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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3화 (3/177)

# 3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03화

2장 파워 업의 노다지(1)

다시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천장과 포근한 느낌의 침대. 열심히 코를 골며 자고 있는 룸메이트까지.

‘꿈을 꾼 건가.’

팔에 난 상처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깨끗했다. 깊게 파인 상처라 최소 일주일은 치료를 받아야 하고, 분명 옷도 흙먼지에 나뒹굴었는데 새것마냥 멀쩡하다.

“후우.”

헌터 학교에서 보냈던 시간이 허투루 보낸 것은 아닌지, 내가 배운 것들을 정말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인지 고민을 했었다.

지원 헌터였으니까.

대부분의 실습을 VR시스템을 이용해 진행했고, 실전을 겪어 본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다행히도.

그 시간이 헛되지는 않은 것 같다. 내가 겪은 일이 꿈이었을 지라도 너무나 생생했기 때문에. 꽤나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꿈이 아닌 것 같다.

[첫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투기장에서 보았던 메시지가 눈앞에 떡하니 나타났다. 꿈이 아니라면 분명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잊지 못할 맛.

랭크 업을 하면서 느꼈던 경험은 두 번 다시는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가벼워진 몸과 흘러넘치던 체력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상상만 하던 일들을 현실에서도 할 수 있다.

조금 들뜬 마음으로 바로 상태창을 떠올렸다.

‘상태창.’

하나 변하는 것은 없었다. 눈을 비벼도 보고 계속해서 상태창을 불러봤지만 메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장비창.’

‘포인트 상점.’

상태창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모두 똑같았다. 현실에서는 활성화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럼 이미 올렸던 스탯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복도로 나와 빠르게 달려 봤지만 큰 차이가 없다.

‘……뭐지.’

어째서일까.

가족 여행을 가기로 한날 아버지의 일 때문에 못 가게 됐던 어릴 적 일이 떠올랐다.

그때와 다른 게 있다면 나는 나이를 먹었고, 감정을 자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

생각해 보니 트렉터를 죽이고 마지막 메시지에 다음 상대를 알려줬었다.

그런데 다음 상대에 대한 생각을 하자 갑자기 팝업창이 떴다.

[수면에 빠지면 다음 상대와 매칭됩니다. 24시간 안에 수면에 빠지지 않을 시, 강제로 수면에 빠집니다.]

고블린 전사 쿰퍼.

또다시 그곳으로 가서 목숨을 걸고 싸움을 해야 한다면, 실마리 또한 그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고블린 전사라면 지금의 실력으로도 충분히 가능했다.

‘오늘은 조금 이따 있을 신입 테스트에 집중하기로 하자.’

* * *

“시험 준비하는 거냐?”

룸메이트 이찬혁.

헌터 학교에서 알고 지내던 몇 없는 친구 중 한 명이다.

특성 ‘검을 들은 자’를 개화한 전투 헌터. 대부분의 검사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며 검에 대한 이해도가 다른 무기보다 빠르게 상승한다.

나는 기초 스트레칭을 마치고 일어나 러닝머신으로 향하며 말했다.

“준비해야지.”

신입 테스트.

그 결과에 따라 1군부터 3군까지 차례대로 배치된다. 기준 미달이면 계약 해지 조치도 당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적당히 해. 무리하지 말고”

옆에서 같이 달리기 시작한 이찬혁.

허구한 날 놀러 다니며 여자 꼬시기 바쁜 놈이다. 어느 정도 재능이 있다고 생각은 되지만.

“넌 계약 해지 당하고 싶지 않으면 준비 좀 해.”

“야, 나 정도면 프리 패스야. 근데 요 밑에서 들었는데, 테스트 없이 바로 1군에 들어온 신입이 있다던데?”

기본적인 길드 시스템은 테스트를 거치고 정확한 능력을 파악한 뒤 분류를 나눈다.

물론 실력이 오르고 경험이 쌓이면 3군에서 2군으로, 2군에서 1군으로 올라갈 수 있다.

야구처럼 생각하면 쉽다.

1군부터 3군까지.

3군은 사실상 전력 외 취급이다.

싸움이라는 건 경험이 필수다. 게다가 신체 단련으로 피지컬이 전성기인 나이대도 중년기라는 걸 감안하면, 20대가 1군이 되는 건 정말로 드문 경우다.

그런 1군을 테스트 없이 들어갔다면 엄청난 특성을 가진 괴물급 신입이 들어왔다는 소리다.

내가 아는 한 이번 졸업생 중에는 그런 놈들이 몇 없다.

“다른 지역 출신이야?”

“그건 잘 모르겠네. 나도 얘기하던걸 지나가다 들은 거라.”

헌터 학교는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그리고 서울에 각 하나씩 존재한다.

가장 유명한 곳은 내가 나온 서울 헌터 학교지만. 그렇다고 다른 지역의 헌터 학교의 수준이 낮다는 소리는 아니다.

교수진에 이름값 좀 있는 사람들이 있고, 명성 높은 헌터들이 많이 배출되어서 유명할 뿐이다.

“부러워하면 뭐해. 걔네는 이미 1군이고 우린 테스트 봐야 되는데.”

“그건 그렇지.”

“테스트 준비나 하자.”

* * *

오전에는 정보 분석과 전략 기획에 대한 공부를 하다가 점심을 먹었다. 밥을 다 먹고 1층 로비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시켰다.

색 조합도 심플하고 조명이나 가구 배치도 잘되어 있다. 특히 조명과 분위기가 좋아서 일반 사람들에게도 꽤 유명한 걸로 알고 있다.

맛에 비해 가격도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길드원이라면 무료로 하루에 한잔 씩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아 있다가 진동벨이 울리자 이찬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가져왔다.

이찬혁이 커피를 빨대로 쪽쪽 빨아 먹으면서 내 것을 건네주었다.

“지원 헌터는 오늘 체력검정만 있는 거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달달한 휘핑크림을 먹었다. 단 것이 들어가니 행복했다.

지원 헌터는 조금 있으면 진행될 체력검정만 마친다면 따로 할 게 없다. 워낙 소수에다가 능력들이 다양하니 어쩔 수 없다.

“존나 부럽다.”

“왜? 너넨 뭐 또 있냐?”

“그건 아닌데, 우린 대련 시험이잖아. 혹시라도 지면 어떡하지.”

말은 저렇게 투덜거리지만 얼굴은 웃고 있었다. 저게 엄살이라는 건 그동안 그를 겪으면서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전투 헌터들은 1시까지 대련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지원 헌터들은 1시까지 체력단련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시계를 보니 1시까지는 약 30분 정도가 남았다. 여유 있게 커피를 들고 마시면서 숙소로 갔다.

다 마신 커피는 쓰레기통에 넣고 옷을 갈아입었다.

“대련 잘 보고. 나 먼저 간다.”

“그래. 너도 잘 봐.”

이찬혁은 대련복으로 갈아입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린다. 약간의 긴장감이 올라와 숨을 크게 쉬며 진정시켰다.

웅성웅성.

체력단련실에 도착하니 아이리스 길드에 들어온 다른 지원 헌터들을 볼 수 있었다.

얼마 있지 않아 시험관이 들어와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여러분의 체력 검증을 맡은 시험관 겸 체력 코치 이한수라고 합니다.”

허벅지만 한 팔뚝을 가졌으며 상체는 역삼각형을 제대로 유지하고 있다. 구릿빛으로 태운 피부는 그를 더욱 건강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에 비해 작은 눈을 보니 귀엽게 생긴 것 같기도 하다.

“부정행위를 하게 된다면 그 순간 퇴출입니다. 그럼 항목별로 나누어 진행하겠습니다.”

팔굽혀펴기.

윗몸 일으키기.

오래달리기.

이 세 가지 항목으로 사람들을 나눴다. 나는 그중에서도 제일 자신 없는 오래달리기가 먼저 걸렸다.

“다들 준비하세요.”

나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 모두 러닝머신에 올라갔다.

러닝머신 위에 서서 시험관에게 건네받은 산소마스크를 썼다. 마스크만 썼을 뿐인데도 긴장을 너무 한 나머지 호흡 조절이 쉽지 않았다.

거기다 귀로는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들렸다.

“쟤 걔 아니야? 전교 1등.”

“아! 머리 쪽으로는 최곤데 육체적 능력은 영 꽝이라고 하던데.”

듣기 싫은 말이 귀에 꽂혔지만, 애써 무시하며 정면에 보이는 디스플레이만 쳐다봤다. 호흡을 조절하며 내 몸에 집중했다.

“시작.”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천천히 러닝머신의 속도가 올라가며 내 몸도 움직였다.

처음의 페이스는 무난했다. 호흡 조절을 하며 러닝머신의 속도에 적응해 나갔다.

일정한 속도로 계속 유지되는 동안 내 몸의 체력은 조금씩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폐 속 깊숙이 들어가는 공기량이 적어졌다. 그와 함께 뇌에서는 공기를 보내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동시에, 다리에 모래주머니가 하나씩 달리는 것처럼 몸이 점점 무거워져 갔다.

그에 따라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디스플레이를 보니 이제 막 십 분이 지났을 뿐이었다.

‘이럼 안 되는데.’

텐션을 보면 딱 평균에도 못 미쳤다. 조금 더 버텨야 했다.

정신력으로 최대한 리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체력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그렇게 십오 분이 되었을 즈음.

서서히 시야가 흐릿해지고, 흐트러진 호흡을 되돌리기가 힘들어졌다.

한계였다.

하지만 그 한계 속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발걸음을 더 내디뎌보려고 발악했다.

그런데 그런 내 의사와는 별개로, 시험관이 나를 보며 별다를 것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지 버튼을 누르려고 하는 게 보였다.

‘안…… 돼!’

이대로 멍청하게 끝내고 싶지 않았다.

몸이 부실하면, 하다못해 그 몸이 부서질 때까지 버티는 깡다구라도 보여줘야 사람 취급은 받을 수 있으니까!

그 순간.

[동기화 완료]

[투기장의 육체와 능력치가 일원화됩니다.]

몸의 컨디션이 반전됐다.

‘뭐지?’

목에서 턱하고 막혔던 무언가가 내려가며 호흡이 안정되었다. 모래주머니 수십 개가 달린 것처럼 무거워서 더 이상 들지 못할 것만 같았던 발도 날아갈 듯이 가벼워졌다.

순간적으로 몸이 너무 좋은 쪽으로 변해 버리자, 당황한 나머지 몸을 가누지 못할 뻔 했다.

그러나 몸의 중심은 금방 다시 잡을 수 있었다.

난생처음 겪는 컨디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거다!’

투기장에서 랭크 업을 시키면서 겪었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힘이 온몸에 흘러넘쳤다. 활력이 넘치는 이 힘은 꿈이 아닌 사실이었다.

이 힘은 나를 다른 세계로 인도했다.

“그만하겠…… 어?”

시험관이 멍하니 모니터의 그래프를 바라봤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가라앉은 상태로 요란하게 흔들리던 그래프가 순식간에 안정을 찾아갔다.

그러더니, 아예 쌩쌩한 채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십 분.

대부분의 사람이 나가떨어지는 시점이 돼서야, 나는 다시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이십 오 분을 채우고 내가 러닝머신 밑으로 내려왔을 때.

사람들은 다들 놀라워했다.

“대박.”

“저게 핫바리라고?”

“뭔 개소리야? 미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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