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48화
16장 투기장 4층(3)
남아 있는 투사들과 전면전을 벌이게 된다면, 나 또한 멀쩡하지는 못할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는 혼자 죽을 것이고, 최상의 상황이라고 해도 동귀어진이랄까.
그럼에도 도발을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앞에서 불만을 토로한 투사.
저 녀석은 자신의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놈이었다.
다른 투사들이 적극적으로 검은 갈기 사자를 공략할 때, 얍삽하게 기회의 틈만 노리고 있었다.
실제로도 검은 갈기 사자가 체력을 잃고, 비실비실거릴 때 공격을 시작했다.
아마 내가 처리하지 않았더라면, 저 불만 많은 투사가 검은 갈기 사자를 죽였을 것이 분명했다.
예리하게 날린 공격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으니까.
나는 저놈에게 내가 받은 것을 돌려줄 예정이었다.
“네놈! 우리랑 싸워서 이길 자신이라도 있나 보지?”
“우리?”
순간, 내 몸에서는 강렬한 투기가 흘러나와 주변을 잠식했다. 다른 투사들도 쉽사리 움직이지 못할 강함을 보여주었다.
“나를 먼저 공격하는 놈은 무조건 죽여줄게. 덤빌 수 있으면 덤벼봐.”
내 말에 쉽게 움직이는 투사는 없었다. 자신의 목숨은 소중했고, 내 힘을 느꼈으니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나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불만 많은 투사를 향해 말했다.
“근데 말이야. 너 아까 체력 비축한다고 뒤에 빠져 있지 않았냐? 그러곤 얍삽하게 힘 다 빼놓은 사자를 죽이려고 들어?”
“뭐, 뭣! 뭔 개소리야!”
당황스러워하는 불만 많은 투사.
긴장과 당황이 얼굴 가득 피어올라, 주변에 있는 다른 투사들도 볼 수 있었다.
동시에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
나는 정당하게 싸워 쟁취한 것이고, 저 불만 많은 투사는 아무것도 안 한 주제에 정치질을 했으니, 곱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가장 전면에서 싸웠던 투사들이 자신들의 애병을 쥔 채, 불만 많은 투사를 노려보았다.
“아, 아니야! 내 말 믿어! 저 녀석부터 죽이지 않으면 분명 이번에도 다음에도 모두 차지할 거야!”
아무 말이나 내뱉은 불만 많은 투사 뒤로, 4명의 투사가 섰다.
하나같이 체력을 비축하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기다렸던 놈들이었다.
그들은 불만 많은 투사의 말에 동조했다.
“이놈 말이 맞아. 저 녀석이 혼자 독식하다 보면 나중엔 너희들도 죽을 수 있어.”
“아까 검은 수염 녀석도 죽인 놈이다. 저 새빨간 혀 놀림에 넘어가지 마라.”
“애초에 저 녀석만 죽이면 되지 않아? 우리끼리 이렇게 노려봐야 할 필욘 없는 것 같은데.”
녀석들의 말에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진행자의 말이 흘러나왔다.
-자 여러분이 상대할 4번째 적은 바로오오오. 세 개의 머리를 가졌고, 불을 다스리는 힘으로 지옥의 문 앞을 지키는 케르베로스!
철창이 열리고, 노란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불꽃이 지나간 자리에 세 개의 머리가 나타났다.
거대한 머리와 날카로운 송곳니.
또한 노란 불꽃이 머리를 뒤덮고 있었다.
케르베로스가 입에서 침을 흘리며, 천천히 철장 밖으로 걸어 나왔다.
머리뿐만 아니라, 앞발과 뒷발, 그리고 꼬리에도 노란색 불꽃이 피어 있었다.
케르베로스의 본체를 보는 순간 모든 투사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저들이 알고 있는 지식이 같은지는 모르겠지만, 케르베로스는 지금 전력으로는 때려 죽어도 잡을 수 없었다.
신화에서 나오는 몬스터.
현실에서 A급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면서 케르베로스가 딱 한 번 나타난 적이 있었다.
도시 하나를 박살 내고, 당시 최고라 불리던 헌터 절반이 죽으면서 겨우 잡아냈던, 재앙이라 불린 몬스터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 실력으론 턱도 없는 걸 알아서 힘을 조금 약하게 했으니까. 잘만 한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지금부터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투기장에서 승리하십시오.]
클리어 조건 : 케르베로스를 죽이십시오.
승리 : 10,000p
패배 : 죽음
자료에 의하면 그 당시 케르베로스를 덮고 있던 불꽃의 색깔은 파란색이었다고 했다.
불꽃의 색깔 중 가장 뜨겁다는 파란색.
지금 녀석은 노란색인 것을 보니, 진행자의 말대로 너프를 한 모양이었다.
나는 불만 많은 투사와 그 뒤에 서 있는 놈들을 보며 말했다.
“그렇게 불만이면 난 이번에 저놈한테 손도 대지 않겠어. 이번엔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
투사 5명은 자신들이 한 말이 있어, 차마 딴말은 하지 못했다. 그저 눈앞에 있는 케르베로스를 보며 자신들의 무기만 꽉 쥘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케르베로스가 달려갔다.
불만 많은 투사를 기준으로 모인 4명의 투사는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케르베로스를 보며 자세를 잡았다.
“크르르륵!”
케르베로스가 먼저 선공을 취했다.
바로 앞에 있던 불만 많은 투사에게 노란 불꽃을 뿜으며 달려갔다.
거리가 꽤 멀었음에도 공기가 후끈해졌다.
아마 싸우고 있는 투사들은 죽을 맛일 것이다. 자신들의 무기로 케르베로스를 공격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계속해서 뿜어내는 뜨거운 불꽃.
그것을 피해 안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케르베로스 자체에서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를 버티기 힘들 것이다.
“크아아악!”
무리에 있던 투사가 공격을 하려다가 케르베로스의 발톱에 몸이 찢겨나갔다.
흩날리는 피조차 순식간에 증발해 버리는 열기.
자신들의 곁에서 투사가 죽어나자, 다른 4명의 투사가 뒤를 돌아보았다.
“너, 너네 뭐해!”
“이놈을 잡아야 할 것 아니야!”
“배신자 새끼들!”
“살려줘!”
의외로 대부분의 투사가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나와 같이 뒤에 서서 지켜볼 뿐, 나서는 이는 없었다.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다.
‘인과응보.’
거기다 지금의 상황은 단체의 입장에선 최악의 전략이지만, 개개인의 입장에서 봤을 땐 최선의 전략이었다.
경쟁자까지 줄어드니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었다.
지금 녀석들이 저항하는 것만 해도 케르베로스의 체력을 빼놓고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하는 발악이니 있는 밑천, 없는 밑천 전부 꺼내 써재끼고 있던 것이다.
‘흐음.’
덕분에 상황은 지켜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조금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으아아압!”
투사 한 명이 이를 악물며 케르베로스에게 돌진했다. 온 힘을 다한 듯 휘두른 검은 케르베로스에게 상처를 입혔다.
“크륵!”
상처를 입힌 것을 보고,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을 확인한 투사가 좀 더 힘껏 검을 휘둘렀다.
그를 따라 남은 3명의 투사도 무기를 사용해 케르베로스를 공격했다.
체력을 많이 소모했는지, 불을 뿜어내지 못하는 케르베로스가 저항해 보지만, 투사들은 끈질겼다.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케르베로스의 상처를 쑤셨다.
비틀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는 케르베로스를 보며, 3명의 투사는 함성을 질렀다.
“우리가 해냈다!”
“크하하하.”
“빨리 죽이자고.”
함성을 지르지 않고, 조용히 침을 삼킨 불만 많은 투사가 옆에 있는 투사의 심장에 검을 찔러 넣었다.
“크흡!”
‘그럼 그렇지.’
배신이었다.
자신을 찌른 불만 많은 투사를 노려보지만, 이내 고개가 축 처지며 목숨을 잃었다.
하얀빛을 흡수하며, 긴 팔을 가진 투사는 다른 두 녀석을 향해 공격했다.
그들의 힘을 흡수하기 위해.
“이 새끼가!”
“미친 새끼야!”
케르베로스를 잡으면서 소모된 체력,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나머지 두 명의 투사는 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죽임을 당했다.
희열에 찬 불만 많은 투사는 케르베로스를 처리하기 위해 서서히 이동했다.
“크룩…… 크룩!”
검은 연기를 내뿜어내는 케르베로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불만 많은 투사의 결말을 확정 지었다.
‘죽겠네.’
물론 죽는 것은 케르베로스가 아니었다.
불만 많은 투사가 강해진 힘으로 케르베로스의 목을 치려고 할 때, 케르베로스의 몸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꺼지려고 하던 노란 불꽃이 강렬하게 타오르며 색이 변해갔다.
노란색에서 하얀색으로.
하얗게 타오르는 케르베로스의 꼬리와 머리.
불만 많은 투사를 내려다보던, 케르베로스가 날카로운 이빨로 앞에 있는 투사를 콱 물고는 허공 위로 날렸다.
인형처럼 몸을 흐늘거리며, 내 앞에 떨어졌다.
허리 부분이 완전히 뜯겨 나가, 힐러가 오지 않는 한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두 번째 페이즈.
케르베로스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한껏 끌어올려 더욱 강해지는 것이었다.
노란색보다 더욱 뜨거운 하얀 불꽃.
그로 인해 더욱 강렬한 열기가 투기장 안에 퍼져 나갔다.
“쿨럭.”
검은 피를 한 움큼 토해내며, 떨리는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사…… 살려…… 쿨럭.”
나는 무심한 눈으로 밑에 있는 투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신도 아니고 지금의 너를 어떻게 살려.”
“아, 안…… 돼…….”
케르베로스가 자신의 먹이를 다시 차지하기 위해, 내 쪽으로 달려오는 중이었다.
움직이지 못한 채, 절망에 빠진 불만 많은 투사가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검을 들어 올려, 녀석의 심장에 찔러 넣었다. 그냥 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포인트였다.
[12,000p를 획득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애초에 감당하지도 못할 욕심을 뭣 하러 부리고 있어.”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내고, 달려오는 케르베로스를 쳐다보았다. 하얀 불꽃을 뿜어내며 입을 크게 벌린 채, 나를 집어삼키려고 했다.
“대신 복수 정도는 해주마.”
검에 마나를 두르며, 앞으로 달렸다.
케르베로스에게 거의 다다랐을 때,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입을 닫았다.
뜨거운 열기가 입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숨을 참으며, 왼쪽에 있는 머리를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촤악!
미간을 중심으로 기다란 상처를 만들었다. 피가 촤악 터지며, 케르베로스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나는 거리를 벌리고, 숨을 뱉은 후 멀쩡한 공기를 다시 들이마셨다.
내가 상처를 입히고 난 뒤, 관망하고 있던 다른 투사들이 케르베로스에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꼭 자신이 죽여 힘을 가지기 위해서.
물론, 나는 이번 케르베로스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전장으로 달려 들어가 지면을 박차고 도약했다. 케르베로스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불꽃을 피하며, 가운데 있는 머리의 목 부분에 검을 휘둘렀다.
목이 파여져 나가고, 피가 주르륵 흘렀다.
내가 입힌 상처뿐 아니라, 다른 투사들이 공격한 모든 곳에서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
“크르르르륵!”
그때, 다시 한번 일어나는 변화.
케르베로스의 마지막 페이즈.
나는 그 변화를 알아채고, 몸을 뒤로 빼면서 투사들에게 말했다. 그렇지 않는다면, 나 혼자 독식하는 줄 알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을 테니까.
“죽고 싶지 않으면 뒤로 빠져!”
내가 벽 끝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나머지 투사들도 몸을 뒤로 뺐다.
나는 의문스러워 하는 투사들을 향해 말했다.
“1분. 딱 1분간 저 녀석은 미친 듯이 발광하며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쏟아부을 거다.”
그 1분만 버티면, 케르베로스는 손쉽게 잡을 수 있었다.
“그러니 알아서 피해.”
내가 이런 경고를 하면서 투사를 살리는 이유는 다음에 있을 다섯 번째 적 때문이었다.
20명의 투사를 한곳에 모아놓고 적과 싸우게 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케르베로스도 혼자라면 절대 잡지 못할 녀석이었다.
일단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며, 많은 인원을 살릴 필요가 있었다.
“크롸롸롸롸롸락!”
케르베로스가 가진 3개의 머리에서 하얀 불꽃들이 터져 나왔다.
머리를 미친 듯이 돌리며, 하얀 불꽃이 소용돌이처럼 이곳저곳을 태우려고 했다.
순간, 투기장의 온도가 확 올라갔다.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흘렀고, 갑작스럽게 올라간 열에 피부에도 화상을 입어 따끔했다.
공간이 한정돼 있어서 피할 수도 없었다.
그저 참으면서 버텨야 했다.
“으아아악!”
“내 눈!”
“뜨거워!”
나는 그나마 버틸 만했는데, 다른 투사들은 아닌 모양이었다.
이제 겨우 10초가 지났을 뿐이다.
그때, 케르베로스가 하얀 불꽃을 내 뿜는 것을 멈췄다.
투기장의 바닥은 하얀 불꽃이 군데군데 피어올라 있었다.
자신이 유리한 상황이 왔다고 판단한 케르베로스가 행동을 개시했다.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며, 근처에 있는 투사에게 달려갔다.
내 경고를 쥐뿔로 알아들었는지, 투사는 창을 들고 케르베로스를 찌르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케르베로스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다. 마지막 페이즈의 케르베로스는 육체적인 능력도 대폭 상승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도망치는 것을 선택했다면, 살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았다.
다른 투사들이 어그로를 끌어주면서, 버티면 되었으니까.
“으…… 으악!”
생각외의 속도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투사는 눈을 찔끔 감았다. 케르베로스의 발톱과 함께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이 확실하게 마지막 결투였다면, 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하지 않았고, 다음으로 나올 적을 위해 살려야 했다.
“흡!”
이형환위를 사용해 투사의 몸을 낚아챘다.
그러곤 케르베로스가 있는 반대쪽으로 힘껏 날렸다.
“으아아악!”
투사가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나도 투사가 있는 쪽으로 다시 몸을 옮겼다.
자신의 먹이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것을 본 케르베로스가 분노했다.
자신의 주위로 하얀 불기둥을 일으켰다.
그리고 불기둥은 빠르게 회전하며 투기장 안을 돌아다녔다.
투사들은 불기둥을 피하고 케르베로스의 공격을 피하며 시간을 버텼다.
“크아아악!”
이제 몇 초 남지 않은 상황에 투사 한 명이 케르베로스에게 죽임을 당했다.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잔인한 모습에 다른 투사들은 물론 나도 침을 꿀꺽 삼켰다.
1분이 지났을 때, 투기장을 가득 채우던 열기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하얀 불꽃은 물론, 케르베로스의 몸에서도 더 이상 불꽃이 피어오르지 않았다.
‘드디어 끝이구나.’
나는 검을 들고 다시 한번 이형환위를 사용해, 누구보다 빠르게 케르베로스의 목을 베어냈다.
[10,000p를 획득하셨습니다.]
-오늘 여러모로 볼만한 결투가 많이 나오는군요. 그럼 오늘 결투를 마무리 지을 마지막 적을 소개하겠습니다!
마지막 적을 잡으라는 배려인지, 체력이 모두 회복되었다.
철컥.
그리고 눈앞에 철창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