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38화
14장 더 높은 곳으로(4)
나무에서 나무로 이동하는 것은 꽤 어려웠다.
나는 그 과정에서 루칸족이 하는 것을 따라 해보았다.
나무에서 다음 나무로 점프를 하는 것까지는 괜찮았지만, 중심을 잡는 게 어려웠다.
그러나 여러 차례 반복하자, 어느 정도 몸에 익기 시작했다.
그러나 루칸족만큼의 속도가 나지는 않았다.
‘얼마나 왔을까.’
나는 나무 위로 올라가 루칸족의 부락이 어디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얼추 삼 분의 일 정도 남은 것 같았다.
처음 봤을 때는 꽤 가까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조금 길었다.
다시 밑으로 내려와,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며 부락이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저놈이야!”
그때, 밑에서 나를 발견했는지, 루칸족 3마리가 급하게 나무 위로 올라왔다.
그들은 아주 능숙했다.
한 번의 도약으로 나뭇가지를 잡고, 반동을 이용해 내가 있는 높이까지 바로 올라왔다.
루칸족은 양손을 자유롭게 움직임에도 나뭇가지에서 휘청거리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발을 쳐다보았다.
발바닥이 손처럼 생겨 나뭇가지를 가볍게 말아 쥐고 있는 형태였다.
‘저거구만.’
나와 루칸족의 차이점.
이건 종족적인 차이라 내가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나중에 마나를 운용하는 방법이 늘어난다면, 저들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안 되니까.’
나는 나뭇가지를 밟으며, 허공으로 점프했다.
몸을 날림과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바로 앞에 있는 루칸족 한 마리를 노린 공격이었다. 자신에게 공격이 날아오는 것을 알아챘는지, 자신이 들고 있던 검을 들었다.
삭!
내 검은 루칸족이 밟고 있던 나뭇가지.
아주 가볍게 썰린 나뭇가지와 함께, 루칸족 한 마리의 자세가 무너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지는 루칸족의 배를 발로 짚으며, 위로 점프했다. 난 앞에 있는 나뭇가지를 잡아 떨어지는 것을 면했다.
30m라는 높이는 결코 짧지 않았다.
루칸족이 허공을 향해 팔을 움직이지만, 잡히는 나뭇가지는 없었다.
거기다 내가 발로 짚었기 때문에, 떨어지는 속도는 점점 가속화되어 빠르게 떨어졌다.
“끄아아악!”
바닥에 떨어진 루칸족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50p를 획득하셨습니다.]
자신의 동료가 죽은 것을 보고, 남은 두 마리가 분노한 채 나에게 달려왔다.
“죽여 주마”
“루칸의 영혼을 위하여!”
나무 위에서 싸우는 것은 나에게 너무 불리했다. 방금 전은 방심했다 치고, 앞에서 달려오는 놈들은 이미 눈에 불을 켜고 다가오고 있었다.
이 정도의 높이에서 떨어진다면, 나도 답이 없지만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녀석들을 보며, 나는 손에 잡은 나뭇가지를 놓았다.
부유감과 함께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밑으로 떨어졌다. 나무 기둥 가까이서 떨어지는 나를 바라보며 루칸족 두 마리가 몸을 날렸다.
먼저 다가온 루칸족이 긴 창으로 내 머리를 노리며 찌르려고 시도했다.
나는 나무 기둥을 박차고 한 바퀴 몸을 돌리며 창을 피했다. 양손으로 창 자루를 감싸 쥐며 힘을 주었다.
허공에 있기에 자세를 잡지 못하는 루칸족에게서 아주 쉽게 창을 빼앗을 수 있었다.
“이거나 먹어라.”
나는 한 손으로 창을 들어 밑으로 떨어지는 녀석을 향해 강한 힘을 실어 날렸다.
위에서 아래로 날린 창은 더욱 빠르게 속도가 붙었다.
퍽!
창이 루칸족의 심장을 꽤 뚫고 나무 기둥 밑 부분에 박혔다.
[50p를 획득하셨습니다.]
그러나 내 창이 루칸족의 심장을 꿰뚫은 그 순간, 남은 한 마리가 날리는 화살에 어깻죽지가 살짝 긁혀 나갔다. 이 정도의 고통은 참을 만했다.
내 몸에도 속도가 붙었다.
땅에서 나를 잡아들이려고 하는 중력을 따라 밑으로 떨어졌다. 거의 밑에 도달했을 때, 나무 기둥에 박혀 있는 창 자루를 잡았다.
“휴.”
여차하면 착지 때 사용할 지지대로 검을 박으려고 했지만,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
아까 던져놓은 창이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주었다.
나는 바닥을 짚으며, 위에 있는 루칸족을 쳐다보았다.
나무 위에서 나를 노리며 화살을 날렸다.
챙!
검을 들어 화살을 가볍게 쳐냈다. 그러곤 앞에 박혀 있는 장창을 뽑아 루칸족을 향해 날렸다.
빠각!
루칸족이 발을 짚고 있던 나뭇가지가 부서졌다.
그러나 용케 자세를 잡으며 다음 나뭇가지로 이동했다.
‘아깝다.’
분노한 듯 자신의 등에 달린 화살집에서 계속 화살을 꺼내며 쏘아댔다.
나에겐 통하지 않는 무의미한 공격.
녀석의 화살이 다 떨어졌을 때, 나는 나뭇가지를 잡아 몸을 튕기며, 나무 위로 올라갔다.
내 모습을 보고 녀석이 도망가려고 했지만,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나뭇가지를 박차며 이형환위를 사용했다.
훕!
내 검이 루칸족과 함께 나무에 박혔다.
눈에서 핏줄이 터지며, 붉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던 루칸족이 몸을 파르르 떨다 축 늘어졌다.
[50p를 획득하셨습니다.]
검을 빼내고 나뭇가지 위에 서서 자세를 잡았다. 확실히 나무 위에서 싸우는 전투는 어려웠다.
‘적응해야 해.’
지면에서 싸우면 내가 이기겠지만, 방금처럼 나무 위에서 나를 견제하는 놈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수가 많다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 시련을 이기기 위해선 두 번째로 이들의 전투 방식에 익숙해져야 했다.
나는 원래 가려고 했던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그래도 여태 해오던 게 있어 적응하는 것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았다.
* * *
“흠.”
나는 나무 위에 자리를 잡고 걸터앉아 있었다. 루칸족이 부락을 이룬 곳이 보였다.
나뭇가지와 나뭇잎들로 엮어 만든 텐트 형식의 구조물이 있었다.
그 앞에는 루칸족 부족원들이 보였다.
어리거나, 몸이 약해 보이는 루칸족들이 부락에 남아 있었다. 그들을 제외한다면 전투를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녀석들은 없었다.
예상대로 다른 의미에서 부족원은 텅텅 비어 있었다.
천천히 나뭇가지들을 밟으며 밑으로 내려갔다. 지면에 발을 디디며 앞으로 달렸다.
먼저 앞에 보이는 루칸족 한 마리를 베어냈다. 내 기습에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죽었다.
[50p를 획득하셨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다른 루칸족들이 분노와 좌절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나는 놈들의 본성을 잘 알고 있었다.
나를 잡으러 오던 녀석들의 말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찢어 죽일까, 태워 죽일까?
-저놈의 심장은 내 거다!
약육강식의 부족. 그 와중에 자기 부족의 잇속만이 최우선인 부족. 그것이 내가 단편적으로나마 겪은 루칸족의 본질이었다.
나는 그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검을 휘두르며 피의 폭풍을 일으켰다.
일방적인 학살.
무기를 쥐어 든 녀석도 나에게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쓰러져 나갔다.
주위에 널린 나뭇잎 텐트는 피로 물들었고, 내 몸에도 루칸족의 피로 덮여 있었다.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잠시 숨을 골랐다.
‘미쳤네.’
녀석들을 죽여 나가면서 얻은 포인트들이 상당했다. 초반 이후로는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자그마치 1,000p 정도가 추가되어 있었다.
20마리.
생각보다 많은 숫자였다. 이 정도면 엄청난 꿀을 빨았다고 봐도 무방했다.
예전 같았으면 오크 10마리를 잡아야 얻을 수 있는 포인트였으니까.
웅성웅성.
멀지 않은 곳에서 나를 찾으러 나간 루칸족들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일단 한 보 후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장을 벗어났다.
지금 저 녀석들과 싸우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전투가 가능한 루칸족 다수를 상대로 싸우는 것은 너무 불리했다.
이왕 작전을 만들었으니, 무리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각개격파.
나는 녀석들이 다시 나를 찾기 위해 움직이길 기다리며, 근처에 있는 나무 위로 올라갔다.
아공간 주머니에서 미리 사두었던 삼각김밥을 꺼냈다.
사실은 던전 브레이크 이전에 먹으려고 사놨지만, 미처 처리하지 못해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 놓았던 것이었다.
나는 전투를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 삼각김밥을 빠르게 입안으로 쑤셔 넣었다.
대충 허기를 채운 뒤, 나무 위에서 루칸족을 내려다보았다. 그렇게 죽였는데도 20마리 정도의 루칸족들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조금 다르게 생간 녀석이 하나 있었다.
다른 놈들보다 두 배는 덩치가 크고, 검은 털을 두르고 있었다. 온몸에는 큼직한 흉터 자국들이 자리해 있었고, 목에는 붉은빛이 도는 보석이 걸려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며 확신했다.
‘저거다.’
* * *
나는 급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차분하게, 차근차근 루칸족들을 정리해 나갔다.
처음 5마리를 죽이고 나서는 남은 15마리가 떨어지지 않고 뭉쳐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일부러 몸을 드러내어, 녀석들을 유인하며 그 수를 줄여 나갔다.
남아 있는 녀석들이 정예 인원들이었는지 상대하는 게 쉽진 않았다.
내 몸에도 상처가 하나둘씩 늘어났고, 검은 털을 가진 루칸족만 남기고 남은 녀석들을 모두 처리했다.
“후우, 후우.”
지금의 내 몸 상태는 컨디션이 최고라고 할 수는 없었다.
중간중간 어쩔 수 없이 사용한 이형환위로 인해, 체력 소모가 꽤나 컸다. 거기다 자잘한 상처들까지 입었다.
반면에 내 앞에 있는 검은 털의 루칸족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그래도 해볼 만했다.
몸서리치며 부들부들 떨던 녀석은 울분 섞인 말과 함께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네놈이구나. 내 부족원들을 죽인 것을 절대 용서치 않겠다.”
아마도 녀석이 루칸족의 족장인 모양이었다.
나는 침착하게 족장을 쳐다보았다.
족장의 양손에 들린 두 개의 짧은 단검의 끝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죽어라!”
먼저 치고 들어오는 것은 루칸족 족장이었다.
나는 검을 들어 먼저 날린 단검을 막아냈다. 뒤이어 들어오는 오른손의 단검 찌르기를 피하기 위해, 몸을 뒤로 뺐다.
슥!
방심했다.
루칸족들은 양팔이 길어 공격할 수 있는 리치가 길었다. 그것을 생각하지 못해, 상처를 입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마지막에 몸을 돌리며 치명상은 간신히 피했다는 것이다.
왼쪽 허리에서 흐르는 피를 쳐다보고는 앞에 있는 족장을 향해 달려갔다.
리치의 거리를 생각하며, 깊숙이 다가가 검을 아래에서 위로 그어 올렸다.
단검을 교차하면서 막아낸 족장의 후속타가 들어왔다. 리치를 계산했기에 두 번 당하는 일은 없었다.
단검을 피하면서, 틈틈이 검을 찔러 넣었다.
그저 상대를 파악하기 위한 검과 단검이 허공을 수 놓았다.
빈틈을 노린 내 한 방이 족장의 어깻죽지를 그어버렸다. 피가 흐르는 것 같지만, 족장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가죽이 두껍거나, 방어력이 뛰어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놈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크아아악!”
자신의 팔을 돌리며 몸을 푼 족장이 빠르게 나에게 달려왔다. 긴 팔이 유연하게 움직이며, 변칙적인 두 개의 단검이 내 몸을 노렸다.
일일이 단검을 쳐내는 것은 힘들다고 판단했다.
나 또한 결판을 내기 위해, 마나를 끌어 올렸다. 얼마 남지 않은 마나까지 박박 긁어모아, 먼저 검에 마나를 둘렀다.
코앞까지 다가온 단검을 쳐내고, 바로 이형환위를 사용해 족장의 뒤로 이동했다.
‘끝이다.’
촤아악!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은 공격에 족장의 등가죽이 터지며 피가 솟구쳤다.
몸이 사방으로 떨리더니, 흰자위를 보이며 뒤로 쓰러진 족장을 향해 다가갔다.
[200p를 획득하였습니다.]
족장 옆에 있는 나무에 기대고 앉았다.
“아이고, 삭신이야.”
이형환위에 대해 어느 정도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무리해서 사용하니 또 그런 것도 아니었다.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고, 어지러움이 가실 때까지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몸이 얼추 제 컨디션으로 돌아왔을 때, 족장에게 다가가 목에 걸려 있는 붉은 보석을 챙겼다.
내 손에 보석이 들리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첫 번째 시련을 성공적으로 마치셨습니다.]
[보상으로 2,000p가 지급되었습니다.]
[두 번째 시련을 시작하겠습니다.]
[두 번째 시련]
루칸족이 멸망하고 신비한 힘이 담긴 보석을 누군가가 가져갔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주위에서 그 보석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다른 두 부족이 소문을 듣고 보석을 찾기 위해 나섰습니다.
한 부족은 크리마 부족으로 사냥에 특화된 부족입니다. 자신보다 강한 것들을 잡을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낍니다.
한 부족은 해라 부족으로 맷집이 특화된 부족입니다. 그들이 가진 두꺼운 가죽은 일반적인 무기가 잘 통하지 않습니다.
클리어 조건 : 루칸족의 상징인 붉은 보석을 제한 시간까지 뺏기지 마십시오.
제한 시간 : 3일.
승리 : 세 번째 시련. 포인트 4,000p
패배 : 죽음
루칸족은 이다음에 나올 두 부족에 비하면 정말 순한 양이었다.
크리마 부족은 사냥에 미친 놈이라 이젠 함정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해라 부족은 미친 맷집을 자랑하는 만큼 마나를 두르지 않는다면 쉽사리 공격하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첫 번째 시련은 정말 맛보기 정도였다. 본격적인 시련은 아마도 두 번째부터인 것 같았다.
나는 엉덩이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석을 찾기 위해 아마 이 근처로 모여들 가능성이 높았다. 그전에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상황을 돌아가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하지만 그때, 주변에서 들려오는 웅성거리는 소리에 나는 나무 위로 올라갔다.
방금까지 내가 있던 곳에 서로 다른 생김새의 두 부족이 다가왔다.
‘벌써?’
내 생각과는 다르게 녀석들은 너무나도 빨리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