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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44화 (44/177)

# 44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44화

15장 스토커(3)

30층에서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은 비상계단밖에 없었다.

문을 열어 재끼고, 몸을 날렸다.

층 자체를 뛰어넘으며, 빠르게 옥상까지 도달했다. 옥상으로 나가는 문은 열려 있었다.

나는 열린 문을 통해 밖으로 걸어 나갔다.

시원시원한 바람과 함께 한눈에 들어오는 전경. 그 중심에는 금발 머리의 사내가 서 있었다.

검은 코트가 펄럭거리고, 금발 머리가 바람에 휘날렸다.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사내가 몸을 돌렸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보니 아직 자신이 무슨 상황에 처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

그것을 알려주기 위해 나는 앞으로 걸었다.

“웃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쳐 웃고 있네.”

입맛을 다시듯 혀를 날름거리더니 사내가 입을 열었다.

“왜지? 난 지금 너무나도 기분이 좋은데.”

“이 새끼가…….”

“크하하하하하.”

사내는 크게 웃더니 가죽 코트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곳에서 꺼낸 것은 폭파 장치였다.

양손에 하나씩 두 개를 들고 있었다.

비릿한 미소를 지은 사내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시작이야.”

“너 케슬란 소속인 건 맞냐? 하는 짓은 완전 길바닥 양아치보다 못한데.”

ST백화점의 폭발은 이슈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확실히 큰 사고였다.

현재 파악되지 않았지만, 피해자나 사망자가 있을 수도 있었다. 더불어 아직 남은 폭탄까지 본다면 피해가 더 커질 테지만.

“케슬란이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ST백화점을 테러한 거냐?”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은 아니었다.

세계적인 범죄 조직 케슬란이 하는 일들은 악명이 자자할 정도로 큰일들이었다.

문화재 테러.

대규모 테러.

저명인사 납치.

등등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일들을 해왔다. 그 일들의 결과는 하나같이 케슬란의 이득과 연관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ST백화점을 폭발해서 그들이 얻을 것은 전무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백화점도 아니고, 그냥 이 시내에 있는 큰 백화점에 불과했다.

사내는 폭파 장치의 버튼 부분을 쓰다듬었다.

“나에 대한 일화를 기록해 줄 친구가 필요하니까 특별히 얘기해 줄 테니 잘 들어라.”

나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쳐다만 보았다.

“오늘 이 사건을 계기로 난 케슬란에 들어가게 될 것이야.”

자만감에 빠져 히죽거리는 사내를 보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시험이었나.’

케슬란에 들어가기 위해 자신의 악명을 높이는 놈들이 있었다. 일종의 시험과도 같이, 그들은 끔찍한 일들을 벌여 케슬란의 눈에 띄려고 했다.

이런 방식은 케슬란뿐만 아니라, 다른 범죄 조직에서도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자신의 악명을 날려 가치를 올리는 것이다.

금발 머리의 사내가 폭파 장치의 버튼 위로 손을 올렸다. 그것을 보고 내가 앞으로 나서자, 사내가 말했다.

“워, 워워. 움직이지 마. 거기서 한 발자국만 더 움직여도 이건 그대로 터뜨릴 거야.”

내가 이를 악물며 쳐다보자, 사내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번 웃었다.

“큭큭큭.”

띠링!

문자가 왔을 때 나는 알람 소리.

소리의 주체는 내가 아니었다. 앞에 있는 금발 머리의 사내에게서 흘러나왔다.

오른손에 있는 폭파 장치를 주머니에 넣으며, 문자를 확인하더니 입이 찢어져라 웃기 시작했다.

“이제 다 끝났다.”

-찌지지직.

내 귀에 있는 무전기에서 잡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세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찾았어.

“알겠어.”

난 대답을 하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충분한 시간을 벌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움직일 시간이었다.

아공간 주머니에서 검을 소환해 녀석에게 향했다.

내 모습을 본 사내가 양 손에 있는 폭파 장치에 버튼을 눌렀다.

딸깍.

그러나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내가 계속해서 버튼을 누르지만, 그가 원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폭탄은 김세아가 모두 찾아서 처리했기 때문이다.

녀석이 사용한 마석 폭탄은 위력이 강력하나, 마나 감응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김세아는 S급 재능이니만큼 마나 감응력이 높아 폭탄을 찾기에 아주 적합했다.

그리고 난 김세아가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벌었던 것이다.

나는 웃으며 사내를 쳐다보았다.

“그러게 쪼갤 때가 아니라고 했잖냐.”

사내는 양손에 있는 폭파 장치를 바닥에 던지더니, 자신의 이마를 짚으며 어이없다는 듯 큭큭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양손을 벌려 마법을 사용했다.

익숙한 빙결 마법.

아이스 볼 2개가 양 손에 만들어졌다. 사내는 나를 향해 아이스 볼을 날리며 말했다.

“뭐 원하던 일은 마무리 지었으니, 그 주둥아리만 남기고 나머진 날려주지.”

펑!

펑!

양손에서 날아간 아이스 볼이 나를 향해 빠르게 날아왔다. 그러나 나한테 통하진 않았다.

검에 마나를 휘두르고, X자로 검을 휘둘렀다.

깔끔하게 잘려 나간 아이스 볼이 내 뒤에 터져 나갔다. 사내가 추가로 아이스 볼을 날리지만, 소용없었다.

양손으로 무언가를 잡는 형태를 취하자, 거대한 얼음 망치가 생겨났다.

부우웅!

무서운 기세로 움직이는 망치는 자신에게 닿은 것들을 모두 얼려 버렸다.

나는 검으로 망치를 잘라냈다. 그러자 사내는 얼음으로 된 길을 만들어 내며 도망가려고 했다.

‘어딜.’

이형환위를 사용해 녀석의 앞에 섰다.

갑작스러운 나의 이동에 사내가 당황하더니 뒷걸음 쳤다. 나는 사내를 보며 말했다.

“네가 하려던 일. 정말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해?”

“뭣?”

“파트너라고 고른 놈이 연기 하나 못하고 표정에 다 드러나서. 모른 척 하려고 해도 너무 티가 나잖아.”

헌터가 유일하게 살인까지도 할 수 있는 상황이 있었다.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 헌터.

그들에 한해 헌터들은 살인에 대한 면책권을 가지게 된다.

삭!

내 검이 녀석의 한쪽 팔을 베어냈다.

“크아아아악!”

마법을 사용하려고 하는 다른 팔에도 검을 휘둘렀다. 양팔을 잃은 채, 바닥에 주저앉은 사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박영주. 그녀의 능력을 노리고 이일을 벌였다는 거 다 알아. 이 멍청한 새끼야.”

눈을 부릅뜨며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사내를 보며 확신했다.

“박치영. 그자가 그렇게도 믿음직스러웠나 보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많이 수상했다.

우리들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과 지속적인 방해. 심지어 자신의 도주로를 확보하기 위해 경호원도 빈틈투성이로 배치했다.

무엇보다 박치영을 의심한 것은 박영주의 조언 때문이었다.

그녀의 능력.

힐러 계열에서도 상급에 속하는 완전회복 능력에 추가적인 버프 효과까지.

목숨만 붙어 있다면, 원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는 이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납치를 당할 뻔했다?

무조건 그녀의 능력을 노린 범죄였다.

그녀의 측근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공범일 가능성이 높았다.

헌터랑 관련이 있는.

그리고 심증만 있던 것을 금발 머리의 사내가 확신으로 바꿔준 것이다.

“그럼.”

나는 검 자루에 힘을 주고, 검 끝을 녀석의 심장에 겨눈 채 밀어 넣었다.

“크흡!”

“다음 생에는 똑바로 살아라.”

검을 뽑자, 몸이 축 늘어지며 쓰러지는 사내를 확인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는 박영주를 찾아야 했다.

그때, 내 눈에 빨간 점 하나가 나타났다.

박치영을 상대로 발동시킨 약점 공략.

나는 그 빨간 점이 이동하는 것을 쳐다보며, 백화점에서 몸을 날렸다.

-박영주가 납치됐어!

김세아의 긴박한 목소리가 무전기 너머로 넘어왔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

거기다 박치영의 위치는 파악했기에 크게 문제 생길 일은 없었다.

나는 무전기를 통해 김세아에게 말했다.

“괜찮아. 박치영의 뒤를 쫓고 있으니까 내가 알려주는 곳으로 와.”

* * *

빠른 속도로 이동하던 박치영이 멈춘 곳은 근처에 있는 산이었다.

그러면서 나와 멀어지던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자신이 원하던 목적지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여긴가.’

길가에 세워진 하얀색 승용차를 보고, 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쳐다보았다.

정상적인 산책로가 아니었다.

여기서 부턴 약점 공략의 도움이 없어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너무나도 눈에 띄게, 움푹 파인 발자국을 따라 산을 올랐다. 박치영이 막다른 상황에 무슨 일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속도를 올렸다.

얼마가지 않아, 숨이 벅차 보이는 박치영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어깨에 있는 박영주의 모습까지 확인했다.

아직 멀쩡한 모습을 확인한 뒤, 나는 따라가는 속도를 늦췄다.

박치영이 아무 생각 없이 이곳까지 왔을 리는 없었다. 그에게도 목숨이 걸린 일일 테니까.

혹시나 있을 협력자까지 찾기 위해 나는 숨을 죽이며 천천히 이동했다.

“에이 씨!”

조금 더 올라가던 박치영이 업고 있던 박영주를 밑에 던져 놓고는 옆에 앉았다.

식은땀을 흘리며, 계속해서 주위를 둘러보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도망치는 중에 당한 상처인지, 바지 밑단 앞부분이 뜯겨 나가 있었다.

나는 근처에 있는 나무 뒤로 몸을 숨긴 채, 박치영을 계속 주시했다.

박치영이 불안함에 다리를 떨고,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침을 뱉었다.

“젠장! 왜 둘 다 안 오는 거야.”

둘?

하나는 금발의 사내일 것이고, 다른 협조자가 있는 게 분명해졌다. 내 생각에는 이번에 나오는 녀석이 케슬란의 몸을 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유야 뻔했다.

박영주를 납치해서 넘기려면, 데려가야 할 사람이 나와야 되니까.

사박사박.

나뭇잎을 밟는 소리와 가끔씩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며 이쪽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일정한 발걸음은 이 사람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나는 몸 상태를 체크해 보았다.

문제는 없었다.

‘어디 얼굴 좀 보자.’

나무 사이로 눈만 배꼼 내밀어, 소리가 들리는 쪽을 쳐다보았다. 발걸음 소리가 점점 커지고, 소리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세미 정장에 안경을 쓴 여성이었다. 주황빛 머리색과 꽤나 굽이 높은 힐을 신고 있었다.

여성이 박치영에게 말했다.

“한 명은 어디 있죠?”

“지금까지 연락 안 온 걸 보면 잡혔겠지. 얼른 이년 데리고 빨리 뜨자고. 조만간 우리를 잡으러 올 거야.”

박치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영주를 업으려고 했다. 그러나 안경 쓴 여성이 허리춤에서 꺼낸 단검을 박치영의 팔뚝에 박았다.

“크악!”

엄청난 고통이었는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박치영이 나자빠졌다. 박치영을 무심한 눈으로 쳐다보던 여성이 품에서 마석 하나를 던졌다.

“아직 인정도 하지 않았는데 우리라니요. 약속했던 물건이나 챙기세요. 여자는 제가 데려갈 테니.”

그러곤 옆에 있는 박영주에게 다가갔다.

‘슬슬 나가볼까.’

여기서 박영주를 놓치면 시험은 빵점이었다. 또한 추가적인 협력자는 저 여성이 끝인 것 같았다.

나는 검을 꺼내들고, 빠르게 달려가 휘둘렀다.

챙!

엄청난 속도로, 품에 있는 또 다른 단검을 꺼내든 여성이 내 공격을 막았다.

옆에 쓰러진 박치영을 한번 슬쩍 쳐다보고는, 여성을 향해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좌에서 우로. 위에서 아래로.

가끔씩 주먹이나 발을 섞으며, 대각선으로도 크게 휘둘렀다.

일방적인 공세에 여성이 뒤로 거리를 벌리더니, 마나를 끌어올렸다.

순간,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나와 같은 이동 계열의 스킬이 아니었다. 자연과 융화된 듯, 기척도,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완전히 모습을 감춰 버린 여성.

‘안타깝지만 안 통해.’

이런 능력에 최적화되어 있는 스킬을 내가 가지고 있었다.

번쩍.

눈에 들어오는 빨간 점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기척이 느껴지지 않아도, 나는 상대할 수 있었다.

강해진 내 힘은 여성에게 절대 밀리지 않았다.

그때, 사이렌 소리가 산 전체에 울려 퍼졌다.

삐이이이잉!

김세아와 112 헌터들이 도착한 모양이었다. 이 소리를 들은, 내 공격을 막기 급급했던 그녀가 나를 향해 외쳤다.

“담에 봐야겠네. 그땐 꼭 죽여줄게.”

여성은 뒤로 몸을 빼며 품에서 스크롤 하나를 꺼내 들었다.

텔레포트 스크롤.

저것을 찢는 순간 그녀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녀의 손이 스크롤을 찢는 순간.

나는 이형환위를 사용해 빠르게 이동했다.

그리고 이루어진 공격.

새가 먹이를 낚아채듯, 내 공격이 여성을 향했다. 그리고 팔 한쪽을 얻었다.

하지만 이미 스크롤은 찢어져 있었다.

새하얀 빛이 나며, 여성과 잘린 팔 모두 사라졌다.

‘독한년.’

사라지는 순간에도 비명 한 번 없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다음 기회란 없었다.

다음에 만날 나는 지금보다 훨씬 강해져 있을 테니까. 그녀가 나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은 이제 없었다.

‘꽁돈이네.’

나는 바닥에 떨어진 마석을 챙겨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푸른 빛이 영롱하게 빛나는 A급 마석.

‘심봤다.’

아무도 못 봤으니, 이건 이제부터 내 것이었다.

“오유성!”

112 헌터들과 함께 올라온 김세아, 이찬혁으로 인해 상황은 모두 정리되었다.

* * *

이후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박영주는 병원에 입원해 간단한 치료를 받았지만,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명났다.

박치영은 자신은 억울하다고 호소했지만, 감옥행을 면하지 못했다.

헌터 감옥.

그곳에서 박치영은 지옥을 경험할 것이다.

그리고 채하나를 마주했을 때, 그녀의 표정은 꽤나 흥미진진해 보였다.

‘기대할게.’

우리를 보며 그렇게 얘기했다. 만족스러운 답안지를 제출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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