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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27화 (27/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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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 027화

12장 던전의 주인(2)

내게 일격을 맞은 이호연은 꽤나 분노한 듯,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검은 기운도 더욱 강렬하게 일렁거렸다.

반인반수의 발로 바닥을 찍어 내리며, 그 반발력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냈다.

땅이 움푹 파이며, 돌가루들이 뒤로 비산했다.

나에게 다가온 이호연이 발톱을 크게 휘둘렀다. 나는 검을 들어 발톱을 쳐내고, 안으로 파고들었다.

아주 깊숙이 다가갔다. 그러자 검에 베인 상처에서 흐르는 혈향이 퍼졌다.

‘한 번 더.’

다시 한번 빈틈을 만들었고, 놓치지 않고 검을 휘두르며 노렸다.

하지만 이호연도 두 번은 당해줄 생각이 없는 듯, 자신의 왼쪽 무릎을 위로 찍어 올렸다.

나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피했다.

뒤이어 이호연이 무릎을 피며, 거대한 발로 내 몸을 밀어 찼다.

‘젠장!’

발바닥에 힘을 주며, 녀석이 내 몸을 차는 것과 동시에 점프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한 행동이었다.

약간의 부유감과 함께 내 몸이 뒤로 밀려났지만, 바닥에 검을 내리꽂으며 자세를 잡았다.

점프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자세가 무너지고 녀석의 후속타가 들어왔을 것이다.

“휴우.”

나는 심호흡을 하고, 검을 뽑아 들며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달려가며 검을 들었다.

실력이 비등비등한 사람들끼리 싸울 때 중요한 것은 한 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상대방의 방심을 유도하든, 죽기 살기로 주고받아 누구 하나가 먼저 지치든.

아니면 나처럼 상황을 만들든.

이호연의 앞에 서게 되었을 때, 검을 크게 휘둘렀다. 정확히 내가 만들어놓은 그 상처를 향해서.

“크르륵!”

뒤로 크게 이동하며 이호연이 몸을 뺐다. 나는 녀석이 뒤로 뺀 만큼 움직여 검을 휘둘렀다.

유효타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갔다.

발톱을 막아내며, 나는 틈만 나면 녀석의 상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조금씩 벌어지는 상처로 인해, 이성이 없는 이호연의 본능조차 위험하다고 감지한 모양이었다.

피가 흐르는 양이 점점 늘어났고, 나는 그것을 보며 녀석에게 달려갔다.

‘이제 끝이다.’

내가 다가가 검을 휘두르려는 자세를 취하자, 이호연이 본능적으로 뒤로 피했다.

나는 씨익 웃었다. 정확히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검을 휘두르려는 동작은 페이크였다.

바닥을 밀며 빠르게 앞으로 이동해 녀석의 배에 검 자루 끝부분을 박아 넣었다.

퍼억!

순간, 이호연의 몸에 둘러싸여 있던 검은 기운이 들썩거렸다.

“쿨럭!”

배를 정통으로 맞은 이호연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꽤나 강력한 한방에 정신 못 차리고 있는 이호연에게 다가갔다.

오른쪽 다리로 녀석의 왼쪽 다리를 걷어찼다. 뻐걱 소리와 함께 다리가 꺾이며, 녀석의 중심이 무너졌다.

나는 왼쪽으로 몸을 움직이고는, 무너지는 녀석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퍼억!

이호연의 고개가 돌아가며 그대로 바닥에 얼굴을 들이박았다. 단단하다고 알려진 이빨이 부러지고, 입에서는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이 정도면 충분히 기절할 만도 할 텐데, 이호연은 이내 몸을 일으켰다. 정확히 하자면 검은 기운의 힘에 의해 강제로 일으켜 세워졌다.

‘질긴 녀석.’

어떻게 하면 검은 기운이 사라질까 고민해 보았다. 그것만 사라진다면 이호연을 제압하는 것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내게 일어났던 일을 생각했다.

눈을 떴을 때, 온몸이 엉망진창이었다. 그리고 주위는 몬스터들의 시체로 가득했다.

그런 걸 고려해 본다면, 전투 능력이 상실될 때까지는 몸이 움직인다고 보면 될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린 이호연이 검은 기운과 함께 달려왔다.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었다.

기절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죽기 직전까지 패주는 수밖에 없었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내 원망 마라.”

나는 검을 휘둘러 발톱을 막고, 하체를 노리며 검을 휘둘렀다.

촤아악!

“이러기 정말 싫은데, 널 위해선 어쩔 수가 없다.”

내 검에 왼쪽 종아리가 베이며 피가 튀었다. 주춤거리는 이호연에게 다가가 오른쪽 종아리에도 검을 휘둘렀다.

쿵!

양다리에 공격을 입어 서 있을 수 없는 이호연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나는 천천히 다가가 양팔에도 검을 휘둘렀다.

양팔을 축 늘어뜨린 채, 검은 기운이 가득 찬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이호연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퍼억!

이호연의 몸이 뒤로 넘어가며 쓰러졌다. 그러나 검은 기운으로 인해 오뚝이처럼 상체가 올라왔다.

반인반수이기에 체력 또한 인간과 남다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마네킹에 스트레스 풀 듯 주먹을 날렸고, 한참을 맞던 이호연이 결국 바닥에 쓰러져 더 이상 일어나지 못했다.

그때, 특성으로 변화된 몸을 하고 있던 이호연에게 변화가 나타났다.

검은 기운이 요동을 치며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호연의 몸에서 빠져나와 허공으로 흩어지면서, 반인반수의 육체가 점점 변해 사람 이호연으로 돌아왔다.

“하아.”

피떡이 돼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이호연을 보며 자세를 낮췄다. 팔다리에 난 상처는 어느 정도 아물어 있었다.

더욱 빨리 치료하려면 포션을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내가 포인트 상점에서 포션까지 사서 먹일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죽지 않을 정도로만 때렸으니, 밖에 나가면 알아서 치료할 것이다.

‘어차피 주변에 몬스터라곤 보이지도 않고…….’

일일이 데리고 다닐 의리 따윈 없었다.

난 이호연을 그 상태 그대로 방치하고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곤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 쪽을 향해 걸어갔다.

어차피 직진으로 남은 길밖에 없었기 때문에 지도를 볼 필요도 없었다.

간간이 스켈레톤 정예 병사가 나타났다. 그리고 점점 그 빈도도 높아졌다.

마석을 챙길 때마다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다 왔다!’

정면에서 좀 더 환한 빛이 내가 있는 쪽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조금 빠르게 걸어 나갔다.

점점 밝아지고, 그 끝에 도달했을 때, 넓은 공간이 나타나며 두 개의 갈림길과 하나의 문이 보였다.

지하 2층으로 내려왔을 때와 똑같이 생긴 문.

지도에도 적힌 바와 같이 지하 3층으로 내려가는 문이었다. 어떻게 할지 고민해 보았다.

아직 다른 사람들은 도착하지 않았고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키워드 장소는 이미 공략을 모두 마쳤다. 더 이상의 위험 요소는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내 시선이 자연스레 지하 3층으로 가는 문으로 향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먼저 내려가자.’

얼마나 강한 놈일지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확인해 보고 싶었다.

지금의 자신이 어느 정도의 강자에게까지 먹히는지.

고민을 마치고, 지하 3층으로 가는 문으로 다가갔다. 이번에는 따로 열쇠 모양의 마석이 필요 없었다.

문을 열자,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열렸다.

나는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듬성듬성 배치되어 있는 횃불. 그와 함께 시체 썩는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적응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서 풍기는 냄새는 정말 심했다.

‘분위기도 싸늘하고.’

피부에 닭살이 올라 있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두웠다. 1층, 2층과는 확실히 달랐다.

긴 직선으로 되어 있는 통로를 쭉 따라가는 동안 별다른 몬스터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더 수상하게 느껴져,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움직였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전반적으로 느렸다.

한참을 걸었을 때, 거대한 공간이 나타났다.

공간 안에는 거대한 문 하나와 두 개의 갈림길이 보였다. 앞으로 다가가서 좀 더 자세히 쳐다보았다.

가장 먼저 거대한 문 앞으로 다가갔다.

‘구멍이 두 개?’

이 문을 열려면 열쇠형 마석 두 개가 필요한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 열쇠형 마석은 아마도 각각의 갈림길에서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가장 왼쪽에 있는 길로 걸어갔다. 어딜 가도 상관없지만 왼쪽부터 차근차근 정리하는 게 편했다.

내부를 향해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길 안은 이곳에 처음 들어올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냄새가 심했고, 횃불이 듬성듬성 배치되어 있었다.

‘아무것도 없네?’

이전에 이호연이 마석을 처먹으며 몬스터를 쓸어버린 것처럼, 아무런 움직임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방심하기를 유도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긴장을 풀지 않았다.

왼쪽 길의 끝에 다다랐을 때,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그 가운데에는 거대한 제단이 하나 보였다. 제단 위에는 노랗게 빛나는 마석이 하나 놓여 있었다.

‘찾았다.’

저게 열쇠형 마석인 것 같았다.

제단 주위에는 시체들이 널려 있었고, 돌에 걸터앉아 있는 세 마리의 듀라한이 보였다.

열쇠형 마석까지 가기 위해 몸이 가벼워질 필요가 있었다.

아직까지는 움직임이 없는 듀라한을 보며 검을 꺼냈다.

“그럼 어디 시작해 볼까?”

나는 검을 쥐어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제단을 향해 앞으로 걸어 나갔다. 제단에 가까워지자 지면이 흔들리며 듀라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듀라한 세 마리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강렬하게 일렁거렸다.

그와 더불어 시체 더미에서 스켈레톤 정예 병사들도 몸을 일으켰다.

10마리를 끝으로 잠잠했다.

듀라한 3마리와 스켈레톤 정예 병사 10마리를 처리해야만, 저 제단에 있는 열쇠형 마석을 챙길 수 있었다.

나는 몸을 풀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내 특성으로 인해 듀라한은 1분이라는 시간만 버티면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전에 전투에 방해가 되는 스켈레톤 정예 병사들을 처리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파악!

첫 번째로 보이는 녀석의 두개골을 베어내고, 양쪽에서 날아오는 두 개의 검을 피했다.

자세를 숙인 상태에서 검을 들고 회전하며, 양쪽에 있던 스켈레톤 정예 병사 두 마리의 허리를 부쉈다.

원상 복구되기 전에, 빠르게 머리를 밟아 끝을 냈다. 시간을 주게 된다면 다시 걸리적거릴 테니까.

그때, 듀라한이 빠르게 휘두르는 검으로 인한 바람 소리가 들렸다.

부우웅!

꼴사납지만 바닥에 몸을 구르며, 간신히 공격을 피했다. 그러곤 몸을 세우며 앞에 있는 스켈레톤 정예 병사를 처리했다.

잠시 숨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듀라한이 있어서일까, 이전 같지 않게 스켈레톤 정예 병사와 듀라한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나는 침착하게 상황을 지켜보면서 듀라한이 있는 쪽을 견제했다. 그러곤 몸을 움직여 뒤쪽에 있는 스켈레톤 정예 병사를 공격했다.

한 놈을 처리하고 옆에 있는 두 번째 놈의 머리를 날려 보냈을 때, 듀라한 한 마리가 다가와 검을 휘둘렀다.

챙!

나는 검을 들어 막았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남은 두 마리 듀라한과 스켈레톤 정예 병사들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다가오는 녀석들을 바라보며 어떡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내 눈에 빨간 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너넨 다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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