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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24화 (2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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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 024화

11장 남이 깔아준 판에서 날로 먹기(3)

끼이이익!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문 안으로는 지도에서 본 것처럼 넓은 공간이 나왔다.

곳곳에는 검은색 바위들이 있었다. 넓은 공간 안에는 검, 도, 창 등 다양한 무기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그 무기들 옆에는 시체들이 하나씩 있었다.

뼈밖에 남지 않은 시체.

중앙에 가장 높게 올라와 있는 바위 위에 갑옷을 입은 무언가가 앉아 있었다.

독특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 갑옷 사이로 뼈들이 보였다. 갑옷 밖으로 나와 있는 손과 발 또한 말라비틀어진 뼈뿐이었다.

두 손이 가지런히 모여 바위 앞에 있는 검 위에 올라가 있었다. 한눈에 봐도 보통 검이 아니라는 것은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예기가 풍겼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일반적인 스켈레톤이 갑옷을 입었다고 생각했겠지만, 매우 다른 부분이 하나 있었다.

목 위로 보이지 않는 머리.

‘머리가 없네.’

언데드 계열 중에 머리가 없는 몬스터는 하나였다.

듀라한.

스켈레톤과 마찬가지고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같았다.

머리가 없으니 생각이라는 것은 더욱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듀라한이 스켈레톤보다 강한 몬스터라고 말하는 이유는 육체적인 능력 때문이었다.

듀라한은 기본 무기를 다루는 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이었다. 애초에 듀라한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죽기 전, 어느 정도의 강자였다는 뜻이었다.

그만큼 무기술의 경지가 높고, 전투 센스가 뛰어났다. 머리가 없는 만큼 전투적인 측면에 집중된 듀라한.

‘살살이라는 게 없는 녀석.’

간단하게 설명하면 버서커랑 같다고 보면 될 것이다.

오로지 눈앞에 있는 것을 죽이기 위해서만 움직이니까.

쿠구궁!

내가 완전히 안으로 들어서자, 지면이 울리며 듀라한의 몸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손가락을 움직이며 자신의 관절이 잘 움직이는지 확인했다. 그러고는 검을 잡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몸을 일으켜 세운 검을 들어 그 끝으로 나를 가리키는 듀라한.

듀라한이 들고 있는 검을 보고, 나는 고개를 내려 손에 들고 있는 검을 바라보았다.

날 부분은 이미 많이 상해 있었고, 손잡이 부분도 녹슬어 있었다. 하기야 처음 포인트 상점에서 구매한 뒤로 계속해서 이것만 써왔으니 오래 쓰긴 했다.

수많은 고블린과 오크의 목숨을 앗아간 검.

꽤나 금방 바꿀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구매했었다. 그러나 고블린과 오크를 상대하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이 없어 다른 것을 사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이제 바꿀 때도 됐지.’

얼마 남지 않은 내구도와 앞으로 더 높은 등급을 돌아다니기 위해선 좋은 무기가 필요했다.

싸구려 무기라면 10, 100포인트로도 구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포인트를 줘야만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무기로 보이는 것이 듀라한의 손에 들려 있었다.

날에서 상당한 예기가 풍겨지며, 내가 쓰고 있는 검과 형태가 매우 비슷하게 생겼다.

검신이 그리 길지 않고, 폭도 적당한 검의 표준.

나는 씨익 웃으며 듀라한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 검은 내 거야.”

내 말이라도 들은 것일까. 듀라한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폭사하듯 터져 나왔다.

검은 기운은 듀라한의 몸을 감쌌고, 상당한 위압감을 풍기며 내 쪽으로 걸어왔다.

손에 들린 검을 고쳐 잡으며, 녀석을 쳐다보았다.

듀라한이 강한 몬스터이지만 리치의 능력에 따라서도 그 능력이 크게 달라졌다.

리치의 능력이 높을수록, 듀라한의 능력을 더욱 잘 이끌어내니까.

이 던전 안에 있는 리치의 능력은 낮은 편이라고 판단되었으니, 나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후우.”

호흡을 한 번 고르고, 녀석을 향해 달렸다. 빠르게 앞으로 달려가 먼저 검을 휘두르며 공격했다.

선수필승.

항상 통용되는 말은 아니지만, 그만큼 선 공격은 유리함을 가져왔다.

내 공격에 자신의 검을 휘두르며 막는 듀라한.

탕!

검과 검이 부딪치며 소리가 났다. 어느 한쪽으로 밀리지 않는 검.

듀라한과 비교해 보았을 때, 내 힘은 절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앞섰으면 앞섰지.

내 검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듀라한의 몸에 서린 검은 기운이 거세졌다.

그와 함께 거세진 듀라한의 힘.

쩌저적!

‘젠장.’

내 검에서 나는 소리였다. 듀라한의 검에 부딪힌 부분의 날이 떨어져 나가고, 금이 가고 있었다.

거리를 벌리기 위해, 듀라한의 가슴에 발을 집어넣었다.

밀어차기로 듀라한의 자세를 무너뜨리고, 뒤로 빠졌다. 생각보다 검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아마 다음 공격으로 검이 부서질 것이다. 나는 검을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한 번의 충격으로 깨질 검을 계속 휘두르는 것도 위험했다. 나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검을 집어 들었다.

그때, 다가온 듀라한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챙! 챙!

내 하체를 노리고 들어오는 검을 막고 녀석의 팔을 날려 버리기 위해 아래서 위로 빠르게 공격했다.

듀라한은 오른팔을 뒤로 빼며 공격을 피했다.

나도 다시 한번 뒤로 물러나 손에 들린 검을 버리고, 다시 새 검을 주워 들었다.

이곳에 깔려 있는 검들의 상태가 안 좋은 것인지, 아니면 듀라한의 검이 월등하게 좋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주워든 검 또한 오래 버티지 못했다.

그러나 검은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바닥에 널리고 널렸으니까.

다 떨어지고 나면 상점에서 살 수도 있었다.

문제는 듀라한의 공략 방법이었다.

‘이곳에 있는 두개골을 일일이 밟을 수도 없고.’

가장 기본적인 것이 듀라한의 머리를 찾아 부수는 것이었다.

리치의 라이프 베슬처럼, 듀라한도 머리가 약점이었다.

그리고 약점답게, 놈의 머리는 이곳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

다만 이곳에는 수많은 시체가 있고, 그것을 다 부수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뿐이었다.

그때까지 듀라한이 가만있지도 않을뿐더러, 내가 버틸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건 이곳에서 시간을 죽일 수가 없었다. 아직 내게 남은 키워드 네 곳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심장을 노리자.’

또 하나의 공략 방법.

듀라한의 갑옷 안에 있는 심장 부분에서 작동하고 있을 마석. 골렘과 같은 원리를 가지고 있어 그곳을 노리면 되었다.

“합!”

나는 앞으로 달려가 듀라한이 휘두르는 검을 피했다. 그리고 검을 휘둘러 녀석의 갑옷을 후려쳤다.

퍼억!

약간 움푹 들어간 갑옷을 보며 확신했다.

‘두드리면 열린다.’

최대한 듀라한의 공격을 피하며, 녀석의 갑옷을 벗겨내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특히나 이음새 부분을 집중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공격에 듀라한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어쩌다 듀라한의 검에 부딪혀 내가 들고 있는 검에 균열이 가면 과감하게 버렸다.

그러고는 새로운 검을 들어 녀석을 공격했다. 이음새가 달랑거리며 많이 느슨해졌다.

“끝내자!”

나는 마지막 한 방을 위해 달렸다. 아주 빠르고 섬세하게, 녀석의 이음새를 공격했다.

털컥!

이음새가 풀리며 듀라한이 입고 있던 갑옷이 크게 벌어졌다. 나는 기다리지 않고 갑옷 안에서 빛나고 있는 마석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그때, 검은 기운이 듀라한의 몸을 감쌌다.

그 순간, 검은 기운이 마석을 숨겨버렸다. 나는 오로지 감으로 찔러 넣는 수밖에 없었다.

허공을 찌르는 느낌. 실패였다.

뒤이어 듀라한의 왼손이 내 검을 붙잡았다.

잡혀버린 내 검을 버리고, 듀라한이 휘두른 검을 피했다. 몸을 구르며 근처에 떨어져 있던 검을 챙겼다.

심장에 위치한 푸른 마석은 검은 기운에 가려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난, 생각지 못한 방해꾼이 꽤나 짜증 났다.

“저걸 어떡하지?”

언데드 계열이기 때문에 신성계열 마법이라면, 아마 사라지지 않을 싶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가 신성계 마법을 사용할 수 없으니 패스였다.

갑옷을 덜렁거리며 나에게 다가오는 듀라한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일단은 약점이 생겼으니 될 때까지 찔러 보는 수밖에 없었다.

챙!

듀라한의 검을 쳐내고, 검은 기운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마석을 부수기 위해 또다시 검을 찔러 넣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허탕이었다.

검은 기운이 요동치는 것이, 마치 듀라한이 나를 보며 비웃는 것 같았다. 듀라한은 검에 가슴을 뚫린 채로 그대로 나를 껴안으려 들었다.

나는 검을 버리고 손을 집어넣었다.

검이 안된다면 손으로 잡아 부숴 버리기 위해서.

손에 감각을 집중시키고, 이리저리 휘저었다. 뼈들이 만져지지만, 마석은 도무지 잡히지 않았다.

마치 검은 기운이 마석을 움켜쥐고서 내 손으로부터 도망 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제길!’

그 잠깐 사이, 듀라한이 검을 들었다.

그 상황을 보고 내가 몸을 뒤로 빼려 할 때,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메시지가 보였다.

[Tip. 관찰자(E)가 관찰자(D)로 랭크 업 하기 위한 포인트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관찰자.

나를 헌터로 만들어준 고마운 특성이었지만, 투기장에 가게 된 뒤로는 내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10포인트.’

상태창을 확인해 보니 490p가 올라 있고, 랭크 업까지 필요한 포인트는 고작 10p였다.

그 정도 포인트라면 앞에 있는 듀라한을 잡고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포인트였다.

거기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 내 촉이 발동했다.

랭크 업을 하게 되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나는 감을 믿고 빠르게 포인트를 올렸다. 그러자 그에 대한 메시지가 나타났다.

[관찰자(E)가 관찰자(D)로 랭크 업 되었습니다.]

[‘약점 파악’이 추가되었습니다.]

[관찰자(D)]

분석 : 여러 가지 정보를 받아들여 하나의 결론을 도출합니다.

약점 파악 : 상대방의 약점이 보입니다.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1분입니다. 상대방의 능력에 따라 파악 시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됐다.’

약점 파악이라는 새로운 항목이 추가되었다. 지금까지 싸운 것을 쳐주는지, 듀라한의 검은 기운 사이로 빨간 점이 보였다.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마석.

나는 눈으로 보이는 빨간 점을 향해 손을 움직였다. 딱딱한 물체 하나가 손에 잡혔다.

‘잡았다!’

손에 잡힌 것을 빼내면서 몸을 숙였다. 내 머리 위로 듀라한의 양팔이 지나갔다.

내 오른손에 들려 있는 마석.

있는 힘껏 힘을 주어 마석에 압박을 주었다. 그리고 얼마 뒤 내 힘을 버티지 못한 마석이 가루가 되며 사라졌다.

쿵!

그와 동시에 듀라한의 몸이 힘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자칫 길어질 뻔했던 전투가 끝이 났다.

나는 자리에 털썩 앉고, 하나 남은 에너지바를 꺼내 입에 물었다.

‘특성도 성장이 가능했다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을 정리해 보니, 왜 내가 예상하지 못했는지 이해가 갔다.

‘써먹은 적이 없었네.’

투기장에서는 고블린과 오크는 한 방에 끝내 버렸기에 쓸모가 없었다.

이곳에서의 적들도 마찬가지였다. 순식간에 강해진 힘으로 제압하는 데 익숙해진 나머지, 차분하게 적들을 분석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마주했던 라이칸 슬로프에게는 쓸 엄두조차 내지 못했었다.

그렇게 F급 재능이니까, 강자에겐 전혀 쓸모없는 재능이 됐다고 무의식중에 생각했던 것이다.

‘여러모로 남는 장사 했네.’

에너지바를 베어 물면서 남은 한 손으로 듀라한의 뼈다귀를 뒤졌다.

몸을 헤집자, 몸 구석구석에 박혀 있던 B급 마석이 다섯 개나 나왔다.

그것을 챙긴 나는 바로 옆에 있는 듀라한의 검을 보았다. 나는 기분 좋게 마석을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고, 듀라한의 검을 집어 들었다.

아주 가벼웠다.

이리저리 마구 휘둘러봐도 무게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 정도면 수준 높은 대장장이가 만든 검이 분명했다.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 보니 이 검의 이름이 나타났다.

[기사 펠릭스의 장검]

한, 죽음, 저주 등 부정적인 단어가 없는 거로 봐서는 디버프 계열의 옵션이 달리지는 않은 것 같다.

저주 해제 주문서를 써서라도 사용하려고 했는데 포인트를 아꼈다.

마석도 얻었고, 훌륭한 검을 얻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아직 이러한 장소가 네 곳이나 더 남았다는 것이다.

나는 지도를 꺼내 들었다.

그때, 바닥의 진동이 울리며 다시 한번 구조가 바뀌기 시작했다.

지도에 새로운 길이 나타났다.

이전보다 내가 있는 곳에서 다음 키워드 장소까지의 길이 더욱 가까워졌다.

나는 가까워진 길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성능 좋은 검도 얻었고, 관찰자 특성에도 새로운 능력이 생겼다. 이 조합이면 다음 장소는 이곳보다 더욱 빠른 공략이 가능했다.

아직 지도에 표시된 점은 네 개나 남았다.

목표는 최소 두 개는 더 독식하는 것이었다.

나는 통로를 걸으며 생각했다.

‘이쪽은 뭐가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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