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49화
16장 투기장 4층(4)
마지막이라는 소리에 투사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이 길고도 긴 전투의 끝을 알리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적.
진행자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열린 철창에서 나오는 몬스터만 잡는다면 이번 층은 끝나는 것이었다.
나 또한 그 말을 들으니 힘이 났다.
-그 적의 이름은 바로오오오오오! 마족 케이브라입니다!
진행자가 호명함과 동시에 관객들의 거센 반응이 파도처럼 흘러들어왔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의 강렬함.
그들은 이 상황에 격렬한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누구든지 상관없다. 그저 자신들을 만족시킬 경기를 보여 달라며 자신들의 감정을 표출했다.
[투기장에서 승리하십시오.]
클리어 조건 : 마족 케이브라를 죽이십시오.
승리 : 12,000p
패배 : 죽음
열린 철창에서 검은 기운이 연기처럼 흘러나오고 있었다. 끝으로 갈수록 색이 연해지면서 사라지는 검은 기운.
그 검은 기운의 주인이 철창에서 걸어 나왔다.
짐승의 발처럼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검은 발, 손톱 또한 발과 같이 길고 날카로웠다.
단단해 보이는 검은 피부에 검은 천으로 몸을 두르고 있었다.
이마에 올라온 조그마한 뿔까지.
마족 케이브라가 고고한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그러곤 가볍게 웃었다.
나를 포함한 투사들을 보며, 상대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처럼 보였다.
근데 내 눈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뭐지?’
마족의 상징이라고도 하는 검은 날개. 그것이 마족 케이브라에게서 보이지 않았다.
마족의 날개는 뿔만큼이나 중요했다.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는 장치이니까. 앞에 있는 마족 케이브라의 뿔이 매우 작은 것을 보면, 말도 안 되게 강한 놈은 아니었다.
다른 투사들 또한 긴장했지만, 의구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걸 해소해 준 것은 역시나 진행자였다.
-마족 케이브라의 날개는 꺾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투기장에서 이기게 되면, 그 날개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고 했습니다. 이제 이해가 가셨나요?
나는 꿀꺽 침을 삼켰다. 진행자가 말한 ‘날개가 꺾였다’는 것은 서열 정리를 당했다는 것이다.
마족이란 이름은 가볍지 않았다.
마계에서 살고 있는 마인, 마수 등의 생명체 중에서 강한 생명체에게 주어지는 칭호와도 같은 거였다.
마족의 서열에 오르면 날개를 갖게 된다.
그런 그들의 날개가 꺾인다는 것은 최하위 서열 444위까지 떨어진 다음, 한 번 더 지게 되어 서열의 자리에서 떨어졌을 때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는 건, 마족 케이브라가 어디까지 올라간 실력자인지는 몰라도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자기보다 약한 자에게 도전을 받았다가 패배했다는 뜻이었다.
강한 자들이 넘치는 곳에서 마족처럼 자존심이 극에 차 있는 생명체에게 패배는 엄청난 수치였다.
한마디로 저 녀석은 지금 아주 위험한 상태였다.
지금까지 나왔던 4마리의 적과는 다르게 강력한 동기가 있었다.
‘날개를 얻기 위해 우리를 죽이는 것.’
그때, 마족 케이브라의 입에서 서늘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네놈들을 죽이고 난 다시 위로 올라갈 것이다.”
마족 케이브라가 양팔을 벌리며, 자신의 마나를 끌어올렸다.
칠흑 같은 검은 기운이 마족 케이브라의 몸 전체에 피어올랐다.
검은 기운은 그 부피를 더해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족 케이브라의 몸에서 분리되었다.
검은 기운은 4개로 나누어져 마족 케이브라의 형태를 만들었다.
총 5명의 마족 케이브라가 팔짱을 낀 채, 우리를 보고 있었다.
이 상황을 지켜본 다른 투사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하나로도 벅차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섯으로 늘어나니 표정이 썩어들어 가는 것은 당연했다.
나 또한 이런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지금까지야 사전 정보가 있는 놈들이 나왔다지만, 앞에 있는 케이브라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
거기다 사용하는 능력이 최악이었다.
‘하필 분신이라니.’
분신의 능력도 다양해서, 일단 처음엔 정보를 얻기 위한 싸움을 해야 할 것 같다.
어떻게 상대를 하면 좋을까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진행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럼 지금부터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아아아아!
시작과 동시에 5명의 마족 케이브라가 사방으로 퍼졌다. 그중 하나는 내 쪽으로 다가오며, 자신의 날카로운 손톱을 빠르게 휘둘렀다.
나는 검으로 응수하며, 공격을 막았다.
챙! 챙!
끊임없이 공방을 주고받으며, 싸우던 도중에 나는 마나를 끌어올렸다.
저 징그러운 손톱을 잘라 버릴 생각으로 검을 휘둘렀다. 아쉽지만 손톱을 잘라내지는 못했다.
그래도 얻은 것은 있었다.
균열.
손톱에 일어난 균열을 향해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크윽!”
케이브라의 손톱이 부러졌다.
비교적 리치가 짧아진 케이브라를 향해 나는 검을 들이밀었다. 공격 거리의 우위를 이용해 찌르기로 공격했다.
거칠게 밀어붙이던 검은 결국 케이브라의 심장을 찔렀다. 손목과 허리에 힘을 주며, 더욱 깊게 밀어 넣었다.
코 닿을 거리에서 보이는 케이브라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심장을 찔렸음에도 멀쩡히 움직이는 케이브라의 손이 내 양손을 움켜쥐었다.
쑤욱!
케이브라가 힘을 주어 내 손을 자신의 심장 쪽으로 끌고 갔다. 끝까지 들어간 검은 검 자루에 막혀 더 이상 케이브라의 육체를 뚫지 못했다.
‘뭐야!’
그때, 케이브라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기운이 검을 타고 흘러나와 내 몸을 휘감으려고 하고 있었다.
상당히 기분 나쁜 느낌에 검을 뽑으려고 했지만, 케이브라가 쉽게 자신의 손을 놓지 않았다.
더욱 강렬하게 검은 기운을 뿜어내며 케이브라가 입을 열었다.
“인간들은 사냥하는 건 참 재미있는 일이야. 큭큭큭 이렇게 쉽게 힘을 얻는 것이었으면 이곳에 더욱 빨리 왔을 텐데 말이야.”
마치 자신의 의지로 올 수 있다는 말뜻인 것 같았지만, 더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검은 기운은 내 몸속으로 들어와, 다양한 감정을 일으켰다.
공포.
좌절.
불안.
무력감.
다양한 감정들은 빠르게 뒤섞이며 내 기억의 벽을 툭툭 건드렸다.
쿵!
기억의 벽에 금이 가고, 자세히 떠올리고 싶지 않던 기억들이 흘러나왔다.
어릴 적 겪었던 던전 브레이크.
그곳에서 몬스터를 보고 느꼈던 공포와 살 수 없을 거라는 무력감, 그로 인해 죽음을 기다리며 불안에 떨었던 기억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크흑!”
그때의 감정이 내 몸을 지배하며 잠식해 나가기 시작했다. 검을 잡은 내 손이 떨렸고, 눈에서는 이유 없이 눈물이 흘렀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흘러넘치듯, 몸 안에서 차고 넘쳤다.
케이브라의 목소리.
서늘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어릴 적 보았던 몬스터를 더욱 선명하게 연상시켰다.
“네놈은 내가 위로 올라가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야.”
그때, 밑이 보이지 않는 나락의 끝에서, 아주 조그마한 빛이 보였다.
조그마한 빛은 점점 커지며, 어둠만 가득한 나락을 집어삼켰다.
그러나 내 어두운 기억은, 온전히 어둡기만 한 기억이 아니었다.
그 기억의 끝.
-집에 가야지.
환청처럼 들리는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
‘질…… 까 보냐! 개자식아아!!’
그와 함께 내 정신은 온전히 돌아왔다.
[정신 오염 면역(E)이 정신 오염 면역(D)으로 랭크 업되었습니다.]
[정신 오염 면역(D)]
정신을 오염시키는 모든 것들에 대한 저항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저주받은 동굴을 공략하면서 얻었던 스킬.
방금 전의 상황을 겪으며 포인트가 올라가고, 한 단계 랭크 업되었다.
정신을 차린 나를 보고 케이브라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지?”
그러곤 이내 다시 검은 기운을 뿜어냈다. 내 몸을 잠식해 나가는 검은 기운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나는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 검을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빠르게 사라진 검.
빈 공간이 생겼고 나는 케이브라에게 잡힌 손을 빼냈다.
그러곤 다시 검을 소환시켰다.
오른손에 들린 검을 잡고, 빠르게 마나를 끌어올렸다.
“고맙다. 네 덕분에 포인트도 아끼고 스킬 하나 올렸네.”
당황하고 있는 케이브라를 위에서 아래로 크게 내리그었다.
반 토막으로 잘려 나간 케이브라는 검은 연기로 변하더니, 근처에 있는 다른 분신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후우, 후우.”
나는 숨을 고르며,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나를 제외한 7명의 투사는 각자 나름대로 저항하고 있었다.
“으아악!”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투사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제 남은 투사는 6명.
나는 검에 마나를 두르며 앞으로 달려갔다. 지면을 박차고, 몸을 날리며 앞에 있는 케이브라의 분신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또다시 연기가 되어, 근처에 있는 분신의 몸으로 들어갔다.
이제 남은 분신은 3명.
뭐가 본체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다 베어버리면 되었다. 저주를 걸고, 남의 흑역사를 들춰낸 벌을 줄 시간이었다.
“으아아압!”
근처에 있던 투사들이 분신 하나를 제압했고, 내가 또 다른 분신을 처리했다.
이제 남은 마족 케이브라는 하나.
나는 그쪽으로 이동하며, 온몸의 힘을 끌어 올리며 모든 마나를 검에 실었다.
극대화의 효과로 마나가 치솟듯이 검을 타고 퍼져 나갔다.
그러곤 나는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충격파가 퍼지면서, 투사들이 풍압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나뒹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검은 케이브라를 정확히 베고 지나갔다. 검은 연기가 되어 흩어지는 케이브라를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또한 베어버린 감각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호오.”
양옆과 뒤에서 들리는 케이브라의 목소리에 내가 빠르게 주위를 돌아보았다.
상처 하나 없는 마족 케이브라의 모습이 보였다. 그 옆으로 나열되어 서 있는 분신.
그리고 내가 베어낸 검은 연기가 왼쪽에 있는 케이브라의 몸에 들어갔다가, 다시 분리되어 형체를 이루었다.
“쳇!”
나는 몸을 뒤로 빼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강철 거북을 잡으면서, 극대화를 사용한 뒤의 방전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아주 잔량의 마나와 체력을 남기는 연습을 했다.
덕분에 지금 상황에 안전하게 몸을 뺄 수 있었다.
‘뭐지.’
방금 일어난 상황에 대해 빠르게 정리를 해보았다. 아주 사소한 것까지 하나하나 떠올렸다.
케이브라 4명을 죽이고, 마지막 녀석을 잡으러 가는 상황.
내가 분명히 마지막 녀석을 베어냈지만, 이미 다른 분신들이 멀쩡히 살아 있었다.
내가 베어낸 분신은 다른 분신의 몸에 들어갔다가, 원상 복구되어 나타났다.
‘포인트도 주지 않았어.’
새끼 거미를 죽였을 때는 들어왔던 포인트가 들어오지 않았다.
저 다섯 명의 케이브라가 하나란 뜻이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다섯 개의 빨간 점.
나는 한 가지를 시험해 보기 위해, 아공간 주머니에서 체력과 마나 포션을 꺼내 마셨다.
* * *
콰아아앙!
이번에도 마지막 분신 녀석에게 달려가서 베어냈지만, 이전과 똑같은 상황이 일어났다.
이로써 내 머릿속에 있던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나는 이를 토대로 공략 방법을 짜며, 투사들에게 소리쳤다.
“잘 들어! 지금부터 동시에 저 분신들을 죽여야 해. 안 그럼 우리가 죽는다.”
분신이 죽으면, 근처에 있는 분신에게 들어갔다가 빠르게 몸을 복구했다.
그걸 막기 위해선, 동시에 모든 녀석을 처리해야 했다.
내 말에 투사들은 하나둘 자신이 상대할 분신 앞에 섰다. 나를 비롯해서 투사 2명이 한 놈씩 맡았다.
그리고 남은 투사 4명이 둘로 나뉘어 분신 하나씩을 맡았다.
“이것만 하면 끝나니까. 마지막까지 잘해보자고.”
말을 끝냄과 동시에 나는 몸을 박찼다.
투사들도 내 행동을 보며, 분신들을 향해 달려갔다.
“지금!”
나는 타이밍을 계시했고, 정확하게 앞에 있는 분신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연기가 되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다른 투사들을 돌아보았다.
솔로로 맡은 두 명의 투사는 깔끔하게 분신을 정리했다. 이제 남은 것은 두 명씩 팀을 먹은 투사들.
그들만 깔끔하게 처리하면 끝이었지만, 바로 그들에게서 문제가 터졌다.
‘이런 미친.’
왼쪽에 있던 두 명의 투사 중, 덩치가 큰 투사가 뒤통수를 쳐버렸다.
분신을 처리하기 전에 자신의 옆에 있는 투사를 죽여 버렸다. 그것으론 성이 안 찼는지, 다른 두 명의 투사를 노리며 창을 찔렀다.
“끄아아악!”
한 명의 투사는 피했지만, 다른 한 명은 창에 찔리고 말았다.
덩치가 큰 투사는 자신이 이뤄낸 힘을 느끼며, 앞에 있는 분신을 향해 창을 질렀다.
“합!”
이 투기장에 남은 마지막 분신.
하지만 덩치가 큰 투사의 공격은 이미 쓸모가 없었다. 분신은 이미 다섯 명으로 늘어나 있었고, 그들에 의해 덩치가 큰 투사는 공격을 받고 죽었다.
“저런 개새끼!”
“으아아악!”
살아 있는 투사들이 절규하며 소리쳤다.
앞서, 욕심을 부리다가 끔찍한 결말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일어났다.
욕심.
그로 인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일어나며, 7명의 투사 중에 어느덧 살아남은 사람은 나를 제외하고선 3명밖에 남지 않았다.
일단 남은 3명을 모았다.
아직 포기하긴 일렀다.
투사들을 보며 나는 빠르게 입을 열었다. 케이브라가 느긋하게 이쪽으로 다가오기 있기 때문이었다.
“정신 차려. 아직 답이 없는 건 아니니까.”
“뭔데.”
“어떻게 하면 되지?”
나는 진중한 표정으로 힘을 주며 얘기했다.
“이제 기회는 정말 딱 한 번 남았어. 너희 세 명이 분신 한 명씩만 맡아. 남은 두 명은 내가 처리할 테니까.”
말을 끝내고 근처에 버려진 창을 집어 들었다. 내 말을 들은 세 명의 투사들 역시 나의 모습을 보고 이를 악물며 자신들의 무기를 꽉 쥐어 잡았다.
“달려!”
내가 소리치자, 투사들이 있는 힘껏 달리며 분신들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그 타이밍에 맞춰, 나는 창에 마나를 실었다.
오른손에 잡힌 창대를 잡고 직선으로 빠르게 날렸다.
파공음을 내며, 공기를 가르고 날아가는 창은 정확히 분신에게 보이는 빨간 점을 향해 날아갔다.
동시에 내가 앞으로 나서려고 할 때.
전체적인 상황이 슬로우 모션처럼 흘러가며, 모든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투사들의 무기가 분신들의 몸을 가르려고 하고 있었고, 내가 던진 창의 끝은 붉은 점에 다다르고 있었다.
‘마지막이다.’
번쩍.
이형환위를 사용하며 신체를 가속했다.
그러나 평소의 가속만큼으로는, 시간도, 거리도 부족했다.
‘……조금만 더!’
몸을 오버히트 시켜서, 더 빠르게 내디뎠다.
몸이 부서지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극한의 상황이기에 신경이 마비된 탓이었다.
어느덧, 하나 남은 마족 케이브라가 고개를 천천히 이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내가 가속된 상태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케이브라의 모습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 케이브라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질 즈음.
케이브라의 머리통은 딱딱한 표정 그 상태 그대로 허공으로 솟구쳤다.
서걱!
동시에 처리된 마족 케이브라는, 검은 연기가 되어 하늘로 사라졌다.
[투기장에서 승리하셨습니다.]
보상 : 12,000p
-하…… 하하.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번 결투 역시 투사들이 승리하며 다음 층으로 올라갈 자격을 얻었습니다아아아아아!
[대기실로 이동합니다.]
* * *
대기실에서 발칸이 나를 보며 말했다.
“고생했다. 이 정도면 꽤나 성공적이었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성공적이라고 하기에는 마지막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배신으로 인한 파멸.
“마지막에 그 꼴이 났는데?”
발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의 또 다른 이름은 욕심의 층. 그곳에서 대부분이 죽음을 맞이했다.”
“왜?”
“20명이 한 투기장에 있어야 할 이유를 생각하지 못한 점. 자신만 강해지면 된다고 생각해서, 대부분 힘을 독식하고 마지막 적을 상대하는 것. 그러곤 거기서 협동이 필요한 마지막 적을 극복하지 못해서 대부분이 죽게 되지.”
그렇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었다.
이번엔 내가 고개를 끄덕였고, 발칸이 추가적인 설명을 해주었다.
“사실상 이번 층은 이 탑 안에서 많은 투사가 죽는 층 중 하나다. 넌 그런 층에서 세 명의 투사를 살리며 통과한 거다. 그럼 꽤나 성공적 아닌가?”
살아남은 자는 20명 중 4명뿐이었지만, 결국 욕심을 부리지 않은 사람들이 위로 올라가게 된 것이었다.
“뭐. 내가 살린 건 아니지만 꽤나 성공적이네.”
내 말에 피식 웃음을 흘린 발칸이 입을 열었다.
“그럼 다음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