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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43화 (43/177)

# 43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43화

15장 스토커(2)

날름거리던 혀를 머릿속에서 애써 지워가며 김세아가 있는 30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길을 따라 쭉 안쪽으로 들어갔다.

보안실이라고 적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오늘의 핵심 멤버들이 모여 있었다.

세븐 돌즈 멤버 두 명과 김세아. 매니저와 검은 정장을 입고 있는 중년 남성 두 명.

나와 이찬혁이 들어가자, 김세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를 소개했다.

“저와 같이 아이리스 길드에서 온 팀원입니다.”

“이찬혁이라고 합니다.”

“오유성입니다.”

우리가 인사를 하자, 안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소개했다.

세븐 돌즈의 멤버 두 명이 일어나 자신의 본명을 이야기했다.

김미소와 박영주.

긴 생머리에 단아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체격도 비슷했고, 생김새도 닮아 누가 보면 자매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이찬혁이 노래를 불러서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얼굴을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연예인에는 워낙 관심이 없어서 유명한 탑배우가 아닌 이상 몰랐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김미소.

박영주는 김미소와 가장 친하기 때문에 같이 올라왔다고 이야기했다.

옆에 사복을 입고 있는 남자는 세븐 돌즈 매니저는 자신을 김찬수라고 소개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 중 왜소한 덩치를 가진 왼쪽 사람이 먼저 자신에 대해 말했다.

“ST백화점 보안 실장 한지섭 입니다.”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정장을 입은 중년 남성.

우리가 들어올 때부터 인상을 쓰고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표정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중년 남성은 나와 이찬혁, 김세아를 훑어보고는 투덜거리며 말했다.

“대체 이런 애송이들은 왜 부른 거지? 여태까지 우리가 못 미더웠단 거 아니야?”

“에이. 그런 게 아니라 저희 소속사 대표님이 아이리스 길드에 아시는 분이 있어 부탁하신 거예요.”

매니저가 좋은 말로 달랬다.

그리고 김세아가 우리를 보며, 중년 남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쪽에 계신 분은 헌터 일을 은퇴하시고 경호 일을 하시는 박치영 선배님.”

이찬혁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나도 고개를 까닥이고 말았다.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표정을 보면, 이호연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멸에 가까운 표정.

솔직히 저런 표정까지 지어야 되나 싶었다.

사정없이 발을 떨다가, 이내 자신의 분을 못 이긴 박치영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에이 씨. 방해되기만 해봐. 아이리스고 뭐고 책임을 물을 테니까.”

“저희 일은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내가 뱉은 말에 박치영이 나를 노려보며, 문을 열고 나갔다. 그 뒤를 따라 한지섭이 쫓아나갔다.

나는 사라진 둘을 보고 김세아에게 물었다.

“분위기 왜 이래?”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매니저가 말했다.

“최근에 미소가 사생팬한테 성추행당할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그일 때문에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헌터라는 사람들 자체가 자존심이 높긴 하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뭔가 좀 과하긴 한데.’

지금 당장 문제는 그게 아니라 세븐 걸즈라 그쪽에 집중하였다.

“성추행이요?”

이번 대답은 김세아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응. 생김새는 어두워서 잘 모르고, 덩치가 조금 있는 사람이었대. 잠깐 다시 돌아온 매니저가 상황을 보고 112에 신고하면서 스토커는 다시 도망갔고.”

성추행이 있었다면, 생각보다 간단하게 임할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그건 김세아도 마찬가지인지 우리에게 당부했다.

“제대로 하자.”

우리를 보던 매니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저희는 공연 준비를 하러 가 봐야 해서,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예.”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매니저와 세븐 돌즈가 우리에게 인사를 한 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무전기 착용하고 수상한 게 있으면 바로 얘기해 줘.”

김세아가 건네는 초소형 무전기를 착용하며, 나와 이찬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티커처럼 생긴 아주 조그마한 패치를 귀 안쪽에 붙이고, 무전기의 스위치를 켜자 목소리가 들렸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고, 우리도 백화점 안을 돌아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들떠 있는 이찬혁이 신나 하며 말했다.

“내 인생에 박영주를 눈앞에서 볼 줄이야.”

‘박영주.’

왠지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세븐 돌즈에서 헌터로 각성했다던 멤버였다.

힐러 계열의 능력이라고만 알려져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밑으로 내려와 각자의 구역으로 흩어졌다.

나는 길을 따라 쭉 걷던 중, 벽에 기대어 서 있는 박영주를 발견했다.

근심 어린 표정을 짓고 있던 박영주가 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잠깐 이야기 좀 할까요?”

* * *

“성추행이 아니라 납치예요.”

이러면 또 얘기가 달라졌다. 나는 박영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까 얘기하시지 않고 지금 얘기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팔짱을 낀 박영주가 입술을 질끈 물더니 입을 열었다.

“오늘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서요. 그리고 이 일은 최대한 비밀로 해주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자세히 얘기해 보세요.”

“미소가 납치당할 뻔한 날, 원래는 제 스케쥴이었어요. 제가 사정이 생겨서 미소가 대신 소화했고. 납치를 당할 뻔했죠.”

박영주가 나를 부른 본론을 이야기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자기 대신에 스케쥴을 소화했고, 김미소가 대신 납치당할 뻔했다. 둘 다 긴 생머리에 외형이 비슷해서, 밤이라면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미소 씨가 아닌 박영주 씨를 납치하려고 했다고 생각한 이유가 뭡니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것에 대해서는 박영주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가 멤버들과 가장 큰 다른 점은 능력을 각성했다는 점 하나였다.

나는 박영주를 쳐다보며 물었다.

“혹시 정확한 능력이 뭡니까?”

“흐음.”

잠시 고민을 하던 박영주가 나에게 다가왔다. 향긋한 냄새와 함께 심장이 두근거렸다.

‘미친.’

나는 머리와 따로 놀고 있는 몸을 탓하며, 박영주를 쳐다보았다.

박영주가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일어나는 하얀 빛.

그 빛이 내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동시에 몸에서 빠르게 변화가 일어났다.

뭔가 강해진 느낌이었다.

힘이 솟았고, 몸은 가벼워졌으며, 아드레날린이 넘쳐흘렀다.

‘스탯이 올라갔을 때 그 느낌.’

그 느낌과 상당히 비슷했다.

약간 피곤했던 정신까지 깔끔해진 기분이었다. 나는 상당히 놀라운 능력에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게 대체…….’

박영주가 생각보다 침착하게 얘기했다.

“완전 회복이에요. 추가로 1분 정도는 기본적인 능력이 향상되죠.”

만약 스토커가 이 능력을 알고 있는 자라면 판 자체가 달라졌다. 그녀를 노리는 것은 무조건 헌터일 것이며, 그중에서도 범죄에 가담된 놈들일 확률이 높았다.

“이 능력에 대해서 누가 알고 있죠?”

“저희 멤버. 매니저. 경호팀장님. 그리고 아이리스 길드의 채하나 님이요.”

생각하지 못했던 이름에 머리가 팽그르르 돌아가기 시작했다.

“채하나 님이요?”

“이번 일 잘만 처리되면 아이리스 길드에 들어가기로 약속했거든요.”

그제야 왜 우리가 이 임무를 맡게 되었는지 정리가 되었다.

이건 시험이었다.

저주받은 동굴 임무 이후, 마치 실력을 쌓으라는 듯 내려진 다양한 임무.

그리고 오늘 일까지 합쳐서 본다면, 채하나는 우리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려고 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밀어주면서 키워줄 정도의 역량을 가졌는지.

“그럼 전 공연 준비하러.”

나는 자리를 뜨려고 하는 박영주에게 물었다.

“근데 왜 저한테 이런 얘기를?”

“가장 믿음직스러워 보여서요.”

박영주는 근심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곤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박영주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몸을 움직였다.

‘만점짜리 답안지를 만들러 가 볼까?’

* * *

-잘 들리나?

무전기를 통한 이찬혁의 목소리였다.

나는 생각에서 빠져나와 주위를 돌아보았다. 정면 플로어에서는 무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 주위로 경호팀장인 박치영이 경호원들을 배치하고 있었다.

‘뭐야.’

인원을 배치하는 장소가 이상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없지만, 빈틈이 듬성듬성 보였다.

하지만 그 부분까지 내가 터치할 영역은 아니었다. 신경 끄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위치로 이동했음.”

무전기로 김세아에게 보고한 뒤에, 난간에 기대 밑을 내려다보았다.

세븐 돌즈가 공연을 하기 위해 무대로 걸어 올라오고 있었다.

‘진짜 인형 같네.’

삼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고 좌우를 경계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일할 시간이었다.

난간을 타고 쭉 걸으며 이동하던 중, 아까 만났던 금발 머리의 이상한 사내를 발견했다.

그리고 나는 그 사내의 목에 시선이 꽂혔다.

그의 목 뒤에 있는 문신.

옷에 가려져 완전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렴풋이 보이는 그 문신의 문양은 낯이 익었다.

반쯤 보이는 문양은 자연스럽게 내 머릿속에서 나머지 절반의 모양도 완성시켜 주었다.

두 개의 원과 X자 표시.

‘……설마?’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연상된 이유는, 자주 본 문양과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최근 뉴스에서 활발하게 다루고 있는 반 헌터 조직 케슬란의 문양이었다.

테러, 납치 등을 일삼으며 자신들의 능력을 내뿜는 범죄 조직.

잘못 봤나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보았다. 케슬란의 문양이 확실했다.

나는 무전기로 상황을 전달하고, 녀석의 뒤를 쫓았다.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던 사내는 앞에 있는 코너에서 몸을 돌렸다.

빠르게 달려가 코너에서 숨을 고르고, 몸을 돌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양쪽에 나란히 가게들이 문을 열었고, 사람들이 왔다 갔다 움직이고 있었다.

빠르게 걸어가며,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금발 머리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빠르게 그 장소에서 벗어나 30층 보안실로 이동했다.

“CCTV 좀 확인하고 싶습니다.”

내 앞에 있는 한지섭에게 말했다. 그러나 옆에서 같이 앉아 있던 박치영이 딴죽을 걸어왔다.

“쓸데없는 사고 치지 말라니까 말을 안 듣네?”

“케슬란 문양을 달고 있는 남자를 봤습니다. 그게 맞다면 사람을 대피시켜야 합니다.”

“잘못 본 거야. 그놈들이 뭣 하러 여기까지와.”

“당신한테 얘기한 게 아니라 보안실장님에게 한 말입니다.”

“뭐 당신? 이 새끼가 보자 보자 하니까.”

“치영 자네도 그만하고.”

분위기가 심각해지려고 하자 한지섭이 우리 둘을 말렸다. 그러곤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CCTV는 보여주기 힘들 것 같네. 경찰도 아니고 외부인에게 보여줄 순 없네.”

“아이리스 길드면 안 되는 겁니까?”

나는 급한 마음에 길드를 내세웠다. 한지섭은 고민에 잠겼다.

백화점은 하루 영업을 못 할 경우 나오는 손해가 막심하다.

그리고 만약 그 결정을 한지섭이 내렸는데 백화점에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면, 덤터기는 모조리 한지섭이 써야 했다.

“……케슬란이 확실한가?”

“가능성이 높습니다. 2층 샹들리에 매장 쪽으로 이동한 금발 남자가 어디로 갔는지만 확인해 주시면 안 됩니까? 검은 가방을 들고 있었습니다.”

잠깐 고민을 하더니 한지섭이 보안실 안으로 들어갔다.

박치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육중한 덩치를 들이밀며 말했다.

“소란 피워서 피곤하게 만들지 말고. 그냥 돌아가라.”

이제는 협박이었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매섭게 박치영을 노려보았다.

“이런 태도. 의심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뭐?”

“저는 분명히 봤는데 무조건 아니라고 하니, 저로서는 의심이 갈 수밖에요. 혹시 케슬란에 몸이라도 담고 계신 겁니까.”

“후우.”

갑자기 숨을 고르며 흥분을 가라앉힌 박치영이 나를 보며 말했다.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나는 무심한 눈으로 박치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선배님이야말로 조심하세요. 아직 확실한 게 없어 참고 있는 것뿐이니까.”

CCTV를 확인했는지 안보실에서 한지섭이 나왔다.

“옥상으로 올라갔네.”

콰아아아아앙!

머리 위에서 나는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ST백화점 전체에 진동이 울렸다.

나는 자세를 잡고, 박치영을 노려보았다.

그러곤 옥상을 향해 몸을 날렸다.

채하나가 내준 시험지에 답을 적을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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