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58화
17장 대표 선발전(2)
김세아와 이찬혁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을 때,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찬혁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너 뭐야? 여태 실력 숨기고 있던 거야?”
“그런 건 아니고. 최근에 뭔가 느낀 게 많았어.”
내가 강해진 것을 구체적으로 얘기할 순 없어, 대충 둘러댔다. 후천적 특성을 얻었으니 깊게 파고들지는 않을 것이다.
김세아의 눈빛은 이찬혁과는 달랐다. 내 실력에 대해 놀란 것보다는 묘한 경쟁심을 보였다.
나는 묘한 웃음을 짓고 있는 김세아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1위 할 수 있겠냐?”
“당연하지.”
자신감 넘치듯 여유로운 표정으로 김세아가 대답했다. 그때, 김세아의 이름이 불렸다.
“잘 봐.”
김세아가 나를 보며 말하고는, 밑으로 내려갔다.
그녀는 대련장에 들어감과 동시에 전력을 끌어올렸다. 엄청난 마나를 사용해 자신이 서 있는 대련장 자체를 얼려 버렸다.
대련장과 함께 얼어버린 라크 하이.
김세아는 라크 하이의 앞으로 달려가며, 자신의 손에 아이스 스피어를 만들어냈다.
퍽!
그녀의 아이스 스피어가 얼어버린 라크 하이를 만나면서, 라크하이가 산산조각 나며 사라졌다.
엄청난 환호성이 들렸다.
“우와아아!”
“1위……. 역시 이번 신입 최고의 에이스 김세아 헌터였습니다. 너무나 깔끔해서 할 말이 없습니다.”
역시 김세아다운 실력이었다. 그녀가 1위로 올라감에 따라 내가 2위로 떨어졌고, 점수 차이도 꽤 벌어졌다.
‘역시…….’
김세아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김세아 역시 엄청난 특성과 재능으로 하루하루 눈에 띄게 강해지고 있어, 지금보다 얼마나 더 강해질지 감이 오질 않았다.
김세아가 아주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옆에 앉았다. 내가 2군 전투 헌터라는 건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그냥 기존의 1위를 꺾고, 자신의 이름을 넣은 것에 만족한 것 같았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세 번째 테스트.
그러나 세 번째 테스트는 두 번째 테스트가 모두 끝난 뒤, 진행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지막 테스트가 뭔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두 번째 테스트가 진행되는 것을 구경하는 수밖에 없었다.
“호오.”
두 번째 테스트는 생각 외로 지루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전투 방식이나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검을 다루는 사람들도, 제각각의 스타일이 있었다. 중심을 잡고 크게 휘두른다든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짧게 끊어치는 것처럼 검으로 다양한 전투를 보여주었다.
하물며, 이곳은 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창이나 할버드 등 다양한 무기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4년 차 이내의 능숙한 헌터들도 있어, 눈에 담을 것들이 많았다.
나는 그들의 전투 방식을 눈에 담으며, 어떻게 싸워야 할까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다.
빠르게 진행되어, 놓치는 것들도 많았지만 짧게나마 생각하는 것으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점수판은 계속 바뀌었고, 나와 김세아 사이에 이름을 올리는 사람도 조금씩 생겼다.
그러나 1위를 차지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독보적인 점수를 자랑하며, 아무도 그 점수를 넘보지 못했다.
그때, 주위에서 환호성을 질러대는 소리가 들렸다.
시작 전부터 사람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낸 사람은 최정환이었다.
작년에 이 길드에 입단했으며, 얼굴 정도는 알고 있던 헌터 학교 선배였다.
김세아처럼 S급 특성은 아니었지만, A급 특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전투 센스가 뛰어나 항상 상위권에 있었다.
창을 사용했고, 시크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김세아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냉랭한 분위기를 풍겼고, 최정환과 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에 속했다.
지금 또한, 아무런 표정 없이 터벅터벅 결투장을 걸어 올라갔다. 자신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풍기며, 대련장 위에 섰다.
진행자가 시작을 외침과 동시에, 최정환의 손에 있던 창은 빠르게 라크 하이를 향해 날아갔다.
미리 자세를 잡고 있다가, 시작과 함께 던진 창.
최정환이 온 힘을 다해 던진 창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파아앙!
파공음과 함께 날아간 창은 라크 하이의 마석을 부숴 버렸다. 그리고 신형이 사라졌던 최정환의 손에 아까 날린 창이 들려 있었다.
그의 점수가 측정되었고, 점수판이 바뀌었다.
“최정환 헌터 종합 2위에 등극합니다. 아쉽게도 김세아 헌터와는 3점 차!”
최정환은 슬쩍, 김세아가 있는 쪽을 쳐다보더니 무표정으로 대련장을 나갔다.
1년이나 먼저 헌터 생활을 하며 실력을 키운 최정환에게 김세아는 3점이라는 점수를 앞서고 있었다.
방금 전의 몬스터를 잡는 것은 누가 봐도 최정환이 빨랐다. 그럼에도 3점을 앞선다는 것은 첫 번째 테스트에서 김세아가 정말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뜻이었다.
이찬혁이 김세아를 보며 말했다.
“넌 누구냐…….”
실없는 농담에 김세아는 살짝 웃더니 무시로 방관했다. 그게 멋쩍었는지 이찬혁이 머리를 긁적이며, 나에게 대화를 걸었다.
“이제 다 끝난 건가?”
난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
이제 얼추 끝나가지만, 아직 나오지 않은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최정환과 함께 작년에 이 길드에 들어온 한소희. 그녀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녀 또한 최정환과 함께 헌터 학교에서 상위권에 있었다.
때마침 나온 한소희가 대련장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녀를 끝으로 모든 헌터가 나온 것이었다.
“이제 마지막이네.”
마지막이라면 모든 사람의 시선에 집중이 되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한소희에게 부담이라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남자를 홀리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대련장 앞에 섰다.
아름다운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자, 많은 헌터가 환호성을 질렀다.
그런 모습이 오히려 나에게는 위화감으로 다가왔다.
자신이 잘난 것을 알고, 그것을 자유롭게 사용한다는 것. 그만큼 무서운 것도 없었다.
‘여전하네.’
헌터 학교에서도 항상 남자들이 끊이지 않았던 한소희였다.
한소희는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음에도, 오히려 그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진행자는 그녀에게 시작하라는 말을 전했다.
“시작!”
그녀의 손에는 스파크가 튀는 전기 구체가 생겼다.
하지만 온몸이 돌로 이루어진 라크 하이에게 전기 속성은 큰 위력을 주지 못했다.
전기 자체가 통하지 않는 몸이기 때문이다.
그때, 한소희의 손에 있던 전기 구체에 변화가 생겼다. 점점 더 강렬한 스파크를 튀기며, 구체가 작아지고 있었다.
한소희는 손톱 크기로 작아진 전기 구체를 라크 하이에게 날렸다.
스파크가 궤적을 남기며, 빠르게 날아갔다.
라크 하이에게 닿은 전기 구체는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몸을 갉아먹었다.
사방으로 튀는 전기들과 함께 라크 하이의 몸은 가루로 변하며 사라졌다.
압도적인 힘으로 속성 상성을 짓눌러 버렸다.
“한소희 헌터 3위입니다! 이로써 두 번째 테스트를 마치겠습니다.”
한소희가 약간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몇 등까지 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강했다. 그녀가 대련장에서 나와 최정환의 곁으로 가서 옆에 앉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들에게서 시선을 옮겨 점수판을 보았다.
1등 김세아
2등 최정환
3등 한소희
……
24등 오유성
47등 이찬혁
중간이면 아주 적당한 성적이었다. 1등을 하면서 시선을 끌었고, 적당히 유망주들에게 상위권을 양보했다.
세 번째 테스트에서 이 정도만 유지하면 충분했다.
그리고 방송에서 세 번째 테스트에 대한 안내가 흘러나왔다.
“세 번째 테스트는 두 번째 테스트에서 100위까지 든 대상으로만 진행하겠습니다.”
100위 밑으로는 아무리 세 번째 테스트를 잘 보더라도 50위 안으로 올라갈 수 없는 점수라고 했다.
해당하지 않는 헌터들은 진행자에 의해 모두 밖으로 나갔다.
많이들 아쉬워했지만, 길드의 지침으로 이뤄지니 속으로만 불만을 토해낼 뿐이었다.
‘시원시원하네.’
진행하는 데 거침이 없었고, 질질 끄는 부분이 없었다. 저들이 나감으로 인해 테스트를 치르는 데 걸리는 시간도 단축되었다.
대련장 중심으로 나온 진행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세 번째 테스트를 진행하겠습니다. 세 번째 테스트는 함정 달리기입니다.”
함정 달리기.
쉽게 말해 함정을 피해 쭉 달리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다양한 함정들이 있어 꽤 높은 실력을 필요로 하는 테스트였다.
실제로 길드 대항전에 예선에 올라갈 길드들을 뽑을 때, 이 함정 달리기를 사용했다.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길드 대항전에 사용된 함정들을 비롯해 길드 측에서 만든 함정을 섞어 만들었습니다. 이것 역시 속도가 점수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참고로 50점이 만점입니다.”
시작하는 순서는 랜덤이었다.
안내자가 100명의 이름이 들어간 시스템을 돌렸고, 먼저 이름이 나온 사람이 먼저 시험을 보게 되었다.
“박찬수.”
꽤나 왜소한 몸을 가진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진행자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진행자는 자신의 뒤에 있는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안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박찬수라는 남자는 진행자가 가리킨 문 안으로 들어갔다.
1분 정도 흘렀을까, 진행자가 시스템에서 다음 이름을 불렀다.
다음 지명자가 문 안으로 들어가고, 점수판에 기록이 갱신되었다.
박찬수라는 이름이 1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김세아와의 점수 차이는 5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또 비슷한 시간이 흘렀을 때, 진행자는 다음 지명자를 불렀다.
한 사람이 함정 달리기를 마친 후에, 다음 사람이 들어가는 방식.
나는 지명된 사람의 이름과 점수를 기억한 다음, 속으로 시간을 셌다. 괜히 스마트폰을 꺼냈다가, 발칸의 존재를 들킬 수도 있어서 쉽게 꺼낼 수가 없었다.
하나둘.
함정 달리기를 진행했고, 점수판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1위를 하며 계속 갱신되었다.
“김세아.”
옆자리에 앉아 있던, 김세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점수판을 한번 쳐다보고는 밑으로 내려갔다.
김세아가 문을 열고 들어간 시간부터, 시간을 쟀다. 32초 정도를 샜을 때, 진행자가 다음 사람을 호명했다.
“한소희.”
한소희가 안으로 들어가고, 점수판이 갱신되었다.
압도적인 점수 차로 김세아가 1위에 올랐다.
김세아가 받은 점수인 48점까지 포함하며 통계를 내었다.
이 함정 달리기의 만점은 30초이고, 1초가 늘어날 때마다 1점씩 깎이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정확한 통계는 아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함정 달리기가 시작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건 내가 안으로 들어가면서 시간을 잰 뒤에 더하고 빼기만 하면 얼추 맞을 것이다.
“최정환.”
최정환을 시작으로 이찬혁까지 모두 함정 달리기 안으로 들어갔다.
순위는 두 번째 테스트가 끝날 때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다른 점은 이찬혁이 49위까지 내려갔다는 점이지만, 이제 남은 사람은 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올라간다고 해도 50위니까, 대표 선발전에는 참가할 수 있었다.
“마지막 오유성.”
나는 몸을 움직이면서, 긴장을 풀고 문 안으로 들어갔다. 문 안으로 들어가면서부터 시간을 체크했다.
함정 달리기가 시작되는 곳까지 걸어가니 5초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25초가 만점이었다.
내가 받아야 할 점수는 40점.
그러니 35초 정도로 끝낸다면, 25위 언저리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함정 달리기 앞에 서자, 진행자가 바로 안으로 들어가라는 신호를 주었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면서, 스톱워치에 35초를 맞췄다. 그와 함께 발칸의 목소리도 들렸다.
-뭐하는 거지?
“테스트. 이제 집중해야 되니 최대한 말 걸지 말아봐.”
평범하게 생긴 동굴처럼 생긴 터널.
그 안쪽으로 나는 몸을 날렸다.
피슛!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화살이 발사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로 대충의 방향은 체크했다.
앞으로 달리면서 피할 수 있는 것은 피하고, 피할 수 없는 것들은 검으로 쳐냈다.
이 정도는 가뿐했다.
그다음에 나온 함정은 낭떠러지에 중간중간 발판이 떠 있었다.
멈추지 않고 달리면서 발판에 발을 올리며 점프했다. 한 번 발이 닿은 발판은 밑으로 떨어졌다.
그때, 발칸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면에서 마나가 느껴진다.
“뭐?”
나는 발칸의 말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괜한 소리는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정신을 집중하며, 다음 발판에 발을 올렸을 때, 앞에서 마나가 실린 화살이 날아왔다.
긴장을 하고 있었기에, 좀 더 높이 점프를 해서 화살을 피할 수 있었다.
-이번엔 양쪽.
발칸의 도움을 받아, 점프하면서 몸을 회전했다.
양쪽에서 날아온 수십 발의 화살을 피하며, 낭떠러지 너머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화살이 근처에 왔을 때는 나도 마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발칸은 그 이전부터 마나를 느껴 나에게 알려주었다.
“뭐야, 마나도 느껴?”
-이 안에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마나들이 가득하군.
나는 일단 계속해서 달렸고, 발칸이 계속 마나가 느껴지는 곳을 말해줬기에 엄청 무난하게 함정 끝머리에 도착했다.
그곳을 지키는 사람은 따로 없었다.
그냥 내가 문을 열고 나가는 시간을 측정하는 것 같았다. 아직까지 울리지 않는 타이머를 보니, 10초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지금 들어간다면 만점이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중간이었다.
남은 10초 동안 발칸과 대화를 나눴다.
“너 그 마나 느끼는 거 어떻게 하는 거냐?”
-알려주는 거야 어렵지 않다.
마나를 사용해 파괴력을 올리는 것은 이제 잘 사용했지만 응용되는 부분이 많이 부족했다. 이것을 잘만 익힌다면, 전투에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오, 그래?”
-나도 부탁이 하나 있다.
“뭘 원하는데?”
발칸이 앱 스토어에 들어가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게임을 보여주었다.
-이것 좀 사줘라.
나는 과묵한 말투와 어울리지 않는 발칸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콜.”
띠리리링!
그때 알람이 울렸고,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대표 선발전은 이제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