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216화>
올림푸스 기습 (4)
푹!
아테나를 튕겨 내니까 그녀에게로 자동으로 소환되는 창.
다시 날아오는 창을 분신 하나가 받는다.
“크…… 세긴 세네.”
조금 버티다 뚫리는 소울 배리어.
벌써 여러 번 창이 날아와서 그런지, 보호막 유지 시간이 좀 길어졌다.
SP를 흡수하려던 창의 힘.
이제는 가볍게 차단하자, 아테나가 말한다.
“영혼신! 정말 성가시군요!”
국어책 읽듯이 어색한 아테나는 이미 없다.
진짜 분한 듯이 이를 악무는 그녀.
처음에는 발연기였지만 금방 연기력이 올라와, 진짜 화를 내는 것 같았다.
“쟤는 다 잘하네. 하도 분을 참는 거 같아서 그런데…… 저거 연기겠지?”
[연기력 올라가는 과정을 다 본 주제에 뭘 이제 와서 그런 소리를 하시오. 내가 아까 이야기했지 않소. 아테나는 싸울 때 말을 안 한다고. 그 시간에 주먹 한 방 더 내리꽂는 성격이지.]
“주 무기가 주먹이야?”
[무기는 다 잘 쓰오. 나름 전쟁의 여신이니.]
“뭐…… 그런 거에 비하면 너무 튕겨 나가는데.”
창에 꽂힌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분신들이 태양신의 권능과 아스트라페를 집중시켜 아테나의 방패를 두들긴다.
그때마다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멀리 튕겨 나가는 아테나.
몸에는 생채기 하나도 나지 않았지만, 날아가는 건 홈런볼 급이다.
“영혼신…… 비겁한!”
비겁하다면서 날아가는 아테나.
연기력은 짧은 시간에 향상되었지만, 저 날아가는 건 너무 짜고 치는 고스톱인 게 티가 나는데.
“저 억지로 튕겨져 나가는 거…… 제우스라면 바로 파악할 텐데. 제우스 녀석, 개입을 왜 안 하지?”
[애초에 개입할 거면, 올림푸스가 이 지경이 되도록 내버려 둘 리가 없지 않겠소? 무슨 연유인지, 바쁜가 보군.]
이놈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은 아테나의 추격이 먼저다.
푹!
흑뢰가 깃든 창이 다시 아테나에게 소환되어, 분신에게 꽂히고…….
쾅! 쾅!
검은 기운이 서린 아이기스가 맹공을 받아 아테나와 함께 튕겨진다.
조금 전과 대동소이한 교환.
벌써 이렇게 된지 10번이 넘어가자, 뜻밖의 부수입이 있었다.
“배리어가…… 벌써 강해졌어!?”
아까와 똑같이 창을 던지는 아테나.
하지만 이번엔 배리어를 쉽게 뚫지 못한다.
그녀가 부여받은 제우스의 힘.
이에 대한 분석이 급물살을 타고 있었다.
아레스한테 분신이 학살당할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
소울 배리어가 이 힘에 적응한 것이다.
[혼돈의 권능, ‘소멸’에 대한 내성이 생깁니다.]
소멸!
역시 저 힘, 혼돈의 신기에 담겨 있던 권능이었군.
“영혼신, 성장 속도가 놀랍군요!”
그러면서도 투 머치 토킹을 하는 아테나.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기 톤과는 달리 순수한 감탄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방패는 뚫을 수 없을 겁니다!”
검은 기운이 담긴 아이기스를 뽐내는 아테나.
한번 뚫어 보라는 말로 들렸다.
“아스트라페.”
이번에는 태양신의 권능을 제외하고, 아스트라페에 온 힘을 집중했다.
아테나에게 아스트라페를 쏠 때, 미세한 반응이 있었거든.
다시 쾅! 터지면 추격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지지직.
“응?”
지금까지 펑, 펑 터지면서 튕겨져 나가는 것과는 다른 반응.
방패에 깃든 검은 기운이 아스트라페를 집어삼켰다.
충돌이 없이. 아예 먹혔어.
이건……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다 같은 흑뢰, 다 같은 파괴의 힘인 줄 알았는데.
저거 설마…… 5가지의 권능 중 다른 권능인가?
뭔가 실마리가 잡힐 듯 안 잡힌다.
그런 내 분신을 쓱 둘러보는 아테나.
지금까지 펑, 펑 하면서 날아다닌 추태는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위엄찬 얼굴이었다.
고개를 흔들자, 한 갈래로 묶은 머리도 같이 흔들린다.
그러며 나를 보고 입꼬리 한쪽을 쓱 올리는 아테나.
한없이 하찮다는 듯 나를 바라본다.
“겨우. 그 정도입니까?”
[저 깔보는 미소…… 저게 저것의 본성이오.]
“힘을 좀 더 써 보세요. 언제까지 맞기만 할 겁니까. 공격을 해야 할 거 아닙니까?”
방패를 회전시키면서 도발하는 아테나.
말 자체는 맞지.
제우스의 파괴 권능은 내성이 조금씩 생긴다고 해도…….
결국 녀석을 꺾으려면 공격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저런 특이한 권능, 정보를 얻어야 해.
아테나가 기회를 줄 때 들이치자.
“아스트라페.”
SP 출력을 차근차근 올린다.
지금까지는 목적지까지의 안내를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무적의 방패를 뚫을 차례.
제우스의 힘을 분석하는 데 의미가 있던 아스트라페를 사용하며, 적의 권능을 파악한다.
“힘이 사라진다……?”
힘 대 힘으로 충돌하지 않고, 사라진다.
저항이 없다.
SP를 얼마를 퍼부어도, 그냥 중간에서 뚝 하고 사라지는 아스트라페.
공격보다는 내가 쏘는 번개의 행방을 파악하기 위해 힘을 집중한다.
흑뢰에 닿자마자 사라지는 아스트라페.
영기발출로 겉을 코팅해도, 순식간에 SP가 해체되더니 사라진다.
“이 정도인가요? 겨우?”
그렇게 들이쳤는데 실금 하나 없는 아이기스.
아테나가 시시하다는 듯이 날 바라보다가, 갑자기 허공에서 옆으로 드러눕는다.
왼팔로는 머리를 받친 채, 옆으로 누워서 날 바라보는 아테나.
방패는 오른팔에 끼워 둔 채, 휘휘 움직인다.
“좀 제대로 해 보세요. 하아암…… 심심합니다.”
하품까지 쩍 하는 아테나.
이젠 창이 소환되었는데도 던지지도 않고, 방패만 흔들흔들 움직인다.
어…… 뭔가 울컥하는데.
사실, 아테나는 눈이 휘둥그레질 미모를 자랑하는지라 도발해 봤자 지금까지는 기분이 안 나빴는데.
하품을 쩍쩍 하며 눈을 비비자 온 힘을 다해 공격하고 싶어졌다.
[하. 저년이 미쳤나. 영혼신. 뭐 하오. 저 꼬라지를 보고 있소? 당장 들이치시오. 방패를 공격하지 말고 상하좌우 모든 방위에서 공격을 쏟아 내란 말이오.]
나보다 더 흥분한 아레스.
방패를 치지 말라고?
그래. 지금까지는 아테나가 선 상태에서 자연스레 움직이며 공격을 다 막았는데…….
누워 있으면 그러기가 쉽지 않겠지.
지금까지는 제우스의 권능 정보를 얻기 위해 방패만 쳤지만, 공격 방향을 조금 바꿔 보는 것도 괜찮겠다.
자기가 급하면 일어서서 막겠지, 뭐.
“아스트라페.”
분신을 퍼뜨려, 사방에서 번개를 들이친다.
똑같은 타이밍에 사방에서 날아오는 아스트라페.
지금처럼 태평하게 누워 있어선 도저히 못 막을 공격이다.
“하아암. 아직도 누워서 막을 공격이군요.”
하나 아테나가 방패를 들자, 날아가던 아스트라페가 중간에서 증발한다.
방패가 향하는 방향뿐만이 아니라, 전 방위 모두.
하지만 소득은 있었다.
다른 방향으로 쏴서 분석하니, 방패만 들이칠 때보다 적 권능의 이해도가 높아지는 느낌이었다.
이대로 좀 더 공격하면 실체가 파악될지도 모르겠어.
좋아. 더 쏴 보자.
미친 듯이 아스트라페를 뿌려 대지만, 죄다 중간에 사라진다.
SP를 충전하면서 공격을 하는데도 끄떡없는 아테나의 방패.
그래도 뭔가 실마리가 잡히려는 순간…….
아테나의 눈빛이 달라진다.
하품을 멈추고 몸을 일으키는 그녀.
진지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이제 오 분입니다.”
오 분?
오 분 후에는 이렇게 공격을 받아 주지 못한다는 건가.
시간제한이 있으니 마음이 급해진다.
더욱 집중하여 맹공을 퍼붓고, 분석한다.
아스트라페만 쓰는 게 아니라, 태양신의 권능과 촉수까지 다 날리면서 철벽을 무너뜨리길 시도한다.
SP를 작정하고 쓰자, 아테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빛과 번개만 사방에서 터져 나가는 게 보인다.
[영혼신. 무리하는 것 아니오? 저 힘이었다면 올림푸스를 백 번은 멸망시켰겠군.]
“SP보다 저 힘 분석이 더 중요해.”
분신에게 계속 SP를 충전하며 맹공을 퍼붓는다.
하나하나의 공격에 몇십, 최대 백억의 SP까지 담긴다.
“충전. 충전.”
천억 한도의 분신에게 계속해서 SP를 주입, 주입하다 보니…….
드디어 변화가 생겼다.
[혼돈의 권능, ‘추방’에 대한 내성이 생깁니다.]
한 줄 뜨는 메시지.
추방…….
이번 권능은 추방이야?
공격이 죄다 사라졌던 게 아니고, 이 세계에서 추방당한 건가.
어쨌든 내성이 생기자, 없어지던 공격이 살아난다.
비율로 따지면…… 1% 정도?
99%의 공격은 닿기도 전에 사라지지만, 이제 1%의 공격은 방패를 들이친다.
쾅! 쾅!
“공격의 질보다 어마어마한 양으로 들이쳐서, 결국 성공을 시키는군요. 영혼신.”
아이기스와 충돌하던 아스트라페를 바라보던 아테나.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이제는 제 힘도 한계…….”
아테나의 양팔에 머물러 있던 흑뢰의 힘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
그러더니 추락하기 시작하는 그녀의 신형.
금방 영체가 땅바닥을 강타한다.
쿵!
아테나의 몸이 부딪쳤을 뿐인데, 지진이 나듯 갈라지기 시작하는 대지.
“뭐지? 여기, 원래 뭐하던 곳이야?”
[이 땅…… 생각났소. 하데스의 영역이오. 지하 세계로 통하는 길이 있었지.]
하데스의 영역이라고?
공처럼 멀리 날아가던 아테나가 각 잡고 방어하던 장소가 여기였지.
방패가 하도 안 뚫리니 여기에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애초에 그녀의 목적은 우리를 이곳으로 데리고 오는 것이었지.
쿠르르르…….
땅이 완전히 갈라지며 붕괴한다.
그리고 드러난 지하의 공간.
보랏빛의 소용돌이가 바닥에서 휘몰아치고 있었으며, 흑뢰가 4군데에서 솟아올라 있었다.
그리고 흑뢰의 위편에 자리한 봉인석이 눈에 띈다.
아레스의 것과 크기가 비슷한, 대신의 봉인석.
[저거…… 12주신의 봉인석 같구려.]
“여기 있었던 건가?”
일단 챙기자.
분신을 보내 봉인석을 떼어 내려고 하자…….
지지지직.
강하게 저항하는 흑뢰.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무지막지한 힘을 보인다.
“파괴와 추방의 권능이 둘 다 느껴지는군.”
하지만 속수무책이었던 아까와는 달리 이제 나에겐 내성이 있다.
분신이 공격을 퍼붓자 기세가 점차 약해지는 흑뢰.
“이때다!”
흑뢰가 쥐는 힘이 약해지는 틈을 타, 4개의 봉인석을 챙긴다.
이거 너무 수월한데?
근데…….
“색이 검네.”
흑뢰처럼 색이 시꺼먼 봉인석.
아레스의 봉인석과는 달리 영체의 기운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영혼신……! 아이기스.”
땅바닥에 충돌했다가, 비밀 공간을 개방하고는 다시 공중에 뜬 아테나.
어느덧 영체가 흐릿해진 채로, 내 분신에게 다가와 굳이 아이기스를 소환한다.
흠. 굳이 이 타이밍에 아이기스를 소환하다니…….
설마.
“아이기스.”
나도 따라 아이기스를 사용하자, 메시지가 뜬다.
[이제 후퇴하십시오. 제우스가 돌아올 겁니다. 저도 봉인을 부탁드립니다.]
시간이 없군.
“아스트라페.”
영기발출을 빼고, 아스트라페를 사용해 아테나를 공격한다.
아이기스에 흑뢰가 사라지니, 그대로 방어가 뚫려 나간다.
“무운을…….”
아스트라페에 직격당한 아테나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봉인이 되어 사라진다.
이로서 12주신 중 5개의 봉인석, 아레스를 포함하면 6개를 손에 넣은 건가.
거기에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은 내 편을 들고 있으니…….
8이라고 봐도 되겠군.
남은 건 4명.
이 중 헤르메스는 소멸, 포세이돈도 봉인 상태니…….
둘이 남는다.
하나는 제우스일 테니, 나머지 하나는…….
아직 확신할 순 없지만, 헤라가 아닐까?
“여기서 더 이상 챙길 건 없겠지.”
[그렇소.]
이제 귀환해야겠군.
분신에게 귀환을 명하려 할 때.
밑바닥에 있는 보라색 소용돌이가 요동친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심연에서부터 올라오는 목소리.
고저가 없이 희노애락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극도로 분노한 게 느껴진다.
목소리만으로도 분신의 소울 배리어가 하나둘 씩 금이 나간다.
“귀환해!”
물건 다 챙겼으니 이제는 째야 할 시간.
일곱 분신이 모두 헤임달의 귀환을 사용한다.
[영혼신……!]
지지지지직.
귀환의 빛을 따라오려는 흑뢰.
이거, 다 탈출은 불가능해.
“봉인석 없으면, 자폭해라!”
아테나의 것까지 다섯 신의 봉인석을 각기 들고 있던 분신.
마음 같아선 한쪽에 몰아줘서 한 놈만 튀게 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없다.
봉인석이 없는 분신이 흑뢰를 가로막고, 일제히 자폭을 가동한다.
쾅! 쾅! 쾅!
[하찮은.]
제우스가 직접 움직여서 그런가.
막대한 SP를 터뜨렸는데도 한 치도 밀려나지 않는 흑뢰.
하지만…… 전진도 잠시 막았다.
1초를 벌었다.
[발악하는구나. 영혼신. 그래봤자 끝은 곧 도래한다…….]
끝이 도래한다고?
하지만 귀환 때문에 더 이상 들리지 않는 목소리.
제우스의 말을 끝으로 화면이 꺼진다.
휭. 휭. 휭.
지구에 있는 내 본체로 돌아온 분신들.
각기 나에게 다가와, 봉인석을 건네준다.
검게 물든 봉인석 네 개.
그리고 아테나의 푸른 봉인석 하나.
이제 남은 12주신은…… 둘 뿐이다.