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23화
11장 남이 깔아준 판에서 날로 먹기(2)
스켈레톤 마법사가 스태프를 머리 위로 올리자, 영롱한 마석에서 빛이 일었다.
그와 동시에 마석의 앞에 둥근 구가 나타났고, 이내 불길이 올라와 구를 덮었다.
빨간 열기가 이글거리며, 나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파이어 볼.
화염계 마법사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마법이었다. 마법사의 능력에 따라서는 고위 마법과도 비슷한 위력을 내는 마법.
나는 검을 들면서 파이어 볼을 쳐다보았다.
저 녀석의 파이어 볼은 그 정도 위력을 가지진 않았다. 볼의 크기나 열기를 보면 딱 2군 전투 헌터들이 쓰는 파이어 볼과 똑같았다.
“이게 끝이면 너무 섭섭한데.”
자세를 낮추며 파이어 볼을 피했다.
내 뒤에서 벽에 맞고 터지는 파이어 볼. 검은 그을음과 함께 벽이 파여 있었다.
스켈레톤 궁수의 화살이 벽에 튕겨 나간 것을 생각해 보면 상당한 위력이긴 했다.
그러나 안 맞으면 끝이었다.
그때, 정면에서 화살을 장전한 스켈레톤 정예 궁수들이 나를 향해 날렸다.
일반적인 궁수와는 확실히 속도가 달랐다. 거기다 시간 차를 두고 화살을 날리는 것을 보니, 급이 다르긴 했다.
왼쪽.
오른쪽.
좌우 스탭을 밟으며 두 개의 화살을 피하며, 검을 쥐고 앞으로 뛰어갔다.
약간의 돌린 고개로 벽에 박힌 화살이 보였다. 화살 깃이 위아래로 크게 흔들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합!”
먼저 정면에 서 있는 스켈레톤 정예 병사의 머리를 부쉈다. 양옆에서 검을 들고 다가오는 스켈레톤 정예 병사.
왼쪽에서 먼저 검을 휘둘렀다.
나도 검을 들어 공격을 막고, 몸을 회전하며 스켈레톤 정예 병사의 뒤로 이동했다.
퍼억!
뒤에서 발로 차, 스켈레톤 정예 병사를 앞으로 밀었다. 오른쪽에서 찌르기 자세로 다가오던 스켈레톤 정예 병사의 검이 자신의 동료 머리를 뚫고 지나갔다.
그때 날아오는 화염과 화살들을 피하며, 마지막 남은 스켈레톤 정예 병사를 마무리 지었다.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 화살.
머리를 노리며 다가오는 화살을 피하기 위해 몸을 숙였다. 그리고 처리하기 위해 앞으로 달려갔다.
피슛!
그때, 가슴을 노리면서 날아오는 또 하나의 화살.
나는 빠르게 몸을 피하며 검을 휘둘렀다. 검에 맞은 화살이 하늘로 올라가 벽에 박혔다.
“어딜.”
스켈레톤 정예 궁수 두 마리를 빠르게 처리하고, 앞에 남아 있는 스켈레톤 마법사를 쳐다보았다.
양팔을 벌리고, 천장을 바라보며 몸을 부들 떨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귀곡성이 들렸다.
“끼이이이야아아아악!”
나는 재빨리 귀를 막았다.
동료들이 모두 죽어서 슬퍼하는 듯.
스켈레톤 마법사가 화난 듯 보였다. 표정이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의 행동으로 그러하게 느껴졌다.
허름한 망토가 펄럭거리기 시작하면서, 스켈레톤 마법사 주위로 푸른색의 마나가 요동쳤다.
요동치는 마나로 인해 바닥이 들끓었고, 스태프의 마석이 터질 듯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강력한 마나의 파동.
이 정도의 파동이라면 엄청난 마법일 것이다.
나는 가만히 지켜보지 않고, 빠르게 앞으로 달려갔다. 이 이상 시간을 주면 자칫 위험해질 수 있었다.
스켈레톤 마법사의 정면에 서서, 나는 검을 휘둘렀다.
짧고 간결하게.
위에서 아래로 내려그은 검에 스켈레톤 마법사가 반으로 잘리며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요동치던 마나가 천장으로 폭발했다.
퍼엉!
통제를 잃은 불꽃이 천장으로 뿜어지며 공동을 순간 가득 채웠다.
나는 곧바로 숨을 참으며 몸을 뒤로 뺐다.
마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고요함만 남은 공간에 서 있는 것은 오직 나 하나뿐이었다.
‘미쳤네.’
정제되지 않은 마나가 이 정도라면, 완성된 마법은 필시 지금의 나라고 하더라도 크게 다쳤을 게 분명했다.
‘처리하길 잘했군.’
얼마나 강한지 확인해 보고 싶어서 마법을 쓰게 내버려 둘 생각이었다가, 마나의 파동을 보고 급하게 정리한 것이었다.
얻어맞았다간 큰일 날 뻔 했다.
‘다음에는 마법사부터.’
나는 먼저 처리해야 할 순서에 대해 정리하며, 바닥에 떨어진 마석들을 챙겼다.
스켈레톤 마법사가 쓰러진 곳으로 갔다.
스태프는 이미 부서지고, 커다란 마석만 동그라니 남아 있었다.
그것을 주워 아공간 주머니에 넣으니 B급 마석이 하나 추가되었다.
‘아무래도 이호연 덕분에 한 번에 깊숙한 곳으로 들어왔나 본데.’
위층과 난이도가 너무 달랐다. 던전의 위치가 뒤틀리면서 단숨에 이 층의 안쪽으로 파고든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내 눈에 한 가지 물건이 더 눈에 띄었다.
“어?”
그 옆에 또 하나 떨어져 있는 양피지 하나를 주워들었다.
한쪽으로 말려서 검은 리본이 묶여 있었다. 겉면에는 낡아서 누레진 부분이 보였다.
양피지를 들고 고민했다.
원래라면 감정을 한 다음에 아이템에 대해 파악해야 했다. 특히나 이런 언데드 계열의 던전에서는 저주가 걸린 아이템들도 많으니까.
나는 고민을 하다가 양피지를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생각해 보니 아공간 주머니가 반 감정을 해준다는 것이 떠올랐다.
[지하 2층 지도]
나는 양피지를 다시 꺼냈다.
정확히 어떤 아이템인지 구별하지 못했더라면 물음표가 떴을 것이다. 오각형의 보석으로 이루어진 마석처럼.
‘열어볼까?’
지하 2층 지도라면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분명했다. 양피지를 고정하고 있는 검은 끈을 풀었다.
왼손으로 끝을 잡고, 오른손으로 밀면서 양피지를 폈다. 넓은 양피지에 나타난 것은 미로처럼 보이는 그림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하 2층의 길을 나타내고 있었다. 한 개의 키워드가 적힌 장소가 다섯 곳이 있었다.
지도에 공통적으로 쓰여져 있는 키워드는 간단했다.
[어둠에 물들어라.]
내가 있는 위치가 어딘지 고민하고 있을 때, 몸 안에서 무언가 빨려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와 함께 지도에 점 하나가 찍혔다.
검은색 점.
아마도 저게 내가 있는 위치인 것 같았다. 양피지를 들고 앞으로 걸어가 보았다.
마석도 다 주웠겠다, 이제 앞에 있는 통로로 이동하는 것만 남았다.
통로 쪽으로 걸어가자 지도의 검은 점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서 있는 위치부터 위쪽으로 뚫린 길을 따라 훑어보았다. 조금 긴 직진 통로를 지나 방금 같은 공간을 지나면 키워드가 적힌 장소가 나왔다.
키워드가 적힌 장소를 표시하는 크기는 지금의 공간보다 두 배는 컸다.
저곳에 가면 분명 강한 몬스터가 나올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내가 얻을 포인트도 늘어날 것이다.
쿠구구구궁.
땅이 울리면서 셔플 던전의 특성이 발동되었다. 혹시나 지도가 무용지물이 되어버릴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양피지에는 새로 바뀐 지도가 그려지고 있었다.
아주 만족스러운 아이템이었다.
‘좋네.’
나는 새로 바뀐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 * *
“왼쪽!”
김세아의 말에 이찬혁이 검을 휘둘렀다. 왼쪽에서 노리고 오는 스켈레톤 정예 병사의 머리를 부수고는 옆에 있는 정예 궁수를 향해 달려갔다.
뒤에서는 최창식의 지휘로 환웅 길드가 스켈레톤 정예 병사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아이스 스피어.”
이찬혁에게 활을 겨누고 있는 스켈레톤 정예 궁수의 머리에 아이스 스피어를 적중시키는 김세아.
사람이 많아서 전투는 빨리 정리되었다.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두 개의 갈림길로 나눠진 공간이 나왔다.
그 중앙에서는 스켈레톤 정예 병사들과 정예 궁수들. 그리고 스켈레톤 마법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세아는 잠시 고민했다.
수가 다 합쳐서 20마리를 넘어갔기에 빠르기 처리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상위 마법을 사용해야 했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김세아는 이찬혁을 쳐다보며 말했다.
“나한테 들어오는 공격만 막아줘.”
고개를 끄덕이며 김세아의 앞에 검을 들고 서는 이찬혁. 환웅 길드는 앞으로 달리며 조금이라도 수를 줄이기 위해 자신들의 무기를 휘둘렀다.
김세아는 바로 몸 안에 흐르는 마나를 집중시켰다. 동굴 안이라 그런지 서늘한 기운이 자신과 맞아 효율이 좋았다.
마나를 양손으로 보낸 뒤에 주위의 마나를 끌어들였다. 티끌처럼 모이던 마나가 조금씩 늘어나며, 점점 빠르게 모였다.
방대한 마나.
마법 아이템이 있었다면 더욱 효과가 좋았겠지만, 김세아에게는 특성이 있었다.
주변에 모인 마나를 빙결 속성으로 바꿨다.
일순간 김세아의 주위에 서리가 일어나며 머리가 하얀색으로 변했다.
이찬혁은 그 상황을 지켜보다가 정면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 피해요!”
환웅 길드가 소리를 듣고, 싸움을 멈춘 뒤에 뒤로 빠졌다.
김세아는 천천히 눈을 뜨고 환웅 길드가 모두 뒤로 빠진 것을 확인했다.
그 순간에도 빙결 속성으로 변한 마나가 재촉했다.
모든 것을 얼리고 싶다고.
김세아는 제어하고 있던 빙결 속성 마나를 풀어버리며 외쳤다.
“아이스 웨이브!”
김세아의 주변에서 일어난 서리가 폭발하듯, 정면에 있는 스켈레톤 들을 향해 퍼져 나갔다.
서리를 만들어낸 빙결 마나가 모여 거대한 파도를 만들었다.
파도는 스켈레톤들을 뒤엎었고, 그 일대를 모두 얼려 버렸다. 얼음 안개가 피어오르며 상황을 종식 시켰다.
쩌저적!
스켈레톤들이 모두 갈라지며,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환웅 길드는 김세아의 마법에 놀란 표정을 쉽게 지우지 못했다.
전투가 끝난 뒤.
갈림길이 나왔다.
“두 개로 나뉘었으니 저희도 갈라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김세아의 말에 정신을 차린 최창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황만 봐도 같이 다니는 것보다는 따로 다니는 게 효율적이었다.
거기다 갈림길이 나왔으니 그렇게 하는 게 맞았다.
“저희가 오른쪽으로 갈게요.”
김세아가 말을 마치고 이찬혁과 함께 몸을 움직였다.
오른쪽에 있는 길로 사라지는 김세아를 보며, 최창식은 왼쪽에 있는 길로 들어섰다.
최창식의 옆을 따라가던 사내가 방금 전에 봤던 광경이 인상 깊었는지 중얼거렸다.
“대단하네. 저 사람……. 아!”
자문자답하듯, 사내가 스스로 감탄하자 옆에 있던 다른 일행이 물었다.
“왜?”
“그 S급 특성을 가진 이번 헌터 학교 졸업생, 걔네!”
최창식은 뒤에서 떠들고 있는 두 놈을 바라보며 말했다.
“감탄은 나중에 하고. 일단 지금 상황에 집중해라.”
한마디를 했을 뿐인데,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들이 함께해온 시간은 적은 시간이 아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켈레톤 정예 병사들을 처리하며 한참 안으로 들어갔을 때, 정면에서 붉은 안광이 비치는 게 보였다.
“경계.”
최창식의 말에 길드원이 검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양쪽에 걸려 있던 횃불은 어디 갔는지, 정면이 어두웠다. 발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조금씩 나타났다.
긴 팔과 다리를 가지고 온몸이 털로 뒤덮인 괴인.
해미 길드의 이호연이었다.
뒤에 있던 두 놈은 약간의 경계를 풀었다. 몬스터만 만나다가 그래도 같은 헌터를 만나니 다행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최창식은 경계를 풀지 않았다.
일단 저 녀석은 자신들의 길드와 감정의 골이 깊을뿐더러, 아이리스 길드의 오유성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여러모로 길드 간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상태였고, 오유성도 도발에 응했다고는 하지만, 제정신 박힌 인간이 할 짓은 아니었다.
“아이리스 길드는 어딜 가고 너네만 남은 거지?”
“그럼 너는 동료들은 어쩌고 혼자 있는 거지?”
“그딴 건 알 거 없고.”
거친 말투에 최창식은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고쳐 잡았다.
그런 최창식을 바라보던 이호연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좋게 좋게 생각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말이야. 암만 생각해도 기분이 더럽단 말이지…….”
* * *
지도를 가지게 되니 무척이나 편했다.
내 위치를 알고, 얼마나 남았는지 알면서 움직인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키워드가 적힌 장소가 나왔다. 앞에서 나타난 스켈레톤 정예 병사 두 마리와 스켈레톤 마법사 한 마리.
나는 빠르게 달려가며 스켈레톤 정예 병사의 사이로 슬라이딩하여 빠져나갔다.
그리고 뒤에 있는 스켈레톤 마법사를 먼저 공격했다. 이미 캐스팅을 마친 파이어 볼을 날리는 스켈레톤 마법사.
나는 바로 근접거리에서 날아오는 파이어볼을 피하고 녀석의 머리에 검을 꽂았다.
“빨리빨리 끝내자.”
뒤로 돌아 남은 두 녀석에게도 빠르게 정리했다. 마석을 챙기고, 원래 가려고 했던 방향을 쳐다보았다.
철로 이루어진 거대한 문이 보였다.
지도를 보니, 이 문 너머가 바로 키워드가 적힌 공간이었다.
문 앞에 서자, 그곳에도 지도에 본 것과 똑같은 문구가 쓰여 있었다.
[어둠에 물들어라.]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몸 상태를 최상으로 끌어올린 나는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