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역대급 수련-60화 (60/177)

# 60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60화

17장 대표 선발전(4)

레이드 테스트가 있을 때까지, 50인의 헌터에 대해서는 임무 면제권이 주어졌다.

그 시간 동안 최대한 새롭게 만들어진 팀원하고 맞춰보라는 배려였다. 그만한 시간을 준다는 것은, 테스트로 볼 몬스터가 만만치 않다는 소리와 같았다.

3년 차 이내에 가장 강한 사람 50명을 모았으니, 레이드 몬스터가 약할 수가 없었다.

끼이익!

씻고 나온 이찬혁이 훈련복으로 갈아입었다.

이찬혁은 김세아를 비롯한 자신의 팀원들과 함께 몬스터 레이드에 도전한다고 했다.

길드에서 하루에 한 번씩 레이드 몬스터 한 마리를 만들어 연습할 수 있게 지원해 준다고 했으니, 이용할 수 있으면 이용하는 것이 좋았다.

나갈 채비를 하고 있던 이찬혁이 나를 보며 물었다.

“넌 오늘 뭐 하냐?”

내 팀원들은 어제 그렇게 헤어지고 서로 연락 한 번 없었다. 심사위원들이 왜 아무도 모일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볼까 봐 저녁에 메시지 하나 정도는 보내놓았다.

모일 의지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거니까.

연락처는 길드에 물어봐서 쉽게 알 수 있었고, 그들의 이름과 번호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침이 되도록 답장이 온 곳은 없었다.

“모르겠다. 개인 수련이라도 해야지 뭐.”

“길드 쪽에다가 얘기해 봐야 하는 아니냐? 분위기 안 좋으면 다 떨어질 확률도 높다던데…….”

“오늘은 화를 다스리고 내일 정도에는 연락하겠지.”

어제 그렇게 나갔다고 하더라도 길드 대항전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큰 사람들이었다.

50위까지 올라온 것이 아까워서라도 연락은 할 것이다.

팀장 자리에 욕심을 낼 정도니 이대로 포기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늘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내일이나 모레 정도에는 최소 한 번의 모임은 가지지 않을까 싶었다.

상대할 레이드 몬스터도 정해야 했고, 각자의 포지션도 정해야 하는 등 할 일이 있지만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그럼 난 간다.”

“그래.”

이찬혁이 밖으로 나가고, 나도 나갈 준비를 했다. 이왕 이렇게 시간이 비었으니, 개인 수련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발칸이 알려주기로 한 마나 탐지.

빨리 배우면 빨리 배울수록 좋으니까, 오늘부터 시작하기 위해 검과 스마트폰을 챙겼다.

자연스럽게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에 연결했다.

게임을 하고 있었는지 뭔가 부서지는 소리와 효과음 소리가 가득했다.

“발칸.”

-팍! 끄아악! 띠링! 착착!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것 같아 스마트폰을 꺼내 게임을 꺼버렸다. 그제야 발칸이 나를 쳐다보았다.

-언제 왔지?

“방금. 오늘 마나 탐지 하는 것 좀 알려줘.”

-으으으!

양팔을 교차하며, 발칸이 기지개를 켰다.

-투기장에 있을 때는 피곤이나 체력적으로 지치는 일이 없었는데, 스마트폰이라는 곳 안에 있으니 지치는군.

“밤새도록 게임을 하니 당연히 지치지.”

-이런 건 내 긴 인생에 처음이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게 있을 줄이야.

“그래서 마나 탐지는 어떻게 배울 수 있는 거지?”

-그보다 궁금한 게 있다.

자신의 턱을 감싸며, 나를 감평하듯 쳐다보는 발칸이 물었다.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떻게 이런 걸 못하는 거지?

“나 정도의 힘을 가진 사람들은 다 할 줄 아는 거냐?”

내가 있는 곳에서 마나 탐지를 하는 것은 꽤 고난이도 기술에 속했다.

세세한 마나 컨트롤을 요구할뿐더러, 감각 또한 뛰어나야 했다.

-뭐 그렇지만은 않다. 그냥 궁금했을 뿐이다. 대기실에서 볼 때마다 강해져 있어서 물어보려고 했던 것이 지금 떠오른 것뿐이다.

발칸이 말하는 강함이란 것은 아마 내가 현실에서 던전을 돌며 올라가는 자잘한 포인트를 뜻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스탯이 랭크 업되지 않는 이상 나에게는 큰 변화가 없어, 나는 강해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일단 네가 이곳에 와서 전력을 다하지 않는 건 이유가 있는 거겠지?

“맞아.”

-마나 탐지를 익히려면 아마 마나를 난사해야 될 거다. 조용한 곳을 구할 수 있나?

아이리스 길드의 개인 수련실도 꽤 조용한 편이었지만 마나를 난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음…….’

어디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용병 길드가 떠올랐다. 거기서 임무 하나를 받고, 연습하면 여러모로 이득이었다.

포인트도 얻고, 능력도 키우고.

“찾은 것 같다.”

나는 택시를 잡고, 용병 길드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적당한 임무를 고르려고 할 때, 발칸의 목소리가 들렸다.

-단기간과 장기간. 어느 쪽을 선택할지 정해라.

“당연히 단기간이지.”

-그럼 이곳에도 투명 스킬을 가진 몬스터가 있나?

“있지.”

-그렇다면 그쪽으로 가자. 연습하기엔 실전이 빠르니까.

나는 발칸의 말을 참고하여, 검색어에 인비도그(Invidog)를 쳤다. 보이지 않는다는 뜻의 인비저블(Invisible)과 개를 뜻하는 도그(Dog)가 합쳐진 신조어.

인비도그는 개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투명화로 인해 몸이 보이지 않았다.

[돌연변이 인비도그의 사체]

임무 : 돌연변이 인비도그의 사체가 필요합니다.

보상 : 1,000만 원

난이도 : D급

투명화 스킬을 가졌음에도 임무가 D급인 것은 인비도그를 사냥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 나타났을 때는 공략법을 몰라 많은 사람이 당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공략법은 간단했다.

색깔 있는 물을 뿌리거나 먼지 같은 것을 일으키면 투명화를 한 인비도그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였다.

“가자.”

나는 수락 버튼을 누르고, 인비도그가 있는 던전으로 향했다.

* * *

인비도그의 던전 초입.

전체적으로 둘러보니 고지가 높지 않은 산으로 이루어진 던전이었다.

일단 더 들어가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았으면 눈을 감고 마나에 집중해라.

발칸의 목소리를 따라 하기 위해 눈을 감고 마나에 집중해 보았다.

몸 안에 있는 마나.

전투 때마다 사용했기에 내 몸에 있는 마나를 느끼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꽤나 많은 양의 마나가 느껴졌다.

-그걸 사방으로 퍼뜨린다고 생각해라.

다시 발칸의 목소리가 들렸고, 역시나 따라 했다.

마나를 퍼뜨린다.

이것을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하며, 마나를 몸 밖으로 흘렸다. 마나를 내뿜었지만, 얼마나 어느 정도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저 마나를 퍼뜨리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몸 안에 있는 마나가 빠르게 밖으로 빠져나갔다.

-지금부터 미세하게 퍼뜨려봐라. 거미줄을 치는 것처럼 차분하게.

쉽게 감이 오지 않았다.

미세하게 마나를 컨트롤하려고 했지만, 아직 마나를 줄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결국, 몸 안에 있는 마나가 한꺼번에 쑥 빠져나가면서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팡!

“우엑…….”

극대화를 사용해, 몬스터를 처치했을 때처럼,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극대화를 익히면서 조금의 마나를 남겨놓는 것이 버릇이 되어 머리가 핑 돌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마나 포션을 꺼내 마셨다.

-흠. 마나를 사용하는 것 자체는 능숙하지만, 컨트롤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예 감조차 잡지 못한 것 같은데 맞나?

“맞아.”

-뭐. 안 되면 될 때까지 연습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 좀 해줘 봐.”

-네 몸에 있는 마나를 밖으로 퍼뜨리는 게 첫 번째다. 그다음은 퍼뜨린 마나를 너의 수족처럼 느끼는 게 두 번째. 사실 이 정도만 해도 마나 탐지를 어느 정도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말은 쉽지.”

-맞다. 그러나 쉽게 배우려 하지 말고, 차근차근 연습해라. 그 과정에서 얻는 것도 많을 테니까.

쉽게 배우려는 마음은 없었다.

뜬구름 잡는 것 같은 기분에 뭔가 더 정확한 방법을 듣고 싶었을 뿐이다.

방법이 없다고 하니, 저번에 극대화를 익히는 것처럼 반복 노가다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포인트 상점에서 마나 포션을 조금 넉넉하게 구매한 뒤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몸에 흐르는 마나를 퍼뜨렸다.

-퍼뜨린 마나 또한 네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네 감각을 마나에 싣는다고 생각해라.

퍼뜨린 마나에 내 감각을 싣는다.

무언가 아주 미세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다. 바늘로 손톱을 쿡쿡 찌르는 것처럼, 확실히 느껴지는 것은 없었지만, 뭔가가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실마리를 잡은 것 같아, 더욱 그 감각에 파고들었다.

좀 더 파고들면, 뭔가를 얻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피부가 따가워지는 느낌에 집중력이 깨져 버렸다. 전투를 하면서 익은 일종의 육감이었다.

경고.

무언가 다가온다는 경고에 나는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좀만 더 하면 될 것 같았는데.”

-투명화 스킬을 가진 몬스턴가?

“그런 것 같은데.”

나는 검을 꺼내 들고 경계했다. 상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모로 불편했다.

바스락바스락.

드디어 지척에 나타난 듯 소리가 들렸다. 역시나 소리가 들린 쪽을 보아도 인비도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발칸, 나 혼자 할 거야.”

-당연한 소릴.

커엉 소리와 함께 무언가 동시다발적으로 지면을 박차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리니, 내 몸도 자연스레 소리가 난 쪽으로 정신이 쏠렸다. 하지만 사방에서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에 거리를 재는 것이 어려웠다.

삭! 삭!

인비도그의 발톱이 내 가슴을 여러 번 할퀴었다. 긁히는 순간 몸을 뒤로 빼보았지만, 이미 따끔따끔한 고통과 함께 피가 흘렀다.

사박사박.

다시 인비도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자꾸만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정신이 팔릴 때, 발칸의 목소리가 들렸다.

답답한 모양이었는지, 조금 목소리 톤이 높았다.

-소리에 신경 쓰지 말고 마나를 퍼뜨려서 집중해.

“알겠다.”

발칸의 조언을 참고해, 인비도그의 발소리에는 신경을 끄고, 몸에 있는 마나를 퍼뜨렸다.

하지만 집중력이 오래가지 못했다.

삭!

인비도그가 왼쪽 다리를 공격했고, 나는 뒤늦게 공격당한 쪽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검은 허공을 가를 뿐, 인비도그에게 상처 입히지 못했다. 사실 바닥에 있는 흙먼지만 뿌려도 당장 잡을 수 있었지만, 오늘 목표는 마나 탐지 능력을 기르는 것이었다.

-다시 집중해.

발칸의 목소리는 똑같았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다시 마나를 퍼뜨렸다. 그러나 한 번 깨진 집중력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마나를 퍼뜨리는 순간에도, 인비도그가 언제 공격할지에 대해 떠올랐다.

-집중해.

내가 마나를 퍼뜨리고, 인비도그의 공격에 집중하지 못할 때마다 발칸은 한결 같이 같은 소리만 내뱉었다.

-집중해.

-집중해.

-집중해.

그러나 발칸의 말처럼 쉽게 되지가 않았다.

도저히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자, 발칸의 입에선 다른 말이 흘러나왔다.

-집중 못 할 거면, 오래 걸리더라도 천천히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라.

“이제 와서? 그렇겐 안 되지.”

지금 내가 받은 상처도 있고, 무엇보다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다. 거기다 내가 원해서 단기간에 빠르게 배우기 위해 이곳에 온 거였다.

나는 귀를 막듯 소리에 대한 신경을 완전히 꺼버렸다.

발칸이 말했듯이, 마나를 퍼뜨리는 동시에 내 몸이라고 생각했다.

멀리 퍼뜨려져 나가는 마나에 감각을 싣는다.

극도로 끌어올린 집중력으로 인해, 이전에 경험했던 감각이 돌아왔다.

그리고.

서서히, 내가 뿌린 마나로 인해 하나의 공간이 그려졌다. 그림 위에 물을 뿌린 것처럼 흐리지만, 무엇인지는 느껴졌다.

그 공간에는 나를 보며 헐떡이고 있는 인비도그 5마리가 느껴졌다.

서걱!

나를 향해 달려오는 인비도그 한 마리를 베었다. 그리고 뒤에서 덮치는 인비도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아무것도 없는 하늘에 피가 터지며, 인비도그의 몸과 머리가 분리되어 떨어졌다.

남은 세 마리.

동시에 달려드는 녀석들을 향해 검에 마나를 두르고 크게 베었다.

뚜두둑!

하늘에서 떨어지는 인비도그의 시체.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검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그리고 긴장감이 풀리자, 마나 탐지도 같이 끝나 버렸다.

나는 숨을 고르며, 방금 전의 감각을 되새겼다.

“쉽지 않네.”

스마트폰에서는 발칸의 피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제 시작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