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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22화 (22/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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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 022화

11장 남이 깔아준 판에서 날로 먹기(1)

“뭐하는 짓이야!”

김세아가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호연을 향해 소리쳤다. 그는 그런 김세아를 보며 미친 듯이 웃었다.

“크큭큭. 실수야, 실수. 누가 셔플 던전일 줄 알았나.”

이찬혁이 그 상황을 지켜보다 참지 못해 소리를 질렀다.

“이 미친 새끼가!”

사라진 웃음.

지극히 낮고 살기가 물씬 나는 어투, 이호연이 이찬혁을 향해 쏘아붙였다.

“똑같은 꼴 나고 싶지 않으면 닥치고 있어.”

이를 악물 던 이찬혁이 뛰쳐나가려 하자, 김세아가 손을 들며 막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놈이야. 무시하자. 지금은 빨리 이곳을 공략하고 오유성을 만나는 게 먼저야.”

김세아를 보며 한껏 비웃는 이호연.

“그래그래. 잘 해보라고.”

이호연이 먼저 던전 안으로 들어갔고, 뒤를 따라 강채리와 이차웅이 뒤를 따랐다.

해미 길드에게서 시선을 거둔 김세아가 최창식에게 말했다.

“일단은 저희라도 협조해서 빨리 공략을 마치도록 하죠.”

최창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럽시다.”

셔플 던전의 벽을 부숨으로 인해 던전의 구조가 바뀐다고는 하지만, 이제 겨우 한 번이기 때문에 큰 구조가 바뀐 것은 아니었다.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면 오유성을 만날 확률이 높았다.

“근데 저거 그쪽 짐 아니에요?”

환웅 길드의 남성 한 명이 벽 쪽에 떨어져 있는 가방을 가리켰다. 김세아와 이찬혁은 그것을 보더니 안색이 파래졌다.

이찬혁이 가방을 주워 매며 말했다.

“어떡하지?”

다른 건 필요 없고, 생존에서 가장 중요한 비상식량이 모두 이 가방 안에 들어 있었다.

한 마디로 오유성에게는 식량이 없다는 소리였다.

김세아가 머뭇거림 없이 안쪽으로 걸어 뛰어가며 외쳤다.

“빨리 만나야 돼.”

이찬혁이 뒤를 따라 달렸고, 환웅 길드가 뒤따랐다.

콰아아앙!

그때 앞에서 들리는 굉음.

벽을 부수는 소리가 분명했다. 김세아와 이찬혁, 환웅 길드의 앞에 있는 사람들은 해미 길드 뿐이었다.

저 소행도 해미 길드가 일으킨 것이다.

김세아가 용서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정면을 노려보았다.

그 뒤에 있던 이찬혁이 애꿎은 바닥을 발로 찍으며 소리쳤다.

“이런 미친!”

두 번.

지금부터는 문제가 조금 생길 수 있었다. 바닥이 울리며 양쪽에 있는 벽들이 떨렸다.

지금 서 있는 통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아마 던전의 구조가 바뀌고 있을 것이다.

콰아아앙!

세 번.

이제는 오유성을 찾는 것이 쉽지 않게 되었다. 뒤에 있던 입구 또한 보이지 않았다.

출구와 입구가 사라진 상황.

다른 방법이 없었다.

진동이 울리는 와중에도 앞서 달리던 김세아는 부서진 벽으로 넘어가는 해미 길드를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스켈레톤들의 뼈다귀가 사방에 널려 있었다.

“미안, 실수로 힘 조절이 안 돼서.”

비릿한 미소를 날리는 이호연.

김세아가 분노에 몸서리치며,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유성이 안 다쳤길 기도해라. 만약 죽었다면 그 책임을 꼭 물을 테니까.”

“그럴 시간에 빨리 움직이는 게 좋을걸?”

마지막 말을 마치고 벽으로 사라진 이호연. 뒤따라 달려온 이찬혁과 환웅 길드를 쳐다보며 김세아가 말했다.

“지금부터 공략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겠습니다.”

* * *

“으하하하하!”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왼쪽과 오른쪽.

나는 양쪽을 번갈아 쳐다보며 고민했다.

정말로 행복한 고민이었다.

어느 쪽으로 가든 일행을 만날 확률은 지극히 낮았다.

똑같은 통로가 보이고 양쪽의 횃불이 불을 밝히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하려나.’

벽을 부숨으로 인해 셔플 던전에 변화가 일어났다. 첫 번째라 큰 변화까진 아니어서 일행과 오래 떨어져 있기 힘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즈음.

얼마 있지 않아 두 번의 진동이 더 울리며 구조가 아예 바뀌었다. 이제는 어디가 출구 쪽이고, 어디가 입구 쪽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이런 짓을 할 사람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크으. 이호연! 고맙다아아아!”

녀석이 이런 짓을 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 나를 고립시켜서 간접적으로 처리하는 것.

내 짐 가방은 벽 너머에 있었고, 그래서 가지고 있는 식량이 없었다. 이것까지 치밀하게 생각했다면 정말 대단하다고 박수 쳐주고 싶지만. 심지어 그것마저도 나에겐 전혀 타격이 없었다.

“에너지바 10개 구매.”

[에너지 바×10를 구매하셨습니다.]

포인트 상점에서 아주 싼 가격에 먹을 것을 구입할 수 있었다. 장비나 스킬에 대해서는 아주 비싸지만, 영약이 아닌 이상 먹을 것에 대해서는 가격이 비싸지 않았다.

‘가장 비싼 게 5포인트였나?’

허공에서 나타나는 에너지바 10개 중 하나만 챙기고 나머지는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봉지를 뜯어 한입 물어뜯고는 왼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답지에서 답을 바꾸면 항상 틀리듯이, 처음 정한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에너지바를 베어 물자, 초콜릿의 달달함과 견과류의 고소함이 입안에서 가득 퍼졌다. 던전에서 에너지바 하나의 여유를 즐기며, 주위 경관을 감상했다.

그때, 피부에 닭살이 돋아오르며 싸늘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을 입안에 넣으며, 검을 잡았다.

긴장감을 올리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저 멀리서부터 뼈가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어둠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스켈레톤 병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마리.

‘괜히 쫄았네.’

나는 빨리 처리하기 위해 검을 들며 달려갔다. 머리를 노리면서 들어간 일격이 막혔다.

탕!

스켈레톤 병사가 자신이 들고 있는 검을 들어 내 공격을 막은 것이었다.

나는 검을 뺀 다음 찌르기 자세로 다시 한번 머리를 노렸다. 이번 공격은 몸을 피하면서 흘려내는 스켈레톤 병사.

‘음?’

그 순간, 1층에 있었던 스켈레톤 병사와는 급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공격을 피한 스켈레톤 병사의 반격.

나는 몸을 돌려 검으로 녀석의 공격을 쳐내며 뒤로 빠졌다. 자세히 보니 스켈레톤 병사와는 조금 다른 점이 보였다.

일단 들고 있는 검이 달랐다.

뼈로 이루어진 검을 들고 있던 스켈레톤 병사와 달리 이 녀석은 철로 된 검을 들고 있었다.

그다음, 반사 신경이나 몸의 움직임이 단조로웠던 스켈레톤 병사와 달리 유연했다.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녀석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빛.

‘정예쯤 된다 이건가.’

정예라는 말이 붙음으로써 당연히 병사보다 강하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실력의 차이는 생각보다 더 컸다.

지원 헌터와 전투 헌터 만큼이나.

그러나 지금의 나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검을 다시 들어 자세를 취하고, 스켈레톤 정예 병사에게 다가갔다. 그 차이가 커지고, 스켈레톤 병사보다 강하다고 하지만, 어차피 스켈레톤의 한 종류일 뿐이다.

데스나이트나 듀라한이 아닌 이상 그 한계는 분명히 존재했다.

“반가웠다.”

스켈레톤 정예 병사가 사선으로 휘두르는 검을 한 끗 차이로 피하며, 머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바짝 땅겨지는 근육들.

힘 조절 따위는 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힘을 사용해 머리를 노렸다.

퍽!

산산 조각나며 비산하는 스켈레톤 정예 병사의 두개골. 무너지는 뼈를 밟으며 바닥에 떨어진 마석을 챙겼다.

C급 마석이 한 개가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만난 두 놈에게서도 연달아 마석이 나오자 난 확신할 수 있었다.

‘한 놈에 한 개다!’

한 놈에 한 개라니.

한 놈이 얼굴을 보였으니, 이 안에서는 이제 계속해서 몬스터가 나타날 것이다.

스켈레톤 정예 병사 또는 정예 궁수가 나오겠지만, 걱정은 되지 않았다.

이제 내 눈에 녀석들은 마석을 떨어뜨리는 황금 거위와 똑같으니까.

“오!”

내가 안으로 들어가려 햇것만, 친히 나를 마중 나온 스켈레톤 정예 병사 두 마리.

나는 입맛을 다시며 녀석들을 향해 달려갔다.

원 샷 원 킬.

처음이야 스켈레톤 병사인 줄 알고 적당히 힘 조절을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퍽퍽!

내 공격에 허무하게 무너지는 스켈레톤 정예 병사들을 보며, 입가에 미소가 올라갔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두 개의 마석. 한 놈에 하나씩 떨어지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마석이 넘쳐나는 노다지에서 칼춤을 추며 안으로 달려갔다. 즐기며 천천히 움직이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마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 *

“한창 재미 보고 있었는데.”

나는 투기장으로 바뀐 시야를 보며 아쉬움을 표했다. 방금 전까지 내 손에서 터져 나가며 마석을 흘리던 스켈레톤 정예 병사들이 눈에 아른거렸다.

‘뭐. 포인트도 중요하니까.’

마석도 중요하지만 녀석들을 잡으며 얻는 포인트 양에 비하면 투기장에서 얻는 것은 비교가 되지 않게 많았다.

어차피 금방 처리하고 돌아가는 대로 다시 칼춤을 추면 되었다.

“왔는가?”

앞에서는 중년 남성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옆으로 가서 앉아 이제 일상이 된 소주를 구매했다.

[소주를 구매하셨습니다.]

잔을 받으며 나를 유심히 쳐다보던 중년 남성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요즘 자네를 보면 많이 달라졌다고 느껴지는데 자네도 그것을 느끼는가?”

물론 많이 달라졌다.

힘은 이미 5랭크를 찍었고, 민첩이나 체력도 포인트가 되는 대로 꾸준히 투자하고 있었다.

그 덕에 체력은 벌써 5랭크를 찍은 상태였다.

이제 민첩만 5랭크의 고지를 앞두고 있었다.

“많이 강해졌죠.”

그러자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중년 남성이 말했다.

“단순히 강해진 것을 얘기하는 게 아니네. 자네는 처음부터 강하지 않았나? 처음 만나는 고블린을 단칼에 죽이고 오크가 나타났을 때 기뻐했던 사람은 내 일생 자네가 처음이었네.”

생각해 보니 그랬다.

고블린과 오크 녀석들은 나도 충분히 잡을 수 있도록 현실에서 분석과 연구가 끝나 있었다.

나는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중년 남성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럼 뭐가 달라진 거죠?”

“분위기. 자네에게서 풍기는 분위기가 달라졌네.”

“분위기요?”

더 자세히 듣고 싶었지만 투기장에서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나는 중년 남성을 쳐다보았다.

“좋은 변화면 좋겠네요.”

중년 남성의 알 수 없는 미소를 보며 나는 투기장으로 걸어갔다.

* * *

투기장에서 돌아온 순간. 나는 직감했다.

‘슬슬 오크도 끝인가.’

고블린에 비해서, 오크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상대로 나왔다.

그러나 이제 슬슬 그 상대도 끝이 나는 것 같았다.

스탯이 4랭크가 될 때까지의 자신과, 5랭크가 된 자신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실력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었고, 겪은 일들에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

중년인이 말한 달라졌다는 말의 뜻은, 어쩌면 그런 것에서 나타난 변화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 투기장이라는 것은, 그런 내 변화를 외면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제 곧 민첩까지도 5랭크니까…….’

그즈음, 또 한 번 변화가 있을 것 같았다.

상대가 바뀌든가, 어쩌면 이전에 봤던 빛무리가 이번엔 자신을 찾아오든가.

직감이었다.

“후아.”

투기장에서 돌아와 멈추지 않고, 스켈레톤 정예 병사를 사냥했다. 마석이 계속해서 떨어지니, 그것을 줍는 재미에 맛 들여 버렸다.

더 이상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기도 했고, 배고 고파 잠깐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나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에너지바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이 너머에는 무언가 있다는 감이 느껴졌다.

아마도 스켈레톤 정예 병사보다는 강한 녀석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일정 몬스터를 처리하면, 더 강한 몬스터가 나오는 패턴을 보였으니, 지금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에너지바로 허기를 달래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 깨어나니 몸이 금방 상쾌해졌다.

최근에 5랭크로 올린 체력 스탯 덕분에 회복력도 올라가 웬만하면 금방 피로가 회복되었다.

“어디 한번 들어가 볼까.”

나는 검을 부여잡고,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1층과 같은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내가 있는 곳 반대편에 또 다른 길로 이어지는 통로가 보였다.

아무래도 저곳으로 지나가야 하는데, 그렇게 쉽게 보내줄 것 같지는 않았다.

쿠구궁!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흙먼지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스켈레톤들.

정면에 나타난 스켈레톤 정예 병사 세 마리와 뒤에 나타난 스켈레톤 정예 궁수 두 마리.

그리고 다 낡아서 찢어지기 일보 직전인 망토를 두르고 있는 스켈레톤이 하나 보였다.

손에 들린 뼈로 된 스태프.

그 끝에 달린 둥근 마석은 여태까지 내가 주워왔던 마석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고 영롱한 빛을 뿜었다.

스켈레톤 마법사.

자신에게 흑마법을 사용해 불로불사가 되어 자신의 사고 의지를 가진 리차와 다르게, 자신의 의지는 존재하지 않는 스켈레톤 마법사.

“호오.”

오로지 스켈레톤 마법사의 스태프에 있는 마석이 눈에 들어왔다.

그 영롱한 마석이 눈에 들어오자 반가웠다.

돈으로 보였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더 강한 존재의 발견.

투기장의 오크보다, 지금까지의 스켈레톤보다 조금이라도 더 강한 자와의 전투에서 쌓일 경험과 성취.

난 스켈레톤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할 텀을 조금 쥐여준 뒤,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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