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239화 (239/240)

<내 상태창 2개 - 239화>

한계 돌파 (4)

“김지호. 이 개새끼. 진짜…… 뭐? 내가 가짜라고?”

펑! 펑!

쌍욕을 퍼부으면서 언데드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이진성.

“아오…… 이 김지호 같은 놈들.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네.”

해골 전사와 좀비 머리통을 부수면서 말끝마다 내 욕을 퍼붓는 이진성.

이진성의 육체에서 발아한 영혼의 싹은 예전보다 조금 더 커져 있었다.

그런 녀석을 본 내 감상은…….

“쩝. 똑같네.”

내 친구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친구 얼굴이랑 비슷한 가면을 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느낌.

영검은 부숴 버렸지만, 이미 영혼신으로서 격을 뛰어넘어 버린 건 되돌릴 수 없었다.

눈높이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래도…….”

이진성 모습으로 고생하는 걸 보니, 좀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하네.

너무 이 세계에 막 떨구긴 했지.

“아스트라페.”

영혼 발아를 관찰하기 위해 놔뒀던 분신.

모습을 드러내며, 언데드를 죄다 지져 버렸다.

가루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해골과 좀비들.

“아! 아 씨 깜짝이야. 뭐야, 김지호. 너 좀 욕했다고 죽일 거냐?”

“뭘 죽여.”

“그럼…… 왜 왔지?”

날 보고 바짝 긴장하는 이진성.

친구로 친하게 지낼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내가 정신을 좀 차렸는데 말이야. 너한테 좀 미안한 것도 있고…….”

“……뭐? 시발. 장난해? 나 가짜 혼이라며? 설마 아니었냐!? 그래. 진짜지, 나?”

“아. 원래 이진성의 혼은 아니야. 가짜가 아니라…… 새로운 진짜지. 너는.”

내 확답에 얼굴이 일그러지는 이진성.

“젠장. 포장하지 마라. 가짜라는 거잖아 결국.”

“아니야. 넌 훌륭한 새로운 진짜다.”

“……그렇다 치고. 대체 무슨 속셈으로 여기까지 왔지?”

“이 동네, 살기 어때?”

“개 같다.”

내 질문에 바로 욕을 지껄이는 이진성.

많이 거칠어졌구먼.

하긴, 이런 언데드만 튀어나오는 이세계에 사람을 집어넣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저 언데드를 치워 버리고, 지구의 사람들을 더 데려오고 해도?”

“시발.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는 세상인데. 좋겠냐?”

그건 좀 심심하긴 하지.

“나한테 미안하면, 지구로 다시 보내 주던가.”

“가고 싶으면 보내 줄게. 지구에는 지금 제우스가 강림했고, 인간의 반이 죽어 버렸지만…… 그래도 가고 싶으면 말이야.”

“뭐……!?”

화들짝 놀라는 이진성.

나에게 황급히 물어본다.

“우리나라는? 한국은 어떻게 되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무사하지. 아직 제우스는 히말라야까지 점령했으니까. 하지만, 한국까지 오는 건 금방일 거야.”

“윽……! 그럼 가족들이…….”

일그러지는 이진성의 얼굴.

“데려다 줄까? 가족.”

“이곳으로……?”

“어.”

“숲밖에 없고, 밤낮으로 언데드가 튀어나오는 이 지옥에 말이냐?”

“내가 다 쓸어 버린다니까. 거기에 가족 말고도 인간들 더 데려올 거야.”

“다른 사람들도……?”

“그래. 너처럼 영혼이 발아된 사람들을.”

내 말을 묵묵히 듣던 이진성이 반문한다.

“영혼이 발아되지 않는 사람들은?”

“그 사람들은 애초에 여기 와 봤자…… 내 가짜 혼으로 오는 거라서 의미가 없어.”

애초에 혼을 옮기고, 육체를 다시 생성해 주는 거니까.

혼이 내가 만든 가짜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진짜 마네킹이 생성될 뿐.

“그럼, 내 가족도. 네 말대로라면 가짜 혼이잖아. 와도 의미가 없을 텐데.”

“그건 그렇지. 근데 너희 가족은 제우스의 인류 학살을 보고 공포에 젖어서, 영혼 발아가 되어 버렸어.”

“뭐……?”

“제우스 때문에 영혼 발아가 된 게 천만이 넘는다. 그중 속한 거지.”

“허…….”

황당해하는 이진성.

40억 중 천만에 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하필 녀석의 가족이 그 케이스에 들었다.

“원래 혼의 발아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내가 공포를 각인시키려고 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지.”

“……천만이 각성했다고 했지. 그들을 다 데려올 건가?”

“최대한.”

혼의 발전을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지만.

새로이 생겨난 영혼이 이번에 사라지면, 끝이다.

사람들의 육체는 시간 회귀를 통해 다시 되살아난다고 해도.

가짜 영혼에서 스스로 발아한 싹이, 두 번째에도 똑같다는 보장은 없다.

거기에 모든 상황이 해결되고…….

정령계에 봉인되어 있는 사람들의 혼이 원래의 육체로 돌아간다면.

새로 피어난 혼은 갈 곳을 잃게 되겠지.

“이미 멸망하여 부서진 세계에, 새로 발아한 혼을 정착시킬 거야.”

“…….”

“다섯 행성 정도면, 남은 인류가 정착하기엔 충분하지.”

그들에게, 새로운 터전을 마련해 준다.

그러면서 겸사겸사 혼의 발전도 지켜보고.

“이곳에서 정착하라니…… 아무것도 없는데.”

“내 소속 신들도 파견해서, 도움을 줄 거야. 새 인류가 정착하도록.”

예전에는 새로 싹튼 혼을 실험, 관리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그들에게 터전을 마련하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그냥 관찰할 참이다.

인간의 혼을 굳이 그렇게 굴리고 싶지도 않고…….

시간도 많으니까.

“사람들이 곧 들이닥칠 테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

“너…….”

“일단은 네가 이 행성 대빵 하고 있어라.”

* * *

“이곳에 정착을 하라는 건가요?”

“그래.”

칼바인 행성.

드라키아가 미티어 스웜을 퍼부은 이후, 문명이 완전히 멸망해 버린 땅이다.

지금 내가 강시아를 데리고 온 곳도, 유성우에 의해 거대한 크레이터가 파인 척박한 땅.

척박하기만 하면 살기라도 하지.

수없이 낙하한 유성에 의해, 대량으로 발생한 먼지가 떠올라 대기권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었다.

“……여기서 살 수는 있나요?”

“지금 상태론 인간이 살 수는 없지. 하지만…….”

손을 가볍게 뻗자, 먼지가 걷혀지며 하늘이 열린다.

“땅이여. 올라와라.”

쿠구구구구.

지축이 흔들리며, 완연히 파인 크레이터가 다시 평평하게 바뀌기 시작한다.

“식물들도 있으면 좋겠지.”

손을 다시 한번 흔들자, 땅에서 나무와 풀잎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세기말에서 푸르른 숲으로 변한 대지.

“와아…….”

이 모습을 본 강시아가 경외의 눈으로 날 바라봤다.

뭐, 이 정도 가지고.

“지구의 상황. 너도 보고 들은 게 있지?”

“네.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앙…… 전 인류를 집어삼키고 있죠.”

“그거 이제 다시 활동을 재개할 거거든. 그럼 인류는 종말이지.”

“당신은…… 못 막나요?”

“아직은 무리야.”

강시아와 대화하며, 칼바인 행성을 계속 회복시킨다.

태양을 가리던 대기권의 짙은 먼지를 소멸시키고.

척박한 땅을 윤택하게 만들며, 식물을 생성한다.

“정말 신 같네요. 당신.”

“나 나름 대신이야.”

“그러면 남은 인류 40억이 모두 여기에 정착하는 건가요?”

“아니, 일단은 천만 명만. 에슈타르에도 갈 테니, 한 200만씩 나눠서 정착시킬까 생각 중이지.”

“200만…….”

“하지만 추후에 더 늘어날 수도 있어.”

만약에 시간을 되돌렸는데.

되돌아간 육체에서 영혼 발아가 또 된다면…….

그들을 데려와서 정착시킬 수도 있지.

“지구에 남으면 죽음은 피할 수 없어.”

“…….”

“여기서 정착해서, 새로 인류의 터전을 일구도록 해.”

“정말…… 방법이 그것밖에는 없나요?”

“지금 당장은. 인류의 정착을 위해, 신들도 파견할 거야.”

신들과 함께 행성을 개척하고, 새로 발아한 혼을 지닌 인류를 융성시킨다.

태양계에서는 시간 회귀가 계속될 때, 이곳은 계속 발전해 나가겠지.

나중에는 인류의 피난처였던 다섯 행성이, 더 세력이 커질지도 모르겠어.

실시간으로 살 만하게 바뀌는 칼바인 행성.

그 모습을 바라보는 강시아가 결심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어본다.

“알겠습니다. 여기에 정착할게요. 그런데, 저희 가족도 데려올 수 있을까요?”

“죽음의 공포 속에서, 영혼이 발아한다면 가능하지. 일단 이름을 알려 줘 봐. 내가 최대한 영혼이 생겨날 수 있도록 굴려 볼 테니까.”

“꼭 영혼이 발아해야 하나요?”

“어, 안 그러면 의미가 없거든.”

“……알겠습니다.”

* * *

[중립 SP로 변하는 양이 그거밖에 안 되는가?]

[이러면 중립 SP로 받는 이자가 너무 작은데.]

“예. 아직 제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힘을 더 길러야겠군.]

[어차피 억겁의 세월을 기다린 우리다.]

[그래…… 마음을 너무 급하게 먹지 말게. 깨달음을 얻으려고도 하지 말고.]

[우리는 그대에게 넉넉히 시간을 줄 거니까.]

[다만,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은 보여 주었으면 하네.]

[조금씩이라도.]

중립 SP의 조율.

‘라이트 암’의 창조주들은 내가 환전할 수 있는 SP 양을 보고 실망을 금치 못했지만, 그래도 믿고 기다리겠다는 분위기였다.

“참 친절하군그래.”

-굳이 보채다가, 성장한답시고 깨달음을 얻어 사라지면 안 되니까요.

“하긴.”

-그래도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원한다고 했으니…… 그들에게 넘길 중립 SP의 양을 계속해서 증액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줄일 수는 없지.

지금이야 능력 부족으로 이만큼밖에 못준다가 통하지만.

중립 SP 양이 줄어들면 사실은 능력 부족이 아니라 딴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니냐고 의심을 살 수 있잖아?

[중립 SP도 천천히 채우십시오.]

내 영체에 담을 수 있는 중립 SP는 340조.

SP 거래소 규모가 워낙 크니, 이자를 정산하다 보면 이건 금방 채우겠지만…….

급하게 SP를 채울 필요는 없다.

한계를 늘리는 게 중요하지, 중립 SP 보유는 천천히 해도 늦지 않아.

[제우스가 움직인다.]

새로 발아한 인간의 영혼을 빼돌리고, 라이트 암과 한참 조율하던 그 시간.

지구에 있는 김지호가 제우스의 진격을 알려 왔다.

“흠…… 빨리 움직이네.”

[그가 인간의 혼을 대피시키는 걸 파악했다.]

내가 혼을 더 들고 튀기 전에, 인간을 모두 집어삼키겠다는 건가?

올림푸스의 서약 때문에 SP 사용에 제약이 있을 텐데…….

[그러니 더더욱 속전속결로 끝내려고 하는 것 같아.]

가만히 있으면 말라 죽을 수도 있으니까.

속공을 취하는 제우스.

그의 어둠이 히말라야 산맥을 넘고, 대서양을 가로지르기 시작한다.

“분신 보내서 시간을 끌 수 있어?”

[이제는 안 된다. 작정하고 진격 중이야.]

이 정도 속도라면…….

제우스도 꽤 부담이 될 텐데.

그의 상태창에서 SP를 살펴봤다.

[SP - 874,001,400,324]

1조 SP가 깨지고 8천억대로 감소한 제우스의 SP.

SP를 좀 사용하더라도, 빨리 지구를 틀어쥐겠다는 그의 의지가 느껴졌다.

“발아 영혼부터 일단은 빼돌리자.”

제우스와 맞닿은 나라의 영혼부터 탈출시킨다.

중국, 인도, 러시아의 사람들이 일단 첫 번째 이주민이 됐다.

“어……!”

“당신은 김지호……?”

“여기는 어디입니까!”

어둠을 직면하기 직전, 나로 인해 지구에서 벗어나게 된 사람들.

새로운 세계에서 어리둥절해 하며, 신으로 유명하던 나에게 물어본다.

“야. 이건 니들이 설명해 줘.”

안 그래도 바쁜데 일일이 답할 시간은 없지.

미리 대기시켜 둔 사도신과, 이진성에게 설명하라고 시켰다.

“알겠습니다.”

“하. 다 외국인이네…… 난 한국말밖에 못하는데.”

“저 녀석한테 통역 마법 좀 걸어 주고.”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영혼신이시여.”

그렇게 부서진 세계에 새로이 인간들이 터를 잡는다.

처음에는 수만으로 시작했으나…….

“제우스. 이 새끼, 뭐 이렇게 빨라?”

[SP - 734,001,200,311]

눈 깜짝할 사이에 7천억대로 감소하는 제우스의 SP.

잡아먹은 가짜 혼은 죄다 분해하면서도, 벌써 1천억을 썼다.

지구를 장악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제우스.

그 속도에 발맞추다 보니, 인간 탈출도 점차 빨라진다.

“저…… 김지호 님. 너무 사람이 많습니다만.”

“안 그러면 다 죽게 생겼거든.”

“벌써 칼바인에만 백만이 넘게 왔어요…….”

“중국, 인도인 영혼만 대피시켜도 반이더라.”

각 행성마다 배정된 인원은 이백만.

근데 제우스의 진격로에 워낙 인구가 많은 나라들이 배치되어 있으니 벌써 반 이상이 찼다.

오백만을 벌써 부서진 세계로 옮긴 격.

[영혼신. 혼을 대피시키다니! 그렇게 놔두진 않겠다!]

짧은 시간에 수백만을 대피시키다 보니, 제우스도 금방 이를 파악했다.

그의 움직임이 한층 더 빨라진다.

“와. SP 반을 넘게 쓰네.”

중국과 인도를 집어삼키고, 대서양도 완전히 가로질러 미국에 도착하는 제우스의 힘.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 지구의 반 이상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일단은 장악하리라.]

[지금 SP가 좀 모자란다고 해도, 지구와 융합하면 된다.]

[어차피 영혼신의 공격, 나에게 통하지 않으니.]

[SP는 중요치 않아. 그것보다 굳이 인간의 영혼을 대피시키는 게 수상하다.]

[영혼신이 쓸데없는 짓을 하기 전에, 지구를 완전히 장악하고 인간의 혼을 모두 갈아 버리리라.]

가짜 혼을 통해 들려오는 제우스의 상념.

SP가 모자라도 상관없으니 일단 제압을 하겠다는 다급한 마음이 느껴졌다.

“뭐, 그러라지.”

어차피 지금 막을 수도 없는 제우스의 진격.

일단은 장악하게 놔둔다.

그래.

제우스가 지구를 완전히 장악했을 때.

그때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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