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26화
12장 던전의 주인(1)
“마지막!”
난 눈앞에 남은 마지막 스켈레톤 정예 병사를 처리했다. 이제 대망의 네 번째 키워드 장소가 나타날 것이다.
조금 걸어가니 문이 나타났고, 난 그 앞에 앉았다. 아직 열리지 않은 문을 보며 생각했다.
‘아직 아무도 안 온 모양이네.’
어둠을 이겨내는 데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그래서 정신을 차린 뒤에 바로 달렸다.
민첩 또한 5랭크가 되면서 속도 자체가 달라졌다. 지면을 박찰 때마다, 평소에 뛰는 것보다 두 배는 더욱 멀리 날아갔다.
거기다 몸이 굉장히 가벼워져 움직이기가 편했다.
덕분에 정말 빠른 속도로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들어가자.’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진 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개인적으로는 스켈레톤 마법사가 나오길 원했다.
특수 스킬만 잘 파악한다면 쉽게 처리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르게, 내부의 모습은 온갖 시체들과 장병기로 가득했다.
첫 번째, 세 번째 키워드 장소에서 보았던 광경이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나오는 몬스터는 듀라한이 분명했다.
뭐 약점 공략도 생겼으니, 듀라한도 나쁘지 않았다. 적당히 시간을 끌면서, 갑옷만 벗겨 놓으면 끝낼 수 있었다.
내가 안으로 들어서자, 듀라한이 검을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걸음을 늦추지 않고, 더욱 빠르게 걸으며 듀라한에게 다가갔다.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듀라한의 갑옷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아직 온전히 자세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내 공격을 막지 못했다.
챙!
오른쪽 팔이 날아갔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듀라한을 몰아붙였다. 갑옷의 이음새는 생각보다 쉽게 벗겨졌다.
그 순간, 검은 기운이 흘러나와 듀라한을 감쌌다. 동시에 내가 날려 버린, 검을 들고 있던 오른손이 빠르게 날아와 원상 복구되었다.
‘미친.’
복구된 오른손을 이용해 듀라한이 검을 휘둘렀다. 처음 만났던 녀석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매우 공격적이었다.
진정한 버서커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듀라한이었다.
챙! 챙!
휘몰아치는 공격에 나는 검을 맞대며 막아냈다. 검을 몇 번 부딪쳐 보고 확실하게 깨달았다.
이 녀석은 강자였다.
검의 연격이나, 시간차 공격 등 다양한 검술을 사용했다. 나는 그저 능력치발로 피하거나, 막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내 모든 능력치는 올라갔지만, 기본적으로 검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많이 부족했다.
날아오는 공격을 막거나, 몸을 피하고 검을 휘두르면 대부분 죽었으니까.
‘돌아가면 제대로 배워야겠어.’
첫 번째 공격 이후, 심장을 노리고 오는 찌르기. 나는 가까스로 검을 가져다 대어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
“흡!”
꽤나 오래 버틴 것 같은데, 아직 1분이 지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검으로 다시 한번 팔을 잘라내며, 듀라한과 거리를 벌렸다.
듀라한의 팔이 다시 원상 복구가 되었을 때, 내 시야에 빨간 점이 들어왔다.
‘뭐야.’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빨간 점 두 개였다. 하나는 듀라한의 심장에 있는 마석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시체 더미 속에 찍혀 있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점에 대해 깨달았다.
‘머리구나.’
머리를 나타내는 점이 분명했다.
녀석의 약점이라고는 그 두 개가 끝이니까.
나는 듀라한을 보며 씨익 웃고는 빠르게 달려갔다. 그러자 듀라한도 검을 들며 내 쪽으로 달려왔다.
듀라한이 빠르게 검을 휘둘렀지만, 나는 맞서 싸울 생각이 없었다.
자세를 숙이고, 검을 피하며 앞으로 달렸다. 정확히 빨간 점이 보이는 곳에 도착해 시체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찾았다!’
손에 잡힌 빨간 점을 꺼내 드니, 두개골 하나가 있었다. 듀라한이 그 모습을 보고, 몸을 돌려 다시 달려왔다.
나는 달려오는 듀라한을 보며 말했다.
“고생할 거 없어.”
두개골을 잡고 있는 손을 움직였다. 바로 옆에 있는 돌 쪽을 향해 강하게 후려쳤다.
퍼억!
산산조각 나는 두개골과 함께 듀라한의 몸도 무너졌다.
“후우.”
옆에 있는 돌에 기대 호흡을 정리했다.
듀라한의 머리까지 찾아주다니, 이번에 얻은 능력은 정말 자기 할 몫을 잘해주고 있었다.
‘어디 보자. 이번에도 검은 반지가 있으려나.’
나는 듀라한에게 다가가 전리품을 챙겼다.
B급 마석을 챙기고, 주위를 훑어보았으나 아쉽게도 검은 보석 반지는 보이지 않았다.
쿠구구궁!
그때, 지반이 흔들리며 다시 구조가 바뀌고 있었다.
나는 지도를 꺼내 위치를 확인했다.
‘가깝네?’
키워드 장소를 공략할 때마다 근처에 있는 키워드 장소와 연결해 주도록 바뀌는 모양이었다.
이번에도 내가 있는 위치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키워드 장소가 있었다. 그것도 직진만 하면 나오는 길이었다.
마지막 남은 키워드 장소.
저곳만 처리하고, 출구로 이동해 일행과 합류할 생각을 하며 지도를 따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깔끔하네.’
걸어가는 동안 스켈레톤 정예 병사들의 쓰러진 뼈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미 누군가가 지나간 모양이었다.
스켈레톤 정예 병사들의 뼈가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누군가 짓누른 것처럼 보였다. 벽에도 움푹 파인 자국들이 여럿 있었다.
이 던전에 공략하러 들어온 사람 중 딱 한 명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아니길 바라며, 나는 속도를 올렸다.
처리할 몬스터가 없기에 아주 빠르게 이동했고, 키워드가 적힌 장소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열려 있네.’
이미 열린 문으로 다가가 안쪽을 쳐다보았다.
스켈레톤 마법사의 시체로 보이는 것이 중앙에 있었다. 망토가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고, 사방엔 마법이 난사된 흔적들이 보였다.
나는 스켈레톤 마법사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 보았다.
이쪽으로 오면서 봤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뼈란 뼈는 다 박살 내고 가루로 만들어놨다.
옆에는 마석으로 추정되는 것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푸른빛을 띠는 마석과 다르게,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들은 탁했다.
그냥 돌덩어리처럼 보인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마치 마석에서 마나의 기운만 쏙 빼간 것처럼.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어둠에 물든 게 확실해.’
내가 왔던 길에서는 누구도 만나지 못했다. 그렇다면 앞에 보이는 저 길로 갔을 확률이 높았다.
아니, 백 퍼센트일 것이다.
반대쪽으로 나가는 길.
지도를 다시 꺼내 저 길이 어디로 가는지 확인해 보았다. 검은 점이 보이는 것을 기준으로 쭉 올라갔다.
직진으로 이루어진 길, 그 끝에는 다른 쪽 길과도 만나는 공간이 나타났다.
그 공간 위에는 출구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키워드가 적힌 공간을 공략하면서 꽤나 간단해진 던전. 다른 사람들이 출구에 도착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였다.
그렇다면 어둠에 물든 녀석과 다른 사람들이 만나게 될 것이다.
‘위험해.’
그 다른 사람들이, 김세아와 이찬혁이라면 곤란했다.
나는 검을 들며 반대쪽 길로 뛰어나갔다.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기 전에 처리해야 했다.
푸욱!
바닥이 움푹 파여 들어가며, 내 몸은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갔다. 바람을 가르며 나아가던 중 앞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포착했다.
가까워졌을 때, 무언가가 정확하게 보였다.
‘이호연’
자신의 특성을 사용한 이호연이 스켈레톤 정예 병사의 허리를 부러뜨리고 있었다.
양손으로 상체와 하체를 분리시킨 뒤, 상체에 있는 두개골을 벽에 밀치며 부쉈다.
흉폭하기 그지없었다.
반인반수로 변한 이호연은 어디까지나 사람이었다.
특성을 가지고 변신을 하는 것이지만, 부작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건 심했다.
‘예상대로다.’
동공이 풀려 있었다. 그런데 정신을 잃었다기보다는, 아예 다른 무언가에 씐 것 같았다.
이호연이 스켈레톤 정예 병사가 남긴 마석을 주워들어, 왼손에 올리고 가볍게 쥐었다.
그 순간,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이호연의 손에서 푸른 기운이 흘러나오더니, 검은 기운으로 바뀌며 라이칸 슬로프의 육체 안으로 흡수되었다.
이호연이 흡수를 끝낸 마석을 바닥에 버렸다.
탁한 색을 가지고 있는 마석.
내가 스켈레톤 마법사의 시체에서 봤던 것과 똑같았다.
‘저놈 짓이구나.’
마치 마약을 한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던 이호연이 더욱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가만히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나는 앞으로 달렸다.
기척에 민감한 괴수 상태의 이호연.
이호연이 몸을 돌리더니 나를 쳐다보며 씨익 웃고 있었다.
‘알고 있었나 보네.’
이성은 상실하고 본능만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녀석의 재수 없는 얼굴을 보며, 오른손에 들린 검을 휘둘렀다.
챙!
녀석의 발톱에 내 공격이 막혔다.
발톱에 힘을 주며 검을 쳐낸 이호연이 양손을 번갈아 가며 움직였다. 내 몸을 찢어발겨 버릴 것처럼 빠르게 할퀴었다.
저 정도 속도에는 이제 밀리지 않았다.
나는 검으로 녀석의 발톱을 쳐내며 빈틈을 찾아보았다.
이미 녀석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빨간 안광 대신 가득 찬 검은 기운. 온몸에서 미세하게 흘러나오는 검은 기운이 이호연을 조종하고 있었다.
오로지 파괴 하나만을 위해서.
‘1분이 벌써 지났나?’
내 눈앞에 떠오르는 빨간 점들.
인간의 육체와 비슷하다 보니, 유사한 곳들에 빨간 점이 나타나 있었다. 머리나 명치, 그리고 남성의 중요한 부분 등 공격할 수 있는 곳들이 많았다.
“크르르륵!”
그러나 엄청난 위압감을 풍기는 녀석의 모습은 그 빈틈에 쉽게 다가가게 하지 못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습득했을 모든 마석.
그 마석들을 흡수한 지금의 이호연을 쉽게 생각할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이 던전에 가장 위험한 것은 듀라한이나, 스켈레톤 마법사가 아니었다.
어둠에 물들어 자신의 의지를 상실한 채 마석을 흡수하고 다니는 이호연이 가장 위험했다.
‘얼마나 처먹은 거야.’
검은 기운이 이전보다 더욱 강렬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다섯 번째 키워드 장소에서 이곳까지, 정확히 얼마나 많은 마석을 흡수했는지 모르겠다.
다만, 엄청나게 많은 양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럼에도 저런 분위기를 풍겼다.
앞으로 저 녀석이 활보하면서 더욱 많은 마석을 먹게 된다면, 정말 리치보다도 강한 던전의 몬스터가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처리하기로 마음을 먹고, 나는 이호연에게 다가갔다.
그때, 검은 기운이 더욱 강렬해진 이호연이 나를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강하고 빠르게 휘두르는 발톱을 검을 들어 막았다.
챙!
검은 기운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발톱을 막은 검을 앞으로 밀면서, 지면을 박차고 힘을 실었다. 약간의 뒤로 상체가 넘어가며 빈틈이 생겼다.
그 틈을 노리기 위해 검을 휘두르려 했지만, 이호연의 발톱이 내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한 발짝 물러나 휘두르려고 했던 검을 빼는 사이, 이호연이 자세를 고쳐 잡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자세를 숙이고, 반인반수의 육체에 깊숙이 다가갔다. 그러곤 검을 크게 휘둘렀다.
촤아악!
이호연이 엄청난 반사 신경을 보이며 내 일격을 피했지만, 완전하지는 못했다. 몸에 생채기가 난 듯, 가느다란 선이 생기며 피가 흘렀다.
녀석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다만, 마음껏 패고 싶은 녀석을, 그야말로 실컷 팰 수 있는 판이 깔렸다.
그리고 이 기회를 놓칠 생각도 없었다.
‘딱 죽기 직전까지 패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