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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21화 (21/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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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 021화

10장 남의 싸움판에서 팝콘 먹기(2)

최창식이 기가 차다는 듯 말했다.

“익히 쓰레기라는 소문은 들었는데.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었네.”

“잠깐만요.”

김세아가 그들을 중재하고 나섰다.

“그러니까 지금 서로의 구역이 털렸고. 서로 상대를 의심하고 있는 거예요?”

뒤에 있던 환웅 길드의 남성 한 명이 김세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네 짓 아니야?”

그의 말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서로를 노려보던 길드가 동시에 아이리스 길드를 겨냥하고 있었다.

사라진 마석들.

유일하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은 것은 아이리스 길드뿐이었으니, 자연스레 의심을 넘겨받았다.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예상했다.

나는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러면 각자 마석을 꺼내보도록 하죠.”

내 말에 가만히 고민하던 환웅 길드와 해미 길드가 자신들의 마석을 꺼내 개수를 셌다.

김세아 또한 마석의 개수를 꺼내고 같이 확인을 했다.

구멍은 총 25개.

환웅 길드가 원래 퀘스트의 주인이었으며, 미세하게 이 구역에 먼저 도착했으므로 9개, 나머지 길드가 8개씩 부여받은 상태였다.

그런데 얼추 아이리스는 자기들 몫을 공략한 것만큼만 나왔고, 환웅과 해미도 마찬가지였다.

귀신같이 구멍 세 개 털린 몫의 마석이 빈 셈이었다.

“저흰 딱 저희 것만 공략했습니다.”

아까 우리에게 의심을 넘긴 남자가 계속해서 우리를 공격했다.

“딴 주머니 챙겼을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참고 있던 이찬혁이 분통 터지는지 한마디 거들었다.

“그렇게 따지면 당신들도 마찬가지 아니야? 어처구니가 없네. 당신들 구역을 못 챙긴 게 우리 책임이라고?”

“찔리는 거라도 있나 보지?”

한마디에 한마디가 더해져 던전 안이 난장판이 되려고 할 때, 내가 앞으로 나섰다.

“어차피 이후로도 같이 행동할 거 아닙니까. 던전 클리어까지 계속 숨기고 있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까?”

내 말은 일리가 있었다.

다음 층은 다 같이 모여서 진입할 것이다. 그리고 이후의 진행도 그러했다.

그러자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특히 이호연이 나를 강렬하게 쳐다보았지만, 이내 시선을 거뒀다.

의심의 시선이라는 게 뻔히 읽혔다. 그러나 나는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가 알고 있는 나는 지원 헌터에 갓 전투 헌터로 올라온, 자신보다 못한 놈이니까.

최창식이 이를 갈며 말했다.

“그럼 어쩌자는 겁니까.”

그때, 내가 김세아에게 귓속말로 중얼거렸다.

김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세아의 동의를 얻은 나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냥 원칙대로 가는 게 어떻습니까.”

“원칙?”

“어차피 여긴 실력대로 먹기로 한 거 아닙니까……. 차라리 구역 정한 것도 다 없애기로 하고 실력대로 먹읍시다.”

사람들은 가만히 듣고 있었다.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대신, 이번 사건으로 인한 감정도 다 버리는 것으로 합시다. 적어도 던전 나갈 때까지 불화가 심각해서 좋을 건 없습니다…….”

불화에 불똥 튄 입장인 아이리스가 중재를 선 꼴이 되자 환웅 측도, 해미 측도 더 이상 화내기가 애매해졌다.

단, 이호연은 그 제안을 한 당사자가 나라는 사실에 입이 근질거리는 기색이었다.

그러나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최창식이 먼저 수락을 해버렸다.

“이성적인 판단이네. 오케이. 난 동의.”

최창식이 이렇게 나오자, 이호연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완전히 감정을 푼 게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최창식이 자신의 팀원들을 데리고 대놓고 해미 길드 영역이었던 구멍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것을 본 이호연이 미친놈처럼 웃었다.

“크크크큭.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고.”

이호연 또한 해미 길드원들을 데리고 환웅 길드의 영역이었던 구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찬혁이 그걸 가만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계속…… 싸우는데?”

그러나 김세아는 침착했다. 차분히 감겨 있던 눈이 떠지며 입을 열었다.

“그러라고 이런 거야.”

이러나저러나, 원한 산 거 없는 아이리스는 이득 볼 일만 남았다.

혹시 내 마음을 읽은 걸까. 김세아가 구멍 쪽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있는 힘껏 다 털어버리자.”

나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오케이.”

* * *

앞에서 나에게 검을 휘두르는 스켈레톤 병사를 처리하고 안에 있는 마석들을 주웠다.

얻은 마석들을 아공간 주머니에 넣은 채 구멍 밖으로 나왔다.

‘이런 걸 보고서 ‘개꿀’이라고 하는 건가.’

난타전이 시작되고 해미 길드와 환웅 길드 쪽의 구멍을 하나씩 더 털었다.

그 둘은 서로를 견제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리스 길드는 그나마 견제를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챙겨갈 수 있었다.

지금 그들의 눈에는 서로에 대한 적개심이 가득해 우리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밖으로 나온 나는 팀원들을 기다렸다.

얼마 있지 않아 김세아가 나왔고, 뒤이어 이찬혁도 바로 옆 구멍에서 빠져나왔다.

“가자.”

세 사람이 모인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 몫으로 남아 있는 구멍이 하나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협상을 통해 구역을 나눈 건 없던 말이 됐다지만, 괜히 우리 구역을 다 먹기도 전에 남의 구역을 들쑤셔서 저 갈등의 골에 뛰어들 생각은 없었다.

우리는 아이리스 길드에게 남은 마지막 구멍을 공략하러 안으로 들어갔다.

내 옆에서 걷던 이찬혁이 물었다.

“쟤네, 아직도 심각하냐?”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그사이에 내가 더 털었으니,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더 깊어졌지, 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스켈레톤들이 나타났고, 공략이 시작됐다.

내가 한 놈.

이찬혁이 한 놈.

나머지는 김세아가 아이스 스피어로 처리했다. 한참을 그렇게 스켈레톤을 잡아가면서 들어갔다.

우리의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마석도 많이 챙길 수 있었고, 역할분담도 잘되어 더 이상 무리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순식간에 구멍의 끝에 도달한 우리는, 입구에 나와서 공략된 흔적이 없는 구멍은 딱 하나가 남아 있었다.

바로 해미 길드의 구역이었던 구멍이었다.

나는 김세아에게 물었다.

“우리 거 다 하고 하는 거니까 뭐 어쩔 수 있나?”

김세아가 피식 웃으며 맞장구쳤다.

“그렇지?”

“들어가자.”

내 말에 김세아와 이찬혁이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들어간 지 조금 지나서, 몇 번의 스켈레톤 무리를 맞닥뜨린 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찬혁의 입에서 내가 받은 감상과 똑같은 말이 나오자, 착각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뭔가 몬스터가 너무 자주 나오지 않냐?”

조금 더 깊게 들어가자 이번엔 김세아가 말을 꺼냈다.

“들어갈수록 조금 더 세지는 거 같기도 하고……?”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뻔했다.

구멍의 끝에 도달하자, 평소와는 차원이 다르게 커다란 공동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스켈레톤 병사 10마리와 스켈레톤 궁수 10마리가 나타났다.

이찬혁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박이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탕 제대로 걸렸네.”

이렇게 스켈레톤이 많으면, 분명 마석도 많을 테니까. 그 수가 많기는 하지만, 우리에게는 김세아가 있었다.

다량의 아이스 스피어를 만들어내며 김세아가 말했다.

“궁수들은 나한테 맡겨.”

나와 이찬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으로 달렸다.

내가 앞에 있는 스켈레톤 병사의 두개골을 부수고, 다음으로 이동할 때까지 궁수들의 공격은 오지 않았다.

잠깐 눈을 돌려 확인하니, 김세아가 확실하게 처리를 끝낸 상태였다.

스켈레톤 병사들이 휘두르는 뼈 검 사이를 움직이며, 검을 휘둘렀다.

퍼억!

나와 이찬혁의 공세에 스켈레톤 병사들도 빠르게 정리되었다. 사방에 널린 뼈다귀를 보며 이찬혁이 말했다.

“더럽게 많네.”

사냥을 마쳤으니, 전리품을 챙길 차례였다. 주위를 탐색하며 마석을 찾고 있을 때, 갑자기 거대한 진동이 일어났다.

땅이 갈라지며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만들어졌다. 그 길 밑으로는 하나의 문으로 생긴 것이 보였다.

가장 가까웠던 내가 밑으로 내려가 자세히 확인해 보았다. 검은 철로 이루어진 문이었다.

약간의 힘을 주어 열어보려고 했지만, 꼼작도 하지 않았다. 문 옆에는 그릇 같은 모양에 돌이 있었다.

가운데가 뚫려 있어 무언가를 넣는 것처럼 보였다.

‘역시.’

나는 위로 올라오며 말했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문을 발견한 것 같아.”

지하 2층.

그곳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각 구멍에 있던 열쇠 마석들을 저 구멍에 넣어야 했다.

김세아가 내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세 길드가 모두 모여야겠네.”

이곳에 스켈레톤이 많았던 것은 이 문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호연이 병신이지.’

환웅은 기를 쓰고 자기 구역 방어와 함께 해미 길드의 구역을 털려 들었고, 해미는 마찬가지로 자기 구역의 방어와 함께 환웅 길드의 구역을 털려 들었다.

여긴 해미 구역이었으니, 만약에 이호연이 자기 구역을 우선적으로 지키려고 했다면, 땡잡은 건 우리가 아니라 이호연이었을 것이다.

“땡잡았네.”

김세아가 때마침 내 속마음과 똑같은 말을 입에 담았다.

모든 구멍 공략을 마치고 세 길드가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입구에 모였다.

김세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던전에 내려가려면 열쇠 마석이 필요해요.”

각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열쇠 마석을 꺼냈다.

아이리스 길드가 7개.

환웅 길드가 6개.

해미 길드가 6개였다.

기를 쓰고 서로의 것을 빼앗겠다고 설친 결과가, 아이리스보다 못했다.

심지어 열쇠 마석 몇 개는 구멍 안이 거의 비어 있는 허탕이란 걸 감안하면 두 길드와 아이리스의 차이는 훨씬 컸다.

그러나 양 길드는 아이리스와 자신들을 비교하지 않았다.

‘해미 이 새끼들이 그럼 그만큼 뒷주머니를 찼다는 거 아냐?’

‘환웅 이 개자식들이…….’

또다시 갈등이 터지려고 하자, 김세아가 중재를 섰다.

“일단 들어가죠. 들어가서 생각해요.”

19개의 마석을 모두 그릇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푸른빛이 강하게 일어나더니, 검은 철문이 약간 열리며 틈을 만들어냈다.

나는 앞으로 다가가 힘을 주고 문을 열었다.

드르륵!

문이 조금씩 열리며 하나의 통로가 나타났다. 횃불들이 양옆으로 나열되어 있어 안은 환했다.

가장 선두로 이동할 사람들이 먼저 내려왔다.

시종일관 서로의 눈치를 보며, 분위기를 살피는 환웅 길드와 해미 길드랑은 다르게 우리의 입가에는 미소가 서려 있었다.

마지막에 얻은 마석까지 대량의 마석을 챙길 수 있었다. 물론 지하 2층에서도 제일 많이 챙길 예정이었다.

“뭐가 그렇게 웃기냐.”

나를 쳐다보던 이호연의 표정이 약간은 일그러져 있었다. 딱 봐도 분노를 풀 대상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대상을 나로 삼은 것이 분명했다.

이 안에 있는 사람 중 자신의 길드를 제외하고는 내가 가장 만만해 보일 테니까.

나는 시빗거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 무시했다. 그저 앞으로 걸어가며 혹시 나올 몬스터를 경계했다.

“무시하냐?”

자신이 무시당한 것에 화가 났는지 입가가 파르르 떨리는 이호연이었다.

나는 천연덕스럽게 귀를 파며 중얼거렸다.

“어디서 개가 짖나.”

“이런 X새끼가!”

이호연이 분노를 표하며 자신의 특성을 사용했다.

온몸의 근육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름과 동시에 빠르게 털이 자라났다. 얼굴에도 털이 자라나며 입이 돌출되고 날카로운 이빨이 자라났다.

길고 단단한 손톱이 빠르게 자랐고, 덩치가 커지며 나를 아래서 내려 보고 있는 이호연.

아니, 라이칸 슬로프.

김세아만큼은 아니지만, 변신계 특성으로써 꽤나 희귀한 특성 중 하나였다.

늑대의 심장을 먹은 자.

녀석이 달리며 내 몸을 잡고 벽에 부딪쳤다.

콰가가광!

벽이 부서지면서 내 몸이 벽 너머로 넘어갔다. 머리에 받은 충격에 정신 차리기가 쉽지 않았다.

몸에 묻은 먼지를 털고,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김세아.

그러나 무너진 벽은 빠르게 복구되고 있었다.

그렇게 이어 붙어진 벽의 틈으로, 두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창백한 표정의 김세아와, 얼굴에서 당황을 지우고 비열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호연.

동시에 바닥이 움직이면서 구조가 바뀌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통로.

이곳이 어떤 특성인지 바로 이해가 됐다.

셔플 던전.

미로형이며, 길이 파괴되는 순간 바로 그 길이 뒤틀리는, 그렇기에 정석대로 미로를 헤쳐나가야만 하는 던전.

반대로 말하면 김세아와 일행들은 나를 위해 다시 벽을 부수고 구하러 나오는 행동 따위를 할 수가 없다. 그게 오히려 나에게서 더 멀어지는 행동이니까.

“와, X발. 오래 살고 볼 일이네?”

‘내가 이호연한테 도움을 받는 일이 다 있다니?’

눈치 볼 일 없이 2층에서 날뛸 수 있는 판을 이호연이 만들어줬다.

아무것도 모르고서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을 이호연의 표정을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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