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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39화 (39/177)

# 39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39화

14장 더 높은 곳으로(5)

나는 나무 위에서 숨을 죽이며 밑에서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먼저 왼쪽에서 다가오는 녀석들.

황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몸은 근육으로 뒤덮여 있고, 발은 발톱이 갈라진 두 개의 형태로 땅을 지탱했다.

그 위로 단단한 허벅지와 넓은 어깨가 보였다.

저놈들을 보고 있자니, 헌터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몬스터 하나가 떠올랐다.

미노타우로스.

소의 얼굴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의 형태를 한 강력한 몬스터였다. 웬만한 마법들은 통하지도 않았고, 마나블레이드가 아니면 상처하나 입히기 쉽지 않았다.

지금 녀석들도 상당히 비슷하게 생겼지만, 미노타우로스를 상징하는 거대한 뿔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주 무기인 거대한 할버드도 눈에 띄지 않았다. 녀석들이 들고 있는 것은 루칸족이 들고 있던 것과 같은 종류였다.

검, 창, 활, 단검.

단단한 맷집이 뛰어나다고 했던 힌트를 보면, 아마도 저 녀석들이 해라 부족인 것 같았다.

그리고 반대쪽을 보는 순간 황소 머리를 가진 놈들이 해라족인 것이 확실해졌다.

반대쪽인 왼쪽에서 다가오는 녀석들은 왜소했다. 딱 봐도 맷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덩치를 소유하고 있었다.

해라족에 비하면 절반, 대략적으로 고블린 정도의 덩치에 새의 머리를 하고 있었다.

‘어라?’

새 중에서도 내가 익히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매.

날카로운 눈매와 턱선, 호리호리한 부리.

온몸이 검은 깃으로 덮여 있지만, 날개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날 수는 없는 것 같았다.

크리마족이 들고 있는 무기는 대부분 석궁이었다. 단검도 심심치 않게 보였지만, 확실히 주 무기는 석궁이었다.

활에 비해 장전 속도가 느리지만, 좀 더 강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석궁.

아마 저 무기 정도면 해라족의 가죽을 뚫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해라족의 맷집이 단단해서, 마나를 두른 공격이 확실하게 먹힌다는 거지, 일반적인 무기가 아예 안 통한다는 것은 아니니까.

일단, 이것 또한 자세히 확인해 볼 사항 중 하나였다.

저벅저벅.

양쪽에서 다가온 부족이 밑에서 서로 만나게 되었다. 각 부족에서 50명씩 부족원을 데려왔다.

그중 해라족과 크리마족의 족장들로 보이는 두 명이 앞으로 나와 서로 마주 보고 섰다.

먼저 입을 연 것은 검은 털을 가진 흑소의 머리를 한 해라족장이었다.

소처럼 울림통이 커서 그런가,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여긴 무슨 일이지.”

그에 반해 가늘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의 크리마족장이 해라족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너야말로 무슨 일이야?”

“우린 원래 루칸족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너네야말로 루칸족과 친하게 지내지도 않았으면서 이곳에 온 이유가 궁금하군.”

“지랄하네. 겉으론 착한 척한다고 네 속이 새카만 것을 내가 모를 줄 아냐?”

“무슨 소리지.”

크리마 족장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네, 루칸족이 도와달라고 했는데 무시했잖냐.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난 머릿속에 정보 하나를 추가시켰다.

해라족과 루칸족은 친밀한 관계를 유지 중이었다는 것.

해라족과 크리마 족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

그리고 이 세 부족 사이에 뭔가가 있다는 것.

뒤이어 해라 족장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세 부족 중에 루칸족이 가장 약하다고는 하나 고작 한 놈에게 당할 줄은 몰랐다.”

“큭큭큭. 재미있겠어. 그놈은 우리가 잡을 테니 너넨 빠져.”

“하하하. 루칸족의 복수는 우리가 해야 마땅한 법. 당연히 자네들이 여기에서 빠져야지.”

두 녀석의 말에 나는 품에서 붉은 보석을 꺼내 들었다. 저 두 부족이 노리는 것은 내가 아니라 보석으로 보였다.

내 눈엔 붉은빛이 도는 돌멩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건 대체 뭘까.’

시스템에서도 따로 이 보석에 대한 부연 설명은 하지 없었다.

그리고 난 이 정체 모를 보석을 저 두 부족에게 빼앗기지 않으며, 3일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밑에서의 대화도 어느새 끝이 나려는 조짐이 보였다.

크리마 족장이 해라 족장을 향해 선전 포고를 하고 있었다.

“거슬리지 마. 우리의 석궁 촉에는 눈이 없으니까. 죽어도 난 모른다고.”

“자네들이야말로 우리의 화를 너무 돋우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우리도 돌아버리면 한 성질 하는 건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맘대로.”

해라 족장은 크리마 족장에게서 몸을 돌려, 자신의 부족원들에게 가며 말했다.

“그놈을 데려오는 녀석에겐 대전사의 칭호를 내리겠다.”

해라 족장의 말에 부족원들이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대전사라는 칭호가 그들에게는 많은 것을 뜻하는 모양이었다.

시작하라는 손짓에 해라족 부족원들이 몸을 움직였다. 아주 빠른 속도로 이곳에서 벗어났다.

그것을 지켜보던 크리마 족장도 부족원들을 보며 말했다.

“잡아 와.”

그 말에 옆에 있던 부족원 하나가 말했다.

“저놈들이 먼저 선수 쳤을 때는 어떻게 할까요.”

확실히 해야 하는 문제였다. 크리마 족장은 씨익 웃으며 부족원에게 말했다.

“거슬리는 게 있으면 다 죽여.”

“옙.”

크리마 족장까지 모두 사라진 다음에야, 나는 한숨을 크게 쉴 수 있었다.

“후우.”

정말 인형처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숨을 쉬다가도 실수할까 봐 최대한 천천히 호흡을 들이마시고 뱉었다.

‘저놈들은 포인트를 얼마나 줄까?’

루칸족이 50p를 줬으니 최소한 50p를 준다고 쳐도, 두 부족이 50씩 100마리니까 5,000p를 챙길 수 있었다. 거기에 저 병력이 끝이 아니고, 포인트도 더 받는다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중에 해야 할 일이었다.

루칸족이야 처음에 상대를 해볼 수 있었고, 가능하겠다는 확신이 들어 도발을 한 것이었다.

시련 자체도 내가 쳐들어가서 무언가를 얻어내는 것이었다. 추가로 사전 준비를 다져놓을 시간도 충분했다.

지금을 달랐다.

시련 내용도 3일간 안전하게 생존하는 것이었다. 거기다 루칸족보다 강한 두 부족이었다.

그것보다 가장 큰 문제는 녀석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싸우는지도 몰랐다.

자칫 잘못해서 한쪽에 어그로가 끌려 버리면 두 개의 부족이 달려드니 위험부담이 컸다.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상대할 수 있다고 확신이 들면 그때 움직여도 충분했다.

‘일단은 정보를 얻어야 해.’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보 수집이었다. 붉은 늑대 서식지를 겪으면서, 이후에는 사소한 단서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거기에 가장 중요한 일이 있었다.

생존 미션인 만큼 안전 가옥이 있어야 했다. 두 부족은 찾지 못하면서, 나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그런 장소가 필요했다.

그런 곳을 찾는 걸 메인 목표로 설정하고, 간간이 해라족이나 크리마족이 보이면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루칸족을 상대하면서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아직 4분의 1 정도밖에 돌아다니지 못했다.

일단 돌아다닌 곳에서는 안전가옥으로 삼을 만한 곳이 없었다.

내가 확인해 보지 못한, 다른 쪽을 돌아다녀 봐야 할 것 같다.

* * *

“쳇.”

나는 빠르게 나무에서 나무로 옮겨 다니며 빠르게 움직였다. 뒤에서 날아오는 석궁 화살을 피하며 몸을 날렸다.

안전 가옥을 찾는 도중 크리마족에게 걸려 공격을 받게 되었다. 시야가 넓고, 확인 가능한 거리가 꽤나 길었던 모양이었다.

조심한다고 최대한 조심했는데 걸렸으니까.

빠르게 움직이면서 안전 가옥으로 할 만한 장소를 찾아봤지만,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아니, 없었다.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 내 착오였다.

이곳은 시련을 받는 곳이었고, 나에게는 매우 불친절한 곳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파아앗!

내 품에 있던 붉은 보석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보려 했지만, 들어가지 않았다.

그와 함께 보이지 않는 기운이 느껴졌다. 위치를 알려주는 듯한 신호 같았다.

자세한 것은 눈앞에 메시지로 나타났다.

[지금부터 1시간 동안 해라족과 크리마족에게 보석의 위치가 드러납니다.]

살아남으라는 게 무슨 뜻인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 미션의 정체.

제한된 시간 동안, 난 적들에게 빤히 보이는 과녁이 된 것이었다.

피슛!

석궁 화살이 아슬아슬하게 나를 빗겨 가 옆에 있는 나무에 박혔다.

어림잡아 날리던 화살에 비하면 너무 정확했다.

빛과 함께 위치까지 알려주니, 이제 도망갈 장소는 없었다. 안전 가옥 따위를 생각한 나를 비웃는 듯한 보석의 변화.

나는 이를 악물며 앞으로 달렸다.

이제 두 부족이 나에게 몰려오는 것은 이제 기정사실이 되었다. 어느 부족이 얼마나 더 빨리 올지는 모르겠지만, 이 상황을 타계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어느새 내 근처까지 다가온 크리마족.

녀석들은 루칸족보다는 확실히 나무 위에서 돌아다니는 것이 자유로워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나무에서 나무로 점프할 때, 즉 공중에서도 자유롭게 공격을 하고 있었다.

갈고리를 이용해 나무를 이동하며, 공중에서 석궁을 쏘는 패턴으로 나를 쫓아왔다.

나는 도망치려고 하던 방향에서 몸을 돌렸다.

원거리 공격을 하는 사람이 모이면, 매우 귀찮아졌다. 크리마 족이 더 모이기 전에 그 수를 줄여놓는 것이 좋아 보였다.

나는 익숙하게 나무를 넘나들며, 가장 선두에 있던 크리마족에게 다가갔다.

“흐읍!”

크리마족은 도망치던 내가 갑자기 선회해서 달려들자 깜짝 놀랐다.

그러나 제대로 대처하기도 전에, 내 검이 크리마 족의 목에 틀어박혔다.

“크르륵.”

피를 토하며 죽는 크리마족과 함께 메시지가 떠올랐다.

[100p를 획득하셨습니다.]

루칸족의 두 배나 되는 포인트였다.

내 검은 곧바로 바로 옆에 있는 크리마 족들도 삽시간에 죽이는 데 성공했다.

나무 위에서 시체 네 개가 아래로 힘없이 떨어졌다.

난 크리마 족의 석궁 하나와 화살집 하나를 챙겨서 몸을 날렸다.

난 나에게로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며 바로 옆 나무에 도착했다. 그 나무에 있던 크리마 족의 표정이 굳어갔다.

곧장 내 검이 그 크리마 족의 미간에 향하려는 순간이었다.

쿠웅-!

나무가 크게 흔들렸다. 동시에 내 몸도 일 순간 균형을 잃었다.

그 틈을 타서 다른 크리마 부족원들은 나에게서 벗어났다.

뒤이어 날아오는 여러 개의 석궁 화살.

나는 석궁 화살을 쳐내며 다음 나무로 몸을 날리며 밑을 확인했다.

해라족.

‘이 새끼들이.’

저 미친놈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자신의 몸을 들이받으며, 나무를 쓰러뜨리려 하고 있었다.

내 머리 위로는 나뭇잎들이 떨어지며 시야를 가렸다. 손으로 나뭇잎들을 치우며, 크리마족의 수를 줄이는 것을 포기하고 후퇴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짜증 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해라족이 내가 서는 나무마다 골라서 그 나무와 부딪쳐댄 것이다.

피슛!

피슛!

피슛!

크리마족은 기세등등하게 나에게로 달려들던 아까와는 달리, 철저하게 거리를 벌리고서 화살을 쏘아댔다.

대열을 갖추고서 후발대로 따라오는 부족원들을 기다리기로 작정한 모양이었다.

계획대로라면 도망쳐야 했는데, 해라족의 방해로 도망치는 것 또한 쉽지가 않았다.

‘이건 또 왜 이렇게 다루기 힘든 거야.’

거리를 벌렸을 때 쓸 만할까 싶어 챙긴 석궁은 움직이는 동안 쓰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의 대치가 이뤄진 사이, 건너편에서 크리마 부족한 한 명이 손을 들어서 이상한 수신호를 하는 게 보였다.

그 순간, 잠시 동안 화살이 전혀 날아오지 않았다.

‘미친!’

나는 그 위화감의 정체를 직감하고선 재빨리 몸을 날렸다.

크리마 족의 손이 주먹이 쥐어지는 순간, 근처에 있던 크리마 족의 석궁이 일시에 화살을 뿜어댔다.

피슈슈슛!

다양한 각도에서 날아오는 화살은 심장, 머리, 팔, 다리를 노리며 빠르게 날아왔다.

“크으윽!”

모든 것을 피하지 못했다. 왼쪽 발목에 하나, 오른쪽 어깨에 한 발이 박혔다.

엄청난 고통이 머리를 망치로 때리는 듯했다. 그 충격으로 인해 나무 위에서 중심을 잃은 내 몸이 나무 밑으로 떨어졌다.

‘이 새끼들이!’

해라족의 방해만 아니었더라면 방금 전에 크리마족은 전부 다 잡았을 터였다.

서로의 경쟁심 때문에 크리마족의 사냥을 해라족에게 방해받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서로 상대방이 잡는 꼴을 보고 있지 못하다 보니, 두 부족이 본의 아니게 나에게 합공을 하고 있었다.

부유감과 함께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나는 이를 악물며 검을 꺼내 들어 왼손에 힘을 실어 나무를 찍었다.

파바박!

나무 기둥이 갈라지며, 내가 떨어지는 속도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속도가 줄어들자 다시 나에게로 화살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곧바로 몸을 비틀어서 손목에 박힐 뻔한 화살을 피하는 데 성공했다.

그 순간, 내 눈에는 울창한 나무의 수풀 틈새로 해라족들이 뭉쳐 있는 위치가 눈에 들어왔다.

‘오케이!’

난 순간적으로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곧바로 나는 석궁을 꺼내 들었다.

“크읍!”

오른쪽 어깨에서 타는 듯한 통증이 치고 올라왔다.

그 통증을 꾹 참고선 해라족이 있는 쪽을 향해 발사했다.

공중에서 땅을 향해 쏘는 화살은, FPS 게임에서 쏘는 총알처럼 일직선에 가깝게 날아갔다.

정확하게 맞출 필요 따윈 없었다.

화살이 놈들의 어딘가에 맞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나는 그것을 확인하기도 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크흡!”

높은 거리가 아니라 죽지는 않을 정도였지만, 몸에서 차오르는 고통 때문에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지만, 엄청난 고통에 사고가 돌아가지 않았다.

정신을 차릴, 아주 조금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나는 수풀 속에 숨죽여 몸을 숨겼다.

그렇게 잠시 후.

크리마족이 땅으로 하나둘 내려왔다. 내가 추락한 지점을 알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내 근처였다.

비슷한 타이밍에, 해라족도 근방으로 접근해왔다.

그런데, 해라족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해라족의 선봉에 서 있는 부족원의 눈을 보고서 나는 작전이 필요 이상으로 성공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에 박혀 있는 석궁의 화살을 부여잡으며, 해라의 부족원이 노호성을 터뜨렸다.

“……이 개자식들이!”

그와 동시에 해라족이 크리마족에게 달려들려는 순간이었다.

파바밧!

해라족 앞에 수십 개의 석궁 화살이 박혔다.

위협사격.

바닥으로 내려온 크리마족과, 나무 위의 크리마족이 해라족을 빙 에워싸며, 석궁으로 해라족을 겨누고 있었다.

가장 앞에서 석궁을 들고 있던 크리마족이 입을 열었다.

“이게 뭐하는 짓이지?”

“네놈들이 한 개 짓거리를 보고도 발뺌을 하는 거냐!!”

눈에 석궁을 맞은 해라족은 분노한 기세 그대로 자신의 앞 바닥에 박힌 석궁 화살을 짓밟으며 돌진했다.

해라족의 도발로 인해, 주저하지 않고 크리마족은 자신의 손에 걸린 걸쇠를 잡아당겼다.

석궁 화살들이 해라족을 향해 날아갔다.

가장 선두에 있던 해라족 한 마리에게 집중된 공격.

화살은 촉 정도만 겨우 박힐 정도로 해라족의 맷집은 강했다. 하지만 다수의 화살에는 해라족도 방도가 없었다.

화살로 벌집이 되어 바닥으로 쓰러지는 자신의 동료를 보며 해라족이 소 울음을 내질렀다.

“음머어어어어!”

그와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해라족이 크리마족에게 달려갔다. 크리마 족은 자신들의 유리한 점을 이용하기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갔다.

나 또한 크리마족에 의해 나무 위로 올라가게 되었다. 해라족은 나무를 부서 넘어뜨리려 했고, 크리마족은 석궁을 날리며 그것을 견제했다.

두 부족이 정신없이 싸우고 있는 걸 보자니 나는 어이가 없어서 욕지거리가 나왔다.

“시발.”

어찌어찌 상황은 원래 생각했던 대로 서로 싸우게 만드는 데에는 성공했다.

‘전혀 예상한 방법은 아니었지만.’

전혀 예상한 방법이 아니었기에,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렸다.

“크윽.”

어깨와 발목의 통증이 숨만 쉬어도 치고 올라왔다.

신음조차도 숨죽여서 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몸부터 원상태로 돌려놔야 했다.

일단은 화살을 뽑는 것부터.

나는 포인트 상점을 열어 진통제를 구매했다. 쇼크를 막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

[강력한 진통제를 구매하셨습니다.]

나는 진통제를 마시고 이를 악물며, 몸에 박힌 화살을 뽑아냈다. 박힐 때보다 더한 고통이 찾아왔지만, 참았다.

일단 화살을 뽑았으니, 몸은 빠르게 치유될 것이다.

체력 5랭크는, 일반인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회복력을 보여줬으니까.

거기다 어딘 선가 합류하기 위해 다가올 추가 병력을 생각하며, 나는 속으로 곱씹으며 다짐했다.

‘내 손으로 다 죽인다.’

생존, 도망, 지나치게 시키는 대로 하려고 들었다는 생각이 일었다.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에 진짜로 도망만 치려다가 이 꼴이 나버렸다.

투기장에서의 내 스타일은, 극복하고 이겨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는 힘들었다.

‘일단 판은 깔렸으니까…….’

상황을 보니 추가로 진입해 오는 양 부족의 부족원도 서로를 향해서 적의를 드러내며, 전황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싸움판에서 이득만 취하는 것은 이미 해본 일이었다.

나는 상태창을 열고 스탯 항목에 포인트를 사용했다.

[체력 랭크 5가 랭크 6이 되었습니다.]

그 순간.

눈에 띌 정도로, 몸이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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