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역대급 수련-50화 (50/177)

# 50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50화

16장 투기장 5층(1)

“으…… 온몸에서 냄새가 진동하네.”

이찬혁이 자신의 몸에 묻은 보라색 액체를 털어내며 말했다. 보라색 액체의 정체는 부랑애벌레를 잡으면서 나온 체액이었다.

쓰레기 냄새에 버금갈 정도로 악취가 심했다.

나 또한 숨 쉬는 것을 잠시 멈추며, 액체를 없애는 데 집중했다.

옆에 있던 김세아가 자신의 몸에 묻은 부랑애벌레의 체액을 내려 보며 말했다.

“오늘은 길드에서 씻고 가야겠네.”

임무가 끝나면, 항상 집으로 직행하던 김세아 마저 씻고 간다는 얘기를 할 정도였다.

나는 액체를 대충 털어내고, 차에 탔다.

“보고고 짐 정리고 일단 가서 씻자.”

모두 탄 것을 확인한 나는, 엑셀에 발을 올렸다. 악취에 창문을 내리자, 시원한 바람이 차 안으로 밀려들었다.

나는 교통 규범을 준수하며 최대한 빠르게 길드로 달렸다.

도심으로 들어서자, 빌딩에 달린 거대한 전광판에서 주간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간 토픽.

-이번 주 주간 토픽, 다섯 번째 소식은 그린나래 길드에 관한 소식입니다.

-그린나래의 이진수 헌터의 팀이 B급 임무를 성공했다고 합니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이찬혁이 전광판을 보며 말했다.

“이야, 이진수는 확실히 다르네. 진짜 대단하다.”

전광판에 나타난 짧은 머리에, 샤프한 인상을 가진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헌터가 B급 임무를 성공했다.

이 소식 자체는 주간 토픽으로까지 다뤄질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대상이 그린나래 길드의 이진수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진수.

부산에 있는 헌터 학교에서 천재라고 불리며, 아예 시작부터 다른 길을 걸었다.

입학 후 한 달 만에 그린나래 길드에 당첨이 되었고, 내가 다니던 헌터 학교로 전학을 왔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수업을 듣는 시간보다 길드에 나가는 시간이 더 많았다.

이진수에게 헌터 학교는 헌터증을 받기 위해 다니는 곳이었다. 아무리 이진수라고 해도 헌터증 없이 헌터 생활을 할 수는 없었으니까.

애초에 학교에서 받는 이론적인 수업이 아닌,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받았으니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했다.

거기다 능력조차 S급이니 그 차이는 더욱 컸다.

종합하자면, 이러나저러나 신입 헌터에 불과한 이진수가 B급 임무를 자력으로 성공했다는 뜻이었다.

청소년 국가대표가 청소년 대회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금메달을 따낸 것처럼.

나름대로의 스타성까지 갖추고 있었기에, 그의 이러한 소식은 충분히 토픽감이었다.

나는 정면을 주시하며 말했다.

“뭐. 시작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았으니 다를 수밖에.”

처음에 이진수를 봤을 때는 부러움조차도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는 내가 도저히 넘볼 수 없는 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의미로 부럽지 않았다.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어.’

이진수가 이룬 것들을 나 또한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고, 언젠가는 이진수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백미러를 통해 김세아의 얼굴을 확인했다. 평소와 다를 게 없는 표정이었다.

저 소식을 듣고, 꽤나 마음 상해 할 줄 알았는데 아닌 모양이었다.

저번에 술을 마시면서, 김세아가 얼핏 이진수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김세아는 이진수와 함께 그린나래에서 훈련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

딱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 그린나래에서 받는 훈련을 포기했다고 했다.

그 뒤에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그때의 김세아의 표정이 좋지 않았던 것이 기억났다.

‘그래도 괜찮아 보이니 다행이네.’

막히던 길이 뚫리고, 차는 다시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광판에서는 마지막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간 토픽의 마지막 소식입니다. 바로 오늘 헌터 협회에서 길드 대항전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전광판에 헌터 협회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헌터 협회장 강원수라고 합니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길드 대항전이 올해도 열리게 되었습니다. 일정과 같은 자세한 내용은 추후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동시에 이곳저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에 반해 차 안은 너무나 조용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보았다.

옆자리에 앉아 있는 이찬혁이 손을 불끈 움켜쥐고 있었고, 뒤에 앉은 김세아의 눈도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길드 대항전.

헌터라는 직종은 사회에서 아직도 이슈인 직종이었다. 그들의 능력적인 측면에서, 일반인 중에는 아직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국민들에게 사회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2년에 한 번씩 실시되는 하나의 축제와도 같은 것이었다.

이 길드 대항전에는 헌터 협회에 등록된 모든 길드가 출전할 수 있었다.

다만, 길드마다 출전 정원이 한정되어 있었다.

괜히 아무나 내보냈다가 길드 얼굴에 먹칠을 하는 꼴을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이찬혁이 정면을 보며 중얼거리듯 이야기했다.

“이번에도 그린나래가 우승하겠지?”

우리나라에서 최상위 길드에 속해 있는 그린나래 또한 매번 길드 대항전에 나왔다.

2년 전 우승 길드도 그린나래였으니, 이번에도 그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해 나올 것이다.

그만큼 길드 대항전이 의미하는 바가 컸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길드를 응원할 수 있었다.

참가자의 입장에서는 서로에게 자극을 받을 수 있었고,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길드의 입장에서 길드 대항전은 홍보 효과가 강했다. 좋은 실력과 높은 등수를 가져갈수록 길드의 이름을 더욱 많이 알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길드의 명예였다.

길드 대항전 우승자를 보유한 길드.

그해 최고의 길드라 불리며,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뒷좌석에서 열의를 불태우던 김세아가 입을 열었다.

“난 무조건 나갈 거야.”

이찬혁 또한 의지를 불태웠다.

“나도 떨어진다 하더라도 도전한다.”

길드 대항전에 나갈 대표를 뽑는 것은 길드마다 달랐다.

내가 알기론 아이리스 길드는 시험을 보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상위 길드가 채택하는 방식이었다.

아이리스 길드도 길드 대항전에 나갈 대표를 뽑기 위한 시험이 곧 진행될 것이다.

무슨 시험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나는 무조건 합격할 자신이 있었다.

“나도 나간다.”

길드 대항전에 나갈 생각을 하니, 온몸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며, 남들에게 인정받게 되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손에 들린 길드 대항전 트로피.

이찬혁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나와 마찬가지로 히죽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뒤에서 우리를 보며, 김세아가 말했다.

“근데 그 시험 1군만 볼 수 있는 건 알고 있지? 너네 나가려면 일단 1군으로 승급해야 돼.”

정상적인 방법으로 1군에 승급하려면 내년 승급 전까지 기다려야 했다.

나와 이찬혁은 생각 외의 난관에 좌절했다.

“아…….”

“아…….”

* * *

아이리스 길드 간부 회의실.

널찍한 회의실 내부에는 10명의 간부진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오늘의 회의 주제는 길드 대항전이었다.

그들의 앞에 서서 채하나가 입을 열었다.

“길드 대항전은 지금부터 석 달 뒤에 진행한다는 공문을 받았습니다. 대항전 전에 시작하는 참가 시험까지 생각한다면 두 달 반 정도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채하나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메인 출전 선수 5명과 예비 선수 2명으로 총 7명의 선수를 뽑아야 합니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중년 남성, 아이리스 길드의 간부 중 한 명인 이태수가 채하나를 보며 말했다.

“음…… 이번 길드 대항전 참가자격이 4년 차 미만으로 알고 있는데 누굴 생각하고 있나?”

채하나는 어깨를 들썩이고는 질문에 대답했다.

“당장 떠오르는 것은 올해 영입한 김세아가 있습니다. S급 재능에 현재 임무 수행하는 것을 보면 올해 길드 대항전에서 좋은 실력을 보일 겁니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이태수의 반대편에 앉은 모자를 쓴 중년 여인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김세아 말고도, 작년에 영입한 A급, B급 재능의 길드원도 있지 않나요? 최정환이나 한소희 정도면 지금 김세아보다는 더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그런가요?”

채하나는 겉으로 웃는 표정을 지었지만, 속내는 달랐다.

‘이번에도 견제하겠다 이건가?’

자신이 김세아를 영입하고 바로 지원해서 키우려고 했을 때, 방해했던 것이 바로 저 중년 여인 사미영이었다.

그녀 또한 간부 중 한 명이다.

자신을 밀어주는 이태수가 아니었다면, 김세아를 사미영에게 빼앗겼을 것이다.

최정환이나 한소희의 실력은 확실히 작년에 비하면 일취월장했다. 2년 차 이내의 길드원 중에서도 탑이었지만, 김세아와 비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재능의 차이.

성장 속도에서 비교가 안 됐다.

‘능구렁이 같은 작자.’

물론 사미영도 그런 사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 둘을 이야기했다는 것은, 자신은 저 둘로 밀어붙이겠다는 선전 포고와 같았다.

이태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뭐. 그건 시험을 치르면 알게 되겠지.”

채하나는 한 가지 제안을 하기 위해 간부진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한 가지 말씀 드릴 일이 있습니다.”

“말해보게.”

이태수의 허락이 떨어졌다.

채하나는 자신이 준비한 것들을 풀어놓았다.

“이번 시험은 1군 전투 헌터뿐만 아니라 2군 전투 헌터들 모두 볼 수 있게 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이유는?”

“그렇게 되면 1군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자극을 받을 것이고, 2군은 기회가 생기니 좀 더 열심히 노력하지 않을까요? 선의의 경쟁으로 좋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채하나가 이런 제안을 한 것은 오유성 때문이었다. 최근 들어 예상외의 모습들을 보여주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자신의 시험도 훌륭하게 마쳤으니, 기회 정도는 마련해 주고 싶었다.

‘그 이후는 그 녀석의 역량에 달린 거니까.’

하지만 채하나의 의견에 사미영이 반론을 제기했다.

“1군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2군까지 시험을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채하나가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2군 전투 헌터 중에서는 실력이 많이 늘어 1군에 가도 될 만한 재목들이 많이 있습니다.”

“흠…….”

이태수가 조용히 고민하더니 이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뭐 나쁘지 않지. 길드 대항전은 무조건 이겨야 하니까.”

분명히 처음에는 헌터라는 직업, 길드라는 기업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다분히 보여주기식 행사로 시작된 게 길드 대항전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게 일종의 경쟁 심리를 자극해서 각 길드 마스터와 길드 간부들에겐 결과가 꽤 중요한 행사가 되어버렸다.

“2군 헌터도 참가시키는 것으로 하지.”

“그럼 출전 선수들을 선발하는 시험을 진행하겠습니다.”

* * *

역시나 눈을 뜨니 발칸이 나를 쳐다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나 왔다.”

“그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발칸의 앞으로 가서 의자에 앉았다. 다음 층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했다.

내가 다가가자, 발칸이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근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네가 살고 있는 곳의 시간 변화는 없을 테니까.”

발칸에게 선택을 받고, 두 개의 층을 건너뛰었을 때, 시간의 흐름은 크지 않았다.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호오…… 그것참 다행이네. 그래서 다음 층은 뭐지?”

“넌 제한 시간 내에 상대를 찾아서 죽여야 한다. 상대에 대한 힌트는 층에 올라가게 되면 자세히 나올 거다.”

“그럼 아직 시간 남았지?”

발칸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소주를 구매했다.

발칸의 잔에 소주를 따르며 말했다.

“나 길드 대항전에 나갈 거다.”

“그게 뭐지?”

“투기장 같은 거야.”

“신기하군. 그쪽 길드 대항전이란 것도 이기면 강해지는 건가?”

“그런 건 아니고…….”

이야기의 주제는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것으로 흘러갔다.

발칸은 내가 얘기를 할 때마다 놀라워했다.

차라는 것도 있고.

나보다 강한 사람들이 있고.

이곳에서 보이는 몬스터들도 다 있다고.

그런 것을 모두 들은 발칸이 입을 열었다.

“한번 보고 싶군.”

그의 말에 나는 문뜩 아침에 했던 행동을 떠올렸다. 현실에서 투기장으로 물건을 가지고 올 수 있을까 싶어, 내 스마트폰을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 놨었다.

“잠깐만.”

나는 아공간 주머니를 열고, 거기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발칸은 내 손에 들린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지문 인식을 통해 잠금을 해제시키자, 발칸이 놀라워하며 말했다.

“그건 무슨 아이템이지? 방금 그건 마법인가?”

“지문 인식이라는 건데.”

발칸은 굉장히 신기해하며 물건을 바라봤다.

나는 발칸이 해볼 수 있게 지문 인식 설정을 추가했다. 지문을 가져다 대라는 메시지가 뜬 것을 확인하고, 발칸에게 말했다.

“여기다 손가락 가져다 대봐.”

발칸이 내 말에 자신의 손가락을 올렸다.

그 순간, 엄청난 스파크와 함께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졌다. 동시에 눈을 뜨기 힘든 빛이 일어났다.

파지지직!

빛이 사라지고 눈을 떴을 때, 발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바…… 발칸?”

나는 바닥에 떨어진 스마트폰을 챙기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간이 다 된 건가?’

5층으로 올라갈 시간이 되어, 발칸이 사라진 건가 싶었을 때 내가 들고 있던 스마트폰에서 발칸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여긴 어디지?

그와 함께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메타포 7s가 주인을 선택했습니다. 메타포 7s에 강력한 영혼이 깃듭니다.]

나는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이게 뭐야?’

차마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내 눈이 감겼다.

[5층으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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