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225화 (225/240)

<내 상태창 2개 - 225화>

신으로 나아가다 (1)

영혼 특성이라니.

내가 영혼신이라서 위혼 스킬이 강화되었었지.

거기서 파생된 건가?

“특성이 어떤 게 있지?”

[사용자는 영혼신입니다. 특성의 속성은 무한하고, 얼마든지 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SSS급이라, 특성 부여는 한 가지만 가능합니다.]

내가 아예 특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건가.

70억 가짜 영혼의 특성…….

내 마음대로 부여할 수 있다면, 쓸 만한 카드가 되겠어.

위잉. 위잉.

신전 위에서 일제히 포탈이 열린다.

셀 수도 없이 열린 포탈.

그 안에서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하는 영혼석.

우박처럼 쏟아진다.

“뭐야. 인간의 혼, 벌써 회수한 건가?”

“이게 영혼석이야?”

“어. 인벤토리.”

인벤토리를 열고 영혼석을 차곡차곡 담는다.

신이 봉인된 봉인석과는 달리 인벤토리에 들어가는 영혼석.

“이제 가짜 혼을 넣는 건가? 아니, 이 속도라면…… 벌써 넣었나?”

“흠. 아직 아니야. 특성을 부여해야 하는데, 뭘 넣을지 생각하고 있었어.”

“특성?”

“가짜 혼에 특성을 넣을 수 있거든.”

“특성이라…… 그럼 가짜 혼을 폭발시키거나 할 수도 있을까?”

호오. 자폭처럼?

특성을 떠올려 보자, 바로 그런 식으로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건 가능하네.”

“하데스의 권능으로 인간의 육체가 모두 죽게 된다면, 제우스가 인간의 혼을 모두 흡수하려고 들 터.”

“그래. 그리스에 있는 제우스의 흑뢰가 싹 다 빨아들이겠지.”

“거기에 가짜 혼을 일부러 보내서, 폭발시키면?”

“흠…….”

위혼을 자폭시키자고?

한번 그러한 경우를 상상해 본다.

제우스가 자기 거라고 흡수했던 70억의 영혼이 폭발한다면…….

그에게 피해가 갈까?

“그래 봤자 크게 유효타가 없을 거야.”

제우스가 EX등급인 것은 그렇다 쳐도.

혼돈의 신기 권능 중 ‘추방’이 있다.

공격을 아예 무효화하는 그 권능이 자폭을 방어한다면…….

그다지 효과가 없을 거야.

“하지만 그런 식으로 쓸 수 있다는 거…… 좋은 아이디어네. 차라리 제우스가 써먹을 수 있도록 흡수시켜야겠어.”

“그냥 흡수시킨다고?”

“그래. 자폭으로 단발에 끝내느니, 제우스의 SP로 흡수되게 만들어 정보를 얻는다.”

단발성으로 끝내느니, 제우스의 내부에 스파이를 심는 게 낫겠다.

“그게…… 될까? 제우스는 창조주급인데, 자기 내부의 SP는 잘 다스리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

제우스는 EX급.

예전에 도교의 대신들에겐 SP를 지원했다가 그 안에서 그냥 폭발시켰지만…….

제우스 정도의 레벨이면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되든 안 되든 시도는 해 볼 가치가 있어. 혼돈의 권능을 파악해야 하니까. 지금 나에겐 정보가 필요해.”

자칫 잘못하면 제우스에게 SP만 안겨 주는 꼴이 되겠지만…….

성공한다면 혼돈의 권능에 대한 내성이 더 생길 수도 있다.

도박수를 걸 만한 가치는 충분해.

“정보 수집을 위해, 특성을 변화시켜야겠군…….”

가짜 혼은 제우스의 내부에 들어가, SP가 된다.

SP가 된 위혼은 실제로 그에게 쓰이면서, 정보를 파악해 나에게 보낸다.

이런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기로 하고, 위혼의 특성을 조종해 나갔다.

[특성이 확정되었습니다.]

[‘정보 수집’에 특화됩니다.]

나의 의도에 따라 위혼의 특성이 결정되어, 70억 인간의 혼이 새로 들어서기 시작한다.

80만 김지호의 분신이 본격적으로 혼을 집어넣자, 일이 금방 마무리된다.

“끝났네.”

“인간의 혼을 벌써 바꾼 건가?”

“어…… 그런 것치고는, SP가 제대로 들어와. 나를 숭배하는 신도들에게서.”

아르테미스가 자신의 SP 양을 보더니 그렇게 의문을 제기한다.

신은 원래 신앙을 통해 SP를 얻으니, 인간의 영혼이 죄다 가짜로 바뀐 이상 SP 수입이 끊길 거라 생각했나 보군.

“원래는 안 가는데, 내가 사비 털어서 보내고 있는 거야. 나한테 고마워해라.”

“그럼 우리 말고도, 힌두교나 불교 신에게도?”

“그래. 이상이 생겨서 저쪽에서 알아채느니, SP 좀 주는 게 낫지.”

“김지호…… 너 진짜 부자구나.”

“지금 전 우주를 상대로 SP 거래소를 운영 중인데, 이 정도야 푼돈이지.”

내 돈지랄에 입을 헤 벌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르테미스.

옆에 있는 아폴론도 황당하다는 시선으로 날 바라보다가, 화제를 돌린다.

“위혼…… 신기하구나. 가짜 혼으로 바뀌었어도, 인간은 그대로 활동하는군.”

“인간의 뇌에 담긴 정보는 그대로니까. 신앙, SP, 각성의 힘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겠지만…… 생물로서의 활동은 가능하지.”

딩. 딩.

신전 건물의 입구에서 종소리가 들린다.

이건 뭔 소리야?

“신전의 공사를 담당하는 인부들이 왔군. 그들이 오면 벨을 누르고, 일을 시작하지.”

“영혼은 가짜라도, 하는 행동은 여느 때와 다름없네.”

“공사 다 끝난 거 아니었어? 건설 진행 안 되는 거, 아르테미스가 신의 힘을 쓰면서 만들었잖아.”

그러자 아폴론이 불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겨우 건물 한 채가 완성되었을 뿐…… 주변이 너무 황량해. 아름다운 조각품과 정원, 호수와 숲이 필요하지.”

“그런 건 인간에게도 좀 시키기로 했어. 내가 한참 바빴잖아.”

“아하…….”

주변의 환경을 다지기 위한 공사인가.

세상은 변함없이 돌아가고 있구나…….

갑자기 그들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졌다.

“나는 간다. 일 봐. 투명화.”

일단 영체를 투명하게 하고, 신전을 나섰다.

예전에 강시아 측에서 구매해 줬던 거대한 삼성동 부지.

한데 공사 현장을 보니 그때보다 훨씬 신전에 소속된 땅이 커져 있었다.

“어. 저기 코엑스 있던 곳 아닌가?”

한참 건물을 허물고 있는 공사 현장.

코엑스몰과 그 옆에 있던 무역 센터 빌딩이 한참 허물어지고 있었다.

“저게 부서지네…….”

63빌딩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빌딩이 이렇게 무너지네.

그 대신 그 자리에 나무를 심고, 땅을 파 호수를 만든다.

이건 뭐, 시대를 역행하는 느낌인데…….

인부들 쪽을 향해 다가가 본다.

“이 삼성동 노른자위에다 나무를 심고 호수를 파네. 땅값이 얼만데…….”

“신이 시킨 일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아니, 자기 신전은 빌딩처럼 지어 놓고는 왜 갑자기 주변은 공원으로 만든다는 거냐?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거 같아.”

“위에서 시키면 하라는 대로 해야죠.”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일을 하는 인부.

혼은 바뀌었지만, 하는 행동은 그냥 원래의 인간 그대로다.

주변을 더 돌아다녀 본다.

공사부지의 바로 건너편에 있는 카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공사 현장을 구경하고 있었다.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가득 찬 카페.

“정말 이렇게 사라지는 겁니까? 저기서 십 년을 장사했는데…….”

“하아. 정부에서 보상금을 받기는 했는데…… 액수가 너무 적은 거 같아요.”

“근데…… 신벌을 받기 싫으면 이거라도 받으라고 하던데요.”

“아무래도 김지호 신이니까요.”

“신들이 다들 그에게 복종한다고 하니…….”

코엑스 쪽에서 일하던 상인 모임인가.

다들 착잡한 얼굴로 철거 현장을 보고 있었다.

내 소문을 거론하며.

“김지호 신과 대립 관계로 보이던 천사들도, 김지호 신을 신으로 인정하겠다고 하면서 철수했다고 합니다.”

“신 중의 신이니, 절대 그를 거스르지 말라고 합니다…… 정부에서 시위하면 보상금도 강제 몰수하겠다고 신신당부했고요.”

“몰수뿐이랍니까? 깜빵 보낸다는데요.”

“감옥을 가면 살기라도 하죠. 그를 따르는 신에게 죽을지도 모릅니다.”

“하. 참. 술도 못 먹고…….”

삼삼오오 모여서 내 흉흉한 소문을 이야기하는 무리.

다들 가짜 같지 않다.

진짜 사람이랑 다를 바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화내고 분노한다.

일반인은…… 정말 그대로네.

각성자는 어떨까.

이진성이 생각났다.

그 녀석, B등급이었지?

[야. 뭐하냐.]

사도 메시지를 일단 보내본다.

하나 답이 없는 메시지 창.

아…….

녀석의 혼은 봉인되었으니까 메시지도 답을 못하는 건가.

사도 계약은 결국 영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

이진성의 몸에 들어가 있는 건, 내가 심은 가짜 혼이니까.

지금의 이진성의 육체는 결국 내 사도가 아니지.

그래도 내가 심은 가짜 혼이 있으니…….

이진성의 몸에 있는 가짜 혼을 찾아 메시지를 다시 보내본다.

[어…… 안 그래도 이상했는데 잘 됐다. 아까 던전 갔었는데, 경험치가 안 쌓이네?]

“그래?”

[어. 왜 이러지? 수호신님 아시는 거 없습니까?]

영혼이 가짜로 뒤바뀌었으니, 영체가 성장하지는 않았겠지.

네 영혼이 가짜라고 굳이 말해 주기는 뭣해서, 그 말은 하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이야기하는 이진성.

이 녀석, 영혼이 바뀌었는데도 말투는 그대로네.

오랜만에 녀석의 얼굴을 볼 겸, 그가 있는 쪽으로 이동한다.

혼이 뒤바뀐 녀석은 어떨까.

“엇…… 뭐야. 언제 왔어?”

“여기 어디냐?”

“미친놈…… 와 놓고 몰라?”

“그냥 사도 있는 곳으로 강림한 거라서. 어딘지는 몰라.”

“여기 대현 길드 빌딩이야. 이 방은 내 개인 사무실이고.”

전면에 전망 좋은 유리창이 보이는 사무실.

방만 봐도 대현 길드에서 중요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인간 중에선 거의 최고 등급이나 다름없으니까, 이 정도야 당연한 거겠지.

“요즘 얼굴 보기가 힘드네.”

“바쁜 일이 많아서 말이야.”

나와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이진성.

얼굴, 행동 모두 내 기억 속의 이진성 그대로다.

하지만, 나를 반기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도 어색한 감정이 들었다.

“뭐야. 표정 왜 이렇게 썩었냐?”

“후…….”

껍데기는, 육체는 이진성이 맞다.

하지만 내가 영혼신이라 그럴까.

육신보다는 혼을 위주로 보게 된다.

그러자 주로 보이는 건, 내가 심은 가짜 영혼.

내 소속이나 다름없는 가짜 영혼과 내가 연극을 펼치는 것 같다.

이 장소에서, 우리의 대화가.

“너, 기억이 이상하거나 하진 않냐?”

“……아니? 멀쩡한데.”

“그래…….”

육신은 그대로.

뇌도 그대로 기능하고 있고, 모든 기억이 존재한다.

생명체로서는 어제와 오늘, 혼을 바꾸고 안 바꾸고…….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색해.

어색해서 미칠 거 같아.

내가 만든 가짜 혼이랑 친구 놀이하는 느낌이야.

“네 영혼. 가짜야.”

“뭐……?”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뭔 개소리 하느냐는 얼굴로 날 쳐다보는 이진성.

“뭔 개소리야.”

표정만 그러는 게 아니라, 그대로 말도 하네.

“육신에 남아 있는 뇌는 그대로겠지. 네 행동, 이진성이랑 똑같아. 하지만 혼은 아니지. 내가 만든 혼으로 바꿔치기 되었어.”

“야…… 뭔 소리야.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야? 왜 니가 내 혼을 바꿔?”

눈빛이 흔들리는 이진성.

그 얼굴을 보니 괜히 마음 한편이 씁쓸해진다.

그냥 육체에 지나지 않음은 알지만, 죽마고우의 얼굴이 점차 절망으로 물드는 모습은 별로 보고 싶은 광경이 아니었으니까.

“제우스가 곧 전 인류를 죽일 거다. 명계의 신, 하데스의 권능으로. 지금의 나로선 막을 방도가 없어.”

“그래서……?”

“일단 인간의 영혼을 대피시켰어. 모든 일이 끝나면, 다시 부활하게 될 거야.”

“……그럼 나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는 이진성.

표정이 잔뜩 일그러진 채였다.

“나는 뭐야? 내 기준에서 바뀐 건 하나도 없는데? 기껏해야 경험치가 안 늘어나는 것뿐인데……?”

“네 영혼에 육체의 데이터베이스가 모두 존재해. 모든 일이 끝나면, 그대로 재생시켜서 부활할 거다.”

“아니…… 야. 씨발. 내 혼이 부활한다고 해도, 이 몸은 어떻게 되는 건데?”

가슴을 탕탕 치는 이진성.

지금까지 본 적 없었던 잔뜩 화난 얼굴이었다.

“그 육체는 하데스에 의해 생명 활동이 정지되겠지. 하지만…… 육신은 새로 생겨. 아버지도 그랬지.”

“아니…… 아오, 씨. 야. 그럼…… 내가 죽는 거잖아.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나는 죽는 거잖아?”

“……그래. 육체에 한정한다면, 네 말이 맞지.”

“뭐…… 이렇게 죽는다고?”

얼굴이 시뻘게지는 이진성.

아무리 내가 혼을 안전하게 봉인해 뒀다고 해도, 육신은 기억이 다 남아 있으니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건가.

영혼신이 되고 영체로 주로 활동하니, 어느새 모든 걸 영체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녀석의 입장에서는 변한 건 없는데, 사형 선고만 받은 셈인가…….

“흠…… 미안하다. 이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내 말은 잊어라.”

절망에 물든 녀석의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신의 권능으로 가볍게 명한다.

“야. 자. 잠깐…… 너라면 나는 살려 줄 수…….”

나에게 뭐라 이야기하려는 것도 잠시.

이진성의 눈에서 초점이 사라진다.

그러다가 곧, 눈을 깜빡거린다.

“어? 언제 왔냐. 너.”

평소와 다름없이 날 반기는 친구.

조금 전 절망에 빠지기 전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 모습을 보니 영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든다.

“방금 왔어.”

“그래? 안 그래도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던전에서 경험치 안 올라.”

건성으로 대답하며, 시답잖은 말을 주고받는다.

말을 하는 건 이진성과 판박이.

“나, 가 보련다.”

하지만 결국은 가짜 혼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아, 더 이상은 이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녀석에게 손을 흔들었다.

“벌써 가게?”

“어. 잠깐 얼굴만 보러 온 거거든. 어……?”

“왜? 뭔 일 있냐?”

껍데기는 이진성.

그 안에는 내가 만든 가짜 혼.

근데…… 위혼에 변화가 있었다.

“싹…… 인가?”

위혼의 가장자리.

한편에 싹이 피어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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