를 모아야겠지.”

-증거?

“그래. 김세아를 떨어뜨리려고 한다는 증거.”

사미영의 목을 칠 만한 증거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꼬리 자르기가 들어간다면, 사미영은 아무런 관련도 없어질 테니까.

팽팽하게 대립 중인 와중에 수족 한두 명 잘려 나가는 것만 해도 큰 피해였다.

그리고 길드 대항전에서 김세아가 좋은 성적을 보인다면, 사미영은 아무래도 부길드장의 자리에는 올라가지 못할 것이다.

-그다음엔?

일단은 우리 팀장을 건드린 것에 대해 후회하게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박살 내버려야지.”

* * *

하늘에는 해가 사라지고 있어야 할 달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주위는 밝았다.

길드 건물 옥상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화려하게 빛나는 네온사인과 건물들에서 나오는 빛들이 주변을 환하게 비춰주었다.

그 빛들에서 벗어나 옥상 근처에 있는 구석에 숨었다. 그러곤 포인트 상점에서 구매한 알약을 먹었다.

[30분간 몸 안에 있는 마나가 사라집니다.]

제대로 확인해 보기 위해, 마나를 끌어올렸지만 한 톨의 마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준비 끝.’

김동수에게 붙여놓았던 도청 장치를 이용해 누군가와 만난다는 정보를 얻었다.

혹시라도 도청기가 부서질 것을 대비해 직접 상황을 마주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얼마 있지 않아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저벅저벅.

끼이익!

옥상의 철문이 열렸다.

나는 숨을 죽이고 철문에서 나온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집중했다.

김동수.

그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옥상 난간 쪽으로 걸어갔다. 만나기로 한 사람은 아직 나타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던 김동수가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예, 도착했습니다.”

공손한 말투로 전화를 받은 뒤에 간단한 대답 몇 번을 마친 뒤에 끊었다.

들리는 대답이 ‘예’, ‘아닙니다’밖에 없어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김동수가 주위를 배회하더니, 옥상 문을 열고 다시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허탕인가?’

일단은 조금 더 기다려보기 위해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스파이를 걸러내는 식의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끼이익.

역시나 문이 다시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옥상으로 다시 나온 김동수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잠시 뒤, 옆에 있는 건물에서 누군가가 허공을 가르며 나타났다. 김동수의 옆에 선 사람의 낯이 많이 익었다.

문득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던 것이 떠올랐다.

나는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의문의 남자가 김동수를 향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알고 있습니다.”

“오유성이라는 놈은 확실하게 끌어들인 거냐?”

김동수의 표정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확실합니다. 이번에 제 도움으로 올라갔으니 단체전에서도 말 잘 들을 겁니다.”

“흠…… 단체전에서 네 팀과 만나게 될 것이다. 이번에 무슨 짓을 해서라도 김세아를 떨어뜨려라.”

“잔챙이 정도는 저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오유성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면 5 대 1이니 확실하게 김세아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의문의 남자가 턱을 쓸며 대답했다.

“김세아의 팀만 확실하게 떨어뜨린다면 전원 탈락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잠시 침묵을 가졌던 김동수가 의문의 남자에게 물었다.

“오유성은 버리는 겁니까?”

“꼭 데려가야 할 이유가 있나?”

김동수가 킥킥거리며 웃었다.

“없습니다. 아, 김세아의 팀에 있는 우리 쪽 사람은 어떻게 합니까?”

“그 망할 자식이 밀어주는 애였지……. 적당히 이용하고 같이 처리해 버려.”

“알겠습니다.”

대충의 이야기가 마무리될 무렵, 나는 포인트 상점에서 구매한 아이템을 사용했다.

[제3의 눈을 사용합니다. 지정된 대상의 시야를 공유합니다.]

그 대상을 의문의 남자로 지정했다. 그리고 활성화시키자 내 시야가 바뀌었다. 저 남자가 된 것처럼 앞에 김동수가 서 있었다.

‘비싼 값 하네.’

꽤 많은 포인트를 주고 구매한 아이템이니만큼 성능이 확실했다.

이거면 ‘의문의 남자’의 시선에서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지속 시간은 2일.

2일 뒤 단체전 테스트가 있으니 정보를 모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의문의 남자가 사라지고, 김동수도 다시금 주위를 둘러보더니 문을 열고 밑으로 내려갔다.

“후우…….”

나는 꽤 쌀쌀한 밤바람을 쐬다가 마나가 돌아온 뒤에 숙소로 돌아갔다.

* * *

단체전 테스트는 저번과 다른 장소에서 진행되었다.

다목적 던전.

몬스터가 없는 던전으로, 보통 길드나 헌터 학교에서 시험용으로 많이 사용했다.

주변은 평지에 나무와 돌들이 가득했다. 나를 비롯한 29명의 헌터는 길드에서 제공한 장비를 받았다.

이번에는 레이드 테스트 때와는 다르게 장비를 착용했다.

노란빛이 도는 펜던트 목걸이.

만에 하나 일어날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비로써 공격을 받게 되면 보호막이 발동되었다.

피해가 쌓일수록 보호막의 두께가 얇아졌다. 사망에 이를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을 때는 보호막이 부서진다.

그렇게 되면 사망 처리와 함께 테스트에서 제외된다.

진행자가 앞으로 걸어 나오며, 안에 있는 헌터들을 향해 소리쳤다.

“단체전 테스트를 진행하겠습니다!”

각 팀의 팀장이 나와 구슬을 하나씩 뽑았다. 김세아와 김동수가 뽑는 것도 눈에 들어왔다.

‘무조건 붙게 되겠지.’

의문의 남자, 박한수가 구슬에 장난질하는 것을 제3의 눈으로 직접 보았다.

그 이후에 내가 손쓸 방법은 많았지만 일부러 그대로 두었다. 그래야만 내가 모은 증거들을 활용할 수 있으니까.

진행자가 다 만들어진 대진표를 보며 말했다.

“이번 대결은 김세아 팀과 김동수 팀입니다!”

나를 비롯한 9명의 헌터가 자리에서 일어나, 진행자의 곁으로 걸어갔다.

“서로를 향해 인사.”

내 앞에 서 있는 김동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씨익 웃더니 고개를 까딱이던 김동수의 입이 움직였다.

‘잘해보자.’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를 보며 씨익 웃어주었다. 그러자 김동수는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양쪽으로 이동해 주세요.”

진행자가 양팔을 벌렸고, 김세아 팀과 김동수 팀은 양쪽 끝으로 걸어갔다.

우리 팀은 그래도 몇 번씩 합을 맞춰보았다. 물론 김세아와 이찬혁만 나왔을 뿐 나머지 두 헌터들은 연습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둘 중 한 명은 김세아를 노리고 있었다.

나는 팀 연습을 제외하고는 모든 시간을 정보 모으는 것에 투자했고 둘 중 어떤 녀석이 김세아를 노리는 것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

“경기 시작!”

진행자의 시작과 함께 김세아가 입을 열었다.

“가자.”

동시에 모든 팀원이 나무로 이루어진 숲 안쪽으로 달렸다. 나는 함께 달리며 왼쪽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이기준.

무력화를 사용하는 특성을 가졌다. 그리고 그 능력을 상대방이 아닌 김세아에게 쓸 예정이었다.

나는 그놈을 주시하며 앞으로 달렸다.

“저기 있다!”

김동수의 팀이 얼굴을 드러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김세아가 먼저 아이스 에로우를 다량 만들어내서 앞으로 날렸다.

파바밧!

이곳저곳에 꽂히는 아이스 에로우.

김동수의 팀은 김세아의 공격을 피하며 우리 쪽으로 붙었다.

그때, 이기준이 행동을 개시했다.

‘그렇겐 안 되지.’

내가 몸을 날려 김세아 쪽으로 붙었다.

어깨로 툭 치며 김세아를 옆으로 보냈다. 그러곤 푸른 마나를 가진 파동이 날아오는 것을 피했다.

이기준이 김세아를 노리고 날린 무력화는 엉뚱한 사람에게 날아갔다.

푸른 마나에 적중당한 김동수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의 일그러진 시선이 이기준을 향했다.

이기준의 몸이 경직된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는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미 일어난 일 돌이킬 수 없었다.

“뭐야?”

“미안, 발을 헛디뎌서. 김동수 선배는 내가 처리할 테니까 다른 사람을 맡아줘.”

김세아가 나를 미심쩍은 눈으로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사람에게 아이스 스피어를 날렸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김동수에게 다가갔다.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마법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뭐하는 거야. 가뜩이나 상황 꼬여서 짜증 나는데.”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는 김동수에게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이제 끝입니다.”

이틀 동안 의문의 남자를 통해 엄청난 정보들을 얻었다.

이제 더 이상 김동수는 필요 없었다.

“뭐?”

“알아보니까, 선배님이 쥐고 있는 동아줄은 썩어 있더군요.”

“이 새끼가!”

김동수가 양손을 들어 올렸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직 이기준이 날린 무력화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나는 검에 힘을 실었다. 눈을 부라리고 있는 김동수를 향해 있는 힘껏 후려쳤다.

퍼억!

한 방으론 부족한 것 같아서, 두세 번을 더 때렸다.

“커억!”

보호막이 완전히 사라진 채, 바닥에 쓰러진 김동수에게 다가가 자세를 숙였다.

“덕분에 좋은 정보 많이 얻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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