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역대급 수련-1화 (1/177)

# 1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00화

프롤로그

웅성웅성.

어수선한 소리와 함께 정신이 들었다. 주위에는 처음 보는 생김새로 가득하다.

“크르륵!”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내 앞에 서 있는 초록색 피부에 키가 작은…….

고블린?

더 이상한 것은 내 눈앞에 나타나 있는 메시지다.

[투기장에서 승리하십시오.]

클리어 조건 : 상대방을 죽이거나 항복 선언을 받아내어 승리하십시오.

승리 : 포인트 50점

패배 : 죽음

나 혼자 역대급 수련 001화

1장 투기장으로(1)

“하하하.”

“다들 졸업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 이 자리는 내가 쏘는 거니까 맘껏 마셔.”

30명의 남녀 사이에서 잔을 들어 올리는 저 남자가 이 자리의 주인공이다.

타고난 재능과 외모.

그리고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알고 있다. 저 녀석의 집안이 꽤 대단한 곳이라는 걸.

한쪽 벽에 걸린 TV에서 나오는 소리.

-이번 주 주간 토픽입니다. 첫 번째 소식입니다. 부산에 5성급 포털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세상은 변했다.

포털이라는 것이 나타났고 그 안에서는 다양한 능력들을 가진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판타지 소설에서만 존재하던 고블린이나 오크부터 시작해서 상상을 초월하는 생명체들이 튀어나왔다.

엘프나 드워프 등 인간에게 우호적인 생명체들도 있지만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의 목표는 하나였다.

인류 학살.

처음 포털이 열리고 나타난 고블린 무리에게 꽤 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타난 것이 헌터다.

몬스터를 사냥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다양한 능력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얼음 화살이나, 염동력, 강력한 육체 등.

“호연아 ‘그린나래’ 길드에 들어간다는 게 진짜야?”

“고민 중이야.”

이 자리의 주인공인 이호연을 포함한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헌터 학교를 마친 졸업생들이다.

헌터 학교를 졸업하면 세 가지로 분류된다.

길드에 들어가 전투 헌터로서 활약하는 것. 능력만 뛰어나다면 이호연처럼 대형 길드에서 스카우트를 받기도 한다.

“흐윽.”

툭 하고 치면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술을 마시는 최수영. 전투 헌터가 되기 위한 특성 개화를 하지 못했다.

개화하지 못한 졸업생들이 선택하는 것은.

“난 그냥 일반 기업이나 들어가려고.”

헌터로서의 삶을 포기한다. 졸업장을 들고만 간다면 웬만한 기업의 안보팀에는 그냥 들어갈 수 있으니까.

“넌 거기서도 잘할 거야.”

주위 동기들이 최수영을 위로한다. 그들을 바라보며 나도 내 잔에 있는 술을 한잔 들이켰다.

“크으.”

“유성아 너는 지원 헌터 쪽으로 지원한다고 했나?”

특성 개화를 했지만 전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들을 지원 헌터라고 한다. 전투 헌터들과 함께하며 그들이 미쳐 신경 쓰지 못하는 일들을 처리하는. 예를 들면 짐꾼이나 해채 같은 일들.

다들 쳐다보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

“그래도 필기 쪽으로는 항상 1등이었으니까. 아쉬운 대로 너한테는 그쪽도 나쁘지 않겠다.”

그러게 말이다.

나는 전투 헌터가 되고 싶었다. 마음 한구석에 담겨 있는 영웅에 대한 로망이랄까.

지원 헌터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혹시나 추가 특성을 개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헌터로서의 삶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세아 넌 전략 기획이었나?”

헌터 학교에서 여신이라고 불리는 김세아. 그녀가 귀 뒤로 머리를 넘기며 대답했다.

“응.”

“특성이 아깝다. 그런 특성이면 초대형 길드에서도 스카우트 받았을 텐데.”

“자자, 앞으로의 일은 내일부터 생각하기로 하고 지금은 즐기면서 마십시다!”

이호연의 옆에 앉아 있던 반장의 주도하에 다들 술잔을 들었다.

2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

안에서 살아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다들 술기운에 취해 오늘을 보내고 싶었을 거다.

특성 개화를 하게 되면 기본적인 육체적 능력이 좋아진다. 그런데도 취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마셨다는 거다.

졸업에 대한 허탈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함.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모두를 취하게 한 것은 아닐까 싶다. 여태까지 한 것이 모두 연습이었다면 이제 실전이다.

나도 평소보다 많이 마시긴 했지만. 술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어느 정도 자제를 했다.

자리도 무르익었겠다, 집에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푸후.”

테이블에 있는 물을 한잔 들이켜고, 출구로 걸어갔다. 출구 직전에 있는 계산대에 이호연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오유성?”

옆에 서 있던 김세아가 나를 불러 세웠다. 같이 있으니 한 폭의 그림 같네.

계산을 마친 이호연도 돌아서서 나를 쳐다보았다. 잘생긴 남녀 둘이 쳐다보니 꽤 부끄럽다.

둘이 사귄다는 오피셜을 듣긴 했는데. 뭐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

“잘 먹었다.”

오른손을 가볍게 들며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아이리스 길드에 들어갔다던데, 맞냐?”

아직 아는 사람이 몇 없을 텐데. 어떻게 알아냈는지 능력도 좋네.

“어. 넌 고민하고 있다며. 난 여기서 좋은 조건을 제시해서 그냥 들어가기로 했다.”

신입 헌터 치고는 충분히 좋은 조건이다. 그렇다고 다른 신입 헌터들이랑 엄청나게 큰 차이가 나는 건 아니다.

지원 헌터니까.

만약 이호연이 그린나래에 들어간다면 나보다는 조건이 좋을 것이다. 그만큼 전투와 지원 헌터의 갭이 크다.

내 대답이 맘에 안 드는지 이호연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눈은 살인이라도 할 것처럼 노려보고 있고 양손이 살짝 떨리는 게 보였다.

도발이 제대로 먹히긴 했나 보다.

그린나래 길드에 들어갈지 고민?

내가 길드에 아는 형에게 연락해 본 결과 그런 일은 없다고 했다. 반대로 이호연을 뽑을지 말지 고민 중이라고.

“내 실력에 그 정도 길드는 껌이지.”

“그래. 넌 실력이 좋으니까 그에 맞는 길드 들어가길 빈다.”

안부 인사를 마친 나는 김세아에게도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

“후아.”

너무나 유치한 도발이었지만.

며칠 묵은 변비가 쑥 내려간 것처럼 꽤 상쾌했다.

* * *

으슬으슬한 기운이 온몸을 타고 전신에 퍼졌다. 더불어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쑤셨다.

“으으으.”

잠이 부족해 차마 눈은 뜨지 못하고 몸만 움츠렸다.

그나저나 이럴 리가 없는데.

내가 사는 곳은 최신식 빌라.

아이리스 길드원만 들어갈 수 있는 전용 숙소로 적정 온도를 유지해 주는 최첨단 기술이 들어가 있다.

“젠장.”

결국 참는 것을 포기하고 눈을 떴다.

엥?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초췌한 행색을 하고 있는 중년 남성. 옷은 다 해져 있고 날이 무뎌진 검을 들고 있다.

혹시나 눈을 마주칠까.

천천히 고개를 숙여 바닥을 바라보니 올록볼록한 돌로 이루어져 있고, 밑에서부터 차가운 공기가 흘러나왔다.

이래서 추웠던 거구나.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나 납치당한 건가?

하지만 생각은 3초를 넘어서지 못했다.

보안이 철저한 아이리스 길드 숙소에 있는 사람을 납치한 다라.

유명인사도 아니고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신입 길드원을?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그런 일을 할 사람은 없다.

“자네는 어디서 왔는가?”

“서울에서 왔는데요.”

“서울? 처음 들어보는 곳이군.”

저 사람이 미친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곳은 어디고 난 대체 왜 이곳에 와 있는가.

아마 저 사람은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말을 걸었다.

“이곳은 어디죠?”

중년 남성의 입이 열리기도 전에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동굴 깊은 곳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듯한 굵은 저음. 거기에 소름 끼치는 무언가가 더해져 듣기가 거북하다.

“오유성.”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쳐다보니 내 팔뚝만 한 철창으로 이루어진 문이 보였다. 그 밖에 검은 두건을 쓴 생명체가 창을 들고 서 있었다.

어두워서 붉은 안광밖에 보이지 않지만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나와라.”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내 몸이 움직였다.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세우며 철창 쪽으로 걸어갔다.

철창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

-이번 선수는 고블린 중에서도 사납기로 유명한 고블린 투사 ‘트렉터’입니다!

투기장?

내가 알고 있는 개념이 맞는 건가. 하지만 안에서 웅성거리는 소리 때문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웅성웅성.

철창 안에서 난리가 났다. 천천히 돌아보니 나와 중년 남성 이외에도 많은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나를 쳐다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체 왜?

고블린 트렉터라는 녀석 때문인 건가.

-트렉터에게 도전하는 신입 투사. 종족은 인간. 그 이름은 오! 유! 성!

어느덧 내 몸은 철창에 다다랐고 문이 열리면서 새하얀 빛이 일어났다.

손을 들어 눈을 막고, 하얀빛이 가셨을 때.

내 눈 위로 홀로그램 창 하나가 떠 있었다.

[투기장에서 승리하십시오.]

클리어 조건 : 상대방을 죽이거나 항복 선언을 받아내어 승리하십시오.

승리 : 포인트 50점

패배 : 죽음

그와 함께 보이는 정면의 고블린.

양손에 들린 두 개의 단검과 얼굴에 길게 난 상처가 고블린을 더욱 난폭하게 보이게 했다.

“하하하.”

이런 정신 나간 상황이 이해가 가진 않지만 딱 하나 분명한 것이 있다. 내가 저 고블린을 죽이거나 항복 선언을 받아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일이 나에게는 아주 껌이라는 점이다.

헌터 학교에서 보낸 2년이라는 세월.

나는 고블린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은 더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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