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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5화 (5/177)

# 5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05화

2장 파워 업의 노다지(3)

뚝뚝.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차가운 감촉에 눈이 파르르 떨렸다. 그와 동시에 정신이 번쩍 들면서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위가 어두워 철창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다였다. 얼마 들어오지 않는 빛은 철창 안을 최소한으로 밝혀주었다.

울퉁불퉁한 바닥과 밑에서 오르는 한기.

투기장으로 돌아온 것이 분명하다. 더욱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옆에 있는 중년 남성 때문이었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만났던 그 중년 남성이 분명했다. 그가 지금 입고 있는 갑옷은 지탱해 주는 끈이 모두 낡아 끊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옆에 있던 날이 상한 검은 반쪽이 되어 있었다. 손잡이와 반만 남은 검은 중년 남성의 상태와 비교가 되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왠지 위태로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잘 갈무리된, 여유롭고 차분한 느낌이었다.

허름한 장비가 연륜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에게 다가가 최대한 조용히 속삭였다.

“저 기억하세요?”

중년인의 갈색 눈동자가 나를 향해 움직였다.

“서울이라는 곳에서 왔다던…….”

“네. 맞아요.”

나를 알아본다니 다행이었다. 그렇다면 이야기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저번에 내가 물어봤지만 듣지 못했던 이야기에 대해 들어야 했다. 이번에도 강제로 끌려갈 것이 분명하니까.

“이곳은 어디죠?”

“음.”

중년 남성의 눈이 다시금 감겼다. 그는 양팔로 땅을 짚더니 힘을 주며 상체를 들어 올렸다.

그르륵!

갑옷이 등 뒤에 있는 돌에 긁히며 소리가 났다. 벽에 등을 기댄 중년 남성은 다시 힘겹게 눈을 뜨며 말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이곳은 투기장이라네.”

“투기장인 건 알고 있습니다. 평범한 투기장이 아니라는 것 또한 느꼈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싸우는 곳이라네. 강한 자만 살아남을 수 있는 잔혹한 지옥이라고 할 수 있지.”

나와 이야기를 하고 있으나 중년 남성의 시선은 철창 밖을 향해 있었다.

약간의 벌어진 입과 초점을 잃고 멍한 눈동자.

철창 밖에서는 전투가 한창 중이었다.

창을 쥐고 있는 15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소년. 그리고 내가 상대했던 트렉터보다 훨씬 큰 덩치의 고블린.

고블린에게서는 긴장이라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다른 생명체를 죽이는 것이 재미고 자신의 일인 고블린은 자신보다 엄청난 강자가 아니라면 떨지 않는다.

“저 아이 위험하겠네요.”

겉으로 보이는 상황은 어제의 나보단 나았다. 맨손이었던 나와는 달리 소년은 조잡한 창이나마 무기를 들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덜덜 떨리고 있는 다리를 보아하니, 싸워본 경험이 부족한 것이 분명했다.

예상은 중년인도 비슷했다.

“아마, 죽겠지.”

소년의 죽음을 거론하는 말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스릅.”

입맛을 다신 고블린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어린 소년의 떨림은 강해졌다. 그나마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무기를 쥐고 기회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소년은 떨리는 입으로 기합을 넣으며 창을 깊게 찔러 넣었다.

“이야압!”

“크르륵!”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고블린의 건틀릿에 잡힌 소년의 창날은 힘없이 꺾였다.

창날이 없어진 창대는 그저 나무 막대기일 뿐 고블린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고블린은 그런 소년에게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두려움에 몸을 잠식당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소년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목을 잡고 관객석을 바라보며 들어 올렸다.

잠시 후.

엄청난 환호성이 들렸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소년은 가루가 되어 바람에 휘날려 하늘로 사라졌다.

나도 투기장에서 죽으면 저렇게 되는 것일까. 소년과 아무런 사이도, 심지어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지만 마음 한쪽이 시큰거렸다.

나와는 다르게 감정이 무뎌진 중년 남성이 말을 했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는 아무도 몰라. 나도, 그리고 다른 놈들도…….”

“……그런가요.”

이유도 없이 이런 지랄 맞은 판에 놀아나야 한다는 뜻이었다.

입맛이 썼다.

그런데 사내가 한마디를 덧붙여줬다.

“다만, 경기장에는 운영자라는 놈들이 있다…….”

“운영자라면……?”

경기 때 중계를 하던 목소리가 떠올랐다.

“경기를 중계하던 그 사람 말입니까.”

“맞아. 경기를 중계하고, 도박판을 굴리는 놈이지.”

경기장 쪽을 바라보고 있자니, 욕망이라는 감정이 진득하게 느껴졌다.

-일격에 당한 톰 선수우우~ 죽어버렸네요!!

악질적인 것도 어지간히 악질이 아닌 이상, 사람이 죽어 나가는 중계에서 목소리에 저런 감정을 섞을 순 없는 법이었다.

“지옥 비슷한 곳인가요 여긴.”

“글쎄, 그럴지도…….”

중년인이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쓸데없는 희망까지 쥐여주는 거 보면, 진짜로 지옥이지.”

“……희망이요?”

“그래.”

중년인은 자기가 말하기에도 어이가 없는지, 또다시 방금 전의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때였다.

경기장의 천장에서 빛이 내려왔다.

그 빛은 고블린을 조명했다.

고블린은 빛이 폭사되는 천장을 보더니, 호탕하게 웃었다.

“크하하하! 인재를 알아보는구만!”

그렇게 고블린은 빛이 되어 증발했다.

고블린이 사라짐과 동시에 경기장은 다시 을씨년스러워졌다.

내가 멍하니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을 때, 중년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투기장의 신이 된 자에게는, 소원을 이뤄주겠다. 그게 신이 되는 것이든, 신을 죽이는 것이든.”

“……소원이요?”

“전설이다.”

더럭 믿긴 힘들 전설이지만, 이곳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이미 비현실 덩어리였다.

그 말을 듣고 있다 보니 방금 저 고블린에게 일어난 현상이 뭔지도 짐작이 갔다.

“이곳이 끝은 아니겠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중년 남성.

“그렇겠지.”

마치 퍼즐을 맞추듯 조각조각에 대한 정보만 얻었다.

중년인은 지금의 이곳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정보를 수집하고서, 이해하려는 행위 자체를 달갑게 여기지 않다는 것이 그의 어조에서 느껴졌다.

“실제하는 전설이라고 하더라도, 어차피 닿을 수 없으면 의미 없는 거 아닌가?”

“그런가요.”

그 뒤로 이야기는 더 이어지지 못했다.

“오유성.”

저번과 같은 검은 두건의 생명체가 다가와 내 이름을 불렀기 때문이다.

두 번째 듣는 거지만 역시나 적응되지 않았다.

역시나 몸에서는 소름이 끼쳤고, 몸은 저절로 자리에서 일어나 철창 쪽으로 걸어갔다.

난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정보 고맙습니다.”

이곳은 나에게 엄청난 기회를 주었다.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그리고 난 그 기회를 모두 내 것으로 만들고 말 것이다.

중년 남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철창 밖으로 나와서 결투의 무대로 들어서니 저번과 같은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투기장에서 승리하십시오.]

클리어 조건 : 상대방을 죽이거나 항복 선언을 받아내어 승리하십시오.

승리 : 포인트 50점

패배 : 죽음

-지금 입장하는 선수는 저번에 승리했던 신입 투사 오유성!

나의 소개에 그저 적당한 반응의 호응만 들렸다. 저번에 내가 트렉터를 죽였을 때 호응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됐다.

-그를 상대할 투사는 3연승에 도전하는 고블린 전사 쿰퍼입니다!

“우와아아!”

나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함성 소리가 들렸다.

저벅저벅.

반대편 철창 안에서 걸어 나오는 쿰퍼의 몸이 서서히 드러났다. 트렉터와 비교해 보았을 때 전체적으로 상위 호환 버전이었다.

조금 더 큰 키와 덩치.

팔뚝에 튀어나온 근육에는 지렁이가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대단했다. 왼쪽 팔에 길게 새겨진 특수한 문신은 분위기가 달라 보이게 만들었다.

특수한 문신은 고블린 종족 중에서 인정받거나 큰 공을 세운 고블린에게 하사하는 명예 훈장과 같은 것이다.

고블린 전사 쿰퍼.

자신의 몸뚱이만 한 도끼를 들고 있는 녀석의 표정은 그저 무심하기 그지없었다.

트렉터와는 확실히 다르게 감정을 컨트롤할 줄 아는 게 분명하다.

“트렉터를 죽였다지?”

“싱겁던데?”

“큭큭. 허세가 아니었으면 좋겠군. 제대로 싸울 수 있길 빈다.”

-그럼 지금부터 오유성 대 쿰퍼. 쿰퍼 대 오유성의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오른손에 잡혀 있는 검을 들어 올렸다.

이곳에서 고블린이라는 종족은 강자에 속하는 것 같다.

맨 처음 이곳에 와서 느꼈던 반응들을 보면 분명했다.

내 앞에 서 있는 고블린은 그중에서도 전사라는 칭호를 받은 놈이다. 고블린도 다루는 무기가 다양하고 가끔 저런 식의 돌연변이들이 나왔다.

실제로도 어제의 트렉터가 그런 돌연변이였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쿰퍼는, 어제의 트렉터보다도 더 강해 보였다.

사람과 엇비슷한 덩치와 날렵한 몸에서 보이는 탄탄한 근육들. 그리고 무엇보다 등에 짊어지고 있는 커다란 도끼.

‘이능력자.’

저 덩치에 저런 쇳덩이를 쓴다는 건, 일반적인 근력만으론 턱도 없다. 아마도 비정상적인 근력의 소유자인 듯했다.

고블린 중에는, 분명한 강자일 것이다. 어쩌면 어제의 트렉터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크아아악!”

쿰퍼가 고함을 지르자 온몸에서 기세가 흘러나왔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운이 내 몸을 옭아매려 했다.

시선을 옆으로 돌려서 철창 너머, 중년인을 바라봤다.

중년인은 건조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서 쿰퍼가 발을 굴렀다.

같은 순간, 나는 중년인을 보며 피식 웃었다.

퍼엉! 하는 소리와 함께 쿰퍼가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와 동시에, 쿰퍼의 도끼가 빠른 속도로 내 목을 향해 파고들었다.

[체중을 과도하게 싣는 공격.]

[착지 이후의 중심을 잡는 것이 쉽지 않다.]

쿰퍼의 표정엔 승리에 대한 확신이 어려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이미 온몸에 힘을 바짝 올린 상태였던 내가 검을 가볍게 흔드는 순간, 내 온몸을 휘감고 있던 기세가 풀렸다.

동시에 몸을 아래로 숙여서 쿰퍼의 아래로 파고들었다.

[강한 힘에 비해 민첩도가 많이 떨어진다.]

[몸을 돌리는 데 걸리는 시간 2.13초.]

쿰퍼의 아래로 파고든 내가 곧바로 몸을 획 비틀면서 검을 그대로 목에다가 꽂아 넣었다.

그 직후, 허리부터 팔까지에 힘을 잔뜩 줘서 칼을 쑤욱 밀어 넣었다.

칼이 쿰퍼의 목을 완전히 관통했다.

“끄…… 륵!!”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쿰퍼가 털썩 주저앉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 조금도 믿을 수 없었는지, 얼이 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신경 쓰지 않고서, 쿰퍼의 도끼를 쥐었다.

묵직한 느낌이 들었지만, 어렵지 않게 들 수 있었다.

“내가 잡아본 고블린 중엔 제일 세네. 그건 인정해 줄게.”

도끼를 천장 위로 힘껏 들어 올린 채로, 덧붙였다.

“그런데 고블린이 세봤자지.”

그대로 쿰퍼의 목을 내려쳤다.

뻐억!

소리와 함께 쿰퍼의 목과 몸통이 분리되어 바닥을 굴렀다. 그 순간, 진행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변의 연소오오옥! 오유성 대 쿰퍼의 경기! 단 일 분 만에 오유성 승리이이!!!

[투기장에서 승리하셨습니다.]

보상 : 50p

추가 보상 : 100p (관객들의 카타르시스를 만족시켰습니다.)

[다음 상대 : 고블린 락터]

다음번도 고블린. 이런 패턴으로 봤을 때, 당분간은 고블린 확정이다.

그런데 고블린만으로도, 아직 스탯의 랭크 업이 가능했다.

이곳은 파워 업의 노다지다.

[귀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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