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231화 (231/240)

<내 상태창 2개 - 231화>

관리자 권한 (2)

“저 발톱…….”

푸른색의 발톱.

한데 자세히 살펴보니, 붉은빛깔이 조금 맴돌고 있었다.

근데 여기서 느껴지는 기운.

매우 익숙하다.

아니, 이건 익숙의 정도를 떠나서…….

“나랑 똑같은데?”

이 기운, 나랑 똑같다.

엄지 발톱의 아주 일부분.

그쪽에서 발하는 빛에서 나와 아주 똑같은 기운이 느껴진다.

뭐에 홀린 듯이 발톱을 향해 다가갔다.

99.99%의 SP는 모두 왼팔을 향해 가고 있지만…….

아주 일부.

눈곱만큼도 안 되는 SP는 이 발톱을 향해 들어서고 있었다.

이거…….

어디서 오는 건지, 본능적으로 알겠다.

SP 거래소에서 얻은 이자 소득.

그게 이리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머리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상.

“이제야 알겠어.”

이것은…….

진정한 창조주의 상이다.

“나도 창조주의, 일부분이었나?”

영혼신.

일반 신과는 차원이 다른 클래스.

SP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이 계열만이…….

창조주의 상에 자신의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러한 사실이 저절로 이해가 된다.

일반적인 신은, 결국 SP를 자신의 신자들에게 수탈하는 구조.

하지만 영혼신은 SP를 ‘생산’할 수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특별한 클래스.

그러니, 진정한 창조주의 부속이 될 수 있는 건가?

“근데…… 난 진짜 작네.”

그리고 내가 있는 부위는 발톱의 일부분.

이 거대한 창조주의 상에서 보면, 발톱의 때에 불과하다.

그에 반해, 어마어마한 크기의 왼팔은 모두 붉은빛에 잠겨 있었다.

저거, 혼돈의 최고신 ‘창조주의 왼팔’인가.

진짜 규모가 어마어마하네.

“저 왼팔 움직여서 발톱 때를 제거하면, 난 그냥 사라지겠군.”

그와 나의 차이를 이렇게 보니 확실히 체감이 된다.

진짜 후 불면, 사라질 차이.

근데 왜 나를…… 놔둔 거지?

“아니, 완전히 놔둔 건 아닌가.”

내 기운으로 추정되는 오른발의 발톱.

그 빛이 있는 곳 근처에, 제우스의 상태창이 떡하니 있었다.

[창조주 제우스]

빛이 더 뻗어 나가지 못하게 발톱 부분에서 틀어막고 있는 제우스의 상태창.

이 녀석이 내 걸림돌이군.

이걸 치우면, 발톱에서 엄지발가락 정도까지는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우스의 상태창을 눌러 본다.

그러자 바로 들려오는 음성.

-‘EX 등급’에 오른 신입니다.

-상태창을 열람하기 위해서, 1개의 수정 권한이 필요합니다.

-상태창을 열람하시겠습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수정 권한은 3개.

여기까지 오면서 SP를 지속적으로 소모한 덕에, 얻은 귀중한 권한이다.

이 중 한 개를…… 써야 하는 건가?

“후…… 아까워하지 말고, 쓰자.”

지금 나의 주적은 제우스.

그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면, SP야 얼마든지 써도 된다.

수정 권한도 아깝긴 하지만, 지금 딱히 수정할 놈들도 없는데 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적을 알아야 패배는 면하겠지.

“상태창 열람.”

-수정 권한 1개를 소모합니다.

그 음성과 함께, 제우스의 상태창이 뜬다.

[제우스]

[등급 : EX]

[칭호 : 혼돈의 창조주, 올림푸스의 주인]

[뇌력雷力 - 1,000,000,000,000]

[혼돈混沌 - 1,000,000,000,000]

[SP - 1,000,000,000,000]

[혼돈의 EX 등급 신기, ‘혼돈’의 주인.]

보유 스킬 - 1,544개.

0이 아주 많은 스탯창.

뇌력과 혼돈은 각기 1조씩 되었고, SP도 1조를 지니고 있었다.

SP 1조면 나보다는 훨씬 딸리는 상태인데…….

저 두 스탯과 혼돈의 신기 때문에 그렇게 강한 거였나.

보유 스킬도 어마어마하고.

“스킬은 왜 안 보여 줘?”

-수정 권한 1개가 필요합니다.

흠…….

스킬을 보기 위해 수정 권한을 쓰기는 조금 아쉽군.

“제우스의 스탯, 수정할 수 있나?”

-한 단계 위 등급의 신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수정 권한과 막대한 양의 SP가 필요합니다.

-뇌력, 혼돈 스탯은 창조주의 고유 능력입니다. 수정 시 1포인트당 100만 SP가 필요합니다.

-SP 수정 시 1포인트당 10,000SP가 필요합니다.

“음…… 뇌력, 혼돈은 건들지를 못하겠네.”

뭔 1포인트 수정하는데 100만 SP씩 필요하냐.

내가 더 낮은 등급이라 페널티를 먹인 거 같기는 한데…….

1조에 100만이면, 스탯 다 태우는데 100경이 필요하다는 뜻.

이 스탯은 남겨 둬야겠다.

“그럼 SP를 목표로 해야 하는데…….”

1조 있는 SP를 없애 버릴까.

10,000:1로 나누는 게 아쉽긴 하지만, 제우스의 SP를 다 태워 버린다고 생각하면…….

예전에 시스템 페널티를 먹였을 때처럼, 녀석을 무력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흠…… 근데 1경이나 드는군.”

전 재산의 반이 넘는 수치.

선뜻 지르기가 망설여진다.

한 번 털어 냈는데 저 자식이 어떻게든 SP를 구해 낸다면?

혼돈에서 꿔 올 수도 있잖아.

애초에 갑자기 1조나 생긴 것도 이상해.

그렇게 SP 없어서 빌빌대던 놈이…….

지원이 있었을지도 몰라.

“결국 지금 수정하기는 애매하네.”

영 미심쩍은 점이 있는데, 조심스럽게 접근을 해야지.

SP 많다고 펑펑 쓰다가 파산이다.

“상태창 열람, 나중에 또 할 거면 수정 권한을 한 번 더 써야 해?”

-그렇지 않습니다. 다음부터는 자유롭게 열람이 가능합니다.

나에게 대답하는 이 공간의 음성.

다음에 공짜면, 권한 쓸 만했네.

그러면 스킬도 봐 볼까?

아니면…….

“혼돈의 신기에 있는 권능도 스킬에 있나?”

-혼돈의 권능은 따로 열람해야 합니다. 수정 권한 1개가 소모됩니다.

1,544개의 스킬을 파악하느냐.

혼돈의 권능을 파악하느냐.

선택의 기로에 섰군.

아직 수정 권한 2개가 남아 있으니 둘 다 사용해도 되겠지만…….

한 개는 예비용으로 남겨 둬야 할 것 같다.

내가 파악한 혼돈의 권능은 4개.

[소멸], [추방], [동화], [분해].

한 개를 제외하곤 이름과 기능은 다 안 상태지.

소멸과 추방은 전투 스킬 같고, 동화는 애들 흑뢰로 만들 때 써먹었던 거고, 분해는 영혼 분해해서 SP로 만드는 스킬이었다.

나머지 하나…….

하나를 알기 위해, 수정 권한을 써야 하나?

아니면, 1,544개의 스킬을 파악하는 게 나을까.

“혼돈의 권능을 파악하면, 이에 대한 내성도 생기나?”

-대답할 수 없습니다.

무심히 흘러나오는 음성.

하지만 그 대답을 듣자, 마음에 결단이 섰다.

“혼돈의 권능, 열람한다.”

-수정 권한을 1개 사용합니다.

[EX 등급 신기, ‘혼돈’]

[소멸]

- 대상을 소멸시킵니다. 1억 대 1의 SP 교환 비율을 보이며, 모든 방어 스킬을 무효화합니다. 권능에 대한 내성이 완전히 생길 시, 효율이 반으로 감소합니다.

1억대 1…….

방어 스킬 무효.

미친 권능이구나.

내성이 완전히 생겨도 효율이 반이라니.

그럼 5천만 : 1이잖아.

역시 분신만 보내길 잘했어.

[추방]

- 권능자의 주변 차원이 왜곡됩니다. 권능자에게 위해를 끼치는 그 어떤 공격이 모두 차단되어, 타차원으로 추방됩니다. 1조 이상의 SP가 공격에 담길 시, 배리어로 전환하여 공격을 막습니다. 1억 대 1의 SP 교환 비율로 공격을 방어합니다.

뭔 죄다 1억 대 1이냐…….

1억 SP 소모시키려면, 1경이 필요한 거네.

물론 내 영기발출류도 SP 효율이 뛰어나니까, 서로 상쇄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꽝 부딪치면 어마어마하게 손해를 보는 건 내 쪽이다.

[동화]

- 하급신 이상의 존재를 동화시켜, 흡수하거나 완전한 권속으로 부립니다. 권능자는 동화 대상의 모든 스킬을 사용할 수 있으며, 그들의 SP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하급신 이상만 가능하다는 동화.

소멸이나 추방이 너무 사기라 그런지 이건 양호해 보인다.

그래서 스킬이 1,544개나 있었나 보군.

올림푸스의 신들을 그렇게 동화시켜, 흑뢰로 만들었으니.

그들의 스킬도 죄다 가지고 있었던 거구나.

[분해]

- 영혼을 분해하여 SP로 추출합니다. 영혼이 지니고 있는 SP를 완전히 추출할 수 있습니다.

원래 분해 과정 속에서 사라지기 일쑤인 SP.

그래서 영혼의 가치에 비해, 얻을 수 있는 SP의 양은 적어야 할 터였다.

영혼신이 아닌 이상에야.

한데 이 권능은 영혼신이 아님에도, 모두 SP를 먹을 수 있게 해 주는 효율 좋은 스킬이었다.

인간의 혼을 놔뒀으면, 싹 다 분해해서 남김없이 먹어 치웠겠군.

격리시키길 잘했어.

그리고 마지막 남은 권능이…….

[융합]

- 세계를 녹여 냅니다. 분해, 동화의 과정을 거쳐,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듭니다. 융합되는 1SP의 가치당, 1초의 시간이 걸립니다.

- 현재 행성 ‘목성’, ‘지구’를 상대로 시행 중입니다.

융합.

혼돈 상태창 받았을 때, 나도 영혼 융합자였지.

이게 마지막 권능인가…….

마지막에 뜬 메시지가 섬뜩했다.

행성을 상대로 시행중이라고?

목성, 지구라니…….

“두 행성 다, 융합이 가능한 것인가?”

-실질적으로, 한 곳에만 힘을 쏟고 있습니다.

갑자기 나에게 조언하는 목소리.

“한 곳에만 힘을 쏟고 있다고?”

-예. 목성은 지구 부피의 1,300배에 달합니다. 그의 진정한 힘은 목성에서 발휘되고 있습니다.

지구에 강림한 제우스가 그렇게 강했는데…….

실제는 목성에 있다고?

그놈의 뇌력, 혼돈 스탯은 얼마나 강한 거야.

SP도 1조밖에 없는 놈이…….

-물론 부피와 융합의 소모 SP가 완전히 정비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1,300배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주는 그곳에 있겠지.”

-그렇습니다.

목성과 지구에 융합을 시도 중인 제우스.

그럼, 행성 자체를 집어삼키는 건가?

제우스 이 자식…….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네.

-그가 완전히 행성을 집어삼키게 된다면, 아무리 영혼신이라 하더라도 힘들어질 것입니다.

“그건 그런데…… 넌 갑자기 왜 이렇게 알려 주냐? 수상한데.”

충고하는 시스템.

조금 전에도 겪어 보지 않았나.

중립 신기, ‘영검’처럼 말이야.

뒤통수는 또 맞기 싫단 말이지.

“왜 갑자기 이렇게 충고하는 거야?”

내가 의문을 제기하자, 바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저는 관리자를 서포트할 의무가 있습니다.

“내가 관리자라고? 애초에 왜 관리자야?”

-영혼신이기 때문입니다. 영혼신은 모두 이 공간에서 관리자로서 행사할 수 있습니다.

흠…….

그렇군.

이 녀석한테는 좀 호의적인 느낌이 드는데.

예전부터 의문점이었던 걸 한 번 물어봐야겠어.

“흠…… 그래. 영혼신이라 그런 거지? 근데…… 너는 알아? 내가 왜 영혼 계열 클래스로 선택받았는지.”

-압니다.

선뜻 대답하는 시스템.

그와 동시에 발톱에서 빛이 난다.

-가장 미천한 존재인 인간, 그런 인간 중에서도 가장 미천한 자질을 가지고 있는, 영혼신 김지호.

미천, 미천…….

말이 심하구먼, 이 자식.

갑자기 헤라클레스가 생각이 났다.

자신은 스탯이 태초부터 30/30/30이라고 말했던 헤라클레스.

그에 반해 나는 3/3/3이었지.

-최저인 인간 중에서도 최저. 당신은…… 인간으로 따지면, 발톱의 때에 불과했습니다. 그런 자질에서 꽃이 필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니 구제불능의 쓰레기 취급을 받는 것 같다.

하지만 목소리는 지금까지의 무덤덤한 태도에서 벗어나, 감탄을 담고 있었다.

-영혼신의 자질에 해당하는 이는 종종 나왔지만, 당신만큼 끝까지 영혼신 클래스를 지키는 이는 없었습니다. 어떤 이는 대의명분에 의해, 어떤 이는 살기 위해 영혼신의 자격을 버렸습니다.

“나도 살기 위해 좀 발악한 거라고.”

-저는 그것을 높게 평가합니다. 인간을 상대로는, 이런 표현이 적절하겠지요. 시궁창에서도, 꽃이 피었다.

이 망할 놈이.

누굴 시궁창 취급하고 있냐.

나에 대해서 생각보다는 호의적인 거 같은데…….

뭔가 재수 없다.

-저는 시궁창에서 꽃핀 당신의 본능을 높이 삽니다.

“시궁창 이야기는 그만 좀 해라.”

-당신이 창조주의 오른 다리가 되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아. 너 같은 시스템한테 된통 속아서, 안 믿어. 나는 내 자아를 유지하면서 살 거거든.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니까.”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일단 내가 잘되어야 모든 게 잘 되는 거다.

영검 자식에게 뒤통수를 맞다 보니, 이 녀석의 호의에도 의구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한데 그런 내 대답을, 목소리는 매우 반가이 여겼다.

-좋은 자세입니다. 꼭 그렇게만 유지하십시오. 꼭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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