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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17화 (17/177)

# 17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17화

9장 C급 임무(1)

채하나의 집무실.

테이블에 쌓인 수많은 서류더미에 채하나는 골이 아파져왔다. 결제 처리를 하고, 싸인을 해서 모두 처리해 놓으면 다음 날에도 똑같은 양이 쌓여 있었다.

“아오, 스트레스 받아.”

예전이 그리웠다. 지금도 현역이기는 하지만, 길드 관리보다는 임무를 수행했을 때가.

그때는 신경 거슬리는 것이 있으면 다 부수고 다녔었다.

똑똑.

채하나는 하던 작업을 멈추고 문을 쳐다보며 말했다.

“들어와.”

문이 열리고 강한수가 들어왔다. 아이리스 길드 내에서 손꼽히는 실력자이지만, 뺀질거림의 극에 달하는 녀석이었다.

집무실이라면 진절머리 치는 녀석이 요즘 자주 보였다.

“네가 임무도 끝났는데 웬일이야. 심심해?”

채하나가 자신의 테이블에 쌓인 서류를 뒤적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강한수가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거기까지 하시죠. 저도 이곳에 오고 싶지 않은데 약속한 게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온 겁니다.”

채하나가 피식 웃으며, 장난을 멈추고 말했다.

“약속?”

“14팀 이번엔 C급 임무 줄 만한 게 없을까요?”

‘음.’

강한수와 함께 이번 라이칸 슬로프를 잡아낸 유망주들이었다.

내일은 14팀에 대한 표창 수여식이 있을 예정이었다. 다른 신입 길드원들 에게도 좋은 자극이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걔네한테는 무리 같은데.”

아직 C급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러모로 부족한 게 많았다. D와 C의 차이는 꽤나 컸다.

F급과 E급 임무를 하면서, 헌터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몸에 체득시킨다. 그리고 D급 임무를 하면서 심화를 시키고, 다양한 상황에 대해 익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쌓이게 되면 본격적으로 C급 임무를 받아가는 것이 기본 커리큘럼이었다.

“제 입으로 말한 게 있어서.”

“안 돼. 여긴 학교가 아니야.”

이곳은 이것저것 해보고 싶다고 하게 해주는 학교가 아니었다. 개개인의 목숨이 걸려 있는 일이기에 단호해야 했다.

채하나는 여태껏 보지 못했던 강한수의 모습에 호기심이 동했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주지도 않았고, 받고 싶지도 않아 하던 녀석이었으니까.

그러다 문득 처리되지 않은 골치 덩어리 임무 하나가 떠올랐다. 꽤나 귀찮은 임무라 아무도 맡지 않으려고 해서 여태 처리되지 않았다.

채하나는 서류 뭉치에서 두 개의 임무서를 꺼내 강한수에게 넘겼다.

“그거 하나 처리한다고 약속하면 밑에 있는 임무를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하아.”

임무 내용만 보고도 한숨을 쉬는 강한수. 그 임무에 대해서 이미 거절한 적이 있었다.

“싫음 말고.”

채하나가 임무서를 다시 가져가려고 하자, 강한수가 몸을 뒤로 쓱 빼며 임무서를 사수했다.

잠시 고민을 하던 강한수가 입을 열었다.

“이거 끝내면 유급 휴가 한 달짜리 줘야 됩니다.”

한 달?

그 정도면 아주 양호했다.

“오케이. 계약 성립.”

* * *

14팀 회의실.

나는 의자에 몸을 묻으며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주 짧고도 긴 휴가 기간이 끝났다.

말은 휴가였지만 너무나 바쁜 시간이었다.

특히 전투 헌터가 되면서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배워야 했다. 포지션이나 전술 전략 등 다양한 것들을 공부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렇다고 휴가 기간이 짧은 것은 아니었다. C급 임무가 늦어져 본의 아니게 휴가 기간이 길어졌다.

하지만 김세아가 군말 없이 기다렸기에 우리도 그냥 휴식을 즐겼다.

문이 열리고 호들갑을 떨면서 들어오는 이찬혁.

“으아아아! 몸이 근질거린다.”

저 말에는 나도 동감이었다.

내 옆에 와서 의자에 앉은 이찬혁이 물었다.

“팀장은 언제 온대?”

“거의 다 오지 않았을까?”

약속 시간까지 아직 10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약속이라면 꼭 지키는 사람이니까, 곧 도착할 것이다.

얼마 있지 않아 김세아가 문을 열면서 들어왔다. 우리를 쳐다본 김세아가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네 표정이 왜 그래.”

그녀의 말에 나와 이찬혁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녀석의 씰룩거리는 입술과 음흉해 보이는 미소.

이찬혁이 나를 보며 말했다.

“너 왜 그렇게 변태같이 웃고 있냐.”

“사돈 남 말 하고 있네.”

“으휴.”

김세아가 한심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준비해 온 자료 3부를 서로 나눠 가졌다.

이찬혁이 종이 뭉치를 성스럽게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게 C급?”

“한번 읽어보고 얘기하자.”

나는 한 장씩 넘겨가며 꼼꼼히 읽어보았다.

주된 내용은 이랬다.

[죽은 자들의 저주받은 동굴]

최근에 발견된 이 던전에서 리치로 추정되는 몬스터가 나타났다. 안에 존재하는 몬스터의 수준으로 봐서 리치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 동굴이 너무나 넓어 저희 길드에서 단독으로 처리하기 힘들어 아이리스 길드에 협조를 청한다.

-환웅 길드-

기본적인 내용은 했다.

던전을 탐색하고 리치를 찾으면 되는 임무. 그러나 다른 길드와 엮여 있다 보니 생각해 볼 게 많았다.

“대충 내용은 알겠는데 임무는 어떻게 진행되는 거야?”

내 말에 김세아가 설명해 주었다.

“일단 임무 센터나 거기서 얻는 부산물, 그리고 가장 중요한 리치에 관한 보상들에 대한 회의는 길드별 대표들이 참석하기로 했어.”

그 말을 듣던 이찬혁이 김세아에게 물었다.

“우리들 대푠 팀장인가?”

“아니. 따로 보내 주신다고 했어. 우리는 회의 후에 결정되는 사항에 따라 임무를 진행하면 돼.”

그때 열리는 문.

그 사이로 들어오는 사람은 우리들에게 매우 익숙한 사람이었다. 귀차니즘으로 가득한 얼굴의 강한수였다.

“뭘 그렇게 쳐다봐.”

이찬혁이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교관님! C급 임무가 너무 늦었습니다.”

강한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인생 날로 먹는 게 얼마나 꿀맛인데. 그리고 선배님이라고 해라.”

이번만큼은 강한수의 그 말에 김세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혹시 대표자가?”

“나 맞아. 오늘 안으로 다 끝내야 되니까 빨리 출발하자.”

강한수의 말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밑으로 내려가 길드에서 지원에 주는 차량에 탔다.

자연스레 운전석에 앉은 내가 물었다.

“어디로 갈까요?”

“던전으로 가자.”

“옙.”

오늘 회의는 던전 근처에 있는 건물에서 진행된다고 적혀 있었지만, 되물어보지 않았다.

저 귀찮아 보이는 표정.

아마 물어봐도 귀찮다고 대답을 안 해줄 게 뻔했다.

던전에 도착하자 강한수가 말했다.

“들어가자.”

우리는 각자 짐을 챙기려고 하자, 강한수가 말했다.

“다 필요 없고 몸만 따라와.”

강한수가 먼저 들어가고, 우리는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이제는 적응된 던전 진입.

안으로 들어오자 골렘의 사원과 아주 유사하게 생긴 거대한 동굴 입구가 보였다.

동굴 안쪽은 횃불이 양옆으로 달려 있어 환하게 보였다. 강한수가 동굴 앞에 서서 입을 열었다.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한 번만 알려주는 거니 잘 봐둬.”

우리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강한수를 따라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으슬하고 싸늘한 기운이 가득했다. 코를 찌르는 시체 썩은 냄새가 가득했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자 무언가가 나타났다.

스켈레톤.

삐걱삐걱 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뼈다귀들이 사람의 형태를 이루며 일어났다.

두개골에서는 빨간 안광이 뿜어져 나왔고, 입이 덜그럭덜그럭 떨리고 있었다.

강한수는 앞에 있는 스켈레톤을 가리키며 말했다.

“뭔지는 알지?”

우리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 학교에서 배운 바 있었다.

스켈레톤을 향해 걸어가는 강한수가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그러자 스켈레톤의 허리뼈가 부서지며 상·하체가 분리되었다.

“원래 고위 리치가 있는 곳이라면 이렇게 부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아. 다만 이곳에 있는 리치가 생각보다 약해서 이 녀석들이 복구되지 않는 거야.”

상체는 검을 들고 우리 쪽으로 기어오고 있었고, 다리는 허공을 향해 걸었다.

강한수가 다시 검을 들어 다가오는 스켈레톤의 두개골을 부수며 이야기했다.

“배워서 알겠지만 무조건 이곳을 노려. 두개골을 부숴야만 복구되지 않아.”

“넵.”

“예”

“네.”

“그럼 돌아가자.”

던전을 나오면 기타 알아야 할 팁들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길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표식을 남긴다든가, 리치가 만들어내는 다른 몬스터들에 대해서라든가.

듀라한.

데스 나이트.

“혹시 모르는 일이니 항상 염두에 둬. 초입부에 있는 스켈레톤으로 리치의 수준을 알아본 모양인데 던전은 알다가도 모를 곳이니까.”

김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회의 장소로 가자.”

회의 장소에 도착하자 환웅 길드에서 나온 헌터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반갑습니다. 환웅 길드의 김찬성이라고 합니다.”

“아이리스 길드의 강한수입니다.”

“아이리스 길드에서 협조해 주시다니 든든합니다. 하하하.”

김찬성의 안내로 안에 들어가자 비어 있는 테이블이 보였다.

“저희가 끝인가요?”

“해미 길드에서도 오기로 했습니다. 이제 곧 도착할 겁니다. 해미 길드에서 오는 대로 시작하겠습니다.”

해미 길드.

아이리스 길드에 버금가는 중견 길드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곳이었다. 최근에 다수의 실력 있는 헌터들을 포섭해서 데리고 갔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럼.”

강한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그를 기준으로 오른쪽에 나란히 우리가 앉았다.

나는 그중 맨 끝에 자리 잡았다.

적막한 가운데 강한수가 우리에게 물어보았다.

“리치를 죽이려면 어떡해야 하는지 이찬혁 네가 말해봐.”

그 질문에 이찬혁이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라이프 베슬을 부셔야 됩니다.”

“맞아. 라이프 베슬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리치랑 맞서 싸울 생각은 하지 마.”

라이프 베슬.

사람으로 치면 심장과도 같은 리치의 약점이었다. 라이프 베슬만 찾는다면 아무리 강한 리치라도 이길 수 있다.

“궁금한 거 있으면 오늘 다 물어봐. 앞으로 당분간은 얼굴 못 볼 테니까.”

강한수의 말을 들은 김세아가 물었다.

“어디 가세요?”

강한수가 우리를 지그시 쳐다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럴 일이 있다.”

그때, 문 쪽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다수의 발걸음에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문 쪽으로 향했다.

저벅저벅.

김찬성이 환한 얼굴로 먼저 들어왔다.

그 뒤로 들어오는 2남 2녀.

검은 정장을 입고, 안경을 쓴 인상이 날카로워 보이는 미녀가 가장 먼저 걸어 들어왔다.

미녀는 강한수를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수 선배?”

자신을 알아보는 여자를 쳐다보며 강한수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친한 척하지 마. 소름 돋으니까.”

나와 김세아, 이찬혁 모두 신기한 표정으로 강한수를 쳐다보았다. 저런 사람을 알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녀가 우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해미 길드의 박나윤이라고 해요. 반가워요. 그리고 여긴 우리 길드에서 온 멤버들.”

박나윤이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뒤쪽으로 가리켰다.

키가 185㎝에 탄탄한 근육으로 이루어진 몸. 날카로운 인상을 가지고 있는 사내였다.

그리고 뒤에 있는 여성은 시종일관 귀찮아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누군가가 떠오르는 듯한 얼굴이었다.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남자.

그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사람이었다.

“김세아?”

“이호연?”

여전히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는 이호연이었다. 시선을 돌리더니 나를 확인하고는 기분 나쁜 미소를 보였다.

“너도 있었냐?”

“그래. 오랜만이다.”

평소 연락을 하던 사이도 아니고, 졸업식 때 본 뒤로 첫 대면이었다.

이호연 특유의 사람을 내려다보는 눈빛.

저 눈빛이 헌터 학교에서는 정말 나를 볼품없게 만들었지만, 지금은 별 감흥이 없었다.

“넌 진짜 아이리스 길드에 들어갔네? 길드에 인재가 없나 보다.”

워낙 재수가 없는 놈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랑 말을 많이 섞은 것도 아니고 저렇게까지 까 내릴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러다 이호연의 시선이 다른 쪽에 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김세아.

이호연은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둘이 무언가가 있는 것은 이로써 확실했다.

다만 내가 그 사이에 껴서 얻어터질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하아.’

“자, 그럼 다 모이셨으니 본격적인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논의된 내용은 부산물에 대한 분배 비율이었다. 그것에 대해서 강한수가 먼저 의견을 이야기했다.

“환웅 길드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저희는 솔직히 말해서 부탁드리는 입장이라 최대한 두 길드의 의견에 맞출 생각입니다.”

잠시 고민을 하던 강한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3등분으로 나눠서 가져가기로 하죠.”

그러자 박나윤이 헛웃음을 뱉었다.

“그건 좀 그렇네요. 선배.”

박나윤이 한심해 보인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분명 더 많이 일하는 사람이 있을 거고. 더 적게 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3등분은 조금 아닌 것 같네요.”

강한수는 그저 듣고만 있을 뿐 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우린 최정예를 데려왔거든요. 전투 헌터 3명이 있는 곳이 당연히 더 가져가야 하는 게 당연하겠죠?”

우리를 명백하게 무시하는 발언. 나는 화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에 김세아를 쳐다보았다.

‘응?’

생각보다 차분했다.

그리고 입을 다물고 있던 강한수가 입을 열었다.

“끝?”

“네.”

박나윤을 쳐다보던 강한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 그럼 잡는 대로 가져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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