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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7화 (7/177)

# 7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07화

3장 역사상 최초(2)

‘……대박이다!’

이 정도면 붉은 늑대에게도 버틸 만한 게 아니다. 김세아나 이찬혁엔 비하지 못해도, 거기서 제 한 몸 건사하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잠시 후, 성능도 확인했으니 내려가기 위해 짐을 챙겼다.

나는 챙겨온 짐을 메고 아까 꺼냈던 힐링 포션을 쥐어 들었다.

쨍그랑.

손안에서 터져 나간 힐링 포션.

아, 저게 얼마나 비싼 건데.

“하.”

던전에 들어가기 전까지, 일단 이 힘을 빨리 갈무리해야 될 것 같다.

젠장.

* * *

1층 로비에서 나를 비롯한 김세아와 이찬혁이 모여서 강한수를 기다렸다. 약속 시간인 2시가 되었지만 머리털 하나 보이지 않았다.

“꺼어억.”

한 남자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트림을 하며 이쪽으로 걸어왔다. 나보다 작은 키에 전체적으로 몸집이 통통했다. 반삭을 친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가 다가와 입을 열었다.

“반갑다.”

입을 열자 술 냄새가 진동을 했다. 나야 이찬혁이 맨날 하는 짓이니 내성이 생겼지만, 김세아의 표정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으윽. 누구시죠?”

“한수가 얘기 안 하디? 이번에 같이 들어갈 지원 헌터라고.”

아.

강한수가 나가기 전 나에게 줬던 쪽지. 그 안에 적혀 있던 이름이 생각이 났다.

“배나운 선배님?”

“오, 맞아. 일단 차로 이동하자.”

먼저 앞장서는 배나운을 따라 짐을 챙겨 이동했다. 길드 건물 입구에 세워져 있는 SUV를 가리키며, 배나운이 말했다.

“여기다 짐 싣고. 너네 둘은 뒤에 타. 네가 지원 헌터지?”

나를 가리켜 묻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그럼 네가 운전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수석을 탑승한 배나운. 내가 운전석에서 버튼을 눌러 트렁크를 열었다. 짐을 모두 넣은 것을 확인하고 운전석에 탔다.

안전벨트를 매며 배나운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면 될까요?”

“거기 내비에 찍혀 있어. 일단 난 피곤하니까 도착하면 깨워.”

등 부분을 완전히 뒤로 젖힌 다음, 양발을 뻗고 누워버렸다. 그쪽에 있던 이찬혁은 좁은 가운데에 쭈그리고 앉아야 했다.

“일단 출발하겠습니다.”

내비를 따라 운전을 하며 백미러로 김세아의 상태를 체크했다. 두 눈을 감고 있지만 꽉 다문 입술로 봤을 때,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게 분명했다.

“드르렁, 쿠우우.”

코까지 골아가며 무념무상에 세계 빠져 있는 배나운을 깨운 것은 내비가 도착지를 알리며 종료되었을 때였다.

“다 왔습니다.”

사이드를 채우고 시동을 끈 다음, 조수석에 있는 배나운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살며시 눈을 뜨고 입에 흐른 침을 훔친 배나운이 기지개를 쭉 켰다.

“하아암. 내려.”

운전석에서 내린 나는 던전에 들어갈 때 가져갈 가방을 챙겨 맸다. 내가 든 가방에 비하면 김세아와 이찬혁이 들고 있는 가방은 새 발의 피였다.

부럽긴 하지만 전투 헌터의 특성상 행동이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짐들은 지원 헌터가 드는 것이 맞다.

여전히 취기가 있어 보이는 불그스레한 얼굴, 배나운은 피곤한지 자꾸 눈을 비볐다. 아직까지도 약간 알딸딸해 보이는 것이 영 신뢰가 가지 않았다.

배나운이 목을 돌리며 몸을 풀며 말했다.

“자, 지금부터 오더는 김세아가 내려.”

“그런데 강한수 교관님은 같이 안 가는 건가요?”

내가 궁금했던 점을 김세아 꼭 집어주었다. 어디까지나 우리 메인 교관은 강한수지 배나운이 아니었으니까.

“한수는 다른 일정이 있어서 오늘은 같이 못 가. 괜찮아. 이런 하급 던전은 실습 때도 많이 겪어 봤잖아?”

“……네. 그럼 들어가죠.”

김세아가 일행을 이끌고 던전 앞으로 가서 섰다.

검은색 나선형의 소용돌이.

깊은 어두움 때문에 소용돌이의 안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블랙홀과 비슷해서 처음에 던전을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했었다.

김세아와 이찬혁이 먼저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배나운이 따라 들어갔다.

나 또한 던전 앞에 섰다.

실제로 던전에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일까, 저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흡.”

난 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던전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언제까지 제 자리에 머무를 수는 없으니까.

새카만 어둠이 온몸을 감쌌다.

오감이 마비되어, 그 어떠한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눈을 뜨고 있는 건지. 움직이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3초 정도가 지났을까.

저 멀리서 환한 빛과 함께, 주위의 시야가 빠르게 다가왔다.

핑!

그 순간 머리가 돌면서 속이 울렁거렸다. 약간의 위액이 올라왔다.

신맛이 느껴지는 침을 바닥에 뱉고, 짐 가방에 있는 물을 꺼내 입을 헹궜다.

배나운이 다가오더니 아래로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나를 무시하는 느낌이 행동이나 말투에서 느껴졌다.

“너 설마 던전에 들어오는 게 처음이냐?”

“네.”

지원 헌터는 학교 내에서 던전으로 실습을 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저렇게 얘기하는 것은 기를 한번 잡겠다는 걸지도 모르겠다.

“바로 2군에 들어왔다고 해서 뭐 다른 놈인 줄 알았는데. 3군 놈들이랑.”

약간의 휴식을 하고 나니 몸 상태도 돌아왔다.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자 김세아가 입을 열었다.

“들어가죠.”

이동 대열은 이찬혁이 제일 앞에 서고, 나와 김세아가 섰다. 그리고 그 뒤에 배나운이 여유롭게 걸어오고 있었다.

주위에는 20m는 족히 넘어 보이는 나무들과 몸통만 한 바위들이 널브려져 있었다. 바닥에는 나뭇잎과 가지들이 잔뜩 떨어져 움직일 때마다 바스락 소리가 났다.

붉은 늑대들의 특성상 귀가 밝아 이런 소리를 내는 것이 좋지는 않지만, 걷지 않고 이동할 방법은 없었다.

귀를 열어 미세한 소리에도 긴장하며 걸어야 할 시기에, 신나서 들떠 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김세아에게 붙어 있는 배나운이 보였다.

“긴장한 거 보니 옛날 생각나네. 내가 선배로서 팁을 하나 주자면 이런 초입에서는 붉은 늑대가 나올 확률이 매우 낮으니까 그렇게 천천히 걷지 않아도 돼.”

잘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은 알겠지만, 저런 식의 오지랖은 오버라고 생각했다.

김세아의 얼굴에서 미세 근육들이 꿈틀거리지만, 바로 그것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래도 선배라고 대우는 해주나 보다.

배나운은 계속해서 김세아의 옆에 있을 것 같아 내가 뒤로 빠져서 후방을 보며 이동했다.

“온다.”

이찬혁의 말에 김세아가 마법을 준비하며 자세를 잡았다. 배나운은 슬쩍 뒤로 빠져 내 옆으로 왔다.

먼저 정면으로 달려오는 붉은 늑대 두 마리. 그 이외에는 보이는 것이 없었다.

보통 늑대보다 두 배는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타오를 듯한 붉은 갈기는 모든 것을 태울 것처럼 강렬했다.

날카로운 이빨로 그르렁거리며 아주 빠른 속도로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배나운과 나는 곧바로 김세아와 이찬혁의 뒤로 빠졌다.

김세아가 이찬혁에게 말했다.

“두 마리밖에 안 보여. 약점이 미간인 거 잊지 말고.”

“오케이.”

김세아의 말에 이찬혁이 알아들었다는 신호를 보내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뒤에 있던 김세아가 양손을 교차하며 원을 그리자 주변의 공기들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아주 미세하게 얼어붙은 것들이 모여 화살 하나를 만들어냈다. 김세아가 손을 흔들자, 아이스 에로우가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파앗!

아이스 에로우가 닿기 전, 붉은 늑대는 발돋움과 함께 엄청난 도약력을 보이며 나무 위로 올라갔다.

나무에서 나무로 이동하며, 뒤이어 날아가는 아이스 에로우를 모두 피하며 거의 지척 앞까지 다가왔다.

나는 저도 모르게 입을 헤 벌렸다.

‘……저게 늑대라고?’

형체를 눈으로 좇는 것도 버거웠다.

붉은 늑대는 타잔마냥 나무와 나무를 넘어다니면서 시야를 교란했다.

고블린과는 차원이 달랐다. 힘과 속도, 그리고 본능적인 야수의 감각까지.

그나마 이찬혁이 한 마리의 붉은 늑대와 실랑이를 벌였다.

한편, 나무 위를 이동하던 붉은 늑대가 도약을 하며 날카로운 발톱과 함께 김세아를 덮치려고 들었다.

붉은 늑대의 발톱은 일반 병장기와 맞먹을 정도로 단단했다. 한마디로 쉽게 부러지지 않아 무기로 막거나 피해야 했다.

김세아가 양손을 아래에서 위로 들어 올리자, 지면에서부터 붉은 늑대가 있는 허공까지 얼음으로 된 벽이 생성됐다.

얼음벽에 몸통을 부딪힌 붉은 늑대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공중에서 중심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꽤나 높은 곳에서 떨어졌기 때문인지, 바닥에 떨어진 붉은 늑대가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그것을 확인한 김세아의 손에서 지금과는 비교되지 않는 커다란 것이 쏘아졌다.

아이스 스피어.

그것이 정확히 붉은 늑대의 미간을 파고들었다.

뻐억!

두개골이 부서지는 소리가 한참 멀리 떨어져 있는 내 귀까지 들렸다. 미간에 아이스 에로우를 맞은 붉은 늑대는 몸을 파르르 떨며, 이내 몸을 축 늘어뜨렸다.

이찬혁이 상대하고 있던 붉은 늑대도 김세아가 가세하니 손쉽게 처리가 되었다.

“하아압!”

마지막 남은 붉은 늑대의 미간에 이찬혁의 검이 꽂히며 첫 전투는 큰 탈 없이 끝이 났다.

“역시 S급 재능은 다르네.”

전투가 끝난 배나운이 김세아를 치켜세웠다.

“고맙습니다.”

“고맙긴. 근데 괜히 바로 1군이 된 게 아니네? 진짜 베테랑인 줄 알았어. 붉은 늑대는 처음 잡아본 게 아닌 건가?”

배나운은 계속해서 김세아의 얼굴에 금칠을 해댔다.

이찬혁이 내 옆으로 다가와 검에 묻은 피를 닦으며 말했다.

“저거 뭐 하는 거냐?”

난 양손을 비비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보면 모르냐.”

대단한 건 나도 안다.

아이스 스피어.

마나를 응축시키는 난이도도, 팽창시키는 난이도도 아이스 애로우와는 급이 다른 스킬이다.

심지어 그걸 영창도 없이 손짓만으로 사용하고 완벽하게 조준했다. 아이스 월을 사용한 직후인 것까지 감안하면, 절대로 학생 수준이 아니다.

‘선생한테 쪽 줬다는 게 어쩌면 구라가 아닐지도 모르겠어.’

그런데 대단한 건 대단한 거고, 치켜세우는 건, 별로 적절하지가 않다.

“에휴, 쟤 성격을 알았다면 절대 저런 짓 못 했을 텐데.”

“풉. 저거 보이냐?”

김세아의 입가에 생긴 주름이 파르르 떨렸다. 그걸 보며 나와 이찬혁은 속으로 큭큭 대고는 다시 대형을 만들어 던전 공략을 진행했다.

“이쪽에다가 치자.”

생각보다 빠르게 날이 저물어 결국 텐트를 쳐야만 했다. 밤에는 시야 확보도 되지 않고, 후각에 예민한 붉은 늑대에게 유리한 시간이기 때문에 피해야 했다.

나는 짐에서 텐트 도구들을 하나씩 꺼냈다. 일인용 텐트를 챙겼기 때문에 총 4개의 텐트를 쳐야 했다.

빠르게 치고 쉬자는 생각으로 내 것을 끝내고 보니 김세아는 시작도 하지 못한 상황. 그래도 이찬혁은 어느 정도 다 만들어가고 있었다.

명색이 2군 지원 헌터라고 배나운도 텐트 치는 것을 끝낸 상태였다.

배나운이 김세아에게 향하는 것을 보고, 나는 이찬혁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때, 김세아 정확히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오유성. 이것 좀 도와줘.”

“이런 건 내가 더 잘 알려줄 수 있어. 인심 써서 노하우 팍팍 알려줄게.”

“그래도 훈련인데. 선배님한테 도움을 받을 순 없죠. 빨리 이리와. 팀장으로서 명령이야.”

김세아와 배나운 사이에서 느껴지는 보이지 않는 벽. 난 그 희생양이 되어 김세아의 텐트 치는 것을 도와줘야 했다.

“나랑 이찬혁은 경보기를 달고 올 테니까 저녁 준비 좀 해줘.”

경보기.

텐트로부터 100m 떨어진 곳에 설치하는 트랩이다. 무언가 지나가면서 건드리게 되면 텐트에 있는 경보기에서 소리가 울린다. 이것만 설치하면 따로 불침번을 서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김세아가 이찬혁과 함께 경보기를 설치하러 간 뒤, 나는 가방에서 전투식량을 꺼냈다.

말이 저녁 준비지 전투식량을 꺼내놓는 것 이외에 할 게 없었다. 그런 내가 꼴 보기 싫었는지 모르겠지만, 배나운이 삽을 건네며 말했다.

“이왕 하는 거 배수로 파놔. 하려면 완벽하게 준비해야지.”

비가 와서 텐트가 무너지는 것을 대비해 배수로를 파지만.

먹구름, 아니, 그냥 구름조차도 보이지 않는 깨끗한 하늘. 던전 특성상 날씨가 바뀌진 않는다.

퍼억!

하지만 선배이기도 하고, 토 달 만한 이유도 없어 삽을 들고 땅을 팠다.

얼마 있지 않아, 경보기 설치를 마치고 돌아온 김세아와 이찬혁도 합류했다.

예상외의 행동 때문이었을까.

당황해하는 배나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난 고개를 절레 지으며 마무리를 지었다.

저런 식으로 행동했다가는 김세아랑 친해지는 건 고사하고 이 그룹에서 왕따 당할 게 눈에 훤히 보였다.

‘쯧쯧.’

나는 텐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누웠다. 오늘 꽤나 힘을 많이 썼지만, 그보다는 정신적으로 힘든 하루였다.

하지만 이젠 휴식이다.

잠이어서 그런 게 아니다.

[매칭이 완료되었습니다. 투기장으로 이동합니다.]

꿀 빨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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