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19화
9장 C급 임무(3)
이찬혁이 자신의 앞에 있는 스켈레톤의 두개골을 부수며 말했다.
“진짜 끝이 없네.”
나 또한 옆에서 일어난 스켈레톤에게 검을 휘둘렀다. 머리를 부수자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다.
김세아의 아이스 스피어가 스켈레톤 3마리를 쓰러뜨렸다. 확실히 김세아는 급이 다르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와 이찬혁이 한 마리를 잡고 있을 때, 그녀는 두세 마리를 처리했다.
이찬혁이 김세아를 흘겨보며 말했다.
“오늘 기합 제대로 들어갔네.”
“그러게.”
그사이, 김세아가 마지막 스켈레톤을 정리했다.
“이동하자.”
우리는 잡담을 멈추고, 김세아의 앞에 서서 걸었다. 조금씩 넓어지는 길을 바라보며 이찬혁이 말했다.
“여기선 어떤 녀석이 나오려나.”
기본적으로 많은 갈림길이 있지만, 던전은 一자 형태를 하고 있었고, 그 끝에 다다르면 조금 큰 공간이 나왔다.
쿠구구구궁!
땅이 조금씩 울리며 바닥이 갈라지며, 흙들이 위로 솟구쳤다. 그리고 그 사이로 뼈로 된 손이 하나 올라왔다.
손으로 바닥을 누르며 형체를 드러내는, 일반적인 스켈레톤보다는 뼈가 조금 더 두꺼웠다.
덩치 또한 1.5배는 더 크고, 뼈로 된 검을 들고 있는 스켈레톤 병사였다. 땅의 흔들림은 스켈레톤 병사가 5마리가 되었을 때, 서서히 가라앉았다.
스켈레톤 병사.
뼈로 이루어진 몬스터들을 기본적으로 스켈레톤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다 같은 스켈레톤이라고 해도 저렇게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는 놈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들고 있는 무기나 형태로 스켈레톤을 구분했다. 앞에 있는 녀석은 그중에서도 병사로 불렸다.
“이번에는 5마리네.”
나의 말에 이찬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빨리 정리하고 이동하자.”
그런데 그 순간 김세아의 손이 움직이면서 나타난 아이스 스피어들이 스켈레톤 병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뼈 검을 휘둘러 자신의 머리를 막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걸 알고 있는 김세아는 일부러 하체 쪽을 노렸다.
전부 적중한 아이스 스피어.
스켈레톤 병사들의 하체가 얼어붙으며 기동성이 떨어졌다. 한 녀석은 바닥과 고정되어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나와 이찬혁이 앞으로 나서서 검을 휘둘렀다.
먼저 스켈레톤 병사의 뼈 검을 부수고, 머리를 노렸다. 이런 공간에 있는 스켈레톤은 회복력이 빨라 속전속결로 처리해야 했다.
퍽!
퍽!
내가 오른쪽에 있는 스켈레톤 병사 두 마리를 처리했을 때, 이찬혁도 왼쪽에 있는 두 마리를 끝냈다.
움직이지 못하는 녀석은 김세아의 마법으로 정리가 되었다. 스켈레톤 병사의 정리가 끝나고 우리는 그 일대를 수색하듯 돌아보았다.
얼마 있지 않아 이찬혁이 소리쳤다.
“찾았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조그마한 푸른 보석.
마나가 깃든 보석이라고 해서 마석이라고 불렀다.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것 중에 몸값이 비싼 편에 속했다.
일반적인 스켈레톤보다는 강한 병사를 유지하기 위해서 사용한 마석.
비록 그 크기가 손톱보다 작은 크기긴 하지만, 우리로서는 큰 수확이었다. 이곳에서 사용된 마석들은 리치가 가공했기에 가치가 높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강력한 놈들이 나올수록, 마석의 크기도 클 것이다. 이찬혁에게 건네받은 마석을 챙기며 김세아가 말했다.
“그럼 빨리 다음 구멍으로 이동하자.”
들어갈 때와 달리 나오는 시간은 매우 빨랐다. 이미 몬스터들을 다 정리해서, 길을 따라 쭉 나오기만 하면 됐다.
처음의 입구로 도착했을 때.
해미 길드의 녀석들이 보였다. 자신이 갔다 온 입구에 체크를 하고 그 옆의 구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호연은 재수 없는 미소를 짓고는 안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며 김세아의 표정이 살짝 굳어진 것이 보였다.
현재 우리가 공략한 구멍은 두 개.
반면에 두 팀으로 움직이는 해미 길드는 4개째를 마치고 5, 6번째의 구멍을 공략하러 들어간 것이었다.
김세아가 다음 구멍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가자. 우리도 속도를 조금 올려야겠어.”
펑!
펑!
이 전의 두 구멍과는 다르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공략. 나와 이찬혁이 검을 휘두를 새도 없이, 김세아의 마법이 먼저 나갔다.
덜그럭 덜그럭.
스켈레톤들이 채 일어나기도 전에 김세아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보이는 족족, 아이스 스피어가 날아갔다. 나와 이찬혁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말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
이찬혁의 근처에 있는 스켈레톤도 아이스 스피어에 처리되었다.
내 앞에도 스켈레톤이 있어, 검을 휘두르려고 하면 아이스 스피어가 날아왔다.
그때 머릿속에 생각이 정리되며 지금 김세아의 상태가 왜 저런지 이해가 되었다.
후유증.
이찬혁에게 넌지시 운만 띄었다. 알고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이야기를 듣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김세아에게 가려고 하는 이찬혁.
난 그런 이찬혁의 팔을 잡으며 말렸다.
“지금 얘기해 봐야 소용없어.”
지금 저렇게 오만가지 감정에 휩쓸리고 있을 때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알아서 지쳐 쓰러질 때까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일단 지켜보자. 당장은 위험한 몬스터가 나올 일은 없으니까.”
내 말에 이찬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세아는 일방적으로 화풀이하듯 스켈레톤을 잡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바라보며 조용히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따라가면서, 이찬혁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쟤…… 미쳤네…….”
“그러게.”
김세아는 단독으러 해미 길드와 비슷한 속도로 던전을 공략해 나가고 있었다.
심지어 일반적인 마법사라면 두세 번은 더 지쳤을 만큼의 강행군임에도, 무표정한 얼굴로 마법을 난사했다.
‘책임감이 나쁜 쪽으로만 작용한 건 아닌가 보군.’
이전의 김세아보다도 훨씬 강했다.
질투가 다 날 정도였다.
그러나, 나는 전진을 해갈수록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김세아의 표정은 평소와 같았지만 미묘하게 마법의 캐스팅 속도랄지, 파괴력 같은 것에서 위화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통로가 끝나고 나오는 공간.
그곳에서 스켈레톤 병사 네 마리와 궁사 세 마리가 나타났다.
“하아.”
김세아가 살짝 한숨을 몰아쉬더니, 아이스 스피어를 만들어냈다.
아이스 스피어가 날아가더니 스켈레톤 병사들 한복판에서 폭발했다.
그 폭발과 함께 스켈레톤 병사 대부분이 조각났다.
그러나 스켈레톤 한 마리는 팔 한 짝이 날아갔을 뿐, 대체로 멀쩡했다. 상대적으로 뒤에 있던 스켈레톤 궁사 한 마리는 하체가 날아갔을 뿐, 상체가 온전했다.
살아남은 스켈레톤들이 김세아를 인지하고서는 달려들었다.
그러나 김세아가 이번에도 손을 들려는 순간, 내가 그것을 붙잡았다.
내가 이찬혁에게 말했다.
“빨리 처리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이찬혁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스켈레톤 궁수의 공격도 받고 있었지만, 이찬혁은 수월하게 화살을 막으면서 스켈레톤을 처리했다.
이찬혁은 녀석이 휘두르는 뼈검을 피하고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검을 찔러 넣었다.
두개골을 뚫고 나간 검.
나는 검을 빼고 상황을 파악했다.
이찬혁이 앞에 있던 스켈레톤 병사를 처리하고 궁수를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남은 한 마리에게 달려가려고 할 때, 녀석의 활시위에 화살이 걸렸다. 바닥에 쓰러져 몸을 가누고 있지 못하는 김세아를 향해서.
피슛!
활시위가 풀리고 화살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나는 검을 휘둘러 화살의 경로를 바꿨다.
탕!
옆쪽에 있는 벽에 맞더니, 퉁겨져 바닥으로 떨어진 화살. 나는 그대로 직진해 마지막 남은 궁수의 머리를 부쉈다.
스켈레톤들을 전부 해치우고 나서, 나는 다시 김세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붙잡은 그녀의 손에서, 가는 떨림이 여실히 느껴졌다.
마력 탈진.
너무 많은 마나를 쓴 나머지 일시적으로 지친 것이었다.
아직 탈진까지는 아니지만, 이젠 휴식이 필요했다.
‘미친 거지.’
혼자서 3인분인 해미 길드와 필적하는 공략 속도를 내면서 여기까지 버틴 게 말도 안 되는 것이다.
그 근성에 질릴 정도였다.
숨을 고르고 있는 김세아에게 다가가 말했다.
“나 때문이라면 걱정 안 해도 돼.”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해미 길드처럼 따로 다니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나를 생각해 그렇게 하지는 않았지만, 점점 벌어지는 차이가 그녀를 압박했을 것이다.
아이리스 길드원으로서, 팀장으로서, 그리고 김세아로서.
해미길드와 이호연에게 지고 싶지 않은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나와 이찬혁도 같은 마음이었다.
나는 미리 생각해 놓았던 것들을 김세아에게 말했다.
“팀장. 이제부터 우린 각각 한 구멍씩 맡아서 공략을 진행하는 거야.”
그러나 김세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위험해.”
그녀의 말처럼 분명 던전이란 곳은 위험했다. 하지만 자신이 어떤 상황에 부닥쳤는지 인지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지금 이렇게 무리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녀를 조금 더 몰아쳤다.
“그리고 여기에 올 때까지 나와 찬혁이가 한 게 뭐야. 그저 걷는 거? 그거나 하려고 헌터가 돼서 던전에 들어온 게 아니야.”
“야.”
분위기가 이상해짐을 감지한 이찬혁이 나를 말리려 했지만, 내 팔을 잡으려는 이찬혁의 손을 물리치고 얘기했다.
“우린 너한테 보호받아야 될 사람이 아니라 같이 싸울 동료야. 그리고 나도 이젠 충분히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고.”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보이지 않는 김세아. 그저 가만히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너무 세게 몰아붙였나 생각을 했지만, 이내 그 생각을 접었다.
처음엔 혼자 다니기 위한 구실을 만들어 보려고 했다. 그게 편하고 좋았으니까.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김세아가 바뀌었다는 것을 아까 확실하게 느꼈다.
라이칸 슬로프.
그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강하다고 자신했고, 팀장인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팀원 전원을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힌 모양이었다.
그래서 팀을 나누어 행동하지 못했고, 속도를 내기 위해 자신이 무리했던 것이다.
또한 같은 팀원을 믿지 못했고.
그걸 이번 기회에 깰 필요가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김세아는 무리가 계속되어 임무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또한 팀웍이 사라지고 결국 팀 자체가 와해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더욱 강하게 얘기했다.
이렇게까지 얘기했으면 분명 알아들었을 것이다.
“일단 오늘은 돌아가자. 어차피 더 이상의 공략은 무리인 것 같으니까.”
던전에서 나와 길드로 돌아오는 동안 차 안에서는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끼이익!
길드 앞에 도착해서 짐을 내리고, 김세아가 먼저 간다는 인사와 함께 집으로 갔다.
나와 이찬혁은 남은 짐들을 정리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나오니 이찬혁이 조금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꼭 그렇게까지 얘기해야 했나 싶다. 내일 팀장 얼굴 어떻게 보냐.”
나는 그런 이찬혁에게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김세아라면 금방 털고 일어날 거야.”
* * *
다음날 길드 건물에서 만난 김세아가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고민은 끝났는지 어제보다는 환해 보이는 얼굴로 나타났다.
나는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고민은 끝?”
“미안. 그리고 고마워.”
김세아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털고 일어난 것은 다행이었지만, 내가 궁금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 계획은 어떻게 되는 거야.”
김세아가 얼굴에 힘을 주며 입을 열었다.
“각자 한 구멍씩 맡아서 공략할 거야. 너희가 분명 가능하다고 한 거니까 나중에 내 탓하지 마.”
이찬혁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늘 해미 길드 애들 얼굴 썩는 거 보겠네.”
“그럼 출발하자.”
던전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온 우리에게 김세아가 신신당부하며 말했다.
“혹시나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무조건 내 쪽으로 와. 내가 들어간 구멍에는 아이스 스피어 하나 박아놓을 테니까.”
그녀의 말에 나와 이찬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벅저벅.
뒤에서 걸어 들어오고 있는 해미 길드.
녀석들을 바라보며 씨익 웃어주고는 우리 모두 구멍 하나씩을 잡아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며 몸을 풀었다.
손에 잡혀 있는 검의 묵직한 느낌을 되새기며, 앞으로 달려갔다.
바로 정면에 보이는 스켈레톤 세 마리.
한 놈의 두개골을 빠르게 부수고, 벽을 차며 점프했다. 허공에서 한 바퀴를 돈 다음 뒤에서 다른 한 놈의 두개골을 후려쳤다.
뻐걱!
남은 한 놈.
그놈에게 다가가 한 손으로 두개골을 잡은 뒤 힘을 주었다.
퍽!
내가 잡은 부분이 가루가 되면서, 스켈레톤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손에 묻은 뼛가루를 털어내며 구멍 안쪽을 쳐다보았다. 안에 있을 몬스터들을 생각하며 안으로 달렸다.
‘다 뒤졌어.’
목표는 하나였다.
이곳을 빨리 클리어한 뒤 공용으로 남겨놓은 구멍을 잡는 것. 그러나 임시로 구역을 나눠놨기에 마음대로 털어먹기가 힘들었다.
누군가 그랬던 것 같았다.
‘안 되면 되게 하라.’
지금부터는 새로운 판을 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