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238화 (238/240)

<내 상태창 2개 - 238화>

한계 돌파 (3)

“제우스를요?”

제우스를 천천히 처리하라니…….

“지금은 공격도 안 통하는 제우스입니다만.”

녀석의 확장을 막지도 못하고 있는데, 누가 누구를 처리한다는 거야.

“혼돈의 신기는 물론 강하지.”

“갓 창조주가 된 제우스지만, 전투만으로 평가하면 EX급 가운데서도 상위권.”

“그와의 정면 대결은 매우 힘들 것이다.”

“아직 그대의 힘은 많이 부족하지.”

그래.

SP를 더 다룰 수 있게 되면 모를까.

아직은 제우스와 전투가 불가능한 수준이지.

“하지만, 이번 거래소 건으로 인해 그대의 힘은 계속해서 강해질 터.”

“시간이 흐를수록, 그대가 유리해질 것은 자명하다.”

“그거야 그렇죠. 제우스도 SP 수급이 힘들어졌으니. 시간을 버는 게 문제일 뿐.”

지금은 제우스가 올림푸스의 서약에 의해 운신이 제약된 상황이지만…….

지구와의 융합을 끝끝내 성공하거나 하면, 그때는 골치가 아파질지도 모르지.

그러자 아테나의 모습을 한 창조주들이 씩 웃음 지었다.

“시간은 우리가 벌 수 있도록 도와주지.”

“도와주신다고요?”

“그래.”

“창조주가 나서면, 혼돈 쪽에서 가만히 있을까요?”

내 말에 대답 대신 창을 띄우는 창조주들.

“어. 이건…….”

지구의 상황, 제우스의 상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지구의 반을 장악한 제우스.

“그의 보유 SP는 파악할 수 없지만.”

“들어가고 나오는 건 알아볼 수 있지.”

“그는 겨우 적자를 면하고 있는 상태.”

“그를 후원하는 혼돈에서 도와줄 법도 하건만, 이상하게 개입하지 않고 있어.”

“제우스가 저렇게 되었음에도, 방치하는 걸 보면…….”

“직접적인 개입이 아닌, 간접적인 개입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제우스의 보유 SP는 나와 있지 않지만, 수입과 지출은 완전히 파악 중인 창조주들.

언제부터 지구 상황을 이렇게 손바닥 보듯 훤히 알고 있었지?

역시 한가락 하는 이들이라 그런가.

제우스가 장악하고 있는 곳도 여지없이 비추는 화면.

어둠이 장악한 곳도, 대낮처럼 비춰 준다.

축 늘어진 채 쓰러진 사람들이 먼저 보였다.

육체가 완전히 소멸한 게 아니었나?

화면이 쭉 이동하니, 중심부에서는 저번에 언뜻 보았던 흐물흐물한 액체 같은 게 퍼지고 있었다.

“목성의 힘을 퍼뜨리는군.”

“지구를 완전히 변화시킬 모양이야.”

“하지만 그의 SP는 부족하고…….”

“변화의 속도는 한참 느리니.”

“그가 목적을 이루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우리가 그 시간을 더 늦추게 도와주겠네.”

나를 도와준다고?

“그대. 기억하는가?”

“지구는 원래 제우스와 오딘에 의해, 무한한 순환을 계속해 왔지.”

“겨우 대신에 불과한 이들이, 온갖 힘을 짜내어서 만든 결과물.”

“시간이 시작점에서 밀리는 걸 보며, 참 불완전했지만…….”

“재밌는 재롱이라고 생각했다네.”

제우스와 오딘의 행위를 재롱이라고 격하하는 창조주들.

그들이 아테나의 모습을 빌어 말을 잇는다.

“그에게 진정한 무한한 회귀를 보여 주겠네.”

“우리 여섯이 태양계 전체의 시간을 컨트롤하도록 하지.”

“그대의 힘이 갖춰질 때까지. 제우스는 루프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야.”

무한 회귀를 잘 이용해 먹었던 제우스에게, 거꾸로 그 맛을 보여 준다?

그거…… 아주 끌리는데.

혼돈에서만 개입을 안 하면, 꼭 해 보고 싶다.

그래.

혼돈이 개입을 하지만 않는다면.

“혼돈이 문제군요.”

“그건 걱정 말게.”

“우리가 확실히 처리하지.”

“반은 태양계의 루프 준비를, 반은 외부 세력의 차단에 나설 거야.”

“설령 문제가 생겨도 우리가 좀 손해 보고 말 뿐, 자네에게는 아무 해가 없어.”

내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이때다 싶어서 대강의 계획을 알려 주는 창조주 무리.

이들이 더 신난 기색이다.

그걸 보니, 제우스에게 엿을 먹일 생각에 들떠 있던 마음이 슬쩍 가라앉고…….

‘왜?’ 가 나온다.

이 양반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도와주는 느낌인데……?

“대신, 조건이 있네.”

그럼 그렇지.

공짜로 이러진 않을 거 아니야.

“우리 모두에게, 각각 SP 거래소의 지분 0.01%를 넘겨줄 수 있겠는가?”

“지분을요?”

“그러네.”

한번 계산을 해 본다.

0.9%를 2.4경에 팔았으니까.

간단히 1%를 2.6에 팔았다고 보고, 여기서 100 나누면 현재는 240조 정도의 가치라고 볼 수 있지.

이들에게 각각 나눠 주면 2,000조쯤 지분 넘겨주는 느낌이지만…….

태양계의 무한 루프를 위해서라면 감수할 만하다.

근데 이들이 지분이 왜 필요하지?

시리우스의 주인처럼 초월 의식에 필요하다고 보는 건가.

“혼돈의 개입으로 인해 일이 만약 그릇되면, 그대에게 지분을 다시 넘기도록 하지.”

“완벽하게 케어하도록 하겠네.”

내가 대답을 뜸들이며 생각을 하고 있자, 급하게 추가 조건을 이야기하는 창조주들.

흠…….

하자가 있을 시 A/S, 반품도 다 된다는 건데.

-영혼신이시여. 그들의 제안, 일단은 받아들이십시오. 다만, 회귀 말고는 태양계에 간섭을 끼치지 않겠다고 창조주로서 확언을 받아 두십시오.

갑자기 들리는 관리자 시스템의 목소리.

그 조언을 받아들여 이야기하니, 창조주 무리들이 시원스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그렇게 하겠네.”

“제우스를 제압하면 태양계는 그대의 관할에 놓을 터. 그 권역 안에 간섭을 하는 것은 실례지.”

“그대가 혹시나 위험에 처하더라도, 먼저 허락을 구하고 도와주도록 하겠네.”

“다만, 제우스가 태양계 밖으로 나오려는 건 이쪽에서 먼저 저지하도록 하지.”

“그가 이미 융합을 시도한 이상, 그러지는 못할 거지만…….”

“혹시 모르니까 말이야.”

중립 SP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일까?

지분 달라는 거 빼고는 나를 참 위해 주는 이들.

제우스가 탈출하는 것도 선뜻 막아 주겠다고 한다.

“제우스가 지구와의 융합을 10%정도 진행했을 때.”

“그때가 태양계의 시간을 돌릴 때네.”

“그 이상은 혹시나 위험 부담이 있을 거야.”

“돌아가는 시점은…….”

“지금으로.”

지금으로?

헤라가 죽고, 올림푸스의 서약이 발동한 시기.

제우스가 지구에 올인을 하고 있는 지금으로 돌아오는 것도 괜찮긴 하지만…….

“회귀 시점, 좀 더 과거도 됩니까?”

벌써 지구 인구 반이 죽어 나갔다.

아무리 스스로의 영혼이 없는 육신이라지만…….

그래도 시점을 바꾸면 살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내 마음을 읽은 건지, 아테나들이 웃는다.

“인정인가?”

“그런 미숙함이 있기에, 오히려 그대가 지금까지 범속함을 유지했겠지.”

“하나 굳이 그럴 필요는 없네.”

“자네가 제우스를 제압할 정도가 되면, 그 정도 시간은 직접 돌릴 수 있을 테니까.”

“지금 시점을 더 과거로 바꾸면, 변수가 늘어날 터.”

“잘못하다가 제우스가 재기할 수 있다네.”

내가 제우스를 단번에 제압할 정도가 되면, 충분히 시간을 돌릴 수 있을 거라고 단언하는 창조주들.

그러며 나에게 말한다.

“제우스를 압도할 정도의 힘을 갖추기 전까지는, 그를 죽이지 말게.”

“아슬아슬하게 이기는 건 의미가 없네.”

“적당한 우세도 의미가 없네.”

“단숨에 짓밟을 정도로 강해져야, 의미가 있네.”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의문을 담아 물었다.

“그건 왜 그런 겁니까?”

“자네가 직면한 적.”

“제우스로 끝일까?”

나에게 반문하는 창조주.

그러자 그들의 의도를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 말은…… 힘을 최대한 기르라는 거군요.”

“맞네.”

“전투력으로만 따지면 상급에 위치하는 제우스.”

“그를 단번에 제압할 정도는 되어야…….”

“차후의 상황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을 거야.”

이 말을 들으니, 갑자기 예전에 하던 게임이 생각났다.

다음 스테이지가 너무 어려워서, 지금 스테이지에서 경험치가 거의 안 들어올 때까지 무한정 몬스터를 잡았던 기억.

최대한 뽑아낼 만큼 뽑아낸 다음에, 다음 단계로 넘어갔지.

“여기서 최대한, 강해져야 하네.”

그래. 이 말이 맞아.

다음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영혼신이시여. 창조주의 제안, 일단은 받아들이십시오.

관리자 시스템도 찬성의 뜻을 보였다.

‘일단’이라고 하는 게 좀 걸리긴 했지만.

“그렇게 하겠습니다.”

“좋네.”

“바로 준비를 시작하지.”

창조주를 뛰어넘어, 한 단계 위를 바라보는 고신 무리.

‘라이트 암.’

그들이 본격적으로 태양계에 개입을 시작했다.

무한 루프를 위한, 사전 작업을 착수한 것이다.

-‘라이트 암’을 믿지 마십시오.

그리고 나는 그동안, 관리자 시스템의 충고를 듣고 있었다.

-혼돈은 이미 태초부터 정해졌습니다.

-질서는 아직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나 중립은 드러났습니다.

-라이트 암의 일원이 어떤 진영의 최고신을 추구하겠습니까?

이거 답이 바로 나왔네.

“중립밖에 없군.”

-그렇습니다. 거기에…….

말문을 잠시 흐리던 시스템.

곧 결심한 듯, 말을 잇는다.

-라이트 암의 일원 중, 적어도 두 명 이상이 ‘창조주의 왼팔’을 따르고 있습니다.

“뭐?”

아니…… 그 일곱 명 중에서?

-애초에, 시리우스의 주인도 창조주의 왼팔을 따르고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혼돈의 SP를 넘기고, 지분을 사 간 시리우스의 주인.

시스템 관리자는 그도 창조주의 왼팔에 속해 있다고 했지.

-그도 ‘라이트 암’의 소속이었습니다.

“흠…….”

-나름의 야망은 있어서, ‘창조주의 왼팔’에 계속 충성하는 대신 초월 의식을 치른 것 같습니다만. 실패했지요.

라이트 암 일원 중 양다리를 걸친 이도 흔하다는 게 관리자 시스템의 설명이었다.

이거야 원 믿을 놈들이 없네.

-어쩌면 혼돈과 결탁한 이는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

-순수하게 초월을 하고 싶어 하는 창조주들이 노릴 것은 결국 중립의 최고신. 영혼신께서 궁극적으로 추구할 길과 겹치게 되죠.

혼돈의 주구 역할을 하는 놈보다, 중립 최고신을 목표로 하는 이들이 더 열심히 나를 방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군.

-다행히 SP를 중립으로 바꿀 수 있는 이는 영혼신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중립 SP를 통제하십시오. 저들이 SP를 완전히 중립으로 바꾸게 된다면, 본격적으로 야욕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그래. 중립 SP를 최대한 조절해서 줘야겠어.”

지금은 내가 저들에게 중립 SP를 환전해 주는 유용한 도구일 수 있지만…….

그들의 SP가 죄다 중립으로 바뀐다면.

그때는 나를 경쟁자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

중립의 최고신을 추구하면서.

-저들이 본격적으로 나서면, 영혼신께서는 1분도 지나지 않아 소멸할 겁니다. 이는 제우스도 마찬가지겠지요.

1분?

그거밖에 못 버틴다고?

“큼…… 그 정도로 강해?”

-고신 7명은 그 정도의 위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영혼신께서는 그들의 존재감의 극히 일부만을 보았을 뿐입니다.

“나뿐만 아니라 제우스까지 1분 컷이라니.”

-그는 SP가 없으니까요.

나에게 계속해서 그들을 조심하라고 충고하는 관리자 시스템.

-중립 SP를 최대한 모으며, 힘을 강화하십시오. 저들이 경계하지 않도록, 적당한 속도로 성장을 보여 주십시오.

“흠…….”

-제우스를 짓밟듯 눌러 죽일 정도가 되셔야 합니다. 그래야 저들이 쉽게 보지 않습니다.

이거…….

여우 피하려다가 호랑이를 만난 격 아니야?

라이트 암이 나중에 어마어마한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는데.

-어차피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그건 그렇지.”

-거기에, 지금의 영혼신의 수준에서는 제우스도 호랑이입니다.

“…….”

반박할 수 없어서 더 슬프군.

-저들의 SP를 중립 SP로 바꿔 주는 건 영혼신만이 할 수 있는 일. 그 독점 권한을 잘 이용하십시오.

“알겠어.”

-그러며 최대한 강해질 방법을 찾으십시오. 무한한 시간이 생긴 것 같지만, 이도 결국은 ‘라이트 암’이 주관해 준 것. 언제든지 철회될 수 있습니다.

“그래…….”

최대한 강해질 방법이라.

일단 보유 SP를 중립으로 바꾸는 게 우선이지만.

그거 외에도 이것저것 방법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겠는데.

지금껏 SP 한계가 늘어났던 경우를 생각해 본다.

최근에 가장 드라마틱하게 올랐던 건, 아무래도 영혼 발아를 보았을 때였지.

거짓 혼 가운데서 싹을 틔운 새로운 혼.

이를 키우면 어떻게 될까.

싹이 자라 줄기가 되고, 꽃이 피듯이.

나의 한계도…… 오르지 않을까?

한번, 실험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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