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역대급 수련-2화 (2/177)

# 2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02화

1장 투기장으로(2)

이 세상에 가장 먼저 나타난 몬스터.

가장 많이 나타난 몬스터.

가장 많이 죽임을 당한 몬스터.

이 세 가지 타이틀을 가져간 영광스러운 몬스터는 바로 고블린이다.

평균 신장이 80㎝ 정도로 사람의 허리춤에 오는 정도의 키를 가지고 있으며 지능이 조금 높다.

또한 자신의 약점을 활용해 사람들을 유인하고 잔인하게 살해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처음 고블린이 나타났을 때, 생각보다 큰 피해를 입은 이유가 이래서였다. 어디서든 최약체로 묘사되는 고블린.

그렇기 때문에 방심했다.

고블린은 그런 인간들을 가지고 놀았고.

뭐 시간이 지나면서 그 상황은 반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고블린에 대해서 분석하기 시작했고, 여러 가지 공략법들을 찾아냈다.

-양 선수는 투기장 안으로 입장해 주세요!

투기장 안으로 들어가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튜토리얼 안내서]

1. 상태창

2. 장비창

3. 포인트 상점

…….

사용 방법이 자연스레 머리에 각인 되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게임에서 많이 보던 시스템이라 익숙하다.

나는 발걸음을 늦추며 빠르게 속으로 상태창을 외쳤다.

‘상태창.’

[상태창]

이름 : 오유성

종족 : 인간

힘 : 랭크 2 (03/50)

민첩 : 랭크 2 (25/50)

지능 : 랭크 1 (03/15)

체력 : 랭크 2 (25/50)

마력 : 랭크 1 (02/15)

잔여 포인트 : 50p

스킬 : 관찰자(E)(0/500)

힘과 민첩 체력은 전투형 스탯이었고, 지능과 마력은 마법사형 스탯이었다.

평균적인 수치가 랭크 2라고 했으니. 힘과 민첩 체력만 랭크 2고, 지능과 마력 1인 것이 딱 맞았다.

여기서 마력은 마나를 뜻하는 게 아니라, 마법의 위력을 높여주는 스탯이었다.

나는 마법사는 아니니 당분간 지능과 마력에 포인트를 투자할 일은 없을 것 같다.

후우. 예상을 못 한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초라해서 마음이 살짝 아프다.

스킬 창에 있는 ‘관찰자(E)’.

내가 현실에서 개화해서 얻은 특성이다.

여러 상황에서 얻는 정보들을 추론하여 답을 얻는 특성.

내 입으로 말하기 뭐하지만, 머리가 엄청 좋지 않았다면 사용하지 못했을 정말 쓰레기 같은 특성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냥 똑똑한 정도였더라도 최수영과 함께 기업에 취업했을 거다.

[장비창]

착용 중인 장비가 없습니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은 장비로 보지 않는 모양이다.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에 시장에서 주고 산 싸구려 반바지.

누가 봐도 장비로 보이진 않는다.

다음은 포인트 상점.

가지고 있는 잔여 포인트는 50p. 뭐라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열어보았다.

[포인트 상점]

투기장 경기 중에는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정말 볼품없네.’

자존감이 낮은 편은 아니지만, 막상 나에 대한 것들을 나열해서 보니 가지고 있는 게 없다.

나에 대한 탐색이 끝날 무렵 고블린 트렉터와 마주 볼 정도의 위치까지 이동했다.

흔히 보던 고블린과는 확실히 다르다. 덩치도 조금 크고 인상도 더욱 날카롭게 생겼다. 가까이서 보니 얼굴뿐만 아니라 팔이나 다리에도 상처 자국이 수두룩하다.

트렉터가 비열함의 끝을 보여주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크르륵! 싱겁게 생겼군.”

저 징그러운 얼굴을 똑바로 보고 있자니 손끝이 떨리고 심작박동 수가 올라간다. 헌터 학교에서 수 없이 죽여 보았지만 이런 녀석은 처음이다.

무리 생활을 하는 고블린이 단독일 때는 긴장도 하고 많이 위축되어 잡기 쉽다.

긴장과 위축은커녕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오히려 내 몸에서 긴장감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최약체 고블린 주제에 말이 많네. 아빠나 불러와라.”

두 눈이 터질 것처럼 확장되고 양팔이 부르르 떠는 걸 보니 내 말이 그대로 전달되었나 보다.

어떤 방법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성능이 최상이라는 것만은 저놈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크르륵. 죽인다.”

-그럼 지금부터 트렉터 대 오유성, 오유성 대 트렉터의 경기를 시작합니다!

우와아아아!

진행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엄청난 환호성이 들려왔다. 빠르게 주변을 보며 지형을 체크했다.

가로세로 5m 정도 되어 보이는 철창 안. 바닥은 흙으로 되어 있으나, 그 위에는 앞선 경기에서 흘린 것으로 보이는 피들로 가득하다.

철창 밖으로 보이는 나무들은 죄다 썩어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부러질 것처럼 보인다.

피 냄새와 함께 역겨운 하수구 냄새가 코를 찡그리게 만든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앞에 서 있는 트렉터다.

양손에 들린 단검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나와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 들어왔다.

싸움을 할 줄 아는 녀석이다.

근데 시스템적으로 너무 불친절해도 정도가 있지, 무기 정도는 줘야 하는 거 아니야?

[Tip. 기본 무기는 포인트 상점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투기장에 들어오게 되는 순간부터 포인트 상점은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젠장.

여태까지 수도 없이 잡아본 고블린들은 모두 검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눈앞에 있는 고블린 역시 마찬가지.

전투 헌터도 아닌 내게는 부족한 살상력을 높여줄 무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주변에 무기로 사용할 만한 것은 없다.

내가 무기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트렉터가 빠르게 단검을 휘두르며 들어왔다.

황급히 뒤로 피하면서 거리를 벌렸지만, 단검이 왼쪽 팔뚝을 스치고 지나갔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그대로 목이 날아갈 뻔했다.

어떡해야 할까.

차분히 생각을 해도 모자랄 판에 트렉터의 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때 번뜩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에 스탯창을 열었다.

남은 포인트 50p.

민첩과 체력을 랭크 업 시키는 데 필요한 포인트는 각각 25p. 힘을 올릴 수도 있지만 속도에 특화된 트렉터와 맞서기 위해서는 민첩과 체력을 올리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민첩 랭크 2가 랭크 3이 되었습니다.]

[체력 랭크 2가 랭크 3이 되었습니다.]

삭!

트렉터의 단검이 머리 위로 지나가며 머리카락 몇 올이 잘려 나갔다. 아까와는 확실히 달라진 반사 신경과 몸에서 활력이 넘치는 게 느껴졌다.

‘됐다.’

이거면 트렉터와 해볼 만하다.

트렉터가 들고 있는 두 개의 단검. 일단 저것을 빼앗아야 될 것 같다.

내 특성 관찰자로 인해 트렉터의 대한 정보가 들어왔다.

[왼손의 힘이 조금 더 강하다.]

[후속타가 들어오기까지 2.31초가 걸림.]

트렉터가 혀로 입을 핥으며 자세를 잡는다.

“크르르륵!”

양 단검을 날개처럼 펼친 뒤 자세를 숙여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발을 디디며 도약을 한 뒤 단검을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난 옆으로 구르며 트렉터의 공격을 피했다. 트렉터는 쉴 틈을 주지 않고 오른손에 있는 단검을 나에게 날렸다.

몸을 돌려 공격을 피한 뒤, 트렉터의 단검이 직접적으로 들어오지 않고 나 또한 바로 붙을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두었다.

계속해서 트렉터는 단검을 휘둘렀다. 입고 있는 옷이 흙먼지로 범벅이 될 정도로 나는 피하고 또 굴렀다.

[오른쪽 다리로 중심을 잡는다.]

[단검의 날이 상해 있다.]

[감정의 동요가 크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 흘렀다. 최소한의 체력을 사용하며 공격을 피했다.

반면에 공격을 하기 바빴던 트렉터는 이제 숨이 차는지 헉헉거린다. 전체적으로 힘들어 보이지만 눈빛은 죽지 않은 채 나를 노려본다.

숨을 고른 뒤, 트렉터의 팔뚝에 근육들이 튀어나왔고, 있는 힘껏 나를 향해 달리며 표효를 질렀다.

“크르르륵!”

마지막 공격을 하기 위해 표효를 지르는 것을 보며 관중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후우.”

나 또한 숨을 고르며 트렉터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이제 판짜기는 모두 끝났다.

달려드는 트렉터에게 소리치며 손가락으로 까닥이며 말했다.

“덤벼 이 새끼야.”

먼저 트렉터의 왼손이 내 몸을 향해 찌르듯 날아왔다.

역시.

한 발짝 먼저 왼쪽으로 몸을 틀며 트렉터의 팔을 내 팔꿈치로 내려찍었다.

퍽!

트렉터의 인상이 구겨지며 단검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내 생각보다 침착한 반응을 보이며 오른손에 있는 단검을 휘둘렀다.

삭!

자세를 숙여 공격을 피하며 바닥에 떨어진 단검을 주워 들었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단검을 크게 휘둘렀다. 트렉터의 오른쪽 손목에서 초록색 피가 분출되었다.

“크아악!”

비명을 지르며 오른손에 들고 있던 단검마저 떨어뜨렸다. 양손에 단검을 쥔 나는 트렉터에게 다가갔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트렉터.

처음에 보았던 모습과는 다르게 눈동자에서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피어올랐다.

“이제 끝내자.”

바닥에 쓰러진 트렉터에 위로 올라가 단검을 교차에 목에 가져가 그었다.

촤악!

와아아아아!

엄청난 환호성과 함께 메시지가 떠올랐다.

[투기장에서 승리하셨습니다.]

보상 : 50p

추가 보상 : 50p

[다음 상대 : 고블린 전사 쿰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