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59화
17장 대표 선발전(3)
내가 밖으로 나가게 되면서 테스트는 끝이 났다. 길을 따라 쭉 돌아가니, 맨 처음 들어갔던 입구가 보였다.
그 입구로 나와 보니, 나를 제외한 99명의 시선이 느껴졌다. 대부분이 따가운 시선이었다.
특히 나를 강렬하게 쳐다보는 한 사람이 있었다.
아마도 내가 50위 안에 들면서 밀려난 한 명이 아닐까 싶었다.
그것을 제외한다면 호기심이 반, 경계하는 눈치가 반이었다. 나는 애써 시선을 무시하며, 김세아와 이찬혁이 있는 곳으로 가서 앉았다.
점수판은 테스트를 모두 종합한 점수로 순위를 나타내고 있었다.
진행자가 마이크를 잡고 순위를 말해주었다.
1위 김세아
2위 최정환
3위 한소희
……
25위 오유성
……
50위 이찬혁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대표 선발전에 참가하게 될 50명의 헌터들은 남아주시기 바랍니다.”
밖으로 나가야 하는 50명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차라리 이전에 떨어졌다면, 마음이라도 조금 가벼웠을 수도 있었다.
1위부터 10위를 제외하고 그 밑으로는 점수 차가 크지 않았기에 더욱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50위 안에 들어갔을 텐데’라는 생각으로 걸어 나가니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1년 차 헌터라면 2년 뒤에 있을 길드 대항전에 기회가 있었겠지만, 2, 3년 차 헌터에겐 이게 끝이었다.
100위까지 들어온 1년 차 헌터들도 대단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았다.
나머지들은 모두 2, 3년차 헌터들에 해당했다. 그렇기에 아쉬움을 토해내는 것이었다.
이젠 길드 대항전에 나갈 수 없으니까.
‘스카웃을 잘했네.’
작년과 올해.
유독 이 두 해 동안 많은 인재가 들어온 것 같았다. 최상위권에 있는 10명 중 7명이 1, 2년 차 헌터들이었다.
11위부터 30위 후반까지가 주로 3년 차가 있었고, 그 밑으로 2년 차가 대부분. 1년 차는 몇 명 없었다.
거기다, 2군 전투 헌터 중에 살아남은 것은, 나와 이찬혁뿐이었다.
그런 것으로 본다면 이찬혁도 절대 실력이 뒤지는 것은 아니었다. 본인의 실력으로만 50위까지 끌어올린 것이었다.
김세아와 이찬혁 모두 저주받은 동굴 임무 이후, 자신들의 성장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그 결과들이 이렇게 좋게 나타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찬혁은 걸어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호흡을 크게 내쉬었다.
“와…… 좀만 낮았어도 나 혼자 저 길 걸어 나갈 뻔했네.”
“여기까지 올라온 거 대표까지 한 번 노려보자.”
내 말에 이찬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넓은 공간에 50명의 헌터만이 남았다. 옆에 있는 친한 사람들과 대화를 할 뿐,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나 또한 얼굴들을 익히면서 그들이 싸웠던 방식을 머릿속에 담았다.
그때, 채하나가 안으로 들어와 진행자에게서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고생했습니다.”
좌중을 둘러보며, 한 명씩 얼굴을 눈에 담는 채하나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쳤고, 이번에도 약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것으로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테스트에 채하나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 미소는 나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보였다.
‘역시나 그럴 줄 알았다.’
그렇게 얘기하는 것 같았다.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인 대표 선발전을 시작하겠습니다. 길드 대항전 종목은 총 3가지이며 모두 다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채하나의 말처럼 모를 수가 없었다.
2년마다 열리는 축제와 같았고, 나 또한 길드 대항전을 챙겨보았다.
헌터 학교를 다닐 때는 내가 원하던 모습이었고,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기에 더욱 재미있게 봤었다.
길드 대항전은 총 3가지.
개인전, 단체전, 레이드로 진행이 되었다.
개인전은 말 그대로, 일대일 결투로 진행이 되어, 최강자를 뽑는 경기였다.
길드 대표 5명이 모두 참가할 수 있으며, 1등부터 4등까지 점수가 주어졌다.
2년 전에 진행되었던 길드 대항전.
그린나래는 그때 개인전에서 1, 2, 3등을 차지하며 점수를 싹쓸이해 갔다.
두 번째가 단체전.
길드 대표들이 5 대 5로 붙어, 상대 길드원들을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면 이기게 되는 경기였다.
개인전의 경우에는 교체 선수가 들어갈 수 없지만, 단체전부터는 교체 선수의 투입이 가능했다.
대신 상대의 엔트리를 보고 바꾸는 것이 아닌, 사전에 바꿔야지만 교체가 가능했다.
사람들은 개인전도 좋아하지만, 단체전을 더욱 좋아했다. 단체전에서는 극적인 장면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수가 적은 길드가 역전하는 장면들로 인해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 순간의 카타르시스는 엄청났다.
그리고 정말 간혹, 혼자 남은 길드원이 엄청난 포텐을 터뜨리며, 상대 길드원들을 몰살시키는 장면이 나왔다.
마지막 레이드.
이건 말 그대로 강력한 몬스터를 똑같이 사냥해 더 빨리 잡는 길드가 위로 올라가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3가지 경기는 모두 토너먼트식으로 진행되며, 1등부터 4등까지의 점수를 부여했다.
그리고 3경기 점수의 총합으로 길드 대항전의 순위를 정했다.
재작년 그린나래는 개인전뿐만 아니라, 단체전과 레이드에서도 좋은 점수를 기록하며 엄청난 기록을 만들어냈다.
“저 3가지를 그대로 적용하여 테스트를 진행할 겁니다. 한 경기당 심사위원이 여러분의 점수를 매기고, 일정 점수를 받지 못한 사람들은 바로바로 탈락시킬 겁니다.”
채하나의 옆에서 진행자가 컴퓨터를 사용해 점수판을 지우고, 1부터 10까지 적힌 창을 띄웠다.
채하나는 그것을 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가장 먼저 치를 테스트는 레이드입니다. 여러분들의 포지션과 순위를 종합하여 최대한 전력의 차이가 나지 않게 팀을 배정하겠습니다.”
진행자가 버튼을 눌렀고, 1부터 10까지 적힌 숫자 옆으로 사람의 이름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나둘 나타나는 이름들을 보며 채하나가 말했다.
“채점 기준은 간단합니다. 얼마나 자신의 포지션 임무를 잘 수행하는가. 몬스터를 얼마나 빨리 잡는가. 그리고 얼마나 협동이 잘되었는지에 대해서 팀 내에서 순위를 나눠 평가할 겁니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이찬혁이 말했다.
“우리 셋 다 같은 팀이면 좋을 텐데.”
이찬혁의 말대로 세 명 모두 같은 팀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은 각자의 장단점이 있었다.
같은 팀이 된다면, 호흡을 맞춰온 시간이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
각자의 능력을 잘 이끌어낼 수 있으니,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았다.
하지만 채하나가 팀 내에서 순위를 나눠 평가한다고 했던 말 때문에 이 방법은 우리 세 명에게 좋지 않았다.
팀 내에서도 개인 평가로 인해 누군가는 높은 점수를 받겠지만, 다른 사람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이왕이면 세 명 다 같이 올라가고 싶은 우리 중에서 떨어지는 사람이 생길 수 있었다.
오디션과 같은 진행.
분명 한 팀이지만, 그 팀 내에서도 서로를 견제해야 했다. 어차피 최종적으로 뽑히는 것은 메인 5명, 교체 선수 2명을 포함하면 7명밖에 없으니까.
고로 이 방법은 좋지 않았다.
차라리 모두 다른 팀이 되어서, 각자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함께 올라갈 확률이 높았다.
팀 배정이 끝나고, 나는 몇 팀에 속해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10팀.
그곳에서 주의해야 할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김동수.
3년 차로 재작년 길드 대항전에 나갔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성격이 워낙 조급해, 단체전과 레이드에서 많이 말아 먹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 당시에는 유망주 소리를 들으며 이름을 알렸지만, 길드 대항전 이후 평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뒤로 성격이 더욱 안 좋아졌다는 소리도 들었다.
“각 팀별로 모여서 팀장을 정해주시기 바랍니다.”
채하나의 말에, 50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련장 밑으로 내려왔다. 1위부터 10위가 각자 다른 팀에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중심으로 모였다.
나 또한, 10위를 차지한 김동수의 곁으로 다가갔다.
내 뒤로, 3명의 남자가 더 김동수에게 다가왔다. 이로써 10팀 멤버 5명이 모두 모였다.
모두 남자.
거기다 인상들을 보니 하나같이 한 성격 하게 생겼다. 일단은 10위를 한 김동수가 분위기를 주도했다.
“팀장을 뽑아야 하는데. 여기서 실력이 가장 뛰어나니 내가 맡는다.”
다른 팀들의 분위기를 본다면, 이렇게 되는 것이 맞았다. 어쨌든 10위 밑으로는 점수 차가 조금이라도 벌어졌고, 작년에 나갔던 경험도 있었다.
“레이드에선 판단력이 중요한데 선배가 맡기에는 적합한 것 같지는 않은데요.”
팀장으로서 중요한 판단력.
그것으로 꼬투리를 잡으며, 남자 한 명이 김동수가 팀장이 되는 것을 반대했다.
내가 알고 있는 김동수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비밀도 아니고 다들 조사를 했을 텐데 모를 수가 없을 것이다.
그 말을 들은 김동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뭐?”
그러나 다른 사람들도 남자와 의견이 똑같은 것 같았다. 한 명이 물꼬를 트니, 다른 사람들도 자신이 팀장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밀었다.
“팀장은 내가 맡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니죠. 나 같은 근접 딜러가 하는 게 맞죠.”
“탱커인 제가 낫지 않을까요? 선배님들은 순위라도 높지. 순위가 가장 낮은 내가 맡아서 다 같이 좋은 점수 좀 받아 봅시다.”
나는 산으로 가는 배를 보며 잠깐 눈을 감았다.
팀장.
남자의 말처럼 레이드에서 팀장이 하는 일은 중요했다. 그 상황마다 판단을 내려 최선의 상황을 만들어야 했으니까.
그러나 상황이 잘못되면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도 팀장이었다.
내 눈앞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건 다 모르겠고, 자신들이 더 돋보이기 위해서 팀장을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팀장이 된다는 것은 일단 평가를 받을 때, 심사위원이 얼굴이라도 한 번 더 보게 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길드 대항전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알겠지만, 욕심이 너무 과하면 화를 불러온다.
나를 제외한 4명이 모두 팀장이 되고 싶어 하는 상황.
‘답이 없네.’
다시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쪽은 이미 팀장을 정한 상태였다.
채하나도 10팀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직 팀장이 정해지지 않았냐고 물어, 김동수가 금방 정하겠다는 대답을 했다.
나는 꾹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다른 팀들은 모두 1위부터 9위까지가 팀을 맡은 모양인데, 김동수 선배가 팀장을 맡는 게 좋아 보입니다. 시간 더 끌어봤자 여긴 분위기 안 좋다고 소문내는 꼴이니.”
내 말에 김동수를 제외한 3명은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곤 반대 의견만 낼뿐 의견을 모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채하나가 다가왔고 임시적으로 김동수가 팀장을 맡는 것으로 정해졌다.
“테스트는 삼 일 뒤 이곳에서 진행하겠습니다.”
채하나가 나가고, 다른 팀들은 각자의 역할을 나누고, 연습 일정을 잡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팀은 정말 개판이었다.
팀장을 원했던 3명 중 한 명이 아무 말 없이 먼저 밖으로 나갔다.
그 상황에 화가 난 김동수 역시 나갔고, 다른 남자 2명은 이제서야 팀 상황이 눈에 들어온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 이러다가 망하는 거 아니야?”
“어떡하지?”
그들이 나를 쳐다보았지만 별수가 없었다. 대련장 밖으로 나가며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했다.
이미 개판이 된 팀.
레이드가 시작되고, 호흡이 맞지 않는 것은 분명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분명 패널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팀장을 맡는 것이 완전 최악은 아니었다. 이런 막장 분위기에서 팀원을 이끌고 레이드에서 좋은 기록을 보여준다면, 가장 임팩트가 있을 테니까.
하지만 김동수의 성격상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그래서 추천했다.
내가 유리한 판을 만들기 위해서.
이럴 때일수록, 내가 해야 할 몫을 잘하는 것만으로도 돋보일 수 있었다.
이젠 레이드 테스트 날이 올 때까지, 시간을 보내며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