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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53화 (53/177)

# 53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53화

16장 투기장 5층(4)

어두운 길을 비추는 횃불. 그와 함께 일정한 박자의 걸음 소리가 영지에 울려 퍼졌다.

나는 어둠에 몸을 숨기며, 메이슨과 병사들을 뒤쫓아 갔다. 앞에 서서 걷는 메이슨의 표정은 비장해 보였다.

마을 위쪽에 있는 산으로 이동했다.

그들과 같이 밑에서 움직일 수 없기에, 나는 나무 위로 올라갔다. 이제는 능숙하게 나무를 탈 수 있어, 들키지 않고 그들을 따라갈 수 있었다.

산 중턱.

그곳에는 모닥불과 함께 텐트가 보였다. 불을 쐬기 위해 모닥불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나는 근처에 있는 나무 위에 몸을 숨겼다.

밑을 내려다보니 10명은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얼굴이 낯이 익었다.

자세히 보니 주점에서 만났던, 나한테 정보를 주던 용병들이 경계하던 이들이었다.

그들은 다수의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메이슨과 병사들을 일제히 노려보았다.

귀찮음과 짜증이 넘치는 표정.

그러나 메이슨은 주저하지 않고 그들의 앞까지 다가갔다.

자신이 찾는 이가 없는지, 메이슨이 모닥불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분노가 가득 느껴지는 말투였다.

“바드는 어딨지.”

“대장? 우리도 모릅니다. 아까 볼일이 있다고 내려간 뒤로 소식 없습니다.”

“볼일?”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는 메이슨을 쳐다보며, 나는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 생각했다.

메이슨은 바드라는 사람을 범인으로 점찍어 둔 것 같았다. 거기다 바드라는 사람은 정확한 알리바이까지 없었다.

‘바드가 누구지?’

범인으로 지목된 바드. 그가 누구이며, 메이슨은 왜 그를 범인으로 생각하고 있는지가 중요했다.

그리고, 메이슨이 올라왔던 길을 따라 한 남자가 걸어 올라왔다. 얼굴에 긴 흉터를 가지고 있는, 정확히 용병들이 두려워했던 그 남자였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단검을 이러저리 돌리며, 자신의 동료가 있는 쪽으로 가서 섰다.

메이슨이 왼손을 들자 병사들이 좌우로 퍼지며 포물선을 만들었다. 자신들의 무기를 꺼내며 바드라는 남자를 향해 겨눴다.

그러자 용병들도 자신들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메이슨이 한 발자국 앞으로 걸어가 바드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어딜 갔다 오는 거지?”

바드는 웃기만 할 뿐 자신의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 모습에 메이슨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건, 변명하지 않겠다는 거지?”

몸을 돌려 모닥불에 앉은 바드가 입을 열었다.

“변명할 일이 없다는 거다.”

자신을 무시하는 모습에 메이슨은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놈을 잡아라.”

병사들이 천천히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에도 바드는 모닥불에 양손을 올리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잘 생각해라. 뭔 일 때문에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뭐?”

“영주도 누워 있는 마당에 오우거 족장을 막을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거 잊지 마.”

영주가 누워 있다.

오우거 족장.

이 말에 메이슨의 눈이 심하게 떨렸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면서 병사들을 뒤로 물렸다.

“원위치.”

“그래. 쓸데없이 자극하지 말고 돌아가라.”

“정말 네놈이 한 짓이 아니냐?”

메이슨의 말에 고개를 슬쩍 돌리는 바드가 씨익 웃으며 얘기했다.

“내가 했다고 해서 지금 달라질 게 있나?”

바드의 도발성 짙은 말에도 메이슨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몸을 돌리고는 병사들과 그곳을 빠르게 떠나갔다.

‘바드.’

나는 나무 위에서 용병대장의 이름을 되새겼다.

바드는 내가 알고 있는 사건의 빠지지 않는 이름이었다.

용병과 영지민의 사이가 좋지 않은 일. 그 이유인 영지민 여자를 건드린 것.

거기다 메이슨이라는 기사가 단번에 의심할 정도로 죽은 기사와의 사이가 안 좋았을 거라는 것.

마지막으로 무력이 상당하다는 것까지, 오늘 얻은 정보는 생각보다 많았다.

하지만 이 정보로 인해 바드가 살인자라고 확정 지을 수는 없었다.

자신의 힘을 알고 이용할 줄 아는 자였다. 거기다 영주가 아닌 이상 오우거 족장을 막을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고 했다.

그 말은 곧 이유 모를 문제로 영주가 누워 있는 상태고, 이 영지에서 가장 강한 것은 바드라는 뜻이었다.

가장 강한 사람.

그런 사람이 굳이 숨어서 사람들을 죽일 필요가 있나 싶었다. 물론 이것은 일차원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머릿속 한구석으로 정보를 밀어놓았다.

‘정보가 더 필요해.’

바드.

영주.

던전.

피해자들.

이 네 가지에 대한 정보를 우선적으로 얻어야 했다. 바드를 비롯한 용병들도 잠을 자러 텐트로 들어가는 분위기였다.

이곳에 있어 봤자 얻을 것은 없다고 생각되었다.

‘일단 돌아가자.’

나무 위에서 몸을 날리며, 나는 숙소로 돌아갔다.

* * *

아침에 눈을 뜬 나는 밑으로 내려가, 세레나가 가져다준 아침을 먹었다.

수프와 빵.

음식의 맛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조용히 그 맛을 음미하며, 졸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10명 정도는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제각각의 무기들을 들고 있으며, 어제 술을 내가 술을 샀던 3인방의 모습도 찾을 수 있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베일이 안으로 들어왔다.

“일하러 갑시다.”

그의 말에 용병들이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들을 보며, 베일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 베일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오우거 사냥을 하러 가는 겁니다. 오유성 님도 같이 가시죠.”

도와주기로 약속을 했고, 그 대가로 이곳에 지내고 있기 때문에 나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속은 지켜야죠.”

베일이 앞장섰고, 나는 그의 옆에서 따라갔다. 한참 앞에서는 용병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걸어가고 있었다.

어제 가 보았던 산 중턱.

정확히 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나는 발걸음을 옮기며, 베일에게 물었다.

“어제 일은 어떻게 됐습니까. 범인은 잡았습니까?”

“못 잡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흠…… 한 번이 아닌 것 같은데 왜 잡지 못하고 있는 겁니까?”

“흔적이 없다고 합니다.”

“흔적이요?”

“예. 확실한 증거도 없고, 죽은 사람도 제각각이라 무슨 동기로 그런 일을 벌였는지 모른답니다.”

무차별 살인.

제일 범인을 잡기 힘든 케이스였다. 일관성이라도 있으면 정확히 파고들 부분이 있었겠지만, 동기 없이 살인에 미친 놈이었다. 흔적이 없다면 찾기 힘들었다.

“후우. 영주님이라도 멀쩡하셨더라면.”

베일은 깊은 한숨.

나는 이때가 기회다 싶어 베일에게 물었다.

“영주님께서 어디 불편하십니까?”

“아, 모르시겠군요. 영주님은 최근에 던전 공략을 하신 뒤로, 급격히 몸이 안 좋아지셨습니다. 하필 살인 사건도 그 이후로 일어나서…….”

영주가 쓰러져 눕고,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어제의 정보를 토대로 한다면, 영주의 무력은 바드와 비슷했다. 그런 영주가 던전 이후에 몸이 안 좋아졌고,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은 영주가 그리될 것을 알았을 수도.’

아니면 그렇게 되도록 수를 쓴 것일 수도 있었다. 정보가 하나씩 드러날수록 머리가 점점 복잡해졌다.

“다 왔습니다.”

베일의 말에 나는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앞에는 바드가 이끄는 용병단의 아지트가 있었고, 주위로 베일이 데려온 용병들이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메이슨이 이끄는 병사들이 도착했다.

냉랭한 분위기.

나는 어제 일어났던 일에 대해 알고 있어서 이런 분위기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베일이 데려온 용병들은 싸늘한 분위기에 어수선했다.

“분위기 왜 이래.”

“어젯밤에 또 뭔 일 있었나?”

“에휴. 저 둘 사이 안 좋은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런 분위기를 종식시킨 것은 메이슨이었다. 아무래도 영지에 속해 있는 기사단인지라, 영지 대표로 오우거 토벌을 진행하는 모양이었다.

“그럼 토벌을 진행하겠습니다.”

메이슨은 세 곳의 구역으로 나눠 지역을 배정해 주었다.

메이슨과 병사.

바드가 이끄는 용병.

그리고 베일이 데리고 온 용병.

혹시 베일도 같이 가나 싶었지만, 베일은 일반 상인이기 때문에 토벌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다.

그를 대신해 어제 보았던 수염이 긴 남자가 용병 무리를 이끌었다.

베일이 그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오유성 님은 저 멜릭이라는 친구와 함께하시면 됩니다.”

나는 멜릭이 이끄는 용병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사이, 메이슨과 바드가 자신들의 구역을 처리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고, 멜릭도 뒤따라 용병들을 데리고 이동했다.

* * *

“와우.”

나는 엄청난 광경에 놀랐다.

정면에서 엄청난 수의 오우거가 다가오고 있었다. 뿌리째 뽑은 나무를 들고 있는 놈도 있었고, 동물의 뼈를 들고 있는 오우거도 보였다.

그놈들이 걸을 때마다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지면이 약간씩 흔들렸다.

메이슨이 세 구역으로 나누었다고는 하지만, 일직선에서 세 부분으로 나뉜 것일 뿐, 정면에서 오는 오우거를 함께 처리해야 했다.

굳이 구역을 나누어야 했을까 싶었다.

“허어…… 너무 많은데.”

옆에서 멜릭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나는 그에게 이 상황에 대해 물어보았다.

“원래는 이렇지 않습니까?”

“이거의 삼 분의 일도 되지 않았네. 하도 당해서 그런지 오우거 놈들도 뿔이 난 모양이야.”

당황한 것은 메이슨 쪽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병사들이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한 모습이 보였다.

그에 반해 바드가 이끄는 용병들은 미친놈처럼 웃고 있었다.

바드가 자신의 검을 들며 앞으로 달렸고, 그 뒤를 따라 용병들이 자신들의 무기를 들었다.

그렇게 오우거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돌진! 저 녀석만 쓸어버리면 끝이다!”

뒤이어 메이슨이 움직였고, 멜릭도 자신들의 용병의 기세를 끌어올렸다.

“돈 벌러 가자!”

나도 검을 들어 앞으로 달려나가며 오우거를 향해 점프했다.

도약과 함께 오우거의 머리 위로 떨어지며, 검을 수직으로 찍어 내렸다.

몸을 휘청거리며, 오우거가 뒤로 쓰러졌다.

검을 뽑아, 묻은 피를 털어내고는 근처에 있는 오우거에게 달려갔다.

빠르게 검을 휘둘러 오우거의 목을 잘라냈다.

서걱!

목이 잘려 허공으로 날아갔다.

단 일격에 이루어낸 것을 보고, 주위의 용병들이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겨우 이 정도로 놀라긴 이르지.’

나는 포인트를 쓸어버리기 위해, 쉬지 않고 움직이며 오우거를 학살해 나갔다.

내 모습에 기세가 오른 멜릭과 용병들도 더욱 강한 기세를 품으며 오우거를 상대했다.

“합!”

뒤에서 멜릭을 노리던 오우거의 심장에 검을 찔러 넣어 마무리 지었다.

쿵!

오우거가 쓰러지고, 멜릭이 감사를 표했다.

“고맙네.”

“아닙니다. 그래도 상황이 얼추 정리되어 가는군요.”

우리가 맡은 구역의 오우거는 빠르게 정리되고 있었다. 그래서 용병을 반으로 나눠 메이슨이 있는 쪽으로 이동해 오우거 사냥을 도와주도록 지시했다.

바드가 이끄는 용병단은 도와줄 필요가 없었다.

자신의 입으로 가장 강하다고 했던 것만큼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며, 오우거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쿵!쿵!

이전과는 다른 거대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땅이 크게 흔들렸다.

일반 오우거보다 두 배 정도는 큰 오우거 족장이 나타났다. 이마 중앙에는 기다란 뿔을 달고 있었으며, 다른 오우거들과는 다르게 근육으로 뒤덮여 있었다.

배는 들어가 왕(王)자가 보였고, 양어깨와 팔뚝에는 견갑과 팔목 보호대를 감싸고 있었다.

오우거 족장은 엄청나게 큰 바스타드 소드를 한 손으로 들어 크게 휘둘렀다.

엄청난 풍압을 일으켰다.

병사들과 일부 용병들은 바람을 이겨내지 못한 채, 뒤로 날아갔다.

근처에 있던 바드가 오우거 족장을 보더니 그쪽으로 몸을 트는 것이 보였다.

‘양보할 순 없지.’

일반 오우거와는 다른 오우거 족장.

분명 더 많은 포인트를 줄 것이 분명했다. 그런 소중한 포인트를 바드 때문에 놓칠 이유가 없었다.

그전에 바드가 싸우는 것을 지켜보기로 했다. 여차하면 이형환위로 이동해 죽여도 되었다.

일단은 바드가 어느 정도로 강한지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먼저 몸을 움직인 바드가 먼저 검을 휘둘렀다. 그와 함께 오우거 족장도 자신의 바스타드 소드를 움직였다.

그러나 오우거 족장의 힘을 이겨내지 못한 바드가 뒤로 밀렸다.

몸을 한 바퀴 회전하면서 뒤에 착지한 바드는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을 피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자신의 몸을 이용해, 빠르게 움직이면서 오우거 족장을 공략하려고 들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오우거 족장은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였고, 바드는 그 틈을 찾아내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먼저 지친 것은 바드였다. 자신의 위로 떨어지는 거대한 바스타드 소드를 바라보며 분노를 토해냈다.

“젠장!”

나는 그 모습을 보곤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저 녀석이 살인범일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쉽게 죽일 수 없었다. 이 정도면 대충 실력 파악도 끝냈고, 나는 오우거 족장을 처리하기 위해 이형환위를 사용했다.

파앗!

내 몸은 순식간에 바드의 앞으로 이동했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오우거 족장의 바스타드 소드. 나는 검을 들어 그 검을 막았다.

쿵!

검의 힘은 버텨냈지만, 지면이 힘을 분산시키지 못해 바닥이 움푹 파였다.

뒤를 슬쩍 쳐다보았다.

어차피 남은 오우거들은 남은 병사들과 용병들로 인해 처리가 가능했다.

바드가 모호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를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그러곤 정면에 있는 오우거 족장을 바라보며, 몸에 있는 마나를 끌어올렸다.

검으로 집중시킨 마나는 거대한 형태를 이뤄냈다.

오우거 족장이 바스타드 소드를 움직이려고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움직였다.

살짝, 바닥을 박차며 점프한 뒤에 검을 위에서 아래로 크게 내리그었다.

삭!

콰과과과광!

강한 풍압과 함께 일대가 엄청난 마나가 폭사했다.

내 공격에 오우거 족장의 몸은 반으로 갈기갈기 찢어져 나갔다.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오우거 족장과 함께 메시지가 떠올랐다.

[14,000p를 획득하셨습니다.]

‘나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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